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국제적 병존적 채무인수의 준거법

핵심 결론 국제적 병존적 채무인수에서 인수인과 원채무자의 내부관계는 인수계약의 준거법에 따르지만, 인수인이 채권자에게 부담하는 채무의 성립·효력은 원래 채무의 준거법에 따른다.
이 자료는 서권식 변호사가 실무를 처리하면서 참조한 판례를 바탕으로, 실무상 유의할 점에 주안점을 두고 법리적 쟁점을 정리한 것입니다.
주요 판례·법령 2019다201662, 2021다269388

해당 판례

대법원 2022. 7. 28. 선고 2019다201662 판결 [주식반환등]
  • 원고: 외국회사 주식을 국내 회사에 대여한 대한민국 국민
  • 원래 채무자: 케이지파워 주식회사
  • 채무인수인: 아이큐파워아게(iQ Power AG)
  • 피고: 아이큐파워아게를 흡수합병한 아이큐 파워 라이센싱 아게(iQ Power Licensing AG)
  • 결과: 피고의 상고 기각
하급심

원심판결

서울고법 2018. 11. 22. 선고 2018나2015824 판결
원심은 원고, 케이지파워 및 아이큐파워아게 사이에 체결된 3자간 주식상환약정을 병존적 채무인수약정으로 판단하였다.
즉, 케이지파워가 원고에게 부담하던 주식 8,500,000주의 반환채무를 소멸시키지 않고, 아이큐파워아게가 동일한 반환채무를 추가로 부담하기로 약정한 것으로 보았다.
아이큐파워아게를 흡수합병한 피고는 그 권리·의무를 승계했으므로 병존적 채무인수인으로서 원고에게 주식을 반환할 의무가 있다고 판단하였다.
또한 피고는 아이큐파워아게와 케이지파워 사이의 내부적인 법률관계를 이유로 채권자인 원고에게 대항할 수 없다고 보았다.
원심은 준거법이 무엇인지 명시적으로 판단하지는 않았지만, 대한민국 법을 적용하여 피고의 주식반환의무를 인정하였다.
대법원
대법원은 원심이 준거법을 명시적으로 판단하지 않은 점을 지적하면서도, 대한민국 법을 적용한 결론은 정당하다고 보았다.
이 사건 3자간 주식상환약정은 병존적 채무인수이므로, 채무인수인인 아이큐파워아게가 채권자인 원고에게 부담하는 채무의 준거법은 원고와 케이지파워 사이의 원래 주식대여계약에 적용되는 준거법과 동일하다.
원래 주식대여계약에 명시적인 준거법 합의는 없었지만, 계약서 언어, 이자의 표시 통화, 당사자의 국적·주소·설립준거법·본점 소재지 등을 종합하면 당사자들이 대한민국 법을 묵시적으로 선택한 것으로 인정할 수 있다고 판단하였다.
따라서 원고가 아이큐파워아게를 합병한 피고에게 주식 반환을 청구하는 법률관계에도 대한민국 법이 적용된다며 피고의 상고를 기각하였다.

관련 판례

대법원 2022. 1. 13. 선고 2021다269388 판결
계약당사자가 준거법을 명시적으로 선택하지 않았더라도 계약내용과 제반 사정으로부터 당사자의 의사를 합리적으로 인정할 수 있다면 묵시적인 준거법 선택이 성립할 수 있다.
다만 묵시적 선택을 쉽게 인정하면 객관적 연결에 따른 준거법 결정이 부당하게 배제될 수 있으므로 다음 사정을 종합하여 신중하게 판단해야 한다.
  • 계약서의 내용과 사용 언어
  • 대금이나 이자의 표시 통화
  • 당사자의 국적과 주소
  • 법인의 설립준거법과 본점 소재지
  • 계약 체결의 배경과 경위
  • 계약의 이행장소와 주된 영업활동지
대상 판결은 이 법리를 병존적 채무인수의 기초가 된 주식대여계약에 적용하였다.

관련 법령

구 국제사법(2022. 1. 4. 법률 제18670호로 전부 개정되기 전의 것) 제25조 제1항
계약은 당사자가 명시적 또는 묵시적으로 선택한 법에 따른다.
다만 묵시적인 준거법 선택은 계약내용과 그 밖의 모든 사정으로부터 합리적으로 인정할 수 있는 경우로 제한된다.
현행법상 대응 규정은 국제사법 제45조 제1항이다.
구 국제사법(2022. 1. 4. 법률 제18670호로 전부 개정되기 전의 것) 제34조
채권의 양도인과 양수인 사이의 법률관계는 두 사람 사이의 계약에 적용되는 준거법에 따른다.
그러나 채무자 및 제3자에 대한 채권양도의 효력은 양도되는 채권 자체의 준거법에 따른다. 이 규정은 채무인수에도 준용된다.
현행법상 대응 규정은 국제사법 제54조이다.

