해당판결
대법원 2004. 7. 22. 선고 2002다51586 판결〔손해배상(기)〕
폐기물을 매립한 토지를 협의취득 방식으로 매도한 사람에게 채무불이행책임과 하자담보책임을 인정하였다.
손해배상 원금 9,224,329,639원은 유지하되, 지연손해금 중 일부를 파기·자판하고 나머지 상고를 기각하여 사건이 확정되었다.
하급심
최초 상고심인 99다16460 판결의 불법행위책임에 관한 법리는 이후 전원합의체 판결로 변경되었다. 따라서 환송 전 원심의 판단, 이 사건의 확정 근거, 후속 판례의 법리를 구별하여 이해하여야 한다.
관련판례
- 대법원 2016. 5. 19. 선고 2009다66549 전원합의체 판결 토양오염이나 불법매립 폐기물을 처리하지 않은 채 토지를 거래에 제공한 경우, 거래 상대방이나 전전매수인에게 처리비용 상당의 불법행위책임이 성립할 수 있다고 판단하였다. 이와 배치되는 범위에서 99다16460 판결을 변경하였다.
- 대법원 2021. 4. 8. 선고 2017다202050 판결 매매목적물인 토지에 폐기물이 매립된 경우, 처리비용을 채무불이행책임 또는 하자담보책임에 따른 손해배상으로 청구할 수 있음을 재확인하였다.
- 대법원 2020. 5. 28. 선고 2017다265389 판결 한국토지공사의 택지개발용 토지 협의취득은 상행위가 아니므로, 하자담보 손해배상청구권에 10년의 민사소멸시효가 적용되고 목적물을 인도받은 때부터 시효가 진행한다고 판단하였다.
관련 내용은 ChatByun의 「공기업의 택지개발용 토지 협의취득과 하자담보책임의 소멸시효」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관련법령
- 민법 제390조, 제393조: 채무불이행에 따른 손해배상과 배상 범위.
- 민법 제580조: 매도인의 하자담보책임.
- 민법 제582조: 하자담보책임에 따른 권리행사기간.
- 민법 제750조: 불법행위에 따른 손해배상책임.
- 구 공공용지의취득및손실보상에관한특례법(2002. 2. 4. 법률 제6656호 공익사업을위한토지등의취득및보상에관한법률 부칙 제2조로 폐지) 제2조, 제3조: 공공사업을 위한 토지 등의 협의취득과 손실보상의 원칙.
사실관계
가. 공공사업 편입 토지의 보상가격을 높이기 위한 성토공사
한국수자원공사는 안산신도시 2단계 건설사업을 시행하기 위하여 1992. 3. 11. 사업실시계획 승인을 받았고, 그 승인은 같은 날 고시되었다.
피고가 지분을 소유한 토지도 사업시행지에 포함되었다. 해당 토지는 인근 도로와 지표면보다 약 1m 낮았는데, 피고는 토지를 높여 조성하는 것이 이용이나 보상 면에서 유리하다고 판단하여 성토공사를 추진하였다.
나. 성토 과정에서 약 18,500톤의 폐기물을 은밀히 매립하였다
피고는 정상적인 토사만으로 성토하면 수지가 맞지 않는다는 이유로 현장관리인 등과 공모하여 산업폐기물 등을 반입하였다.
1992년 6월경부터 1993년 11월 하순경까지 일반폐기물과 특정폐기물 합계 약 18,500톤을 매립하였다. 소각잔재물, 폐합성수지, 정수처리 오니 등이 포함되어 있었다.
폐기물은 단속이 뜸한 심야에 운반하여 큰 구덩이에 쏟아 붓고, 그 위에 다량의 토사를 덮어 외관상 쉽게 발견되지 않도록 하였다.
다. 정상적인 토지를 전제로 협의취득이 이루어졌다
한국수자원공사는 토지 매수와 손실보상 등의 업무를 안산시장에게 위탁하였다. 안산시장은 한국수자원공사를 대리하여 토지소유자들과 협의취득 절차를 진행하였다.
대법원이 정리한 주요 거래는 1995. 5. 16. 피고의 토지 지분을 8,758,541,900원에 협의취득한 계약이다. 피고는 폐기물이 매립되어 있음에도 정상적인 토지임을 전제로 협의취득 절차를 진행하였다.
