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조형물 공모 당선 후 부당한 계약교섭 파기, 창작비는 기각되고 위자료 3,000만 원은 인정

핵심 결론 조형물 공모에 당선되었더라도 제작대금·시기·장소 등 중요사항에 합의하지 않았다면 본계약은 성립하지 않는다. 그러나 계약체결의 정당한 신뢰를 부여한 뒤 부당하게 교섭을 파기하면 불법행위책임을 진다. 이 사건에서는 창작비와 준비비 청구가 기각되고 위자료 3,000만 원이 인정되어 확정되었다.

실무적유의점

가. 공모 참여, 당선 선정, 본계약 체결의 법적 효과를 구분해야 한다

공모요강과 당선 통보서에는 시안 제작 보수, 당선자의 지위, 본계약의 체결 조건, 제작대금 협의 방식 및 사업 취소 시 처리기준을 구체적으로 정할 필요가 있다.
당선이 곧 본계약 체결을 의미하는지, 우선적인 협상 기회를 부여하는 것인지, 별도 협의와 승인을 거쳐야 하는지를 명확히 해야 한다.

나. 신뢰가 형성된 시점을 특정해야 한다

계약교섭의 부당파기를 주장하려면 막연히 오래 협의하였다는 사정만 제시하기보다, 상대방의 어떤 말이나 행동 때문에 계약체결을 확신하게 되었는지를 특정해야 한다.
당선 통보, 최종 선정 안내, 착수 요청, 수정·보완 지시, 비용 부담에 관한 협의 등을 시간순으로 정리하면 신뢰 형성의 근거를 밝히는 데 도움이 된다.

다. 비용은 지출 시점과 목적별로 구분하여 입증해야 한다

공모 참여비용, 당선 후 추가 설계비, 상대방의 요청에 따른 수정비, 재료 발주비 및 외주비를 하나의 준비비로 묶어 청구해서는 인과관계가 불명확해질 수 있다.
각 비용에 대하여 지출일, 요청자, 작업 내용, 계약체결 신뢰와의 관계, 지급증빙 및 취소·회수 가능성을 구체적으로 정리해야 한다.
후속 판례에 따르면 상대방의 적극적인 요구에 따른 이행 착수와 비용 지급에 관한 교섭 등 특별한 사정도 중요한 판단 요소가 된다.

라. 기대 보수와 실제 신뢰손해를 구별해야 한다

예상 계약금액이나 예상 수익에 일정 비율을 적용한 금액은 계약이 이행되었을 때 얻을 이익으로 평가될 수 있다.
계약이 성립하지 않은 사안에서는 그러한 기대 보수를 곧바로 손해액으로 제시하기보다, 계약체결을 신뢰하여 실제 부담하게 된 비용과 손실을 중심으로 청구를 구성해야 한다.

마. 위자료 청구에는 인격적 법익 침해의 내용을 밝혀야 한다

사업 취소로 불쾌하거나 실망하였다는 주장에 그치지 않고, 작가·전문가로서의 명예감정, 사회적 신용과 명성 등에 어떤 침해가 발생하였는지를 설명해야 한다.
선정 경위, 대외적 발표 여부, 교섭 과정의 대우, 장기간의 방치 및 취소 통보 방식 등은 구체적인 사정에 따라 판단자료가 될 수 있다.

바. 계약을 체결하지 않을 자유와 교섭 과정의 신의칙상 의무를 함께 고려해야 한다

발주자는 사업 추진이 어려워졌다면 그 사유와 향후 처리방향을 적시에 설명하고, 추가 작업이나 비용 지출을 요청할 경우 부담 주체를 정하는 것이 필요하다.
계약서가 아직 작성되지 않았다는 이유만으로 책임이 전혀 없다고 단정해서는 안 된다. 계약체결의 신뢰를 부여한 뒤 그 신뢰를 어떻게 보호하고 정리하였는지가 별도의 책임 판단에 영향을 미친다.
이 자료는 서권식 변호사가 실무를 처리하면서 참조한 판례를 바탕으로, 실무상 유의할 점에 주안점을 두고 법리적 쟁점을 정리한 것입니다. 본문의 판례와 법령은 국가법령정보센터에 원문이 실려 있으면 그 원문으로 연결됩니다. 국가법령정보센터로 연결되지 않는 판례·법령은 공개되지 않은 하급심·환송심 판결 등을 판결문과 원문을 직접 확보·확인하여 정리한 것입니다.
주요 판례·법령 2001다53059, 2021다216773

