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주 비거주자인 국내은행이 순수한 경제적 손해에 관한 소를 뉴욕에서 제기한 경우, 뉴욕 CPLR 202에 따라 청구는 뉴욕주와 청구권 발생지의 소멸시효를 모두 충족해야 한다. 경제적 손해의 발생지는 통상 원고의 주소지이므로, 대한민국에서 설립되고 주된 영업소를 둔 국내은행의 투자손실에는 한국의 단기소멸시효가 적용될 수 있다.
다만 한국 민법 제766조 제1항의 3년은 국내은행이 특정 피고의 위법행위·손해·인과관계를 현실적이고 구체적으로 인식하여 실제 청구를 제기할 수 있게 된 때부터 진행한다. 일반적인 금융위기 보도나 근거가 확인되지 않은 제3자의 소장만으로 그 인식을 단정할 수는 없다.
다만 한국 민법 제766조 제1항의 3년은 국내은행이 특정 피고의 위법행위·손해·인과관계를 현실적이고 구체적으로 인식하여 실제 청구를 제기할 수 있게 된 때부터 진행한다. 일반적인 금융위기 보도나 근거가 확인되지 않은 제3자의 소장만으로 그 인식을 단정할 수는 없다.
사건
미국 제2연방항소법원 2015. 4. 22. 결정
Woori Bank v. Citigroup Global Markets, Inc., No. 14-3329-cv
Summary Order, judgment vacated and remanded
Woori Bank v. Citigroup Global Markets, Inc., No. 14-3329-cv
Summary Order, judgment vacated and remanded
이 결정은 제2연방항소법원의 비선례적 요약결정(summary order)이다. 다만 2007. 1. 1. 이후 선고된 요약결정이므로 연방항소절차규칙 제32.1조 및 제2연방항소법원 지역규칙 제32.1.1에 따라 인용할 수 있다.
1. 뉴욕주의 차용시효법
가. 준거법 선택과 소멸시효 판단의 구별
이 사건은 국내은행인 원고가 뉴욕 소재 금융회사인 Citigroup Global Markets, Inc.(이하 “CGMI”)를 상대로 미국 뉴욕 남부연방지방법원에 사기, 사기에 의한 계약 유도, 과실에 의한 부실표시 및 부당이득을 원인으로 청구를 제기한 사건이다.
피고의 상품설명과 판매행위가 뉴욕에서 이루어졌고 소송도 뉴욕에서 제기되었다고 하여 뉴욕주의 소멸시효만 적용되는 것은 아니다.
주법상 청구를 심리하는 미국 연방법원은 원칙적으로 법정지가 속한 주의 저촉법을 적용한다. 따라서 뉴욕 남부연방지방법원은 뉴욕주의 저촉법과 소멸시효 규정을 적용해야 한다.
뉴욕주 최고법원은 실체적 권리·의무에 관한 준거법 선택과 소멸시효 문제를 구별한다. 일반적인 준거법 선택은 보통법상 저촉법리에 따르지만, 소멸시효는 뉴욕 민사소송법 및 규칙(CPLR)의 명문 규정에 따라 판단한다.
Global Financial Corp. v. Triarc Corp., 93 N.Y.2d 525, 528 (1999)
Portfolio Recovery Associates, LLC v. King, 14 N.Y.3d 410, 416–418 (2010)
Portfolio Recovery Associates, LLC v. King, 14 N.Y.3d 410, 416–418 (2010)
따라서 계약이나 거래에 뉴욕 준거법조항이 있더라도, 그 사실만으로 뉴욕의 일반 소멸시효기간이 곧바로 적용되는 것은 아니다.
나. CPLR 202의 내용과 구조
뉴욕 CPLR 202는 다음과 같이 규정한다.
뉴욕주 밖에서 발생한 청구권에 기초한 소는 뉴욕주법 또는 청구권이 발생한 뉴욕주 밖의 지역법이 정한 기간 중 어느 하나가 만료된 후에는 제기할 수 없다. 다만 청구권이 뉴욕주 주민에게 발생한 경우에는 뉴욕주의 기간만 적용한다.
CPLR 202 원문
따라서 다음 요건이 충족되면 청구는 뉴욕주와 청구권 발생지의 소멸시효를 모두 충족해야 한다.
