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탁자는 법률상 소유자가 되지만, 신탁계약의 내부적 내용까지 제3자에게 대항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부동산신탁이 설정되고 수탁자 앞으로 신탁을 원인으로 한 소유권이전등기가 마쳐지면, 대내외적으로 해당 부동산의 소유권은 수탁자에게 완전히 이전됩니다. 수탁자는 단순히 위탁자의 명의를 대신 보유하는 사람이 아니라 신탁부동산의 법률상 소유자가 되고, 원칙적으로 소유권에 기한 사용·수익·처분권과 방해배제청구권 및 반환청구권을 행사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수탁자가 법률상 소유자라는 것과 신탁계약의 모든 내용을 제3자에게 주장할 수 있다는 것은 별개의 문제입니다. 최근 대법원은 대법원 2025. 2. 13. 선고 2022다233164 판결과 대법원 2025. 3. 13. 선고 2023다296643 판결을 통하여, 현행 신탁법상 신탁등기의 대항력이 미치는 범위를 명확하게 제한하였습니다.
부동산신탁이 설정되고 수탁자 앞으로 신탁을 원인으로 한 소유권이전등기가 마쳐지면, 대내외적으로 해당 부동산의 소유권은 수탁자에게 완전히 이전됩니다. 수탁자는 단순히 위탁자의 명의를 대신 보유하는 사람이 아니라 신탁부동산의 법률상 소유자가 되고, 원칙적으로 소유권에 기한 사용·수익·처분권과 방해배제청구권 및 반환청구권을 행사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수탁자가 법률상 소유자라는 것과 신탁계약의 모든 내용을 제3자에게 주장할 수 있다는 것은 별개의 문제입니다. 최근 대법원은 대법원 2025. 2. 13. 선고 2022다233164 판결과 대법원 2025. 3. 13. 선고 2023다296643 판결을 통하여, 현행 신탁법상 신탁등기의 대항력이 미치는 범위를 명확하게 제한하였습니다.
1. 부동산신탁에서 수탁자는 법률상 소유자가 된다
신탁이란 위탁자가 수탁자에게 특정 재산을 이전하고, 수탁자가 신탁목적에 따라 그 재산을 관리·처분하도록 하는 법률관계입니다. 부동산에 관하여 신탁계약이 체결되고 수탁자 앞으로 소유권이전등기가 마쳐지면, 부동산의 소유권은 대내외적으로 수탁자에게 이전됩니다.
따라서 수탁자는 신탁부동산의 법률상 소유자로서 원칙적으로 다음과 같은 권리를 가집니다.
신탁부동산을 관리·처분할 권한
민법 제213조에 따른 소유물반환청구권
민법 제214조에 따른 방해제거·방해예방청구권
신탁목적 달성에 필요한 재판상·재판 외의 권리행사
위탁자는 신탁등기가 마쳐진 후에는 더 이상 신탁부동산의 소유자가 아닙니다. 신탁계약에서 위탁자가 부동산을 계속 점유·사용하거나 임대차관계를 관리하기로 정하였더라도, 그러한 약정만으로 위탁자에게 대외적인 소유권이 남는 것은 아닙니다.
다만 수탁자가 신탁부동산의 법률상 소유자가 되었다고 하여, 위탁자와 수탁자 사이의 신탁계약 내용 전체가 제3자에게 대항력을 가지는 것은 아닙니다.
2. 신탁등기로 대항할 수 있는 것은 ‘신탁재산의 구성’에 관한 사항이다
현행 신탁법 제4조 제1항은 다음과 같이 규정합니다.
“등기 또는 등록할 수 있는 재산권에 관하여는 신탁의 등기 또는 등록을 함으로써 그 재산이 신탁재산에 속한 것임을 제3자에게 대항할 수 있다.”
대법원은 이 조항을 신탁등기가 이루어지면 해당 재산이 수탁자의 고유재산과 독립된 신탁재산을 구성한다는 점을 제3자에게 대항할 수 있다는 의미로 해석합니다.
따라서 신탁등기로 제3자에게 대항할 수 있는 핵심 내용은 다음과 같습니다.
