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회사의 위약벌 약정이 무효인 경우 대주주·대표이사의 개인책임

핵심 결론 회사가 특정 투자자에게 투자원금과 가산금의 회수를 보장한 약정은 주주평등 원칙에 반하여 무효입니다. 그러나 대주주·대표이사가 동일한 지급의무를 독립적으로 부담했다면 회사 채무의 무효와 관계없이 개인책임이 인정될 수 있습니다.
이 자료는 서권식 변호사가 실무를 처리하면서 참조한 판례를 바탕으로, 실무상 유의할 점에 주안점을 두고 법리적 쟁점을 정리한 것입니다.
주요 판례·법령 2022다224986, 2018다9920, 2018다236241

관련 판례

대법원 2023. 7. 13. 선고 2022다224986 판결
대법원은 회사와 대주주·대표이사가 함께 투자계약의 당사자가 된 경우, 투자자와 회사 사이의 계약 및 투자자와 대표이사 개인 사이의 계약을 구분하여 판단해야 한다고 보았습니다.
회사의 위약벌 지급약정은 주주평등 및 자본충실 원칙에 반하여 무효이지만, 대표이사 개인이 부담한 채무에는 주주평등 원칙이 직접 적용되지 않습니다. 개인의 채무가 회사 채무에 부종하는 보증채무인지, 회사 채무와 별도로 부담한 독립적인 연대채무인지는 계약 전체의 내용과 체결 목적을 종합하여 판단해야 합니다.
대법원 2018. 9. 13. 선고 2018다9920·9937 판결
주주평등의 원칙은 주주가 회사와의 법률관계에서 보유주식 수에 따라 평등하게 취급되어야 한다는 원칙입니다. 회사가 특정 주주에게만 우월한 권리나 경제적 이익을 부여하는 약정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무효라고 판시하였습니다.
대법원 2020. 8. 13. 선고 2018다236241 판결
회사가 신주를 인수하는 투자자에게 주식인수대금 전액을 보전하거나 법정 배당 외에 별도의 수익을 지급하기로 한 약정은 특정 투자자에게 투하자본 회수를 절대적으로 보장하는 것이므로 무효라고 판단하였습니다.
이러한 약정은 투자자가 주주가 되기 전에 체결되었거나 신주인수계약과 별도로 체결되었더라도, 실질이 주주로서의 투자손실 보전에 있다면 효력이 없습니다.
위 판례들은 모두 국가법령정보센터에 독립된 판례 상세 페이지가 실제 존재하는 것을 확인하였습니다.

관련 법령

민법 제105조는 당사자가 임의규정과 다른 의사를 표시한 경우 그 의사에 따르도록 규정합니다. 다만 주주평등이나 자본충실 등 주식회사법의 강행적 원칙을 위반하는 계약까지 허용하는 것은 아닙니다.
민법 제428조는 보증인이 주채무자가 이행하지 않는 채무를 이행할 의무를 부담한다고 규정합니다. 보증채무는 원칙적으로 주채무의 존재와 효력에 종속됩니다.
민법 제430조는 주채무자에 대한 시효중단이 보증인에게 효력이 있음을 규정하는 등 보증채무의 부종성을 전제로 합니다.
상법 제369조 제1항은 1주마다 1개의 의결권을 인정하여 주주평등 원칙의 실정법상 근거를 이룹니다.
상법 제462조는 회사가 배당가능이익의 범위에서만 이익배당을 할 수 있도록 규정합니다.
상법 제464조는 이익배당을 원칙적으로 각 주주가 보유한 주식 수에 따라 하도록 규정합니다.
상법 제538조는 청산 시 잔여재산을 주식 수에 따라 주주에게 분배하도록 규정합니다.

사실관계

원고 투자자들과 주식회사 지에스피는 2015년 3월 3일 투자대상 회사가 발행하는 상환전환우선주를 인수하기로 하였습니다.
투자계약에는 투자대상 회사뿐만 아니라 그 회사의 대주주이자 대표이사인 피고 개인도 당사자로 참여하였습니다. 투자자들은 계약에 따라 회사에 주식인수대금을 납입하였습니다.
이후 지에스피는 자신이 인수한 상환전환우선주 15,000주 중 5,000주씩을 원고 3명에게 양도하였습니다. 회사와 피고는 이 원고들이 지에스피가 투자계약에 따라 보유하거나 부담하던 모든 권리와 의무를 승계하는 것에 동의하였습니다.
투자계약 제25조 제1항 제6호는 다음과 같은 취지로 규정되어 있었습니다.
투자자의 서면동의 없이 회사에 대한 회생절차 개시신청이 있거나 회생절차가 개시된 경우
회사와 피고가 연대하여 투자자에게 위약벌을 지급할 것
위약벌은 주식 1주당 취득가격과 발행일부터 상환일까지 연복리 10%를 적용한 가산금의 합계액으로 할 것
그런데 2019년 3월 6일 회사의 다른 주주가 투자자들의 서면동의를 받지 않고 회사에 대한 회생절차 개시신청을 하였습니다. 2019년 8월 19일 회사에 대한 회생절차가 실제로 개시되었습니다.
투자자들은 위 약정에 따라 회사의 대주주·대표이사였던 피고를 상대로 투자원금과 연복리 10%의 가산금에 해당하는 위약벌을 청구하였습니다.