원고가 뉴욕주 비거주자일 것
청구권이 뉴욕주 밖에서 발생했을 것
원고가 해당 청구를 뉴욕 법원에 제기했을 것
Global Financial Corp., 93 N.Y.2d at 528
2138747 Ontario, Inc. v. Samsung C&T Corp., 31 N.Y.3d 372, 377 (2018)
청구권이 뉴욕주 밖에서 발생했을 것
원고가 해당 청구를 뉴욕 법원에 제기했을 것
Global Financial Corp., 93 N.Y.2d at 528
2138747 Ontario, Inc. v. Samsung C&T Corp., 31 N.Y.3d 372, 377 (2018)
이는 어느 한 지역의 법만을 배타적으로 선택하는 구조가 아니다. 원고는 두 지역의 시효를 모두 통과해야 한다.
따라서 외국의 기간이 뉴욕보다 짧으면 외국 기간이 먼저 청구를 차단하고, 외국의 기간이 더 길더라도 뉴욕 기간이 상한으로 작동한다. 결과적으로 두 시효 중 먼저 완성되는 시효가 소 제기의 한계를 정한다.
다. 제도의 목적
CPLR 202의 주된 목적은 뉴욕주 비거주자가 자신의 주소지나 청구권 발생지에서는 이미 시효가 완성된 청구를 더 유리한 시효제도를 가진 뉴욕 법원에 제기하는 법정지 쇼핑을 방지하는 데 있다.
또한 뉴욕주 최고법원은 청구권 발생지를 정할 때 다수의 관련 요소를 비교하는 ‘중심관계(center of gravity)’ 또는 ‘접촉점 집단화(grouping of contacts)’ 방식을 채택하면 예측 가능성이 떨어지고 사건별 혼란이 발생한다고 보았다. 이에 따라 명확성과 통일적 적용을 위하여 경제적 손해 사건에서는 원고의 주소지라는 단일하고 비교적 객관적인 기준을 사용한다.
Global Financial Corp., 93 N.Y.2d at 528–530
Deutsche Bank National Trust Co. v. Barclays Bank PLC, 34 N.Y.3d 327 (2019)
Deutsche Bank National Trust Co. v. Barclays Bank PLC, 34 N.Y.3d 327 (2019)
라. 피고의 행위지가 아니라 청구권 발생지가 기준
CPLR 202가 말하는 ‘발생’은 피고가 문제 된 행위를 한 장소와 반드시 일치하지 않는다. 뉴욕법상 청구권은 원고가 최초로 소를 제기할 권리를 갖게 된 시기와 장소에서 발생한 것으로 본다.
불법행위청구에서는 통상 손해가 발생한 장소가 청구권 발생지가 된다. 특히 투자손실이나 재산 감소와 같은 순수한 경제적 손해의 경우에는 원고가 주소를 두고 경제적 손실의 영향을 부담한 곳이 손해발생지로 평가된다.
“When an alleged injury is purely economic, the place of injury usually is where the plaintiff resides and sustains the economic impact of the loss.”
Global Financial Corp., 93 N.Y.2d at 529
이 원칙은 계약사건에서 정립되었지만, 불법행위로 인한 순수한 경제적 손해에도 적용된다. Norex Petroleum Ltd. v. Blavatnik에서는 앨버타에 주소를 둔 원고가 계약침해 유도, 전환, 신인의무 위반, 부당이득 등을 주장한 사안에서 경제적 손해가 원고의 주소지인 앨버타에서 발생한 것으로 판단하였다.
Norex Petroleum Ltd. v. Blavatnik, 23 N.Y.3d 665 (2014)
따라서 이 사건을 단순히 “불법행위가 발생한 지역의 시효를 적용한 사건”이라고 표현해서는 정확하지 않다. 다음과 같이 정리하는 것이 적절하다.
뉴욕주 비거주자의 청구가 뉴욕주 밖에서 발생한 경우 CPLR 202에 따라 뉴욕주와 청구권 발생지의 소멸시효를 모두 충족해야 하고, 순수한 경제적 손해 사건에서 청구권 발생지는 통상 원고가 주소를 두고 경제적 손실을 부담한 지역으로 판단한다.
마. 원고 주소지 원칙의 예외
경제적 손해의 발생지를 원고 주소지로 보는 것은 ‘통상(usually)’의 원칙이지 절대적인 법칙은 아니다.
예외적으로 원고가 주소지와 별도로 특정 지역에 독립적인 재정적 기반을 의도적으로 형성하고, 문제 된 거래와 손실이 그 재정적 기반에 직접 귀속되는 특별한 사정이 있다면 그 지역을 손해발생지로 볼 수 있다.
Lang v. Paine, Webber, Jackson & Curtis, Inc., 582 F. Supp. 1421, 1425 (S.D.N.Y. 1984)에서는 캐나다 거주 원고가 환율변동에 대비하여 미국 매사추세츠에 별도의 재정적 기반과 증권계좌를 유지하고, 매사추세츠 소재 중개인을 통해 거래한 사정을 고려하여 손해가 캐나다가 아니라 매사추세츠에서 발생했다고 판단하였다.
