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사용자의 근로자에 대한 보호의무 위반으로 인한 손해배상채무의 소멸시효

핵심 결론 양배추 적재 중 깨진 팰릿에 발목이 끼여 다친 근로자의 사용자 보호의무 위반 손해배상청구에는 상사시효가 아닌 10년의 민사시효가 적용된다.
이 자료는 서권식 변호사가 실무를 처리하면서 참조한 판례를 바탕으로, 실무상 유의할 점에 주안점을 두고 법리적 쟁점을 정리한 것입니다.
주요 판례·법령 2018다270876, 2017다271292, 2004다44506, 2004다22742

핵심정리

판결번호

대법원 2021. 8. 19. 선고 2018다270876 판결 ― 파기환송
재판 경과
※ 위 하급심 및 제1차 환송판결은 법제처 사이트에서 독립된 판결문이 확인되지 않아 링크를 표시하지 않았다.

관련판례

관련법령

사실관계

피고는 인천에서 농산물 도매업을 운영하는 상인이었다. 피고는 2007년 2월 13일경 원고와 근로계약을 체결하였다.
원고는 2007년 12월 14일 오후 1시경 피고의 사업장에서 양배추를 팰릿 위에 쌓는 작업을 하고 있었다.
작업 중 원고가 미끄러지면서 오른쪽 발목이 팰릿의 깨진 부분에 끼는 사고가 발생하였다. 원고는 이 사고로 우측 후경골건염과 부분파열 등의 상해를 입었다.
치료 및 추가상병
원고는 2008년 1월 4일과 같은 해 8월 18일 사고로 발생한 상해에 관하여 수술을 받았다.
원고는 2008년 10월 10일경 근로복지공단에 요양급여를 신청하였다.
이후 원고는 2011년 10월 26일경 상해로 인한 피부 손상을 치료하기 위해 피부이식술을 받았다. 그런데 피부이식술 이후 우측 비골신경 손상이 추가로 발생하였다.
원고는 이를 이유로 근로복지공단에 추가상병을 신청하여 승인받았다.
손해배상청구의 법적 근거
원고는 산업재해보험급여와 별도로 피고를 상대로 민사상 손해배상을 청구하였다.
그 법적 근거로 사용자인 피고가 작업장에 깨진 팰릿이 방치되지 않도록 점검·교체하는 등 안전한 작업환경을 마련할 근로계약상 보호의무를 위반했다고 주장하였다.
이 사건에서는 피고의 행위를 불법행위로 구성하는 경우와 근로계약상 보호의무 위반이라는 채무불이행으로 구성하는 경우의 소멸시효가 달라질 수 있다는 점이 중요하였다.

핵심쟁점

  1. 사용자가 근로계약에 수반하여 근로자의 생명·신체·건강을 보호할 의무를 부담하는가?
  2. 사용자가 상인인 경우 근로계약도 상법 제47조의 보조적 상행위에 해당하는가?
  3. 근로계약이 보조적 상행위라면 보호의무 위반 손해배상청구권에도 상법 제64조의 5년 소멸시효가 적용되는가?
  4. 보호의무 위반 손해배상청구권에는 민법상 10년의 채권 소멸시효가 적용되는가?
사용자의 근로계약상 보호의무
사용자는 근로계약에 따라 임금을 지급하는 의무만 부담하는 것이 아니다.
근로자가 사용자의 지휘·관리 아래에서 노무를 제공하는 과정에서 생명·신체·건강을 해치는 일이 없도록 필요한 조치를 취할 신의칙상 보호의무를 부담한다.
보호의무에는 다음과 같은 조치가 포함될 수 있다.
  • 안전한 작업장과 작업공간의 확보
  • 작업설비·도구·자재의 점검과 정비
  • 위험요소의 제거 또는 방호조치
  • 적절한 작업방법의 지시와 감독
  • 필요한 안전교육과 보호장비의 제공
사용자가 이러한 인적·물적 환경을 정비하지 않아 근로자가 손해를 입으면, 근로계약상 부수의무 위반을 이유로 민법 제390조에 따른 손해배상책임을 부담한다.
근로계약의 보조적 상행위성
상인이 영업을 위해 근로자를 고용하는 행위는 영업을 보조하기 위한 것이므로 상법 제47조의 보조적 상행위에 해당할 수 있다.
그러나 근로계약이 보조적 상행위에 해당한다는 사실만으로 그 계약과 관련하여 발생하는 모든 채권에 일률적으로 5년의 상사시효가 적용되는 것은 아니다.
각 채권의 발생 원인과 보호법익, 법률관계의 성질을 별도로 살펴야 한다.
상사시효의 취지
상법 제64조가 상행위로 발생한 채권에 5년의 단기소멸시효를 적용하는 이유는 상거래의 다음과 같은 특성 때문이다.
  • 거래가 대량·반복적으로 이루어지는 점
  • 거래 내용이 정형화되어 있는 점
  • 거래관계를 신속하게 확정할 필요가 있는 점
그러나 산업재해로 침해된 근로자의 생명·신체·건강에 관한 손해배상 관계는 일반적인 상거래채권과 성격이 다르다.
이는 반복적이고 정형적인 상거래의 결제관계가 아니라 근로자의 신체 침해로 발생한 손해를 전보하기 위한 법률관계이다.
따라서 상거래와 같이 신속하게 법률관계를 확정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