라. 매립사실이 드러나 폐기물 처리명령을 받았다
1996. 4. 25. 언론보도를 계기로 매립 문제가 드러났다. 한국수자원공사는 안산시 등 관계 기관과 합동조사를 실시하여 다량의 폐기물이 매립된 사실을 확인하였다.
한강환경관리청과 안산시는 1996년 7월 한국수자원공사에 사업공사 전에 폐기물을 적정하게 처리하라는 취지의 행정명령을 내렸다.
매립폐기물로 인하여 주변 토양에 중금속 등 오염이 확산되고 지하수까지 오염된 상태였다. 한국수자원공사는 폐기물 제거뿐 아니라 오염된 토양과 지하수를 복구하기 위한 비용도 부담하게 되었다.
마. 책임의 근거와 배상 범위가 심급에 따라 달라졌다
한국수자원공사는 불법행위, 채무불이행, 하자담보책임 등을 근거로 손해배상을 청구하였다.
환송 전 원심은 불법행위책임을 인정하면서 폐기물 처리비, 운반비, 토공 매립비, 토양·지하수 정화비 등을 합한 16,770,000,000원의 배상책임을 인정하였다.
최초 상고심에서 파기환송된 후에는 계약상 책임이 심리되었다. 환송 후 원심이 인정한 인근 매립지 전체의 복구비용은 16,350,000,000원이었고, 그중 피고의 소유지분에 상응하는 9,224,329,639원이 피고의 배상액으로 인정되었다.
환송 후 원심의 변론종결 무렵 한국수자원공사는 이미 처리공사 도급계약을 체결하고 상당한 비용을 지출하였거나 계약에 따라 공사를 진행하고 있었다.
법리
가. 공공사업을 위한 협의취득도 사법상 계약이다
공공사업시행자가 토지를 협의취득하는 행위는 사경제주체로서 하는 사법상 법률행위이다. 따라서 매도인이 계약상 의무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거나 하자 있는 토지를 매도하였다면 민법에 따른 손해배상책임을 물을 수 있다.
이 사건에서는 한국수자원공사가 사업실시계획의 승인·고시를 통하여 사업시행자의 지위를 취득하였고, 안산시는 그 공사를 대리하여 매수업무를 수행하였다. 실제 협의취득 계약의 당사자는 한국수자원공사였다.
또한 당사자의 합의로 이루어지는 협의취득과 공권력에 의한 토지수용은 구별된다. 수용에 관한 법리를 이유로 협의취득에서의 매도인 책임을 부정할 수 없다.
나. 채무불이행책임과 하자담보책임은 경합할 수 있다
피고는 폐기물이 매립되지 않은 정상적인 토지를 인도하여야 할 계약상 의무가 있음에도, 스스로 폐기물을 은밀히 매립한 토지를 정상적인 토지인 것처럼 매도하였다.
대법원은 이를 불완전이행에 따른 채무불이행으로 보았다. 동시에 매매목적물에 하자가 있으므로 민법 제580조의 하자담보책임도 인정하였다.
두 책임은 별개의 근거에서 성립할 수 있으므로 매수인은 각 요건을 갖추어 청구할 수 있다. 다만 같은 손해를 이중으로 배상받는 것은 아니며, 이 사건에서도 하자담보책임에 따른 배상 범위가 채무불이행책임으로 인정한 금액을 초과하지는 않는다고 판단하였다.
다. 매매대금이 처리비용의 당연한 상한은 아니다
대법원은 폐기물 처리비용이 매매대금을 초과한다는 사정만으로 손해배상청구를 제한할 수 없다고 판단하였다.
배상 대상은 매도인이 계약에 맞는 토지를 인도하지 않아 발생한 손해이다. 따라서 매매대금과 처리비용을 단순 비교하는 것보다, 정상적인 토지로 복구하기 위하여 필요한 비용인지와 그 범위가 객관적으로 확인되는지가 중요하다.
다만 이 사건에서 인정된 것은 인근 매립지 전체의 비용 전액이 아니라 피고의 지분에 상응하는 계약상 책임 범위였다. 이를 모든 폐기물 매립사건에서 책임이 언제나 소유지분으로 제한된다는 뜻으로 일반화하여서는 안 된다.
