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투자유치를 지급기한으로 정한 주식매매계약에서 불확정기한의 도래

핵심 결론 투자유치에 따른 신주인수대금 지급 후 매매대금을 지급하기로 한 약정은 불확정기한에 해당한다. 투자유치 활동이 종료되어 투자금 유치가 불가능해지면 약정한 사실이 현실적으로 발생하지 않았더라도 매매대금의 이행기가 도래한다.
이 자료는 서권식 변호사가 실무를 처리하면서 참조한 판례를 바탕으로, 실무상 유의할 점에 주안점을 두고 법리적 쟁점을 정리한 것입니다.
주요 판례·법령 2001다41766, 2002다6753, 2000다5336, 2010다83755

판결번호

대전고등법원 2024. 6. 19. 선고 (청주)2023나52103 판결〔매매대금〕
※ 홈페이지 게시자 직접 확인

제1심판결

청주지방법원 충주지원 2023. 8. 10. 선고 2022가합5802 판결〔매매대금〕
※ 홈페이지 게시자 직접 확인
상고심
대법원에서 심리불속행 기각되어 위 항소심판결이 그대로 확정되었다.

관련판례

관련법령

사실관계

피고 주식회사 B는 2020년 8월 5일 설립된 회사이고, 제1심 공동피고 C은 피고 회사의 사내이사이다. 투자유치 업무를 담당한 D은 C의 남편이자 주식회사 F의 대표이사였다.
2019년 10월 10일 대상회사인 주식회사 E와 F 사이에 투자유치 용역계약이 체결되었다. F가 담당하기로 한 업무는 다음과 같았다.
  • 원고가 보유한 대상회사 구주의 매각
  • 신주 유상증자를 통한 투자유치
  • 투자자 물색
  • 거래구조 및 계약조건 협의
  • 최종 거래종결을 위한 지원
용역계약의 기간은 계약체결일부터 12개월로 정하되, 당사자들의 합의로 연장할 수 있도록 하였다.
2020년 10월 22일 원고는 피고 회사에 대상회사 발행주식 12,700주를 주당 15,000원, 총 190,500,000원에 매도하는 제1차 주식매매계약을 체결하였다.
2021년 1월 6일 대상회사는 D이 소개한 투자자 G과 제1차 투자가액 10억 원에서 20억 원 내외, 제1차 투자기한 2021년 1월 22일 등으로 정한 투자확약서를 작성하였다.
2021년 2월 1일 원고는 다시 피고 회사에 대상회사 발행주식 5,300주를 주당 25,000원, 총 132,500,000원에 매도하는 제2차 주식매매계약을 체결하였다.
원고는 각 계약 체결일 다음 날 합계 18,000주를 피고 회사가 지정한 증권계좌에 이체하여 주식 양도의무를 모두 이행하였다.
그런데 각 주식매매계약 제4조는 매매대금 지급시기를 다음과 같이 정하였다.
피고 회사는 본 인수계약 체결 후 인수대금을 원고 소유의 은행계좌로 대상 주식 발행회사 신주(유상증자) 투자금이 집행된 후 3영업일 이내 입금하기로 한다.
이후 D 또는 F의 투자유치 활동을 통한 유상증자는 성사되지 않았다. 대상회사와 F 사이의 투자유치 용역계약도 투자유치를 성사시키지 못한 채 종료되었다.
그럼에도 피고 회사는 유상증자 투자금이 집행되지 않았으므로 계약에서 정한 매매대금 지급기한도 도래하지 않았다고 주장하며 미지급 매매대금 259,500,000원을 지급하지 않았다.

쟁점

이 사건의 핵심은 주식매매계약 제4조의 “대상회사 신주 유상증자 투자금이 집행된 후 3영업일 이내”라는 문구의 법적 성격이다.
구체적으로 다음 두 가지가 문제 되었다.
  • 유상증자 투자금의 집행이 매매대금채무의 발생 여부를 결정하는 정지조건인지, 이미 발생한 채무의 이행시기를 정한 불확정기한인지
  • 불확정기한으로 정한 투자금 집행이 현실적으로 이루어지지 않았더라도 투자유치 활동이 종료된 경우 이행기가 도래하는지
불확정기한에 관한 법리
당사자가 장래 발생 여부 또는 발생시기가 확정되지 않은 사실이 발생한 때를 채무의 이행기로 정한 경우 이는 불확정기한에 해당한다.
불확정기한은 당사자가 그 사실의 발생 여부와 관계없이 채무 자체는 이행되어야 한다고 예정하면서, 다만 그 사실이 발생할 때까지 이행시기만 유예한 경우이다.
이러한 경우 채무의 이행기는 다음 중 어느 하나의 시점에 도래한다.
  • 불확정한 사실이 실제로 발생한 때
  • 불확정한 사실의 발생이 불가능하게 된 때
따라서 약정한 사실이 현실적으로 발생하지 않았다는 이유만으로 채무의 이행기가 영구히 도래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그 사실이 더 이상 발생할 수 없게 되었다면 기한을 정하여 이행을 유예한 전제가 소멸하므로 채무자는 본래의 급부를 이행해야 한다.