그러나 이는 이례적인 사정이 인정된 예외이다. 후속 판례들은 원고 주소지 외의 지역을 경제적 손해발생지로 인정하려면 매우 드문 특별한 사정이 필요하다고 본다.
은행의 해외 금융투자에서도 다음과 같은 사정은 별도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
투자가 본점과 별개의 뉴욕지점 또는 해외지점의 고유계정으로 이루어졌는지
투자자산과 손실이 어느 지점 또는 계정에 회계상 귀속되었는지
해당 지점이 독립적인 재정적 기반을 형성하고 있었는지
투자결정과 자금 집행 및 손실 부담이 실제로 어디에서 이루어졌는지
투자자산과 손실이 어느 지점 또는 계정에 회계상 귀속되었는지
해당 지점이 독립적인 재정적 기반을 형성하고 있었는지
투자결정과 자금 집행 및 손실 부담이 실제로 어디에서 이루어졌는지
따라서 국내은행이라는 이유만으로 모든 경제적 손해가 당연히 대한민국에서 발생한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다만 별도의 해외 재정기반에 손실이 직접 귀속되었다는 특별한 사정이 없다면, 설립지와 주된 영업소가 대한민국인 국내은행의 손실은 통상 대한민국에서 발생한 것으로 평가된다.
바. 외국법인의 주소지와 비거주성
법인 원고의 CPLR 202상 주소지는 사안에 따라 설립지 또는 주된 영업소를 기준으로 판단한다. 뉴욕 판례가 모든 법인에 관하여 양자 중 하나만을 일률적인 기준으로 확정한 것은 아니다.
*Global Financial Corp.*에서도 원고가 델라웨어 법인이면서 펜실베이니아에 주된 영업소를 두고 있었으나, 양 지역의 시효가 모두 완성되었다는 이유로 어느 곳이 최종적인 주소지인지 확정하지 않았다.
뉴욕주 하급심 판례 역시 법인의 설립지와 주된 영업소를 함께 검토하고 있다.
Oxbow Calcining USA Inc. v. American Industrial Partners, 96 A.D.3d 646, 651 (1st Dep’t 2012)
Sands Brothers Venture Capital II, LLC v. Park Avenue Bank, 2020 N.Y. Slip Op. 50567(U)
Sands Brothers Venture Capital II, LLC v. Park Avenue Bank, 2020 N.Y. Slip Op. 50567(U)
국내은행인 원고가 뉴욕에 지점을 설치하고 영업등록을 했다는 사실만으로 곧바로 CPLR 202상 뉴욕주 주민이 되는 것은 아니다. 지점 설치나 뉴욕 영업은 관할권 또는 영업허가와 관련된 사정일 수 있지만, CPLR 202상 법인의 주소지 판단은 설립지와 주된 영업소 및 경제적 손실의 귀속을 중심으로 이루어진다.
이 사건에서 국내은행인 원고의 설립지와 주된 영업소가 모두 대한민국이고, 문제 된 투자손실이 별도의 뉴욕 재정기반에 귀속되었다는 특별한 사정이 인정되지 않는다면 원고는 뉴욕주 비거주자로 평가되고 경제적 손해도 대한민국에서 발생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다만 Woori 결정 자체는 이 문제를 독자적으로 상세히 판단하지 않았다. 당사자들이 한국 소멸시효법의 적용을 다투지 않았기 때문이다.
사. 뉴욕 준거법조항의 한계
CDO 발행서류와 금융거래계약에는 통상 뉴욕법을 준거법으로 정하는 조항이 포함된다. 그러나 일반적인 뉴욕 준거법조항만으로 CPLR 202가 배제되고 뉴욕의 일반 소멸시효만 적용되는 것은 아니다.
뉴욕에서는 소멸시효를 원칙적으로 실체적 권리가 아니라 구제수단에 관한 절차적 문제로 취급한다. 따라서 계약의 준거법조항은 통상 실체법에 적용될 뿐 소멸시효까지 당연히 포함하지 않는다.
