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결번호
원심판결
제1심판결
관련판례
- 대법원 1984. 4. 10. 선고 83다카316 판결 – 대리행위의 현명은 묵시적으로도 가능하고, 상대방이 대리행위임을 알았거나 알 수 있었다면 본인에게 효력이 발생한다고 판시한 사례
- 대법원 2004. 2. 13. 선고 2003다43490 판결 – 의사 또는 관념의 통지와 같은 준법률행위에도 대리에 관한 규정이 유추적용된다고 판시한 사례
- 대법원 1998. 8. 21. 선고 96도2340 판결 – 변호사법상 ‘그 밖의 일반 법률사건’의 의미를 판시한 사례
- 대법원 2022. 10. 14. 선고 2021도10046 판결 – 새로운 권리·의무관계의 발생에 관한 사건도 변호사법상 일반 법률사건에 포함된다고 판시한 사례
관련법령
- 민법 제105조
- 민법 제114조 제1항
- 민법 제115조
- 민법 제116조 제2항
- 민법 제124조
- 민법 제130조
- 변호사법 제3조
- 변호사법 제31조 제1항 제1호
- 변호사법 제31조 제2항
- 변호사법 제109조 제1호
- 민사소송법 제288조
사실관계
주식매각의 추진
피고들은 낙농제품 제조·판매업 등을 영위하는 회사의 발행주식 합계 378,938주, 지분율 약 52.63%를 보유한 최대주주들이었다.
해당 회사가 제품과 관련한 사회적 물의를 빚자 피고 1은 보유주식과 경영권을 매각하기로 결정하고, 2021년 4월 29일 매각자문사를 선임하였다. 매각자문사는 사모펀드 운용사가 설립한 투자목적회사인 원고를 매수인 후보로 소개하였다.
매매가격의 협상
2021년 5월 11일 피고 1과 원고 측 대표가 처음 만나 매각조건을 협의하였다.
원고 측이 처음 제시한 가격은 주당 70만 원이었으나, 피고 1은 주당 75만 원, 76만 7,000원, 77만 1,000원, 82만 원으로 가격을 순차적으로 높여 제시하였다. 원고 측이 최종 제안을 받아들여 매매가격은 주당 82만 원으로 정해졌다.
동일한 법률사무소 소속 변호사들의 자문
원고는 2021년 5월 11일 김·장 법률사무소 소속 변호사들에게 주식매매계약의 체결과 이행에 관한 법률자문을 의뢰하였다.
피고들도 2021년 5월 17일 매각자문사를 통하여 같은 김·장 법률사무소의 다른 변호사들에게 법률자문을 의뢰하였다.
원고 측 변호사와 피고 측 변호사는 계약서 초안을 검토·수정하고, 계약조건에 관한 실무협의를 진행하였다. 피고 측 변호사들은 피고 1에게 계약서의 주요 내용을 설명하고 지시와 승인을 받아 일부 조항을 수정하거나 신설하였다.
주식매매계약의 체결
2021년 5월 27일 피고 1은 피고 측 변호사에게 자신과 가족들의 처우에 관한 사항을 서면으로 확인받은 후 계약서 서명페이지를 교환하도록 지시하였다.
원고는 피고 1과 피고 2에 대한 고문위촉제안서 및 피고들 가족의 일부 임원직과 고용보장에 관한 확인서를 작성하였다. 피고 측 변호사는 이를 피고 측 실무자에게 전달하였고, 피고 1의 최종 지시에 따라 양측 변호사들이 계약서 서명페이지를 교환하였다.
이에 따라 원고가 피고들로부터 주식을 주당 820,000원, 합계 310,729,160,000원에 매수하고 회사의 경영권을 양수하는 주식매매계약이 체결되었다.
계약에는 이 사건 계약이 주식매매와 거래에 관한 당사자 사이의 최종적·완전하고 배타적인 합의이며, 종전의 구두 또는 서면 합의를 대체한다는 완전계약조항도 포함되어 있었다.
거래종결의 거부
원고는 2021년 7월 13일 확인실사를 완료하고 계약상 선행조건이 모두 충족되었다고 보아 같은 달 30일을 거래종결일로 통지하였다.
그러나 피고들은 외식사업부의 분사, 가족들에 대한 예우 및 사무실 이용 문제 등에 관한 추가 협상을 요구하면서 주식을 원고가 지정한 증권계좌로 이전하지 않았다.
원고는 매매대금 지급과 동시에 주식을 이전받기 위하여 피고들을 상대로 전자등록주식의 계좌간 대체절차 이행을 청구하였다.
피고들의 주장
피고들은 다음과 같은 이유로 주식매매계약의 효력을 다투었다.