사실관계

원고는 대한민국 국적자로서 주소도 대한민국에 두고 있었다.
케이지파워 주식회사는 대한민국 법에 따라 설립되었고 대한민국에 본점을 둔 회사였다.
원고는 케이지파워와 주식대여계약을 체결하고, 스위스법에 따라 설립된 아이큐파워아게의 주식 8,500,000주를 케이지파워에 대여하였다.
주식대여계약에는 준거법을 명시적으로 정한 조항이 없었다. 다만 다음과 같은 대한민국 관련 요소가 존재하였다.
  • 계약서는 한국어로 작성되었다.
  • 국문계약서 외에 다른 언어로 작성된 계약서는 존재하지 않았다.
  • 주식대여의 대가인 이자는 대한민국 법정통화인 원화를 기준으로 산정하였다.
  • 대여자인 원고는 대한민국 국민이고 주소도 대한민국에 있었다.
  • 차용자인 케이지파워는 대한민국 법에 따라 설립되고 대한민국에 본점을 둔 회사였다.
이후 원고, 케이지파워 및 아이큐파워아게는 3자간 주식상환약정을 체결하였다.
이 약정에 따라 아이큐파워아게는 케이지파워가 원고에게 부담하던 주식 8,500,000주의 반환채무를 함께 부담하기로 하였다.
원심과 대법원은 이 약정을 케이지파워의 채무를 소멸시키고 아이큐파워아게가 새로운 채무자가 되는 면책적 채무인수가 아니라, 케이지파워의 반환채무를 존속시키면서 아이큐파워아게가 동일한 채무를 추가로 부담하는 병존적 채무인수로 해석하였다.
그 후 아이큐파워아게는 외국회사인 피고 아이큐 파워 라이센싱 아게에 흡수합병되었다.
원고는 피고가 아이큐파워아게의 권리·의무를 승계하였으므로 병존적 채무인수인으로서 주식 8,500,000주를 반환해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피고는 자신이 원고에게 주식을 반환할 의무가 없으며, 이 사건 법률관계에 대한민국 법을 적용한 원심판단도 잘못이라고 다투었다.