원심판단

제1차 파기환송심은 사용자인 피고가 상인이고, 피고가 영업을 위해 원고와 체결한 근로계약이 보조적 상행위에 해당한다고 판단하였다.
이를 근거로 근로계약상 보호의무 위반으로 발생한 손해배상청구권에도 상법 제64조의 5년 소멸시효가 적용된다고 보았다.
원심은 이미 5년의 소멸시효가 완성되었다는 이유로 원고가 추가한 근로계약상 보호의무 위반 손해배상청구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대법원의 판단

대법원은 근로계약 자체가 보조적 상행위에 해당할 수 있다는 점과 그 보호의무 위반 손해배상청구권에 적용되는 소멸시효는 별개의 문제라고 판단하였다.
근로계약상 보호의무 위반으로 인한 손해배상청구권은 다음과 같은 특성을 갖는다.
  • 근로자의 생명·신체·건강 침해를 전제로 한다.
  • 침해로 발생한 손해의 전보를 목적으로 한다.
  • 대량·반복적으로 발생하는 정형적인 상거래채권이 아니다.
  • 상거래채권처럼 단기간에 법률관계를 확정할 필요성이 크지 않다.
따라서 사용자가 상인이고 근로계약이 보조적 상행위에 해당하더라도, 보호의무 위반 손해배상청구권에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민법 제162조 제1항의 10년 소멸시효가 적용된다.
불법행위책임과 계약책임의 구별
하나의 산업재해에 대해 사용자의 책임은 다음 두 가지로 구성할 수 있다.
  • 불법행위책임: 사용자의 과실로 근로자의 신체를 침해했다는 구성
  • 계약책임: 근로계약상 안전한 작업환경을 마련할 보호의무를 위반했다는 구성
불법행위에 따른 손해배상청구권에는 민법 제766조가 적용되므로, 피해자가 손해와 가해자를 안 날부터 3년의 단기소멸시효가 문제 된다.
반면 근로계약상 보호의무 위반에 따른 손해배상청구권에는 이 판결에 따라 원칙적으로 10년의 민사소멸시효가 적용된다.
따라서 불법행위책임의 3년 시효가 완성되었더라도, 근로계약상 보호의무 위반에 따른 계약책임의 10년 시효가 아직 완성되지 않았다면 계약책임에 기초한 손해배상청구가 가능할 수 있다.

결론

대법원은 근로계약상 보호의무 위반 손해배상청구권에 5년의 상사시효가 적용된다고 본 원심판결을 파기하였다.
사건은 사용자의 보호의무 위반 여부와 구체적인 손해배상 범위 등을 다시 심리하도록 인천지방법원에 환송되었다.
따라서 이 판결은 사용자의 손해배상책임과 배상액을 최종 확정한 판결이 아니라, 원고의 계약상 손해배상청구가 5년의 상사시효로 소멸하지 않았음을 밝힌 파기환송판결이다.

판결의 의의

상인이 체결한 근로계약이 보조적 상행위라고 하더라도 근로계약에서 발생하는 모든 채권에 상사시효가 적용되는 것은 아니다.
대법원은 소멸시효기간을 정할 때 계약의 외형보다 해당 채권이 보호하려는 법익과 법률관계의 실질을 살펴야 한다고 보았다.
특히 근로자의 생명·신체·건강 침해로 인한 손해배상청구를 일반 상거래채권과 동일하게 취급하지 않고 10년의 민사시효를 적용함으로써, 산업재해 피해 근로자의 계약상 손해배상청구 가능성을 확대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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