첫째, 원고 측이 외식사업부를 매각대상에서 제외하고 피고들 가족에게 임원에 준하는 예우를 계속 제공하기로 확약했으나 이를 이행하지 않았다고 주장하였다.
둘째, 원고와 피고를 자문한 변호사들이 모두 같은 법률사무소 소속이고, 피고 측 변호사들이 계약서 작성·수정과 서명페이지 교환까지 담당했으므로 동일한 대리인이 당사자 쌍방을 대리한 경우에 해당한다고 주장하였다.
그 밖에도 피고 측 변호사들의 배임적 대리권 남용, 가족 처우보장에 관한 착오, 원고의 확약 불이행 등을 이유로 계약의 무효·취소 또는 해제를 주장하였다.
제1심의 판단
제1심은 피고들의 주장을 모두 배척하고 원고의 청구를 인용하였다.
거래종결의 선행조건
주식매매계약에는 완전계약조항이 있으므로 계약 체결 전에 구두로 협의한 내용이 있더라도 계약에 명시적으로 반영되지 않았다면 거래종결의 선행조건으로 볼 수 없다고 판단하였다.
외식사업부의 분사나 피고들 가족에 대한 처우보장은 계약서에 거래종결의 선행조건으로 규정되어 있지 않았고, 원고는 계약에서 정한 의무와 확인실사를 모두 완료하였다.
이에 따라 피고들의 거래종결의무는 2021년 7월 30일 도래하였다고 판단하였다.
변호사들의 행위
제1심은 피고 측 변호사들이 피고 1의 구체적인 지시와 승인을 받아 계약서를 작성·수정하고, 피고 1이 최종적으로 지시한 후에야 서명페이지를 교환했다는 점을 중시하였다.
이에 따라 피고 측 변호사들은 계약조건을 독자적으로 결정한 대리인이 아니라 피고 1이 결정한 의사를 전달한 사자에 불과하다고 판단하였다.
제1심은 매매대금 지급과 주식 이전의무가 동시이행관계에 있다고 보아, 피고들에게 매매대금을 지급받음과 동시에 전자등록주식에 관한 계좌간 대체절차를 이행하도록 명하였다.
원심의 판단
원심은 제1심의 사실인정과 판단을 대부분 그대로 인용하여 피고들의 항소를 기각하였다.
원심은 피고 측 변호사들이 독자적으로 계약조건을 결정하지 않았고, 모든 업무가 피고 1의 지시와 승인 아래 이루어졌으므로 대리인이 아니라 사자라고 판단하였다.
또한 주식매매계약의 체결과 이행에 관한 자문은 변호사법상 당사자 쌍방으로부터 수임이 금지되는 법률사건에 해당한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보았다.
나아가 피고 1이 매각자문사를 통하여 동일 법률사무소 소속 변호사들의 쌍방자문에 동의하였거나 사후에 동의하였으므로 민법 제124조 및 변호사법 제31조 제1항에 위반되지 않는다고 판단하였다.
대법원의 판단
1. 준법률행위와 묵시적 현명
민법상 대리는 의사표시를 요소로 하는 법률행위에서 인정되는 것이 원칙이지만, 의사 또는 관념의 통지와 같은 준법률행위에도 대리에 관한 규정이 유추적용된다.
대리인이 본인을 위한 것임을 표시하는 현명은 반드시 명시적으로 할 필요가 없고 묵시적으로도 할 수 있다.
현명이 없더라도 그 행위를 둘러싼 여러 사정에 비추어 상대방이 대리행위임을 알았거나 알 수 있었다면 본인에 대한 적법한 대리행위로서 효력이 인정된다.
2. 대리인과 사자의 구별
대리인은 본인에게 귀속될 의사표시의 내용을 스스로 결정하여 상대방에게 법률행위를 하는 사람이고, 사자는 본인이 완성한 의사표시를 단순히 전달하는 사람이다.
그러나 대리인도 본인의 지시를 따라야 하므로 법률행위의 체결 여부에 관한 최종 결정권한이 본인에게 유보되어 있다는 사정만으로 사자라고 단정할 수 없다.
대리인과 사자의 구별은 상대방의 합리적 관점에서 행위자가 외부적으로 어떠한 모습으로 행동했는지를 중심으로 판단해야 한다. 구체적으로 다음 사정을 종합해야 한다.
- 행위자가 표시한 자격·지위와 역할
- 계약교섭 및 체결 과정에서 수행한 구체적인 업무
- 행위자에게 일정한 범위의 권한이나 재량이 부여되었는지
- 업무 수행에 전문지식이나 자격이 필요했는지
- 행위자에게 지급된 보수와 비용의 규모
변호사가 복잡한 권리·의무관계가 수반되는 계약의 교섭과 체결 과정에 개입한 경우에도 같은 기준이 적용된다.