해당판결

가. 청구별 판단 결과

구분최종 결과판단의 핵심
계약 성립을 전제로 한 채무불이행 손해배상청구기각시안 선정만으로 조형물 제작·납품 및 설치계약이 성립하지 않음
계약교섭의 부당파기에 따른 불법행위책임인정계약체결의 정당한 신뢰를 부여한 뒤 상당한 이유 없이 교섭을 파기함
창작비 3억 원 청구기각계약이 체결·이행되었을 때 얻을 이익으로서 신뢰손해에 해당하지 않음
제작 준비비 3,000만 원 청구기각공모용 시안 제작비는 확고한 신뢰 형성 전 지출이고, 그 밖의 신뢰에 따른 비용 지출은 입증되지 않음
불법행위에 기한 위자료 1억 원 청구3,000만 원 및 지연손해금 인정작가의 명예감정과 사회적 신용·명성 등 인격적 법익을 침해함
상고심 결과원고의 상고기각위자료 일부 인용 및 나머지 청구 기각 결과 확정

나. 대상판결과 사건의 경과

대법원 2003. 4. 11. 선고 2001다53059 판결 [손해배상(기)]
대법원은 원고의 상고를 기각하였다. 이에 따라 위자료 3,000만 원과 지연손해금을 인정하고 나머지 청구를 배척한 판결이 확정되었다.
이 사건은 조형물 제작계약의 성립을 인정한 사례가 아니다. 계약이 성립하지 않았더라도 상대방에게 부여한 정당한 신뢰를 부당하게 침해하면 불법행위책임이 발생하고, 그 과정에서 인격적 법익이 침해되었다면 별도의 위자료도 인정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이다.
[비공개 판결문] 대법원 2003. 4. 11. 선고 2001다53059 판결, PDF 2~4쪽.
하급심

가. 제1심

서울지방법원 2001. 1. 17. 선고 99가합111315 판결
항소심판결에 따르면, 원고는 제1심에서 불법행위에 따른 위자료를 청구하였고, 제1심은 그중 3,000만 원과 지연손해금을 인정하였다.
제1심판결문 자체는 검토되지 않았으므로, 구체적인 판단 이유는 항소심판결에 나타난 범위에서 정리한다.

나. 항소심

서울고등법원 2001. 7. 5. 선고 2001나9191 판결
원고는 항소심에서 주위적으로 계약 성립을 전제로 한 채무불이행 손해배상청구를 추가하였다. 예비적으로는 계약교섭의 부당파기에 따른 불법행위책임을 주장하면서 창작비 3억 원, 제작 준비비 3,000만 원 및 위자료를 청구하였다. 위자료 청구액은 1억 원으로 감축하였다.
항소심은 조형물의 제작비, 설치기간, 설치장소 등에 관한 구체적인 계약이 체결되지 않았으므로 채무불이행책임을 인정할 수 없다고 판단하였다.
다만 피고가 원고의 시안을 최종 선정하여 계약체결의 신뢰를 부여한 뒤 장기간 설명이나 양해 없이 사업을 진행하지 않다가 일방적으로 취소한 행위에 대해서는 위자료 지급책임을 인정하였다.
항소심은 원고의 항소를 기각하고, 항소심에서 추가된 주위적 청구와 예비적 청구 중 재산상 손해에 관한 청구도 기각하였다.

다. 인정된 지연손해금

항소심판결에 기재된 지급 범위는 위자료 3,000만 원과 다음 지연손해금이다.
기간판결에서 인정한 이율
2000. 1. 8.부터 2001. 1. 17.까지연 5%
2001. 1. 18.부터 다 갚는 날까지연 25%
위 이율은 당시 판결에서 인정한 내용이다. 현재의 소송촉진법상 법정이율을 설명하는 수치와 구별해야 한다.
[판결문] 서울고등법원 2001. 7. 5. 선고 2001나9191 판결, PDF 1~2쪽, 4~5쪽.