라. 처리공사의 완료나 비용 전액의 지출을 기다릴 필요는 없다
이 사건 손해배상청구는 계약 내용에 따라 하자 없는 토지를 인도받을 이행청구에 갈음하는 것이었다. 필요한 복구비용의 범위가 확정되었다면 실제로 그 비용 전액을 지출한 후에만 청구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법원은 감정과 처리공사 계약, 공사 진행상황 등을 통하여 손해의 발생과 범위가 충분히 심리되었다고 보았다. 공사 완료 여부나 최종 지출액을 추가로 확인하기 위한 변론재개가 반드시 필요하지도 않다고 판단하였다.
또한 피고가 스스로 법령에 맞게 폐기물을 처리하고 정상적으로 복구할 것을 기대하기 어려운 사정이 있었으므로, 한국수자원공사가 먼저 피고에게 직접 처리할 것을 청구한 후에야 손해배상을 구하여야 하는 것도 아니었다.
마. 중간이자 공제와 과실상계도 인정되지 않았다
환송 후 원심의 변론종결 무렵에는 이미 복구비용의 지출이 필요하였고 상당 부분이 실제로 지출된 상태였다. 대법원은 비용 전액을 아직 지급하지 않았다는 사정만으로 중간이자를 공제할 수 없다고 판단하였다.
손해의 발생이나 확대에 기여한 한국수자원공사의 과실도 인정되지 않아 과실상계를 하지 않았다.
이는 이 사건의 구체적인 사정에 따른 판단으로, 모든 장래 복구비용에서 중간이자 공제나 과실상계가 배제된다는 의미는 아니다.
바. 지연손해금 일부만 조정되어 확정되었다
대법원은 손해배상 원금 9,224,329,639원을 유지하였다. 다만 당시 지연손해금 관련 규정에 대한 위헌결정과 법령 개정을 반영하여 다음 범위를 초과하는 부분을 파기하고 직접 청구를 기각하였다.
위 이율은 이 사건 확정판결이 정한 당시의 지연손해금이다.
사. 최초 상고심의 불법행위책임 제한 법리는 이후 변경되었다
최초 상고심인 99다16460 판결은 자기 소유 토지에 폐기물을 매립하였다는 사실만으로 후취득자에 대한 불법행위가 성립하는 것은 아니라는 취지였다.
그러나 2016년 전원합의체 판결은 오염이나 매립폐기물을 처리하지 않고 토지를 거래에 제공하여 유통되게 한 경우, 특별한 사정이 없다면 거래 상대방과 전전매수인에 대한 불법행위가 성립할 수 있다고 판단하고 종전 판례를 변경하였다.
따라서 이 사건은 계약상 책임으로 배상이 확정된 사례로 이해하되, 현재 유사 사건에서 불법행위책임까지 부정하는 근거로 최초 상고심의 법리를 그대로 원용해서는 안 된다.
실무상 유의점
청구 상대방과 책임 근거를 구별하여야 한다. 직접 매도인에 대해서는 채무불이행책임과 하자담보책임을, 실제 오염·매립행위자에 대해서는 후속 전원합의체 법리에 따른 불법행위책임을 각각 검토할 필요가 있다.
폐기물의 존재뿐 아니라 필요한 처리방법과 비용을 입증하여야 한다. 굴착조사, 폐기물 성상과 수량, 토양·지하수 오염도, 적법한 처리공법, 감정자료, 공사계약 및 지급자료가 중요하다. 환송 전 원심도 더 비싼 위탁매립 방식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증거가 없다는 이유로 현장처리비용을 기준으로 삼았다.
처리비용과 매매대금을 단순 비교하여 청구액을 제한해서는 안 된다. 필요한 복구비용과 계약상 책임 범위가 판단의 중심이다. 반대로 인근 토지 전체의 정화비용을 청구하려면 해당 피고에게 그 전부를 부담시킬 법적 근거를 별도로 밝혀야 한다.
권리행사기간과 소멸시효를 함께 점검하여야 한다. 하자담보책임의 권리행사기간, 채무불이행 손해배상청구권의 시효, 불법행위청구권의 시효는 각각 검토하여야 한다. 폐기물을 뒤늦게 발견하였다는 사실만으로 모든 청구의 시효가 발견일부터 새로 진행하는 것은 아니다.
처리비용 배상과 폐기물의 직접 수거청구도 구별하여야 한다. 비용배상청구와 소유권에 기한 방해배제청구는 요건이 다르다. 이 점은 ChatByun의 「땅속에 쓰레기가 남아 있어도 수거청구가 인정되지 않는 경우 — 과거의 손해와 현재의 방해 구별」과 함께 살펴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