3. 주식매매계약에 관한 법률자문도 ‘일반 법률사건’에 해당한다
변호사법 제109조 제1호의 ‘그 밖의 일반 법률사건’은 기존 권리·의무에 관한 분쟁이나 의문뿐만 아니라 새로운 권리·의무관계가 발생하는 사건 일반을 포함한다.
대규모 주식매매계약의 체결과 이행에 관한 자문은 새로운 법률관계를 형성하는 법률사건에 해당한다.
따라서 당사자 한쪽의 자문을 수임한 변호사가 그 상대방을 위해 같은 사건에 관한 업무를 수행하는 것은 변호사법 제31조 제1항 제1호에 따라 원칙적으로 제한된다.
4. 같은 법률사무소 소속 변호사들의 쌍방자문
법무법인·법무법인(유한)·법무조합이 아닌 일반 법률사무소라도 변호사 2명 이상이 통일된 형태로 업무를 수행하면서 수익을 분배하거나 비용을 분담하는 경우에는 변호사법 제31조 제2항에 따라 하나의 변호사로 취급된다.
따라서 같은 법률사무소 소속 변호사들이 주식매매계약의 매도인과 매수인으로부터 각각 자문을 받아 계약교섭과 체결에 관여했다면, 서로 다른 변호사가 각 당사자를 담당했더라도 원칙적으로 수임이 제한되는 쌍방대리에 해당한다.
5. 수임제한을 위반한 쌍방대리행위의 효력
따라서 해당 행위는 원칙적으로 허용되지 않는 무권대리행위에 해당하고, 본인의 허락이 있는 경우에만 효력이 인정된다.
본인의 허락은 다음 방법으로 할 수 있다.
- 명시적인 사전 허락
- 사정을 알고 한 묵시적 허락
- 계약 체결 후 사후 추인
쌍방대리행위의 유효성을 주장하는 사람이 본인의 허락이 있었다는 사실에 관한 주장·증명책임을 부담한다.
6. 원심의 이유는 잘못되었지만 결론은 정당하다
대법원은 피고 측 변호사들이 단순한 사자에 불과하다고 본 원심의 판단은 수긍하기 어렵다고 판단하였다.
변호사들이 계약서 초안 작성·수정, 계약조건 협의, 가족 처우에 관한 문서 전달 및 서명페이지 교환 등 계약 체결 과정에서 전문적·실질적인 역할을 수행했으므로, 단순한 의사 전달자라기보다는 대리인으로 평가하는 것이 타당하다는 취지이다.
또한 주식매매계약의 체결·이행에 관한 자문이 변호사법상 수임이 제한되는 법률사건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본 원심의 판단도 잘못되었다.
그러나 피고 1은 다음과 같은 방법으로 쌍방자문을 사전 또는 사후에 허락한 것으로 인정되었다.
- 매각자문사를 통하여 같은 법률사무소 소속 변호사들이 원고와 피고를 각각 자문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던 점
- 주당 매매가격이라는 가장 중요하고 본질적인 계약조건을 직접 협상하고 결정한 점
- 피고 측 변호사로부터 계약내용을 보고받고 일부 조항의 수정과 신설을 지시·승인한 점
- 가족 처우에 관한 문서를 확인한 후 서명페이지를 교환하도록 최종적으로 지시한 점
- 계약 체결 후에도 피고 측 변호사들을 통하여 계약 이행과 관련한 업무를 계속 처리한 점
이에 따라 대법원은 피고 1이 쌍방대리에 관하여 사전 또는 사후에 동의하였다고 본 원심의 최종 결론은 정당하다고 판단하였다.
결론
대법원은 원심이 피고 측 변호사들을 사자로 판단하고 주식매매계약 자문을 수임제한 대상인 법률사건이 아니라고 본 이유는 잘못되었다고 지적하였다.
그러나 피고 1이 같은 법률사무소 소속 변호사들의 쌍방자문을 알고서 이를 허락하거나 사후 추인하였으므로 주식매매계약은 유효하다. 가족 처우에 관한 별도의 확약이나 계약의 무효·취소·해제 사유도 인정되지 않았다.
따라서 대법원은 피고들의 상고를 모두 기각하고, 피고들이 매매대금을 지급받음과 동시에 전자등록주식을 원고의 증권계좌로 이전하도록 한 원심판결을 확정하였다.
이 판결의 핵심은 같은 법률사무소 소속 변호사들이 거래 당사자 쌍방을 각자 자문하면 원칙적으로 쌍방대리에 해당하지만, 그 사실과 이익충돌 가능성을 인식한 본인이 명시적·묵시적으로 허락하거나 사후 추인한 경우에는 계약의 효력이 유지된다는 점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