Portfolio Recovery Associates, LLC v. King, 14 N.Y.3d 410, 416–418 (2010)
2138747 Ontario, Inc. v. Samsung C&T Corp.에서는 계약이 뉴욕법에 따라 규율·해석·집행된다는 광범위한 준거법조항이 있었음에도 뉴욕주 최고법원이 CPLR 202를 적용하였다. CPLR 202 자체가 뉴욕의 절차법이므로, 뉴욕 절차법을 적용한다는 합의와도 모순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2138747 Ontario, Inc., 31 N.Y.3d 372 (2018)
따라서 준거법조항이 뉴욕법을 선택했다는 사실만으로 뉴욕의 일반 시효기간만 적용된다고 볼 수 없다. 적어도 계약이 뉴욕의 특정 소멸시효기간을 적용하고 CPLR 202를 배제하려는 의사를 명확하게 표시하지 않았다면 일반적인 준거법조항은 CPLR 202를 배제하지 못한다.
다만 당사자가 특정한 뉴욕 시효기간을 적용하기로 명시적으로 합의하면 언제나 유효하다고까지 단정할 수는 없다. 뉴욕법은 소멸시효의 사전 연장이나 법정 시효제도의 계약상 변경을 제한하고 있으므로, 그러한 조항의 효력은 CPLR 201 및 뉴욕 General Obligations Law 등과 별도로 검토해야 한다.
아. 뉴욕 전속관할조항도 CPLR 202를 배제하지 않음
당사자들이 뉴욕 법원을 전속적 분쟁해결지로 합의했다고 하더라도, 이는 어느 법원에서 소송할 것인지를 정한 것이지 어떠한 소멸시효를 적용할 것인지를 정한 것은 아니다.
2138747 Ontario 사건의 계약에는 뉴욕주 법원 및 뉴욕카운티 소재 연방법원에 대한 전속관할조항과 불편한 법정지 항변의 포기조항까지 포함되어 있었다. 그럼에도 뉴욕주 최고법원은 CPLR 202를 적용하여 온타리오의 단기소멸시효에 따라 청구의 적시성을 판단하였다.
All Children’s Hospital, Inc. v. Citigroup Global Markets, Inc., 151 A.D.3d 583 (1st Dep’t 2017)에서도 뉴욕 준거법조항이 있었음에도 CPLR 202를 적용하여 플로리다의 더 짧은 소멸시효를 적용한 원심판단을 유지하였다. 뉴욕주 최고법원은 상고허가 신청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All Children’s Hospital, Inc. v. Citigroup Global Markets, Inc., 151 A.D.3d 583 (1st Dep’t 2017), leave to appeal denied, 30 N.Y.3d 909 (2018)
따라서 당사자가 뉴욕에서만 소송하기로 합의했더라도, 뉴욕주 비거주자가 뉴욕주 밖에서 발생한 청구를 제기하면 CPLR 202는 원칙적으로 그대로 적용된다.
자. 뉴욕 사기청구의 시효와 한국의 3년
뉴욕 CPLR 213(8)에 따른 사기청구의 소멸시효는 일반적으로 다음 중 더 늦게 만료되는 기간이다.
사기행위 발생일부터 6년
원고가 사기를 발견했거나 합리적인 주의를 기울였다면 발견할 수 있었던 때부터 2년
원고가 사기를 발견했거나 합리적인 주의를 기울였다면 발견할 수 있었던 때부터 2년
이에 비하여 한국 민법 제766조 제1항은 피해자가 손해 및 가해자를 안 날부터 3년의 단기소멸시효를 정한다.
두 제도는 단순히 “2년과 3년” 또는 “6년과 3년”의 숫자만 비교해서는 안 된다. 각 법의 기산점과 발견기준에 따라 실제 만료일을 계산해야 한다. 다만 한국의 3년 단기소멸시효가 뉴욕 사기청구의 6년 또는 발견 후 2년이라는 선택적 구조보다 먼저 완성될 수 있으므로, CPLR 202에 따라 한국법상 시효 완성 여부가 결정적인 쟁점이 될 수 있다.
2. 외국 시효법을 차용하는 범위
가. 확립된 원칙: 기간과 연장·정지 규정
뉴욕주 최고법원이 명확하게 인정한 원칙은 외국의 소멸시효를 차용할 때 단순한 숫자상의 기간뿐 아니라 그 외국법이 정한 연장(extensions)과 정지(tolls) 규정도 함께 고려한다는 것이다.
Smith Barney, Harris Upham & Co. v. Luckie, 85 N.Y.2d 193, 207 (1995)
Antone v. General Motors Corp., 64 N.Y.2d 20, 30–31 (1984)
Antone v. General Motors Corp., 64 N.Y.2d 20, 30–31 (1984)
뉴욕주 최고법원은 이를 뉴욕 기간과 외국 기간 각각에 해당 지역의 연장·정지 규정을 반영한 ‘순기간(net period)’을 산출한 다음, 두 순기간을 비교하는 방식으로 설명한다.
