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에 관하여 신탁을 원인으로 수탁자 명의의 소유권이전등기와 신탁등기가 마쳐졌다고 하더라도, 모든 경우에 곧바로 신탁법상 유효한 신탁이 성립하고 신탁계약의 모든 내용이 제3자에게 대항력을 갖는 것은 아니다.
최근 대법원 판례를 종합하면, 부동산신탁의 법률관계는 다음 두 단계를 구분하여 판단해야 한다.
첫째, 계약의 명칭과 등기 형식에도 불구하고 신탁법상 신탁의 실질을 갖추었는지를 판단해야 한다. 둘째, 유효한 신탁이 성립한 경우에도 신탁등기를 통하여 어떠한 내용을 제3자에게 대항할 수 있는지를 별도로 판단해야 한다.
최근 대법원 판례를 종합하면, 부동산신탁의 법률관계는 다음 두 단계를 구분하여 판단해야 한다.
첫째, 계약의 명칭과 등기 형식에도 불구하고 신탁법상 신탁의 실질을 갖추었는지를 판단해야 한다. 둘째, 유효한 신탁이 성립한 경우에도 신탁등기를 통하여 어떠한 내용을 제3자에게 대항할 수 있는지를 별도로 판단해야 한다.
1. 신탁의 기본적 효력: 수탁자에게 법률상 소유권이 이전된다
신탁법상 신탁이 유효하게 성립하면 신탁재산의 소유권은 위탁자로부터 수탁자에게 이전된다. 수탁자는 단순히 등기명의만을 보유하는 명의자가 아니라, 신탁 목적에 따라 신탁재산을 관리·처분하는 법률상 소유자가 된다.
다만 수탁자가 취득하는 소유권은 자신의 이익을 위한 통상적인 소유권과는 성격이 다르다. 수탁자는 신탁 목적과 신탁행위가 정한 바에 따라 신탁재산을 관리·처분하여야 하고, 신탁법 제31조에 따른 권한과 제32조에 따른 선량한 관리자의 주의의무를 부담한다.
따라서 신탁에서는 다음 두 요소가 동시에 존재한다.
대외적으로는 수탁자가 신탁재산의 법률상 소유자이다.
대내적으로는 수탁자의 권한과 의무가 신탁 목적과 신탁행위에 의해 제한된다.
그러나 수탁자가 법률상 소유자라는 법리와 신탁계약의 모든 내용이 제3자에게 대항력을 가진다는 것은 전혀 별개의 문제이다.
2. 신탁의 실질이 없으면 신탁등기가 있어도 신탁법상 신탁이 아니다
대법원 2026. 1. 8. 선고 2025두34929 판결은 계약서에 ‘신탁계약’이라고 기재하고 신탁을 원인으로 수탁자 명의의 소유권이전등기와 신탁등기까지 마쳤더라도, 그 실질이 신탁의 본질에 반한다면 신탁법상 신탁으로 인정할 수 없다고 판시하였다.
정확히는 사건번호가 2025두34929이지만 판결 선고일은 2026. 1. 8.이다. 국가법령정보센터 판결
대법원은 다음과 같이 판단하였다.
‘신탁계약’이라는 명칭에도 불구하고 대내적으로 신탁재산의 소유권이 위탁자에게 실질적으로 유보되어 있고, 수탁자의 권한을 제한하는 정도를 넘어 수탁자로부터 신탁재산에 관한 일체의 관리·처분권을 박탈하여 수탁자가 대내외적으로 아무런 관리·처분행위를 할 수 없게 한다면, 이는 신탁의 본질에 반하여 신탁법상 신탁에 해당하지 않는다.
특정 계약이 신탁의 본질에 부합하는지는 단순히 계약서의 명칭이나 등기 여부로 판단하지 않고 다음 사정을 종합하여 실질적으로 판단한다.
신탁법의 취지
계약 체결의 동기와 목적
위탁자·수탁자·수익자의 권리와 의무
수탁자에게 부여된 실제 관리·처분권
계약의 실제 이행 과정
당사자 사이의 관련 약정
신탁재산의 회수 및 매도 권한이 궁극적으로 누구에게 있는지
2025두34929 판결의 구체적인 판단
이 사건에서는 수탁자 명의로 소유권이전등기와 신탁등기가 마쳐졌지만 다음과 같은 사정이 있었다.
수탁자는 부동산에 관하여 일체의 관리·처분행위를 할 수 없었고, 신탁의 대가인 보수도 받지 않았다. 반면 수익자는 부동산에 관한 관리·처분권을 보유하고 언제든지 신탁계약을 종료할 수 있었다.
