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역외 파생상품 거래에 대한 자본시장법과 국내 불법행위책임

핵심 결론 국외 장외시장에서 체결된 파생상품도 국내 자본시장법상 금융투자상품에 포함될 수 있다. 다만 국내 시세조종행위만으로 책임이 성립하지 않고 거래의 연계성과 상당인과관계가 증명되어야 한다.
이 자료는 서권식 변호사가 실무를 처리하면서 참조한 판례를 바탕으로, 실무상 유의할 점에 주안점을 두고 법리적 쟁점을 정리한 것입니다.
대법원 2023. 12. 21. 선고 2017다249929 판결

관련 법조문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제3조는 금융투자상품을 투자성이 있는 권리로 정의하고, 같은 법 제5조는 파생상품을 장내파생상품과 장외파생상품으로 구분한다.

같은 법 제176조는 파생상품과 기초자산 사이의 연계 시세조종행위를 금지하고, 제178조는 금융투자상품 거래와 관련한 부정한 수단·계획·기교의 사용 등 부정거래행위를 금지한다. 제179조는 이러한 부정거래행위로 손해를 입은 투자자에 대한 손해배상책임을 규정한다.

이와 별도로 민법 제750조에 따라 위법행위와 손해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되면 일반 불법행위책임도 성립할 수 있다.

1. 사건의 배경


원고들은 케이맨제도 등에 설립된 외국계 투자펀드였다. 원고들은 국외 장외시장에서 외국 금융회사들을 거래상대방으로 하여 코스피200 지수를 기초자산으로 하는 콜옵션을 매수하였다.

이 사건 콜옵션의 만기일은 2010. 11. 11.이었고, 행사가격은 코스피200 지수 250이었다. 만기일의 코스피200 지수가 250을 초과해야 원고들이 옵션을 행사하여 이익을 얻을 수 있는 구조였다.

피고 도이치은행은 코스피200 지수차익거래를 하던 중 만기일에 지수가 하락하면 이익을 얻을 수 있도록 합성선물 매도와 풋옵션 매수 등 투기적 포지션을 구축하였다. 피고 도이치증권도 별도로 풋옵션을 매수하였다.

피고들은 옵션 만기일 장 마감 동시호가 시간에 코스피200 구성종목을 대량으로 매도하거나 시장가 매도주문을 제출하였다. 도이치은행은 코스피200 구성종목 200개 중 198개 종목의 보유주식 약 2조 3,700억 원을 직전가보다 4.5%에서 10%가량 낮은 가격으로 매도하였다. 도이치증권도 SKT와 KT 주식 약 690억 원 상당의 시장가 매도주문을 제출하였다.

그 결과 코스피200 지수는 장 마감 동시호가 직전 254.6포인트에서 247.51포인트로 급락하였다.

원고들의 콜옵션은 행사가격인 250에 미달하여 행사할 수 없게 되었다. 반면 도이치은행은 합성선물과 풋옵션 등에서 약 436억 원, 도이치증권은 약 11억 원의 수익을 얻었다.

원고들은 피고들의 행위가 자본시장법상 연계 시세조종 또는 부정거래행위에 해당한다며 자본시장법 제179조민법 제750조에 따른 손해배상을 청구하였다.

2. 국외 장외시장에서 거래한 옵션에도 자본시장법이 적용되는가


원심은 원고들이 외국 회사이고, 이 사건 옵션도 국외 장외시장에서 외국 금융회사를 상대로 거래하였다는 이유로 국내 자본시장법의 적용을 부정하였다.

그러나 대법원은 이러한 원심의 판단이 잘못되었다고 보았다.

자본시장법은 금융투자상품을 투자성이 있는 권리로 포괄적으로 정의하고 이를 증권과 파생상품으로 구분한다. 파생상품은 다시 장내파생상품과 장외파생상품으로 나뉜다.

자본시장법은 금융투자상품의 범위를 거래주체의 국적, 거래장소 또는 계약상 준거법에 따라 제한하지 않는다. 개별 조항에 특별한 제한이 없는 한 투자성이 있는 권리는 거래장소와 거래당사자를 불문하고 자본시장법상 금융투자상품에 포함될 수 있다.

따라서 외국계 펀드가 국외 장외시장에서 외국 금융회사와 체결한 옵션계약이라는 이유만으로 자본시장법 제178조와 제179조의 적용대상에서 제외되는 것은 아니다.

이 판결은 국내 거래소에 상장된 상품만 자본시장법의 보호대상이 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명확히 하였다. 역외에서 거래된 장외파생상품이라도 국내 지수나 국내 증권시장의 가격을 기초로 권리행사와 결제금액이 결정된다면 자본시장법상 금융투자상품에 포함될 수 있다.