원심의 판단

원심은 위약벌 약정이 회생절차 개시를 조건으로 투자자들에게 주식인수대금과 가산금 전액의 회수를 보장하는 약정이라고 판단하였습니다.
이러한 약정은 투자자들에게 다른 주주에게는 인정되지 않는 우월한 권리를 부여하므로 주주평등의 원칙에 반하여 무효라고 보았습니다.
원심은 피고 개인의 책임도 회사가 부담하는 위약벌 채무에 대한 연대보증책임에 불과하다고 해석하였습니다. 주채무인 회사의 위약벌 채무가 무효이므로 보증채무의 부종성에 따라 피고 개인의 채무도 존재하지 않는다고 판단하여 투자자들의 청구를 모두 기각하였습니다.

법리

1. 회사의 위약벌 지급약정은 무효

문제 된 약정은 회사가 직접 회생절차 개시신청을 한 경우뿐만 아니라 다른 주주나 채권자가 신청한 경우에도 적용되었습니다.
따라서 회사에 어떠한 귀책사유가 있는지, 회사가 투자계약을 위반했는지를 묻지 않고 회생절차가 개시되었다는 결과만으로 회사가 투자원금과 연복리 10%의 가산금을 지급해야 했습니다.
대법원은 이 약정의 실질을 투자자의 투하자본 회수를 절대적으로 보장하는 약정으로 평가하였습니다.
이는 다음과 같은 이유로 무효입니다.
특정 투자자에게만 투자원금 전액을 회수할 권리를 부여합니다.
일반 주주가 부담하는 사업 실패와 투자손실의 위험을 제거합니다.
배당가능이익이 없어도 회사 재산으로 사실상 출자금을 환급하게 합니다.
회사의 자본적 기초를 위태롭게 합니다.
다른 주주와 회사채권자의 이익을 침해할 수 있습니다.
주주가 채권자보다 후순위에서 위험을 부담한다는 주식회사 제도의 기본원칙을 훼손합니다.
따라서 회사가 부담한 위약벌 지급약정은 주주평등 원칙과 자본충실 원칙에 반하여 무효입니다. 회사의 다른 주주 전원이 약정에 동의했더라도 이를 유효하게 만들 수 없습니다.

2. 회사의 채무와 대표이사 개인의 채무는 구분해야 함

대법원은 하나의 투자계약서에 회사와 대주주·대표이사가 함께 서명했더라도 계약관계를 하나로 보아서는 안 된다고 판단하였습니다.
투자계약은 다음과 같이 나누어 볼 수 있습니다.
투자자와 회사 사이의 투자계약
투자자와 대주주·대표이사 개인 사이의 계약
개인이 회사의 채무를 담보하기 위해 체결한 보증계약
주주평등의 원칙은 회사가 주주를 차등하여 취급하는 것을 통제하는 원칙입니다. 따라서 투자자와 다른 주주 또는 대표이사 개인 사이의 법률관계에는 직접 적용되지 않습니다.
회사가 부담한 위약벌 약정이 무효라고 하더라도 개인이 자신의 재산으로 동일한 금액을 지급하기로 한 약정까지 당연히 무효가 되는 것은 아닙니다.

3. 연대보증채무와 독립적인 연대채무의 차이

대표이사가 부담한 채무가 단순한 연대보증채무라면 회사의 채무에 부종합니다. 따라서 주채무인 회사의 위약벌 채무가 무효이면 보증채무도 성립하지 않습니다.
반면 대표이사가 회사와 별도로 동일한 지급의무를 부담하기로 한 독립적인 연대채무라면 회사 채무의 무효는 개인 채무의 효력에 영향을 주지 않습니다.
양자를 구분할 때 계약서에 ‘연대하여 지급한다’ 또는 ‘연대책임을 부담한다’는 표현이 있다는 이유만으로 결론을 내려서는 안 됩니다. 계약의 문언, 체결 경위와 목적, 당사자의 진정한 의사 및 거래통념을 종합하여 판단해야 합니다.