또한 신탁계약과 위탁자 지위 변경계약이 서로 결합됨으로써 최초 위탁자가 신탁재산을 자유롭게 회수하거나 매도할 수 있었다. 결국 부동산의 궁극적인 처분권한은 신탁 전과 마찬가지로 최초 위탁자에게 유보되어 있었다.
대법원은 이를 신탁법상 허용되는 수탁자의 권한 제한이나 신탁사무 위임의 범위를 넘어선 것으로 보았다. 즉, 수탁자에게 신탁재산에 관한 적극적·배타적인 관리·처분 권한과 의무가 부여되지 않고 등기명의만 이전된 이상, 그 실질은 신탁이 아니라 명의신탁에 불과하다고 판단하였다.
이에 따라 해당 약정은 부동산실명법 제4조 제1항에 따라 무효라고 판단한 원심을 수긍하였다.
3. 위탁자가 일부 관리·사용권을 보유한다는 이유만으로 신탁이 부정되는 것은 아니다
2025두34929 판결을 “위탁자가 신탁부동산의 처분에 관여하거나 관리권한을 보유하면 모두 신탁이 무효”라는 의미로 확대하여 해석해서는 안 된다.
신탁법상 수탁자의 관리·처분권은 신탁 목적과 신탁행위에 따라 제한될 수 있다. 위탁자가 신탁재산을 계속 점유·사용하거나, 일정한 관리업무를 담당하거나, 중요한 처분에 관하여 수탁자에게 지시 또는 동의를 하는 구조도 신탁의 목적과 형태에 따라 허용될 수 있다.
2025두34929 판결이 신탁의 성립을 부정한 핵심은 단순히 위탁자가 일부 권한을 행사했다는 데 있지 않다. 다음과 같은 사정이 결합되어 수탁자의 법률상 소유권이 사실상 형해화되었다는 데 있다.
수탁자에게 일체의 관리·처분권이 없었던 점
수탁자가 대내외적으로 독자적인 법률행위를 할 수 없었던 점
실질적인 관리·처분권이 전부 위탁자 또는 수익자에게 유보된 점
위탁자가 언제든지 신탁재산을 회수·매도할 수 있었던 점
수탁자가 신탁보수조차 받지 않았던 점
신탁의 실질적 목적이 조세회피 외에는 확인되지 않았던 점
따라서 위탁자의 권한이 일부 유보되었다는 사정과 수탁자의 관리·처분권이 전면적으로 박탈되었다는 사정은 구별해야 한다.
4. 유효한 신탁이라도 신탁계약 전체가 제3자에게 대항력을 갖는 것은 아니다
유효한 신탁이 성립하면 다음 단계로 신탁등기의 대항력 범위를 판단해야 한다.
신탁법 제4조 제1항은 등기 또는 등록할 수 있는 재산권에 관하여 신탁등기를 함으로써 그 재산이 신탁재산에 속한다는 사실을 제3자에게 대항할 수 있다고 규정한다.
대법원 2025. 2. 13. 선고 2022다233164 판결은 이 조항의 의미를 명확하게 제한하였다.
신탁등기를 통해 제3자에게 대항할 수 있는 것은 해당 재산이 수탁자의 고유재산과 독립된 신탁재산을 구성한다는 점이다. 신탁계약의 내용이 신탁원부에 기재되고 신탁원부가 부동산등기기록의 일부가 되더라도, 신탁재산의 구성에 관한 사항 이외의 신탁계약상 약정까지 당연히 제3자에게 대항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국가법령정보센터 판결
따라서 신탁등기의 대항력은 다음과 같이 정리된다.
신탁등기의 대항력은 해당 부동산이 수탁자의 고유재산과 구별되는 신탁재산이라는 사실에 미칠 뿐, 위탁자와 수탁자가 내부적으로 정한 권리·의무의 배분 전체에 미치는 것은 아니다.
5. 관리비 부담을 위탁자에게 정한 약정은 제3자에게 대항할 수 없다
2022다233164 판결에서 신탁계약은 신탁부동산의 보존·유지·수선 및 관리비용을 위탁자가 부담한다고 정하고 있었고, 그 내용도 신탁원부에 기재되어 있었다.
그러나 대법원은 수탁자가 이러한 내부 약정을 근거로 집합건물 관리단에 대하여 관리비 납부책임이 위탁자에게만 있다고 대항할 수 없다고 판단하였다.
수탁자가 관리비를 부담하는지는 신탁계약의 내부적 비용부담 약정이 아니라 다음과 같은 신탁 외부의 실체법률관계에 따라 판단해야 한다.