관련판례

가. 대법원 2001. 6. 15. 선고 99다40418 판결

계약교섭 과정에서 상대방에게 계약이 확실하게 체결될 것이라는 정당한 기대나 신뢰를 부여하고, 상대방이 그 신뢰에 따라 행동하였음에도 상당한 이유 없이 계약체결을 거부하여 손해를 입혔다면 불법행위가 성립할 수 있다고 판단하였다.
대상판결이 계약교섭의 부당파기에 따른 불법행위책임을 인정하면서 직접 참조한 판결이다.

나. 대법원 1992. 10. 13. 선고 92다29696 판결 등

대상판결은 대법원 1992. 10. 13. 선고 92다29696 판결, 대법원 1993. 10. 22. 선고 93다32507 판결 및 대법원 1998. 11. 27. 선고 97누14132 판결을 참조하였다.
계약의 청약은 상대방의 승낙만 있으면 계약이 성립할 수 있을 정도로 구체적이고 확정적인 의사표시여야 한다는 법리에 관한 것이다.

다. 대법원 2022. 7. 14. 선고 2021다216773 판결

계약교섭 단계에서 일방이 스스로 이행을 준비하거나 착수한 경우에는 원칙적으로 그 비용과 위험을 자신의 판단과 책임에 따른 것으로 평가한다.
그러나 상대방의 적극적인 요구에 따라 이행에 착수하였고, 그 비용의 지급에 관해서도 이미 교섭이 진행되고 있었다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있다면, 계약 성립을 기대하여 지출하였거나 지출할 것이 확실한 비용도 신뢰손해로 배상받을 수 있다.
이는 계약이 성립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모든 준비비나 이행비용의 배상을 배제해서는 안 된다는 점을 보여준다.
관련 해설: chatbyun의 증권회사 직원의 계약교섭 부당파기에 따른 손해배상책임
대상판결에서 준비비 청구가 기각된 것은 공모용 시안 제작비가 확고한 신뢰 형성 전의 지출이었고, 그 밖의 신뢰에 따른 비용 지출이 입증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상대방의 적극적인 요청에 따른 비용 지출을 다룬 위 후속 판례와 구별하여 이해해야 한다.

관련법령

가. 민법 제527조

계약의 청약에 구속력을 인정하는 규정이다.
대상판결에서는 그에 앞서 피고의 시안 제작 의뢰가 조형물 제작·납품 및 설치계약에 관한 구체적이고 확정적인 청약에 해당하는지가 문제 되었다.

나. 민법 제2조 및 제750조

민법 제2조는 신의성실의 원칙을, 민법 제750조는 불법행위에 따른 손해배상책임을 정한다.
계약체결의 자유가 있더라도 상대방에게 부여한 정당한 신뢰를 상당한 이유 없이 침해하면 불법행위책임이 발생할 수 있다는 판단의 근거이다.

다. 민법 제393조 및 제763조

손해배상의 범위와 그 규정의 불법행위에 대한 준용에 관한 조항이다.
계약교섭의 부당파기로 배상받을 수 있는 재산상 손해는 계약체결을 신뢰하여 입은 상당인과관계 있는 손해인지에 따라 판단해야 한다.

라. 민법 제751조 제1항

명예 등 인격적 법익의 침해와 정신적 고통에 대한 재산 이외의 손해배상에 관한 규정이다.
대상판결은 조형물 작가의 명예감정, 사회적 신용과 명성에 대한 침해를 근거로 위자료를 인정하였다.

마. 민법 제535조

목적이 불능한 계약을 체결하면서 그 불능을 알았거나 알 수 있었던 자의 계약체결상 과실책임을 정한 규정이다.
대상판결의 참조조문에 포함되어 있으나, 이 사건은 목적이 불능한 계약을 체결한 사안이 아니다. 계약교섭의 부당파기에 따른 책임은 신의성실의 원칙과 불법행위 법리에 따라 판단되었다. 따라서 모든 교섭 결렬에 민법 제535조가 직접 적용된다고 설명해서는 안 된다.

