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명의수탁자로부터 주권을 취득한 자의 선의취득과 조사 의무

핵심 결론 양도인이 무권리자라고 의심할 사정이 있는데도 쉽게 가능한 확인조차 하지 않고 주권을 취득했다면 중대한 과실이 인정되어 선의취득할 수 없다.
이 자료는 서권식 변호사가 실무를 처리하면서 참조한 판례를 바탕으로, 실무상 유의할 점에 주안점을 두고 법리적 쟁점을 정리한 것입니다.
주요 판례·법령 2015다251812, 2006다58684

핵심정리

판결번호

대법원 2018. 7. 12. 선고 2015다251812 판결
사건명: 주식명의개서청구의 소

관련판례

대법원 2000. 9. 8. 선고 99다58471 판결 — 주권 선의취득에서 악의·중과실의 의미와 판단 시점
대법원 2006. 11. 9. 선고 2006다58684 판결 — 무권리자를 의심할 사정이 있는데도 조사하지 않은 경우의 중대한 과실

관련법령

상법 제336조 — 주권 교부에 의한 주식양도

상법 제337조 — 기명주식의 명의개서

상법 제359조 — 주권의 선의취득

수표법 제21조 — 악의 또는 중대한 과실이 있는 취득자의 반환의무

사실관계

한국일보사 회장이던 실질소유자는 2012년 12월 31일 계열회사로부터 서울경제신문이 발행한 액면가 1만 원의 기명식 보통주식 60,000주를 매수하면서 다른 사람을 매수인으로 내세웠다.
실질소유자는 2013년 1월 25일 그 사람과 주식 명의신탁계약을 체결하고, 명의수탁자로 하여금 주식매매대금 6억 원을 계열회사에 지급하게 하였다.
원고인 포커스신문사는 2013년 8월 28일 실질소유자의 동생들과 서울경제신문 발행주식 325,000주 중 295,000주 및 경영권을 210억 원에 인수하는 협상을 진행하였다.
인수 대상에는 다음 주식이 포함되어 있었다.
실질소유자 명의 주식 120,000주
실질소유자의 동생 명의 주식 90,000주
한일시멘트 명의 주식 25,000주
명의수탁자 명의의 이 사건 주식 60,000주
원고는 이 과정에서 이 사건 주식이 명의수탁자의 소유가 아니라 실질소유자의 주식이라는 사실을 알았거나 알 가능성이 컸다. 다만 전체 경영권 인수협상은 합의에 이르지 못하고 결렬되었다.
명의수탁자는 2014년 3월 5일 서울경제신문 대표이사직에서 물러나면서 회사 금고에 보관되어 있던 이 사건 주권을 꺼내 가져갔다.
원고는 그로부터 약 한 달 뒤인 2014년 4월 10일 명의수탁자로부터 이 사건 주식 60,000주를 10억 5,000만 원에 매수하고 주권을 교부받았다.
명의수탁자는 자신이 다음 금액을 지급하여 실질소유자로부터 주식을 적법하게 취득했다고 주장하였다.
2013년 8월 5일 실질소유자 지정 계좌에 지급한 6억 원
2013년 9월 24일 계열회사의 체납 국세를 대신 납부한 256,986,100원
2013년 10월 25일 실질소유자에게 지급한 1억 원
합계 956,986,100원
그러나 명의수탁자는 주식양도계약서나 대금 지급의 법적 원인을 증명하는 자료를 원고에게 제시하지 않았다. 원고도 관련 계약서나 증빙자료를 요구하지 않고, 종전 인수협상 상대방에게 주식의 실제 양도 여부를 확인하지 않은 채 주권을 취득하였다.

핵심쟁점

무권리자인 명의수탁자로부터 주권을 취득한 원고가 이를 선의취득할 수 있는가
주권 취득자의 악의 또는 중대한 과실은 어느 시점을 기준으로 판단하는가
양도인이 무권리자일 가능성을 의심할 사정이 있는 경우 양수인에게 어느 정도의 조사 의무가 있는가
주권을 실제로 소지하고 대가를 지급했다는 사정만으로 선의취득을 인정할 수 있는가

법리

1. 주권 선의취득의 취지

주권의 선의취득은 주권을 점유하고 있다는 외관을 신뢰하여 거래한 사람을 보호하는 제도이다.
주권의 양도인이 실제 권리자가 아니더라도 양수인이 적법한 방식으로 주권을 취득하고, 취득 당시 양도인의 무권리에 관하여 악의 또는 중대한 과실이 없다면 주식을 취득할 수 있다.
그러나 양수인이 악의이거나 중대한 과실로 주권을 취득한 경우에는 선의취득이 인정되지 않는다.