3. 자본시장법상 부정거래행위의 판단 기준


금융투자상품의 거래와 관련하여 부정한 수단이나 기교를 사용했는지는 상품의 구조와 거래방식, 거래경위, 거래시장의 특성, 투자자의 권리·의무 및 종료 시기, 투자자와 행위자의 관계와 행위 전후의 사정을 종합하여 판단한다.

특정 시점의 기초자산 가격이나 지수에 따라 옵션의 권리행사 여부 또는 결제금액이 결정되는 경우, 사회통념상 부정하다고 인정되는 수단을 사용하여 기초자산 가격을 움직이고 옵션의 권리행사나 조건성취에 영향을 주었다면 자본시장법 제178조 제1항 제1호의 부정거래행위에 해당할 수 있다.

이 사건에서 피고들은 코스피200 지수가 하락하면 이익을 얻는 파생상품 포지션을 구축한 후 만기일 장 마감 동시호가에 구성종목을 대량 매도하여 종가를 급락시켰다.

대법원은 이러한 행위가 피고들이 보유한 합성선물과 풋옵션 등에서 이익을 얻기 위해 코스피200 지수를 인위적으로 낮추고 금융투자상품의 권리행사에 영향을 준 행위라면 자본시장법상 부정거래행위에 해당할 여지가 있다고 보았다.

4. 부정거래로 인한 손해배상책임의 두 유형


대법원은 자본시장법 제179조에 따른 손해배상책임이 인정될 수 있는 투자자를 두 유형으로 구분하였다.

첫 번째는 부정행위 때문에 해당 금융투자상품을 거래하게 된 투자자이다. 허위정보나 기망적 수단에 의해 금융투자상품을 매수하거나 매도하고 그 결과 손해를 입은 경우가 이에 해당한다.

두 번째는 부정행위와 무관하게 이미 금융투자상품을 거래하였지만, 그 상품의 구조와 내용상 이후의 부정행위로 권리·의무가 변경되거나 결제금액이 달라져 손해를 입은 투자자이다.

예를 들어 특정 종가에 따라 상환 여부나 결제금액이 결정되는 파생상품을 보유한 투자자가 기초자산의 종가 조작으로 손해를 입었다면, 부정행위 때문에 상품을 매수한 것이 아니더라도 손해배상책임이 인정될 수 있다.

따라서 자본시장법 제179조는 투자자의 거래를 유발한 부정행위만을 규율하는 것이 아니다. 이미 존재하는 금융투자상품의 권리행사나 결제조건을 조작한 경우도 포함한다.

5. 발행인·판매인이 아니어도 책임을 질 수 있다


부정행위자는 피해 투자자가 거래한 금융투자상품의 발행인이나 판매인으로 한정되지 않는다.

발행인과 스와프계약을 체결하거나 해당 상품과 연계된 다른 파생상품을 거래하여 피해 투자자와 권리행사 또는 조건성취에 관하여 대립하는 이해관계를 가진 사람도 책임주체가 될 수 있다.

즉 피고가 피해자의 직접 거래상대방이 아니더라도, 서로 연계된 파생상품 거래를 통해 피해자와 경제적으로 대립하는 위치에 있고 기초자산 가격을 조작하여 피해자의 권리행사나 결제금액에 영향을 주었다면 자본시장법상 손해배상책임이 성립할 수 있다.

6. 이 사건에서 자본시장법상 책임이 부정된 이유


대법원은 역외 옵션거래에도 자본시장법이 적용될 수 있고, 피고들의 대량매도도 부정거래행위에 해당할 여지가 있다고 판단하였다.

그럼에도 피고들이 원고들에게 자본시장법 제179조에 따른 손해배상책임을 부담한다고 보지는 않았다.

원고들은 피고들의 행위와 무관하게 국외 장외시장에서 코스피200 콜옵션을 매수하였다. 피고들은 원고들의 옵션거래 상대방도 아니었다.

더욱이 피고들이 원고들의 옵션과 직접 연계된 금융투자상품을 거래하여 원고들과 대립하는 이해관계를 가졌다는 점도 충분히 증명되지 않았다. 피고들이 구축한 합성선물과 풋옵션 포지션이 코스피200 지수 하락과 관련되어 있다는 것만으로 원고들의 행사가격 250 콜옵션과 직접 대립하는 상품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다는 것이다.

결국 피고들의 부정행위가 관련된 금융투자상품과 원고들이 보유한 역외 장외옵션 사이의 법률적·경제적 연계성이 충분히 증명되지 않았다.

따라서 원고들의 옵션이 자본시장법상 금융투자상품에 해당한다는 사실만으로 피고들이 제179조의 손해배상책임을 부담하는 것은 아니라고 판단하였다.