법리

구 국제사법 제34조의 채무인수에는 병존적 채무인수도 포함된다
구 국제사법 제34조 제2항은 채권양도에 관한 준거법 규정을 채무인수에도 준용하도록 정하고 있다.
여기서 말하는 채무인수는 원채무자가 채무관계에서 벗어나는 면책적 채무인수에 한정되지 않는다. 원채무자는 그대로 남고 인수인이 동일한 채무를 추가로 부담하는 병존적 채무인수도 포함된다.
따라서 국제적 요소가 있는 병존적 채무인수에서도 구 국제사법 제34조에 따라 준거법을 결정해야 한다.
병존적 채무인수에는 두 개의 법률관계가 존재한다
병존적 채무인수에서는 다음 두 법률관계를 구분해야 한다.
첫째, 원채무자와 채무인수인 사이의 내부관계이다.
원채무자와 인수인 사이에서 누가 최종적으로 채무를 부담하는지, 인수인이 채무를 이행한 후 원채무자에게 구상할 수 있는지 등의 문제는 두 사람 사이의 채무인수계약에 적용되는 준거법에 따른다.
둘째, 채권자와 채무인수인 사이의 외부관계이다.
채무인수인이 채권자에게 직접 채무를 부담하는지, 그 채무의 내용과 효력이 무엇인지는 인수되는 원래 채무의 준거법에 따른다.
따라서 법률관계별 준거법은 다음과 같이 구분된다.
  • 원채무자와 인수인의 내부관계: 채무인수계약의 준거법
  • 채권자에 대한 채무인수의 효력: 인수되는 원래 채무의 준거법
3자간 합의에 의한 채무인수도 동일하다
채권자, 원채무자 및 채무인수인이 모두 참여하여 3자간 채무인수약정을 체결한 경우에도 결론은 달라지지 않는다.
채권자와 인수인 사이에 직접적인 합의가 존재하더라도, 인수인이 채권자에게 부담하는 채무는 원래 채무와 동일한 내용의 채무이다.
따라서 인수인이 채권자에게 부담하는 채무의 성립과 효력에는 원채무자와 채권자 사이의 법률관계에 적용되는 준거법이 적용된다.
이 사건에서는 원고와 케이지파워 사이의 주식대여계약에 적용되는 준거법이 아이큐파워아게가 원고에게 부담하는 주식반환채무에도 동일하게 적용된다.
채무인수계약 자체의 준거법과 원채무의 준거법을 혼동해서는 안 된다
아이큐파워아게가 외국회사이고 이후 그 회사를 합병한 피고도 외국회사라는 이유만으로 스위스법 등 외국법이 당연히 적용되는 것은 아니다.
채무인수인과 원채무자 사이의 내부적인 인수계약에는 별도의 준거법이 적용될 수 있다.
그러나 채권자가 채무인수인에게 원래 채무의 이행을 직접 청구하는 관계에서는 원래 채무의 준거법을 적용해야 한다.
이 사건에서 원고가 구한 것은 아이큐파워아게와 케이지파워 사이의 내부적인 정산이나 구상이 아니라, 채무인수인을 합병한 피고에 대한 주식반환이었다. 따라서 원고와 케이지파워 사이의 주식대여계약에 적용되는 법이 기준이 되었다.
계약의 준거법은 명시적 또는 묵시적으로 선택할 수 있다
계약당사자는 계약서에 “이 계약은 대한민국 법에 따른다”는 조항을 두어 준거법을 명시적으로 선택할 수 있다.
명시적인 조항이 없더라도 계약내용 및 객관적 사정에서 특정 국가의 법을 적용하려는 당사자의 의사가 합리적으로 인정된다면 묵시적 선택도 인정된다.
다만 단순히 특정 국가와 관련성이 있다는 것만으로 묵시적 선택을 쉽게 인정할 수는 없다. 계약내용과 당사자의 객관적인 사정을 종합하여 실제로 특정 법을 준거법으로 선택하려는 의사가 있었다고 볼 수 있어야 한다.
이 사건 주식대여계약에는 대한민국 법이 묵시적으로 선택되었다
이 사건 주식대여계약의 목적물은 스위스법에 따라 설립된 외국회사의 주식이었다.
그러나 대법원은 목적물이 외국회사 주식이라는 사정보다 계약당사자와 계약내용에 관한 다음 사정을 중요하게 보았다.
  • 대여자와 차용자가 모두 대한민국에 생활 또는 영업의 중심을 두고 있었다.
  • 차용자인 케이지파워는 대한민국 법에 따라 설립된 회사였다.
  • 계약서가 전적으로 한국어로 작성되었다.
  • 주식대여의 대가인 이자가 원화로 산정되었다.
  • 다른 언어로 작성된 계약서가 존재하지 않았다.
이러한 사정을 종합하면 원고와 케이지파워는 주식대여계약에 대한민국 법을 적용하기로 묵시적으로 선택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원채무에 대한민국 법이 적용되므로 인수인의 채무에도 대한민국 법이 적용된다
케이지파워가 원고에게 부담한 주식반환채무의 준거법은 대한민국 법이다.
아이큐파워아게가 위 채무를 병존적으로 인수했으므로 아이큐파워아게가 원고에게 직접 부담하는 주식반환채무에도 대한민국 법이 적용된다.
아이큐파워아게를 합병하여 권리·의무를 승계한 피고에 대한 주식반환청구 역시 대한민국 법에 따라 판단해야 한다.
인수인은 원채무자와의 내부관계만으로 채권자에게 대항할 수 없다
병존적 채무인수에 따라 인수인이 채권자에게 직접 채무를 부담하게 되면 인수인은 원채무자와의 내부적인 관계를 이유로 채권자에 대한 책임을 부정할 수 없다.
원채무자와 인수인 사이에서 비용을 누가 부담하기로 했는지 또는 내부적으로 어떤 조건을 정했는지는 원칙적으로 두 사람 사이의 문제이다.
그러한 내부관계가 채권자와의 3자간 약정 내용에 포함되었거나 채권자에 대한 채무의 조건으로 명시되지 않은 이상, 채권자에게 대항할 수 없다.

결론

원고와 케이지파워 사이의 주식대여계약에는 명시적인 준거법 조항이 없었다.
그러나 계약서가 한국어로 작성되었고, 이자가 원화로 산정되었으며, 원고와 케이지파워가 모두 대한민국에 생활 또는 영업의 중심을 두고 있었으므로 대한민국 법을 준거법으로 묵시적으로 선택한 것으로 인정되었다.
원고, 케이지파워 및 아이큐파워아게 사이의 3자간 주식상환약정은 케이지파워의 주식 8,500,000주 반환채무를 아이큐파워아게가 추가로 부담하는 병존적 채무인수였다.
병존적 채무인수에서 인수인이 채권자에게 부담하는 채무에는 인수되는 원래 채무의 준거법이 적용된다. 따라서 아이큐파워아게가 원고에게 부담하는 주식반환채무에도 대한민국 법이 적용된다.
아이큐파워아게를 흡수합병한 피고는 그 권리·의무를 승계했으므로 대한민국 법에 따라 원고에게 주식반환의무를 부담한다.
대법원은 원심이 준거법을 명시적으로 판단하지 않았지만 대한민국 법을 적용한 결론은 정당하다고 보아 피고의 상고를 기각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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