2. 악의와 중대한 과실의 의미

‘악의’란 주권을 취득할 당시 교부계약에 하자가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던 경우를 말한다. 구체적으로는 다음과 같은 사정을 인식한 경우가 이에 해당한다.
양도인이 주식의 진정한 소유자가 아니라는 사실
양도인에게 처분권한이 없다는 사실
양도인이 무능력자라는 사실
대리인에게 적법한 대리권이 없다는 사실
‘중대한 과실’이란 주권 거래에서 일반적으로 요구되는 주의의무를 현저하게 결여한 상태를 말한다.

3. 판단 기준 시점

악의 또는 중대한 과실의 유무는 주권을 취득한 시점을 기준으로 판단한다.
주권 취득 후 알게 된 사정은 원칙적으로 선의취득 성립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반대로 취득 당시 존재했던 의심 사정을 외면했다면 이후 주권을 계속 소지하고 있다는 이유만으로 선의취득이 인정되는 것도 아니다.

4. 무권리자를 의심할 사정과 조사 의무

주권의 소지인으로부터 주권을 취득할 때마다 양수인이 반드시 실제 권리관계를 전면적으로 조사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통상적인 거래기준에 비추어 양도인이 무권리자라고 의심할 만한 구체적인 사정이 있다면 상당한 조사를 해야 한다.
다음 요건이 충족되면 중대한 과실이 인정될 수 있다.
양도인이 무권리자임을 의심할 객관적인 사정이 존재할 것
계약서 확인이나 종전 관계인 문의 등 비교적 쉬운 조사방법이 있을 것
조사하면 실제 권리관계를 확인할 수 있었을 것
그런데도 아무런 조사 없이 주권을 취득했을 것
양수인이 실제 무권리 사실을 알지 못했더라도, 이러한 조사 의무를 현저하게 게을리했다면 선의취득할 수 없다.

구체적 판단

원고는 종전 경영권 인수협상에서 이 사건 주식이 명의수탁자에게 명의신탁된 실질소유자의 주식이라는 사실을 알고 이를 인수 대상에 포함했을 가능성이 컸다.
원고 회장은 기업 인수·합병 전문가였고, 종전 협상 대상 주식은 295,000주, 제시한 인수대금은 210억 원에 달했다. 따라서 원고가 서울경제신문의 주주 구성과 주식의 실질적 귀속을 상당한 정도로 조사했을 것으로 보였다.
이 사건 주식 60,000주는 전체 매각 대상 주식의 약 20.3%에 해당하는 중요한 지분이었다. 종전 협상 상대방들도 그 주식이 실질소유자의 소유임을 밝혔을 가능성이 높았다.
그런데 인수협상 결렬 후 약 7개월 만에 명의수탁자가 자신이 진정한 소유자라며 같은 주식을 원고에게 매도하겠다고 제안하였다.
명의수탁자는 약 9억 5,698만 원을 지급하여 주식을 취득했다고 말했지만, 실질소유자와 체결한 주식양도계약서나 그 밖의 처분문서를 전혀 제시하지 않았다.
이는 원고가 명의수탁자의 적법한 소유권 취득을 의심하기에 충분한 사정이었다. 원고는 종전 인수협상 상대방이었던 실질소유자의 동생들에게 문의하는 것만으로도 실제 양도 여부를 쉽게 확인할 수 있었다.
그런데도 원고는 다음과 같은 조치를 전혀 취하지 않았다.
명의수탁자에게 주식양도계약서 제출 요구
6억 원 등의 지급 원인과 주식양도 사이의 관계 확인
실질소유자 또는 종전 협상 상대방에게 양도 사실 문의
회사 금고에서 주권을 반출한 경위 조사
이사회·주주명부·주식거래 관련 자료 확인
대법원은 이러한 상황에서 아무런 조사 없이 주권을 양수한 것은 거래상 필요한 주의의무를 현저하게 결여한 것이라고 판단하였다.

결론

대법원은 원고가 명의수탁자의 무권리를 실제로 알지 못했더라도, 무권리자임을 의심할 충분한 사정이 있는데도 아무런 조사를 하지 않았으므로 중대한 과실이 인정될 수 있다고 판단하였다.
이에 따라 원고의 주권 선의취득을 인정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원고의 중대한 과실과 주식 소유권 귀속을 다시 심리하도록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에 환송하였다.

판결의 의미

주권을 현실적으로 소지한 사람과 거래했다는 사실만으로 선의취득이 보장되는 것은 아니다. 거래 경위상 양도인의 권리 취득이 의심되고 이를 쉽게 확인할 수 있었다면 양수인은 최소한의 권리조사를 해야 한다.
특히 경영권 인수·합병 과정에서 이미 주식의 명의신탁 관계를 파악한 전문적 거래당사자는 이후 명의수탁자로부터 같은 주권을 취득할 때 더 높은 수준의 확인 절차를 거쳐야 한다는 점을 보여준 판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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