해당 부동산이 수탁자의 고유재산이 아니라 신탁재산이라는 점
신탁재산이 수탁자의 다른 재산과 구별되어 독립성을 가진다는 점
신탁재산이 수탁자의 일반채권자에 대한 책임재산과 원칙적으로 구별된다는 점
반면 위탁자와 수탁자 사이에서 정한 다음과 같은 사항은 원칙적으로 신탁재산의 구성에 관한 사항이 아닙니다.
신탁부동산의 점유·사용·관리업무를 누가 담당하는지
관리비·세금·공과금 등 각종 비용을 누가 부담하는지
기존 임대차계약을 누가 관리하는지
임료를 누가 수령하는지
임대차보증금 반환채무를 누가 부담하는지
명도업무와 그 비용을 누가 부담하는지
위탁자와 수탁자 사이에서 권한과 책임을 어떻게 분담하는지
이러한 사항은 원칙적으로 위탁자와 수탁자 사이의 내부적 법률관계에 해당합니다.
3. 신탁원부가 등기기록의 일부가 되어도 결론은 달라지지 않는다
부동산등기법 제81조 제3항에 따라 신탁원부는 등기기록의 일부로 봅니다. 그러나 신탁원부가 등기기록의 일부가 된다는 사실과 신탁원부에 기재된 모든 신탁계약 내용이 제3자에 대한 대항력을 가진다는 것은 서로 다른 문제입니다.
대법원은 신탁계약 내용이 신탁원부에 기재되어 등기기록의 일부가 되더라도,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신탁재산의 구성에 관한 사항 외에는 제3자에게 대항할 수 없다고 판시하였습니다.
즉 신탁원부의 기재는 신탁계약 내용을 외부에 공시하는 기능을 가지지만, 그 기재만으로 신탁계약의 내부적 권한·의무 배분에 실체법상 대항력이 부여되는 것은 아닙니다.
이를 간명하게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신탁원부에 기재되어 있다는 것은 해당 내용이 공시되었다는 의미일 뿐, 그 내용 전부가 제3자의 권리를 제한하거나 제3자에 대한 의무를 면하게 하는 대항력을 가진다는 의미는 아니다.
4. 대법원 2022다233164 판결-수탁자는 내부적 비용부담 약정으로 관리단에 대항할 수 없다
대법원 2025. 2. 13. 선고 2022다233164 판결은 집합건물의 관리단이 담보신탁의 수탁자를 상대로 체납관리비를 청구한 사건입니다.
신탁계약에서는 신탁부동산의 보존·유지·수선 등 관리조치와 관리비·세금·공과금 등의 비용을 위탁자가 부담하기로 정하였고, 그 내용은 신탁원부에 기재되어 있었습니다.
원심은 이를 근거로 수탁자가 관리단에 대하여 관리비 부담주체는 위탁자라고 대항할 수 있다고 판단하였습니다.
그러나 대법원은 원심판결을 파기하였습니다.
대법원은 신탁계약에서 관리비 납부의무를 위탁자가 부담한다고 정하였고 그 내용이 신탁원부에 기재되었더라도, 수탁자는 그 약정을 제3자인 관리단에게 대항할 수 없다고 판시하였습니다. 관리비 부담주체에 관한 약정은 신탁재산의 구성에 관한 사항이 아니라 위탁자와 수탁자 사이의 내부적 비용분담에 관한 사항이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수탁자의 관리비 지급의무는 신탁계약이 아니라 다음과 같은 외부의 실체법적 법률관계에 따라 판단해야 합니다.
관리비의 법적 성격
집합건물법상 구분소유자의 책임
관리단 규약의 내용
관리비가 공용부분 관리비인지 전유부분 관리비인지
관리비 발생 당시의 소유관계
다만 이 판결은 수탁자가 모든 관리비를 반드시 부담한다고 확정한 것은 아닙니다. 신탁계약상 위탁자가 관리비를 부담하기로 하였다는 사정만으로는 수탁자의 책임을 부정할 수 없고, 수탁자의 책임 여부를 외부 법률관계에 따라 다시 판단해야 한다는 취지입니다.
5. 대법원 2023다296643 판결-인도청구도 신탁계약이 아니라 외부 법률관계에 따라 판단해야 한다
대법원 2025. 3. 13. 선고 2023다296643 판결은 위 법리를 신탁부동산의 인도청구에 적용한 사건입니다.