Deutsche Bank National Trust Co., 34 N.Y.3d 327 (2019)
Norex Petroleum, 23 N.Y.3d at 676–677
Norex Petroleum, 23 N.Y.3d at 676–677
따라서 외국 기간에 뉴욕의 정지규정을 임의로 덧붙이거나, 뉴욕 기간에 외국의 정지규정을 혼합하는 것은 원칙적으로 허용되지 않는다.
나. 기산점과 입증책임까지 항상 차용된다고 단정할 수 없음
다만 위 판례만으로 외국법상 다음 사항이 언제나 모두 차용된다고 일반화할 수는 없다.
청구권의 발생시점
발견 또는 인식에 관한 기산점
시효 완성의 판단방법
시효항변의 입증책임
발견 또는 인식에 관한 기산점
시효 완성의 판단방법
시효항변의 입증책임
CPLR 202상 청구권이 ‘어디에서 발생했는지’는 뉴욕법에 따라 판단한다. 뉴욕주 최고법원은 청구권이 원고가 최초로 소를 제기할 권리를 갖게 된 시기와 장소에서 발생한다고 해석하고, 순수한 경제적 손해의 발생지는 통상 원고 주소지라는 뉴욕법상 기준을 적용한다.
반면 차용된 외국의 기간이 구체적으로 언제부터 진행하는지에 관하여 외국법의 발견법리나 인식기준을 어느 범위까지 적용하는지는 별개의 문제이다.
Woori 사건에서는 제2연방항소법원이 한국 민법 제766조 제1항의 “손해 및 가해자를 안 날”과 한국 판례의 ‘현실적·구체적 인식’ 기준을 적용하였다. 그러나 이는 뉴욕주법상 차용의 범위를 일반적으로 확정한 결과라기보다, 당사자들이 한국의 소멸시효법 적용과 그 기본적인 해석을 다투지 않았다는 전제에서 이루어진 판단이다.
결정문은 다음 사항을 명시하였다.
당사자들은 한국의 소멸시효법이 적용된다는 점을 다투지 않았다.
당사자들은 각 청구요건에 관한 현실적·구체적 인식이 필요하다는 점에 동의하였다.
시효 완성의 이익을 주장하는 당사자가 이를 입증한다는 한국법의 내용도 양측 전문가 의견을 토대로 전제되었다.
당사자들은 각 청구요건에 관한 현실적·구체적 인식이 필요하다는 점에 동의하였다.
시효 완성의 이익을 주장하는 당사자가 이를 입증한다는 한국법의 내용도 양측 전문가 의견을 토대로 전제되었다.
따라서 Woori 사건의 의미는 다음과 같이 제한하여 표현하는 것이 안전하다.
Luckie와 Antone은 외국의 시효기간과 연장·정지 규정이 함께 차용된다는 원칙을 확립하였다. Woori 사건에서는 더 나아가 당사자 사이에 다툼이 없는 전제에서 한국법상 기산점인 ‘현실적·구체적 인식’ 기준도 적용하였다. 다만 이를 근거로 CPLR 202가 외국법의 기산점·판단방법·입증책임을 언제나 전면적으로 차용한다고 일반화할 수는 없다.
다. Norex가 보여주는 차용 원칙의 한계
Norex Petroleum은 외국의 연장·정지 규정을 포함한 순기간을 비교한다는 원칙을 확인하면서도, CPLR 202가 뉴욕 자신의 절차적 구제규정을 모두 배제하는 것은 아니라고 판단하였다.
Norex의 청구가 최초 소송 제기 당시 CPLR 202에 따라 적시에 제기된 이상, 그 소가 본안 외의 사유로 종료된 뒤에는 뉴욕의 재소기간 보장규정인 CPLR 205(a)를 이용할 수 있다고 보았다. 청구권 발생지인 앨버타에 CPLR 205(a)와 같은 구제규정이 없다는 이유만으로 뉴욕의 재소구제 규정이 배제되는 것은 아니라고 판단한 것이다.
따라서 Norex는 “외국의 소멸시효법 전체만이 배타적으로 적용된다”는 근거로 인용할 판례가 아니다. 다음과 같은 한계를 보여주는 판례로 배치해야 한다.
CPLR 202에 따라 외국의 시효기간과 연장·정지 규정을 차용하더라도, 적시에 제기된 뉴욕 소송이 비본안 사유로 종료된 경우에는 뉴욕의 독자적인 재소구제 규정인 CPLR 205(a)가 적용될 수 있다.