제1심 판단

제1심은 계약 문언뿐 아니라 계약 체결의 동기와 경위 및 당사자들의 의사를 종합하여 매매대금 지급약정을 해석하였다.
원고와 피고 회사 모두 이 사건 주식매매계약이 D의 투자유치 활동과 관련하여 체결되었다는 점을 인정하였다. 이에 따라 계약 제4조의 “대상회사 신주 유상증자 투자금 집행”은 일반적인 유상증자가 아니라, D 또는 F의 투자유치 활동으로 제3자가 유상증자에 참여하여 신주인수대금을 대상회사에 지급하는 것을 의미한다고 보았다.
제1심은 이를 매매대금채무의 발생요건인 정지조건이 아니라, 이미 성립한 매매대금채무의 이행시기를 유예하는 불확정기한으로 판단하였다.
원고는 주식 18,000주를 피고 회사에 모두 이전하였다. 이러한 상황에서 투자유치가 성사되지 않으면 피고 회사가 매매대금을 영구히 지급하지 않아도 된다고 해석하는 것은 주식매매계약의 목적과 당사자의 의사에 부합하지 않는다.
따라서 당사자들은 투자유치의 성사를 매매대금채무의 존부를 결정하는 조건으로 정한 것이 아니라, 매매대금을 언제 지급할 것인지에 관한 기한으로 정한 것으로 보아야 한다.
투자유치 실패와 불확정기한의 도래
제1심은 D 또는 F의 투자유치 활동으로 투자금이 실제 집행되지는 않았지만, 다음 사정을 근거로 불확정기한의 도래를 인정하였다.
  • F는 투자유치 용역계약에 따라 대상회사의 투자유치를 담당하였다.
  • D이 소개한 투자자와 투자확약서까지 작성되었으나 실제 투자는 이루어지지 않았다.
  • F의 투자유치 활동으로 인한 투자금 유치는 끝내 성사되지 않았다.
  • 대상회사와 F 사이의 투자유치 용역계약은 종료되었다.
  • D이나 F가 대상회사를 위하여 투자유치 활동을 계속하고 있다고 인정할 자료가 없었다.
결국 당사자들이 불확정기한으로 정한 “D 또는 F의 투자유치 활동에 따른 제3자의 신주인수대금 지급”은 더 이상 발생할 수 없게 되었다.
제1심은 불확정한 사실이 실제로 발생한 경우뿐 아니라 그 사실의 발생이 불가능하게 된 경우에도 이행기가 도래한다는 법리에 따라, 피고 회사의 매매대금 지급기한이 도래하였다고 판단하였다.
이에 따라 피고 회사에 미지급 매매대금 259,500,000원 및 2023년 2월 3일부터 다 갚는 날까지 연 12%의 지연손해금을 지급하라고 명하였다.
다만 제1심 공동피고 C에 대해서는 회사의 대표자가 회사 채무를 당연히 부담하지 않고, D이 C을 대리하여 개인적인 지급책임을 부담하기로 약정하였다는 증거도 부족하다는 이유로 청구를 기각하였다.

항소심 판단

피고 회사는 항소심에서 D 또는 F가 여전히 대상회사를 위하여 투자유치 활동을 하고 있고, 변경된 경영진과도 업무상 연락과 협조를 계속하고 있다고 주장하였다.
따라서 제3자가 유상증자를 통하여 대상회사에 신주인수대금을 지급할 가능성이 여전히 존재하므로, 불확정기한으로 정한 사실의 발생이 불가능해졌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 주장하였다.
그러나 항소심은 다음과 같이 판단하였다.
대상회사와 F 사이의 투자유치 용역계약은 F가 투자유치를 성사시키지 못한 상태에서 이미 종료되었다. F가 이후에도 대상회사를 위하여 투자유치 용역을 제공하고 있다는 피고 회사의 주장을 뒷받침할 자료도 없었다.
따라서 불확정기한으로 정한 사실의 발생은 이미 불가능하게 되었고, 이에 따라 주식매매대금 지급의무의 이행기도 도래하였다.
항소심은 제1심판결을 그대로 유지하고 피고 회사의 항소를 기각하였다.
대법원 확정
피고 회사가 항소심판결에 대하여 상고하였으나, 대법원은 심리불속행으로 상고를 기각하였다. 이에 따라 피고 회사가 원고에게 미지급 주식매매대금 259,500,000원과 지연손해금을 지급하여야 한다는 항소심판결이 확정되었다.

결론

이 사건은 투자유치나 제3자의 자금조달처럼 그 성사 여부와 시기가 확정되지 않은 사실을 대금 지급시기와 연계한 약정의 해석기준을 보여준다.
약정한 사실이 발생해야만 채무가 성립한다고 볼 특별한 사정이 없다면, 이러한 문구는 채무의 발생조건보다 이미 성립한 채무의 이행시기를 정한 불확정기한으로 해석할 수 있다.
특히 채권자가 자신의 반대급부인 주식 양도를 모두 이행한 상태에서 투자유치 실패의 위험까지 부담하기로 하였다고 볼 명확한 문언이 없다면, 투자유치가 성사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매수인의 대금 지급의무 자체를 부정하기 어렵다.
투자유치 용역계약이 종료되고 투자유치 활동도 더 이상 계속되지 않아 약정한 사실의 발생이 불가능해졌다면, 그 시점에 불확정기한이 도래하여 매수인은 매매대금을 지급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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