상가건물 임차인은 임차목적물을 인도받고 사업자등록을 마쳐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상 대항요건을 갖추고 있었습니다. 그 후 부동산을 매수한 원고들은 신탁회사와 담보신탁계약을 체결하고 수탁자 앞으로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쳤습니다.
신탁계약에는 다음과 같은 내용이 정해져 있었습니다.
위탁자가 신탁부동산을 계속 점유·사용하고 관리한다.
기존 임대차계약은 신탁 후에도 유효하다.
임료는 위탁자가 계속 수령한다.
임대차계약 종료 시 보증금반환채무는 위탁자가 부담한다.
위탁자가 기존 임대차계약을 관리한다.
위탁자인 원고들은 이러한 신탁계약을 근거로 자신들이 여전히 임대차계약을 관리하고 임대인의 권리를 행사할 수 있다고 주장하면서 임차인에게 건물인도를 청구하였습니다.
원심은 위탁자들의 인도청구를 인용하였으나, 대법원은 이를 파기하였습니다.
대법원은 신탁계약상 위탁자가 임대차를 관리하고 보증금반환채무를 부담하기로 정하였더라도, 그 내부적 약정으로 임차인에게 대항할 수 없다고 판단하였습니다. 인도청구의 당부는 신탁계약상 권한배분이 아니라 다음과 같은 외부 법률관계에 따라 판단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임차인이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상 대항력을 갖추었는지
수탁자가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침으로써 임대인 지위를 승계하였는지
그 결과 위탁자가 임대인 지위를 상실하였는지
위탁자에게 임차인을 상대로 인도를 청구할 실체법상 지위가 남아 있는지
수탁자가 임대인 지위를 법정승계하였다면, 위탁자가 신탁계약에 따라 임대차를 관리하기로 하였다는 내부적 약정만으로 임대인의 권리를 행사할 수는 없습니다.
특히 이 사건의 인도청구자는 수탁자가 아니라 위탁자였다는 점에 유의해야 합니다. 대법원은 위탁자가 신탁계약상의 관리권한을 근거로 제3자인 임차인에게 인도를 청구할 수 있다는 원심의 논리를 배척하였습니다.
6. 수탁자의 소유권과 신탁계약의 대항력은 구별되어야 한다
두 판결을 정확하게 이해하려면 다음 세 가지 법률관계를 구별해야 합니다.
첫째, 소유권의 귀속입니다.
신탁등기가 마쳐지면 수탁자는 신탁부동산의 법률상 소유자가 됩니다. 수탁자의 소유권은 단순한 형식적 명의가 아니라 대내외적으로 완전한 소유권입니다.
둘째, 신탁재산의 독립성입니다.
신탁등기를 통해 해당 부동산이 수탁자의 고유재산과 구별되는 신탁재산이라는 점을 제3자에게 대항할 수 있습니다.
셋째, 신탁계약의 내부적 내용입니다.
위탁자와 수탁자가 관리업무, 비용부담, 임대차관리, 보증금반환, 명도업무 등을 어떻게 분담하였는지는 원칙적으로 신탁관계 내부의 문제입니다. 그 내용이 신탁원부에 기재되어 있어도 그것만으로 제3자의 권리를 제한하거나 제3자에 대한 책임을 면할 수 없습니다.
따라서 다음 명제는 동시에 성립합니다.
수탁자는 신탁부동산의 법률상 소유자이다. 그러나 수탁자는 신탁계약에서 특정 업무나 비용을 위탁자가 부담하기로 하였다는 이유만으로 제3자에 대한 책임을 당연히 부정할 수 없다.
마찬가지로 위탁자도 다음과 같이 주장할 수 없습니다.
신탁계약에서 자신이 임대차관리를 담당하거나 임대인의 권리를 행사하기로 하였으므로, 소유권과 임대인 지위의 변동에 관계없이 제3자에게 그 권한을 행사할 수 있다.
7. 제3자와의 권리·의무는 신탁 외부의 실체법률관계에 따라 판단한다
두 판결이 공통으로 강조한 핵심은 신탁계약과 외부 법률관계의 구별입니다.
위탁자와 수탁자 사이에서 어떠한 비용을 누가 부담하고 어떠한 업무를 누가 수행하기로 하였는지는 그들 사이에서는 유효합니다. 그러나 그러한 약정만으로 신탁관계 밖의 제3자의 권리·의무가 창설·변경·소멸하는 것은 아닙니다.