바. 민법 제379조 및 구 소송촉진등에관한특례법(2003. 5. 10. 법률 제6868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3조

하급심판결이 인정한 지연손해금과 관련된 규정이다.
민법상 연 5%의 법정이율과 당시 소송촉진법령에 따른 연 25%의 이율이 적용되었다. 이 부분은 역사적인 판결 내용을 표시한 것으로, 현재 사건의 지연손해금을 같은 이율로 계산한다는 의미는 아니다.

사실관계

가. 조형물 건립계획과 시안 제작 의뢰

피고 한국무역협회는 수출 1,000억 달러 달성을 기념하는 영구조형물을 무역센터 부지에 건립하기로 계획하였다.
피고는 조각가들에게 시안 제작을 의뢰하고, 최종 선정된 작가와 조형물 제작·납품 및 설치계약을 체결하는 방식으로 사업을 추진하였다.
1996년 3월경 원고를 포함한 조각가 4명에게 시안 제작을 의뢰하면서 각 500만 원의 보수를 지급하였다. 작가들은 같은 해 5월경 시안을 제출하였다.

나. 원고 시안의 최종 선정과 통보

피고는 1996. 6. 24. 원고의 시안을 조형성과 상징성을 수정·보완하는 조건으로 최종 선정하였고, 1996. 8. 16. 그 사실을 원고에게 통보하였다.
그러나 조형물 본체의 제작대금, 제작시기, 설치장소 등에 관한 구체적인 계약은 체결되지 않았다.

다. 장기간의 사업 지연과 취소

피고는 부지 확보, 예산 조달, 무역센터 확충사업의 설계 지연 및 경제여건 등을 이유로 사업을 진행하지 않았다.
당선 통보 후 약 2년 9개월이 지난 1999. 6. 8. 피고는 원고에게 조형물 건립사업의 취소를 통보하였다.
그 과정에서 원고에게 사업 지연에 관한 충분한 설명이나 양해를 구하지 않았다.

라. 다른 작가와의 별도 조형물 계약

피고는 이후 다른 작가를 선정하여 해상왕 장보고 상징조형물의 제작·납품 및 설치계약을 체결하였다. 해당 조형물은 2000년 5월경 설치되었다.
다만 항소심은 처음부터 다른 작가에게 사업을 맡기기 위하여 원고의 사업을 취소하였다는 주장을 입증된 사실로 인정하지 않았다. 따라서 이 사건을 계획적인 작가 교체나 원고 작품의 무단 이용 사례로 단정할 수는 없다.

마. 손해배상청구

원고는 자신의 시안이 당선되었으므로 조형물 제작계약이 성립하였다고 주장하였다.
재산상 손해로는 추정 총제작비 15억 원의 20%에 해당하는 창작비 3억 원과 제작 준비비 3,000만 원을 청구하였다. 또한 작가로서의 명예감정이 훼손되었다는 이유로 위자료를 청구하였다.
여기서 총제작비 15억 원은 원고가 주장한 금액이다. 법원이 당사자 사이에 합의된 제작대금으로 인정한 금액은 아니다.
[판결문] 서울고등법원 2001. 7. 5. 선고 2001나9191 판결, PDF 2~4쪽.

법리

가. 시안 제작계약과 본체 제작·설치계약은 구별된다

원고와 피고 사이에는 500만 원을 보수로 하는 시안 제작에 관한 약정이 있었다.
그러나 시안 제작 약정이 존재한다는 사실과, 선정된 시안을 바탕으로 실제 조형물을 제작·납품하고 설치하는 본계약이 성립하였다는 사실은 별개이다.
대법원이 성립을 부정한 것은 조형물 제작·납품 및 설치계약이다. 이 사건을 당사자 사이에 아무런 계약관계도 없었던 사례로 설명해서는 안 된다.

나. 당선 통보만으로 본계약이 성립한 것은 아니다

계약이 성립하려면 중요한 내용에 관하여 당사자의 의사가 객관적으로 합치되어야 한다. 특히 당사자가 특정 사항을 계약 성립의 중요한 조건으로 삼았다면 그 사항에 대해서도 합의가 필요하다.
이 사건에서는 제작대금, 제작시기, 설치장소 등 본계약의 구체적인 내용이 정해지지 않았다. 따라서 시안 제작 의뢰를 본계약의 청약으로, 시안 제출이나 당선 선정을 그에 대한 승낙으로 보기는 어려웠다.
이는 정식 계약서가 없으면 언제나 계약이 성립하지 않는다는 뜻이 아니다. 판단의 기준은 계약서의 유무만이 아니라 중요사항에 관한 구체적이고 확정적인 합의의 존재이다.