집합건물법상 구분소유자의 관리비 부담 법리
관리비의 성격
관리단 규약의 내용
수탁자가 소유권을 취득한 시점과 체납 관리비 발생 시점
수탁자가 외부 관계에서 관리비를 부담한 경우 위탁자와의 내부 관계에서 비용상환을 청구할 수 있는지는 별개의 문제이다.
6. 임대차 관리권과 보증금반환채무에 관한 내부 약정도 제3자에게 대항할 수 없다
대법원 2025. 3. 13. 선고 2023다296643 판결은 2022다233164 판결의 법리를 임대차 및 건물인도 관계로 확장하였다. 국가법령정보센터 판결
이 사건 신탁계약에는 다음과 같은 내용이 정해져 있었다.
위탁자가 신탁부동산을 계속 점유·사용한다.
위탁자가 부동산의 실질적인 관리행위를 담당한다.
기존 임대차계약은 신탁 후에도 그대로 유지된다.
임료는 위탁자가 계속 수령한다.
임대차 종료 시 보증금반환채무도 위탁자가 부담한다.
이러한 내용은 신탁원부에도 기재되어 있었다.
그러나 대법원은 위탁자가 이러한 신탁계약 내용을 근거로 임차인에게 임대인의 권리를 행사하거나 건물인도를 청구할 수 있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하였다.
법원은 신탁계약과 관계없이 다음 사항을 심리했어야 한다고 보았다.
임차인이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상 대항력을 갖추었는지
신탁등기로 수탁자가 소유권을 취득하면서 임대인의 지위를 승계하였는지
그 결과 위탁자가 임대인의 지위를 상실하였는지
인도청구권이 실제로 누구에게 귀속되는지
즉, 임대차의 승계, 임대인의 지위 및 건물인도청구권의 귀속은 신탁계약상 내부 약정이 아니라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 등 외부의 실체법률관계에 따라 판단해야 한다.
7. 세 판결의 관계
세 판결은 서로 다른 결론을 제시하는 것이 아니라, 신탁 법률관계의 서로 다른 단계를 규율한다.
제1단계: 신탁의 실질적 성립 여부
2025두34929 판결에 따라, 수탁자에게 법률상 소유권에 부합하는 실질적인 관리·처분권이 부여되었는지를 판단한다.
수탁자에게 등기명의만 이전되고 일체의 관리·처분권이 박탈된 채 위탁자가 궁극적인 처분권을 계속 보유한다면, 신탁이라는 명칭과 신탁등기에도 불구하고 신탁법상 신탁이 아니다.
제2단계: 신탁재산의 귀속
신탁의 실질이 인정되면 수탁자는 신탁재산의 법률상 소유권자가 된다. 신탁등기를 통하여 해당 부동산이 수탁자의 고유재산과 구별되는 신탁재산이라는 점을 제3자에게 대항할 수 있다.
제3단계: 신탁계약상 내부 약정의 대항 여부
수탁자가 법률상 소유자라고 하더라도, 관리비·세금·임료·보증금반환채무·점유·사용·임대차 관리·명도업무 등에 관한 위탁자와 수탁자 사이의 내부 약정을 제3자에게 당연히 대항할 수는 없다.
제3자와의 법률관계는 신탁계약의 내용이 아니라 민법, 집합건물법,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 매매계약, 채무인수, 동시이행관계 등 신탁 외부의 실체법률관계에 따라 판단해야 한다.
8. 종합적인 법리
대법원 판례를 종합하면 부동산신탁의 효력과 대항력은 다음과 같이 정리할 수 있다.
신탁법상 유효한 신탁이 성립하면 수탁자는 신탁재산의 대내외적 법률상 소유자가 된다. 그러나 ‘신탁계약’이라는 명칭과 신탁등기가 존재하더라도 수탁자에게 실질적인 관리·처분권이 부여되지 않고 위탁자가 신탁재산의 궁극적인 처분권을 그대로 보유한다면 신탁의 본질에 반하여 신탁법상 신탁으로 인정될 수 없다.
한편 유효한 신탁이 성립한 경우에도 신탁등기의 대항력은 해당 재산이 수탁자의 고유재산과 구별되는 신탁재산이라는 점에 한정된다. 관리비·임대차·보증금반환·점유·사용·명도 등 위탁자와 수탁자 사이의 내부적 권리·의무 배분은 신탁원부에 기재되었다는 이유만으로 제3자에게 대항할 수 없다. 제3자와의 권리·의무는 신탁 외부의 실체법률관계에 따라 별도로 판단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