Norex Petroleum Ltd. v. Blavatnik, 23 N.Y.3d 665, 676–679 (2014)
3. 이 사건에서 한국 소멸시효법이 적용된 전제
국내은행인 원고는 대한민국에서 설립되고 주된 영업소를 둔 법인이다. 문제 된 손해는 Armitage CDO 투자로 인한 순수한 경제적 손실이었다.
별도의 뉴욕지점 고유계정이나 해외 재정기반에 투자와 손실이 직접 귀속되었다는 특별한 사정이 없다면, 원고 주소지 원칙에 따라 경제적 손해는 대한민국에서 발생한 것으로 평가될 수 있다.
이에 따라 CPLR 202상 원고의 청구는 다음 양쪽 시효를 모두 충족해야 한다.
뉴욕주법상 소멸시효
청구권 발생지인 대한민국의 소멸시효
청구권 발생지인 대한민국의 소멸시효
한국 민법 제766조 제1항의 3년 단기소멸시효가 먼저 완성될 가능성이 있었기 때문에, 한국법상 “손해 및 가해자를 안 날”이 언제인지가 실질적인 쟁점이 되었다.
다만 Woori 결정에서는 당사자들이 한국 소멸시효법의 적용을 다투지 않았다. 따라서 항소법원은 원고의 뉴욕지점, 투자계정의 소재, 손실의 회계상 귀속 및 법인의 CPLR 202상 주소지를 상세하게 심리하지 않았다.
4. 사실관계
국내은행인 원고는 2007. 3. CGMI로부터 Armitage ABS CDO Ltd.가 발행한 부채담보부증권인 Armitage CDO에 미화 2,500만 달러를 투자하였다.
원고는 투자 당시 CGMI가 제공한 투자설명자료에 기재된 상품의 구조와 위험 및 전망을 신뢰하였다. 그러나 2009년경 관련 CDO 시장이 붕괴하면서 투자금의 가치가 거의 소멸하였다.
원고는 2012. 5. 15. CGMI가 상품의 구조와 위험, 기초자산 및 관련 거래에 관하여 허위 또는 오해를 유발하는 정보를 제공했다고 주장하며 다음 청구를 제기하였다.
사기
사기에 의한 계약 유도
과실에 의한 부실표시
부당이득반환
사기에 의한 계약 유도
과실에 의한 부실표시
부당이득반환
특히 Armitage CDO의 구성요소인 Class V Funding III CDO와 관련하여 CGMI가 투자자와 이해가 상충되는 무담보 공매도 포지션을 취하면서도 이를 제대로 고지하지 않았다는 점이 문제 되었다.
5. 제1심의 판단
뉴욕 남부연방지방법원은 2014. 8. 6. 국내은행인 원고의 청구에 한국 민법 제766조 제1항의 3년 단기소멸시효가 적용된다고 판단하였다.
제1심은 2009. 5. 15. 이전에 이미 서브프라임 모기지와 CDO 시장의 전반적인 문제, 부실 기초자산 편입, 신용평가의 부정확성 및 Citigroup 등을 상대로 제기된 여러 소송과 보도가 공개되어 있었다고 보았다.
이에 따라 원고는 늦어도 2009. 5. 15. 이전에 사기청구를 구성할 수 있는 사실을 알았거나 알 수 있었다고 판단하였다. 그리고 그로부터 3년이 지난 2012. 5. 15. 제기된 소는 시효로 소멸했다고 보아 CGMI의 소 각하 신청(motion to dismiss)을 인용하였다.
6. 항소심의 쟁점
항소심의 핵심 쟁점은 다음과 같았다.
국내은행인 원고가 2009. 5. 15. 이전에 CGMI에 대한 청구의 각 요건을 현실적·구체적으로 인식하여, 미국 연방민사소송법상 각하되지 않을 정도의 청구를 실제로 제기할 수 있었는가.
원고는 CGMI의 구체적인 부정행위를 알게 된 시점이 다음 자료가 공개된 2011년이라고 주장하였다.
금융위기조사위원회 보고서(FCIC Report)
SEC v. Citigroup Global Markets Inc. 사건의 소장 및 합의안
SEC v. Citigroup Global Markets Inc. 사건의 소장 및 합의안
그러나 항소법원은 2011년의 어느 시점이 실제 기산점인지 확정하지 않고, 2009. 5. 15. 이전부터 시효가 진행했다고 소장 단계에서 단정할 수 있는지를 판단하였다.
7. 한국 민법 제766조 제1항에 관한 항소법원의 판단
가. 현실적·구체적 인식
항소법원은 당사자들의 공통된 주장과 한국법 전문가 의견을 토대로, 피해자가 다음 사항을 현실적이고 구체적으로 인식해야 한국 민법 제766조 제1항의 단기소멸시효가 진행한다고 보았다.