다. 계약 미성립과 계약교섭상 책임은 양립할 수 있다

계약이 성립하지 않았다면 원칙적으로 계약의 이행이나 채무불이행에 따른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없다.
그러나 상대방에게 계약이 확실히 체결될 것이라는 정당한 신뢰를 부여한 뒤, 상대방이 그 신뢰에 따라 행동하였음에도 상당한 이유 없이 계약체결을 거부하였다면 불법행위책임은 별도로 성립할 수 있다.
대상판결은 원고가 당선 통보를 받은 시점에 계약체결에 관한 정당한 기대와 신뢰를 갖게 되었다고 판단하였다.

라. 내부 사정을 이유로 한 취소도 전체 경위에 따라 위법할 수 있다

사업의 중단이나 계약교섭의 결렬이 언제나 불법행위인 것은 아니다.
이 사건에서는 당선 작가와 계약을 체결하겠다고 예고하고 실제 당선 통보까지 한 점, 장기간 협의를 미루면서 충분한 설명이나 양해를 구하지 않은 점, 원고와 무관한 피고 측 사정으로 사업을 취소한 점, 이후 다른 작가에게 별도의 조형물 제작을 맡긴 점 등이 함께 고려되었다.
대법원은 이러한 교섭 파기가 계약자유의 한계를 넘어선 위법행위라고 보았다.

마. 창작비 3억 원은 신뢰손해가 아니라 이행이익에 해당한다

계약교섭의 부당파기로 인한 재산상 손해배상은 계약이 체결될 것으로 믿었기 때문에 입은 신뢰손해를 대상으로 한다.
원고가 청구한 창작비 3억 원은 계약이 체결되고 조형물을 제작·납품·설치하였다면 받을 수 있었던 이익의 성격을 가진다.
본계약이 성립하지 않은 이상 그 계약의 이행으로 얻을 보수를 불법행위 손해배상의 명목으로 그대로 청구할 수는 없다. 대법원은 이 점을 근거로 창작비 청구를 배척하였다.

바. 신뢰 형성 전의 공모비용과 신뢰 형성 후의 준비비용을 구별해야 한다

공모에 참여하기 위한 시안 제작비는 당선 여부가 정해지기 전에 지출된 비용이다.
원고는 시안 제작의 대가로 500만 원을 받았고, 당시에는 자신의 작품이 당선되지 않을 가능성도 감수하고 공모에 참여한 상태였다. 따라서 그 비용을 당선 통보 후 형성된 계약체결 신뢰로 인한 손해라고 볼 수 없었다.
또한 그 밖에 계약체결을 신뢰하여 추가로 비용을 지출하였다는 자료도 확인되지 않았다.
따라서 이 사건에서 준비비 청구가 기각된 이유는 준비비라는 항목 자체가 배상대상이 될 수 없어서가 아니라, 해당 지출의 시점·성격과 입증 상태 때문이었다.

사. 재산상 손해가 인정되지 않아도 위자료는 인정될 수 있다

대법원은 피고의 행위가 조형물 작가인 원고의 명예감정과 사회적 신용·명성에 대한 침해에 해당한다고 판단하였다.
재산상 손해의 배상 여부와 인격적 법익 침해에 따른 정신적 손해의 배상 여부는 별도로 판단한다. 따라서 창작비와 준비비 청구가 기각되었다고 하여 위자료 청구도 당연히 기각되는 것은 아니다.
다만 계약이 성립하지 않은 데 따른 실망이나 불쾌감만으로 위자료가 자동 인정되는 것은 아니다. 침해된 인격적 이익과 교섭 파기의 구체적인 경위를 살펴야 한다.
[비공개 판결문] 대법원 2003. 4. 11. 선고 2001다53059 판결, PDF 2~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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