제3자와의 관계에서는 다음과 같은 외부 법률관계에 따라 권리·의무를 판단해야 합니다.
집합건물법과 관리단 규약
주택임대차보호법 또는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
매매계약과 임대차계약
계약인수 및 채무인수
동시이행관계
제3자가 취득한 대항력이나 점유권원
소유권 또는 임대인 지위의 승계
따라서 신탁계약은 외부 법률관계를 판단하는 사실관계의 하나가 될 수는 있지만, 신탁계약 자체가 제3자와의 권리·의무를 결정하는 직접적인 근거가 되는 것은 아닙니다.
8. 구 신탁법과 현행 신탁법의 차이
구 신탁법 제3조 제1항은 “신탁은 그 등기 또는 등록을 함으로써 제3자에게 대항할 수 있다”고 규정하였습니다.
반면 현행 신탁법 제4조 제1항은 “그 재산이 신탁재산에 속한 것임을 제3자에게 대항할 수 있다”고 규정합니다.
대법원은 이러한 문언의 변경에 실질적인 의미를 부여하였습니다. 현행법은 신탁계약 전체의 대항력이 아니라 해당 재산이 신탁재산을 구성한다는 점에 대항력을 부여한다는 것입니다.
이에 따라 구 신탁법이 적용된 판례에서 신탁원부에 기재된 비용부담이나 권한배분을 제3자에게 대항할 수 있다고 판단하였더라도, 그 판례를 현행 신탁법 적용사건에 그대로 원용할 수 없습니다.
대법원 2022다233164 판결과 2023다296643 판결은 모두 이 점을 명시적으로 확인하였습니다.
9. 두 판결의 법리적 의의
대법원 2022다233164 판결은 신탁등기의 대항력 범위에 관한 일반법리를 확립하였습니다.
신탁등기의 대항력은 원칙적으로 신탁재산의 구성에 관한 사항에 한정되고, 신탁원부에 기재된 내부적 비용부담 약정에는 제3자에 대한 대항력이 없다.
대법원 2023다296643 판결은 위 일반법리를 부동산 인도청구에 적용하였습니다.
신탁부동산의 인도청구에서도 신탁계약상 내부적 관리권한이 아니라 임차인의 대항력과 임대인 지위의 승계 등 외부의 실체법률관계에 따라 청구권의 존부를 판단해야 한다.
두 판결은 수탁자나 제3자 중 어느 한쪽을 일률적으로 보호하는 판례가 아닙니다. 대법원이 제시한 판단기준은 중립적입니다.
신탁계약의 내부적 약정을 근거로 결론을 정하지 말고, 제3자와 사이에 형성된 외부의 실체법률관계에 따라 권리·의무와 인도청구의 당부를 판단하라.
10. 결론
부동산신탁에서 수탁자는 신탁등기를 통하여 신탁부동산의 법률상 소유자가 됩니다. 따라서 수탁자는 원칙적으로 소유권에 기한 관리·처분권과 반환청구권을 행사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수탁자의 법률상 소유권과 신탁계약 내용의 제3자에 대한 대항력은 구별해야 합니다.
신탁등기로 제3자에게 대항할 수 있는 것은 원칙적으로 해당 부동산이 수탁자의 고유재산과 구별되는 신탁재산이라는 점입니다. 신탁계약에서 관리업무, 비용부담, 임대차관리, 보증금반환 또는 명도업무를 위탁자가 부담하기로 정하였고 그 내용이 신탁원부에 기재되었더라도, 그러한 내부적 약정만으로 제3자에게 대항할 수는 없습니다.
따라서 수탁자가 법률상 소유자라는 이유만으로 제3자의 모든 권리나 항변이 배제되는 것도 아니고, 신탁계약에서 위탁자가 특정 업무나 비용을 부담하기로 하였다는 이유만으로 수탁자가 제3자에 대한 책임을 면하는 것도 아닙니다.
결국 제3자와의 관계에서 수탁자 또는 위탁자가 어떠한 권리를 행사하고 의무를 부담하는지는 신탁계약 자체가 아니라, 관리비의 성격, 임차인의 대항력, 임대인 지위의 승계, 매매계약, 채무인수 및 동시이행관계 등 신탁 외부의 실체법률관계에 따라 판단하여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