7. 민법상 일반 불법행위책임의 성립 가능성


대법원은 금융투자상품의 기초자산 시세를 인위적으로 고정하거나 변동시켜 다른 사람에게 손해를 가한 경우, 그 행위와 상당인과관계가 있는 범위에서 민법 제750조의 불법행위책임을 부담할 수 있다고 판단하였다.

따라서 자본시장법 제179조에 따른 특별 손해배상책임이 인정되지 않는다고 하여 민법상 불법행위책임까지 당연히 부정되는 것은 아니다.

다만 민법상 책임을 인정하려면 위법행위와 피해자의 구체적인 손해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있어야 한다. 상당인과관계는 단순한 조건관계만으로 판단하지 않고 관련 법령의 목적과 보호법익, 가해행위의 내용과 위법성, 침해된 이익의 성질, 상품구조 및 피해의 정도를 종합하여 판단한다.

8. 이 사건에서 민법상 책임이 부정된 이유


피고들의 대량매도와 매도주문은 파생상품에서 이익을 얻기 위하여 코스피200 지수를 하락시킨 행위로서 연계 시세조종 또는 부정거래행위에 해당할 여지가 있었다.

그러나 원고들의 옵션거래는 피고들의 행위로 체결된 것이 아니었다. 피고들은 원고들의 거래상대방이 아니었고, 원고들의 옵션과 피고들의 파생상품 포지션이 권리행사의 조건이나 결제기준에서 직접 대립한다는 점도 충분히 증명되지 않았다.

또한 코스피200 지수가 하락했다고 해서 원고들에게 곧바로 손해가 발생하는 것은 아니다. 실제 손익은 각 옵션계약의 행사가격, 만기, 수량 및 결제조건에 따라 결정된다.

대법원은 이러한 상품의 구조와 양 거래 사이의 관련성을 고려할 때, 피고들의 자본시장법 위반행위와 원고들이 역외 옵션계약에서 입은 손해 사이에 민법상 상당인과관계를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하였다.

이에 따라 원고들의 민법 제750조에 따른 손해배상청구도 배척하였다.

9. 이 판결이 국내 불법행위책임에 관하여 제시한 기준


이 판결은 역외 파생상품 거래에서 국내 불법행위책임을 원천적으로 부정한 판결이 아니다. 오히려 다음과 같은 경우 국내 자본시장법이나 민법상 손해배상책임이 성립할 수 있음을 명시적으로 인정하였다.

국외 장외시장에서 거래된 파생상품이라도 국내 지수나 국내 증권을 기초자산으로 하고 있다면 자본시장법상 금융투자상품에 포함될 수 있다.

국내에서 이루어진 시세조종 또는 부정거래가 역외 파생상품의 권리행사나 결제금액에 직접 영향을 미쳤다면 자본시장법상 손해배상책임이 성립할 수 있다.

부정행위자가 피해자의 직접 거래상대방이 아니더라도, 연계된 금융투자상품을 거래하여 피해자와 대립하는 이해관계를 가진 경우에는 책임주체가 될 수 있다.

자본시장법상 특별책임이 인정되지 않더라도 국내 시세조종행위와 손해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증명되면 민법상 일반 불법행위책임이 성립할 수 있다.

다만 단순히 같은 국내 지수를 기초자산으로 한다는 사실이나 지수 하락과 옵션 손실 사이에 사실적 조건관계가 있다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피해자가 보유한 상품과 부정행위자가 거래한 상품 사이의 직접적인 연계성, 권리행사 조건에 관한 대립적 이해관계 및 구체적인 손해 발생의 상당인과관계가 증명되어야 한다.

10. 판결의 의의


원심은 원고와 거래상대방이 모두 외국 법인이고 거래도 국외 장외시장에서 이루어졌다는 이유로 자본시장법의 적용 자체를 부정하였다.

대법원은 이를 바로잡아 자본시장법상 금융투자상품의 범위는 거래주체의 국적이나 거래장소만으로 제한되지 않는다고 판단하였다. 이 점에서 역외 파생상품과 국내 자본시장 불공정거래의 관계에 관한 중요한 기준을 제시하였다.

다만 대법원은 국내 시장에서 위법행위가 있었다는 사실만으로 모든 역외 파생상품 투자자의 손해까지 배상하도록 하지는 않았다. 피해 상품과 부정행위 관련 상품 사이의 구조적 연계성과 대립적 이해관계, 위법행위와 손해 사이의 상당인과관계를 엄격하게 요구하였다.

결국 이 판결의 결론은 다음과 같다.

역외에서 체결된 파생상품 거래라도 국내 자본시장법과 민법상 불법행위책임의 보호대상이 될 수 있다. 그러나 책임을 인정하려면 단순히 동일한 국내 지수를 기초자산으로 한다는 것만으로는 부족하고, 부정행위 관련 상품과 피해 상품 사이의 직접적인 연계성 및 상당인과관계가 증명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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