4. 대표이사를 계약 당사자로 포함한 목적

대법원은 피고 개인을 투자계약의 당사자로 포함한 목적에 주목하였습니다.
첫째, 회사가 위약벌을 지급할 자력이 없게 되는 경우에도 대주주·대표이사의 개인재산을 통해 계약 이행을 확보하려는 목적이 있었습니다.
둘째, 회사의 투자금 반환 또는 위약벌 약정이 주주평등·자본충실 원칙에 반하여 무효가 될 위험에 대비하여, 대표이사 개인이 별도의 책임을 부담하게 하려는 목적도 있었던 것으로 보았습니다.
회사의 채무가 무효일 때 개인의 책임까지 당연히 소멸한다고 해석하면, 대주주·대표이사를 굳이 계약 당사자로 포함한 목적이 사라지게 됩니다.
따라서 회사의 약정이 무효이더라도 대표이사의 약정을 유효한 독립채무로 해석하는 것이 계약 체결의 동기와 목적에 더 부합한다고 보았습니다.

5. 계약서가 연대보증과 연대채무를 명확히 구별하고 있었음

문제 된 조항은 회사와 피고가 투자자들에게 ‘연대하여’ 일정 금액을 지급한다고만 규정했을 뿐, 피고가 회사의 채무를 연대보증한다고 명시하지 않았습니다.
반면 같은 투자계약의 다른 조항은 피고가 제3자의 주식매수의무를 부담하는 경우를 두고 명확하게 ‘연대보증한다’고 규정하고 있었습니다.
동일한 계약서가 어떤 경우에는 ‘연대하여 지급한다’고 정하고, 다른 경우에는 ‘연대보증한다’고 명확히 구별하였다면 양자를 동일한 보증채무로 해석하기 어렵습니다.
대법원은 이러한 문언상의 차이도 피고의 채무를 회사 채무와 독립한 연대채무로 해석할 수 있는 중요한 근거로 보았습니다.

6. 경영담당자인 대표이사의 직접적인 책임

피고는 회사의 대주주이자 대표이사로서 회사의 경영을 담당하였습니다. 회생절차 개시와 같은 중대한 경영상황에 대하여 투자자에게 정보를 제공하고 계약상 절차를 이행할 지위에 있었습니다.
대법원은 회사의 경영사정이 악화되어 다른 주주의 신청으로 회생절차가 개시된 경우에도, 계약에는 경영담당자인 피고 개인에게 책임을 묻고자 하는 취지가 포함되어 있다고 보았습니다.
따라서 피고의 채무는 회사 채무를 단순히 담보하는 종속적 채무라기보다 피고 자신의 계약상 지위와 경영책임에 기초한 독립채무라고 볼 여지가 컸습니다.

7. 대법원이 개인책임을 최종 확정한 것은 아님

대법원은 피고 개인이 반드시 위약벌 전액을 지급해야 한다고 최종 판단한 것은 아닙니다.
원심이 피고의 채무를 연대보증채무라고 단정하고 회사 채무의 무효를 이유로 개인책임까지 부정한 것이 잘못이라고 판단한 것입니다.
파기환송심에서는 다음 사항을 다시 심리해야 합니다.
피고의 지급의무가 독립적인 연대채무인지
개인의 채무가 발생하기 위한 계약상 조건이 충족되었는지
위약벌 약정이 민법 제103조의 공서양속에 반하는지
약정금액이 지나치게 과도한지
투자자들의 권리 승계가 적법하게 이루어졌는지
피고가 주장하는 다른 면책사유가 있는지

결론

대법원은 회사가 부담한 투자원금과 연복리 10% 가산금의 지급약정은 특정 투자자에게 투하자본의 절대적 회수를 보장하고 회사 자본으로 사실상 출자를 환급하는 것이므로 무효라고 판단하였습니다.
그러나 대주주·대표이사 개인의 지급약정에는 주주평등의 원칙이 직접 적용되지 않습니다. 계약의 문언과 체결 목적에 비추어 개인이 회사 채무와 별도로 동일한 내용의 연대채무를 부담한 것으로 해석될 여지가 큼에도 이를 단순한 연대보증으로 본 원심판단은 잘못이라고 보았습니다.
이에 대법원은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으로 환송하였습니다.
이 판결은 투자계약에 회사와 이해관계인을 함께 당사자로 포함하는 실무적 의미를 분명히 보여줍니다. 회사의 투자금 반환 또는 위약벌 약정이 회사법상 강행원칙에 위반되어 무효가 되더라도, 대주주·대표이사가 독립된 계약 당사자로서 부담한 채무는 별도로 유효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투자계약에서는 개인책임을 단순한 ‘연대보증’으로 규정하기보다, 회사 채무의 성립·효력이나 회사의 지급능력과 관계없이 대주주·대표이사가 자신의 독립적인 채무로 일정 금액을 지급한다는 점을 명확히 규정할 필요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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