손해가 발생했다는 사실
피고의 위법행위 또는 부작위
위법행위와 손해 사이의 인과관계
가해자의 구체적 신원
피고의 위법행위 또는 부작위
위법행위와 손해 사이의 인과관계
가해자의 구체적 신원
시효 완성을 주장하는 당사자가 이러한 인식을 입증해야 한다는 점도 한국법의 내용으로 전제하였다.
나. 실제 청구를 제기할 수 있을 정도의 인식
항소법원은 이 사건을 해결하기 위한 최소한의 기준으로, 원고가 피고를 상대로 법적으로 성립 가능한 청구를 제기할 수 있을 정도의 사실을 인식하기 전에는 한국법상 시효가 진행하지 않는다고 보았다.
미국 연방민사소송규칙 제9조 (b)는 사기청구에 구체적인 사실과 정황을 주장할 것을 요구한다. 원고에게 구체적인 사실이 없다는 이유로 사기청구를 각하하면서, 동시에 그러한 사실을 알기 전부터 한국법상 시효가 진행했다고 본다면 원고는 소를 제기할 수도 없고 기다릴 수도 없는 모순된 상황에 놓인다.
항소법원은 한국법이 이러한 결과를 허용하지 않는다고 판단하였다.
다. 일반적인 부정행위 가능성만으로는 부족
대법원 2008. 1. 18. 선고 2005다65579 판결에서는 금융감독기관의 회계부정 관련 조사결과가 있었더라도 피해자가 부정행위에 관여한 사람을 구체적으로 파악할 수 없었다면 시효가 진행하지 않는다고 보았다.
항소법원은 공개된 정보가 일반적인 부정행위의 가능성을 보여주는 데 그치고, 가해자의 신원·구체적 위법행위·손해 및 인과관계를 파악할 수 없다면 한국 민법 제766조 제1항의 “안 날”이 도래하지 않는다고 판단하였다.
대법원 2014. 9. 4. 선고 2013다215843 판결과 2012다37343 판결, 대법원 1991. 3. 22. 선고 90다8152 판결도 규제기관의 예비적 조치나 추측·짐작만으로는 현실적·구체적 인식을 인정하기 어렵다는 근거로 원용하였다.
8. 2009. 5. 15. 이전 자료에 대한 판단
CGMI는 기준일 이전에 공개되었거나 원고가 보유한 69개의 자료를 제출하였다. 여기에는 언론보도, 다른 민사사건의 소장, 회사 공시자료 및 CGMI의 투자설명자료가 포함되어 있었다.
항소법원은 이를 직접 검토한 결과, 국내은행인 원고가 기준일 전에 CGMI를 상대로 사기청구를 제기할 수 있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하였다.
40개 자료는 Citigroup이나 CGMI를 전혀 언급하지 않았다.
17개 자료는 Citigroup 또는 CGMI를 상대로 한 다른 민사사건의 소장이었으나, 대부분 객관적 근거가 확인되지 않은 주장에 불과했다.
나머지 언론보도와 회사 공시도 Citigroup의 시장위험과 손실을 설명했을 뿐, CGMI의 구체적인 허위표시나 사기의 고의를 보여주지 못했다.
원고가 2007년 투자설명자료를 보유했다는 사실만으로 당시 그 내용이 허위임을 알았다고 볼 수도 없었다.
17개 자료는 Citigroup 또는 CGMI를 상대로 한 다른 민사사건의 소장이었으나, 대부분 객관적 근거가 확인되지 않은 주장에 불과했다.
나머지 언론보도와 회사 공시도 Citigroup의 시장위험과 손실을 설명했을 뿐, CGMI의 구체적인 허위표시나 사기의 고의를 보여주지 못했다.
원고가 2007년 투자설명자료를 보유했다는 사실만으로 당시 그 내용이 허위임을 알았다고 볼 수도 없었다.
특히 제3자의 소장에 근거 없는 사기 주장이 기재되어 있다는 사실만으로 다른 피해자가 자신의 청구를 현실적·구체적으로 인식했다고 법률상 단정할 수 없다고 판단하였다.
9. Merrill Lynch 사건과의 구별
CGMI는 국내은행인 원고가 Merrill Lynch를 상대로 제기한 유사 사건에서 제2연방항소법원이 시효 완성을 인정했으므로 이 사건도 동일하게 판단해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Woori Bank v. Merrill Lynch, 542 F. App’x 81 (2d Cir. 2013)
Woori Bank v. Merrill Lynch, 923 F. Supp. 2d 491 (S.D.N.Y. 2013)
Woori Bank v. Merrill Lynch, 923 F. Supp. 2d 491 (S.D.N.Y. 2013)
그러나 Merrill Lynch 사건에서는 기준일 전에 Merrill Lynch의 CDO 거래에 관한 구체적인 언론보도, 민사소송 및 정부조사가 존재하였다. 해당 자료는 원고가 주장한 Merrill Lynch의 사기행위와 직접 관련되어 있었다.
반면 CGMI 사건의 자료는 대부분 CDO 시장과 금융기관의 일반적인 문제를 다룬 것이었다. CGMI가 이 사건 거래에서 구체적으로 어떠한 허위표시를 했고 어떠한 고의가 있었는지를 보여주는 자료는 부족하였다.
따라서 항소법원은 두 사건을 구별하였다.
10. 결론
제2연방항소법원은 2009. 5. 15. 이전에 공개되었거나 국내은행인 원고가 보유한 자료만으로는 다음 사항을 구체적으로 주장하기 어려웠다고 판단하였다.
CGMI가 이 사건 거래에서 허위표시를 했다는 사실
CGMI에게 사기·고의 또는 과실에 해당하는 주관적 책임요소가 있었다는 사실
CGMI의 위법행위와 원고의 투자손실 사이에 인과관계가 있다는 사실
CGMI에게 사기·고의 또는 과실에 해당하는 주관적 책임요소가 있었다는 사실
CGMI의 위법행위와 원고의 투자손실 사이에 인과관계가 있다는 사실
이에 따라 원고가 제기한 청구가 한국법상 시효로 소멸했다고 소장 단계에서 단정할 수 없다고 보아, CGMI의 motion to dismiss를 인용한 제1심 판결을 취소하고 사건을 환송하였다.
다만 항소법원은 원고의 청구가 시효에 걸리지 않았다고 최종 확정하지 않았다. 2011. 1. FCIC 보고서 또는 2011. 10. SEC 소장과 합의안의 공개 시점을 실제 기산점으로 확정하지도 않았다.
판단 범위는 다음과 같이 한정된다.
현 단계의 소장과 자료만으로는 국내은행인 원고가 2009. 5. 15. 이전에 CGMI에 대한 청구의 각 요건을 현실적·구체적으로 인식했다고 법률상 단정할 수 없으므로, 소 각하 단계에서 시효 완성을 인정할 수 없다.
11. 결정의 의의
이 결정은 뉴욕주의 차용시효법과 한국 민법 제766조 제1항이 결합하여 적용된 국제금융분쟁 사례라는 점에서 중요하다.
첫째, 뉴욕에서 체결되거나 뉴욕법을 준거법으로 하는 금융거래라도 국내은행이 대한민국에서 경제적 손해를 부담했다면 CPLR 202에 따라 한국의 더 짧은 시효가 적용될 수 있다.
둘째, 뉴욕 준거법조항이나 뉴욕 전속관할조항만으로 CPLR 202가 배제되지는 않는다.
셋째, 순수한 경제적 손해의 발생지는 통상 원고 주소지이지만, 해외지점의 독립계정이나 별도의 재정기반에 손실이 귀속된 특별한 사정이 있으면 다른 결론이 가능하다.
넷째, Luckie와 Antone이 명확히 확립한 차용범위는 외국의 시효기간과 연장·정지 규정이다. 외국법의 기산점·인식기준·입증책임까지 언제나 차용된다고 일반화해서는 안 된다. Woori 사건에서는 당사자 사이에 다툼이 없는 전제에서 한국법의 ‘현실적·구체적 인식’ 기준이 적용되었다.
다섯째, 손해나 시장의 이상징후를 알았다는 사실과 특정 피고의 위법행위 및 인과관계를 현실적·구체적으로 인식했다는 사실은 구별된다.
여섯째, 언론보도나 다른 소송의 소장이 존재한다는 이유만으로 시효가 당연히 진행하는 것은 아니다. 해당 자료가 특정 가해자, 구체적인 위법행위, 손해 및 인과관계를 객관적으로 뒷받침하는지가 중요하다.
결국 이 사건은 국내은행이 해외 금융거래에서 입은 투자손실에 관하여 뉴욕에서 소송하더라도 한국의 단기소멸시효가 적용될 수 있다는 점과, 그 경우 한국법상 시효의 기산점은 특정 피고에 대한 청구를 실제로 구성할 수 있을 정도의 현실적·구체적 인식을 기준으로 판단해야 한다는 점을 보여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