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회생신청으로 공사완성이 사실상 불가능해진 경우 계약해지와 계약이행보증금 청구

핵심 결론 해지조항 취지상 회생신청만으로 계약을 해지할 수는 없지만, 재무상태·공정률·자금 사정상 공사완성을 기대하기 어렵다면 도급인은 계약을 해지하고 보증금을 청구할 수 있다.
이 자료는 서권식 변호사가 실무를 처리하면서 참조한 판례를 바탕으로, 실무상 유의할 점에 주안점을 두고 법리적 쟁점을 정리한 것입니다.
주요 판례·법령 2025다213069, 2005다38263, 2004다16976, 2016다225308, 2009다75321, 2016다274270, 2016다275402

해당 판례

대법원 2025. 9. 26. 선고 2025다213069 판결 [계약보증금청구의소]
  • 원고: 공사 도급인인 주식회사 A
  • 피고: 수급인 D 주식회사의 계약이행을 보증한 B공제조합
  • 원심판결: 서울고등법원 2025. 5. 2. 선고 2024나2022878 판결
  • 결론: 상고기각
※ 법제처의 개별 판례 페이지가 확인되지 않아 사건번호 검색 페이지로 연결하였다.
하급심
제1심
서울중앙지방법원 2024. 4. 17. 선고 2023가합67789 판결
제1심은 원고의 계약이행보증금 청구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항소심
서울고등법원 2025. 5. 2. 선고 2024나2022878 판결
항소심은 제1심판결 중 원고 패소 부분을 취소하고, 피고 공제조합에 다음 금액의 지급을 명하였다.
  • 계약이행보증금: 1,726,252,000원
  • 2023년 2월 14일부터 2025년 5월 2일까지: 연 6%
  • 2025년 5월 3일부터 다 갚는 날까지: 연 12%
항소심은 수급인 D 주식회사의 회생신청 자체가 아니라, 해지통보 당시의 공정률·재무상태·자금조달 가능성 등을 종합하면 약정기간 내 공사완성을 기대하기 어려웠다는 점을 근거로 계약해지와 보증사고를 인정하였다.

관련 판례

대법원 2007. 9. 6. 선고 2005다38263 판결
회생절차의 개시신청이나 개시 자체를 해지사유로 정한 도산해지조항의 효력은 계약의 성질·내용·이행 정도 및 회생절차에 미치는 영향 등을 구체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하여야 한다.
이 사건 계약조항은 회생절차의 신청이나 개시만으로 계약을 해지하도록 정한 것이 아니라, 그로 인하여 계약이행이 곤란해질 것까지 요구한다는 점에서 전형적인 도산해지조항과 구별된다.
대법원 2006. 4. 28. 선고 2004다16976 판결
계약이행보증에서 보증사고가 무엇인지는 보증약관·보증서·주계약의 내용을 종합하여 판단하여야 한다.
계약 당사자에게 부도 등 도산사유가 발생했다는 사실만으로 계약이행이 불가능해졌다고 단정할 수 없고, 계약의 이행 정도, 도산에 이른 원인, 영업의 계속 여부 및 자금 사정 등을 종합하여야 한다.
대법원 2020. 3. 12. 선고 2016다225308 판결
수급인이 계약기간 중 회생절차개시를 신청했다는 사정만으로 도급계약의 이행이 불가능해졌다고 볼 수 없다.
회생절차 신청 전후의 공사 진행 정도, 신청 원인, 신청 이후의 영업 계속 여부, 해당 공사를 수행할 자금과 인력 등을 종합하여 판단하여야 한다.
대법원 2010. 12. 9. 선고 2009다75321 판결
채무의 이행불능은 절대적·물리적으로 이행할 수 없는 경우에 한정되지 않는다. 경험칙이나 거래관념에 비추어 채권자가 채무자의 이행을 더 이상 기대할 수 없는 경우도 이행불능에 해당한다.
대법원 1996. 10. 25. 선고 96다21393, 21409 판결
수급인의 공사중단이나 공사지연으로 약정된 공사기한 내 완공이 불가능한 것이 명백해진 경우, 도급인은 공사기한이 도래하기 전이라도 계약을 해제할 수 있다.
원칙적으로 상당한 기간을 정한 이행최고가 필요하지만, 수급인이 미리 이행하지 않을 의사를 표시한 경우에는 최고가 필요하지 않다.
대법원 2018. 12. 27. 선고 2016다274270, 274287 판결
계약당사자 일방의 책임으로 계약이 해지되면 계약이행보증금이 상대방에게 귀속된다고 정한 경우, 계약이행보증금은 위약금으로서 손해배상액의 예정으로 추정된다.
대법원 2017. 5. 30. 선고 2016다275402 판결
손해배상 예정액이 부당하게 과다한지는 당사자의 지위, 계약의 목적과 내용, 예정액을 정한 동기, 채무액에 대한 예정액의 비율, 예상 손해액 및 거래관행 등을 종합하여 판단한다.

관련 법령

채무자 회생 및 파산에 관한 법률 제119조 제1항
쌍방이 아직 이행을 완료하지 않은 쌍무계약에 관하여 채무자에 대한 회생절차가 개시된 경우, 관리인은 계약을 해제·해지하거나 채무자의 채무를 이행하고 상대방의 채무이행을 청구할 수 있다.
이 규정은 회생절차가 개시되었다는 이유만으로 계약이 자동으로 종료되어 관리인의 선택권이 침해되는 것을 방지하는 데 의미가 있다.

민법 제398조

  • 제2항: 손해배상 예정액이 부당히 과다한 경우 법원은 이를 적당히 감액할 수 있다.
  • 제4항: 위약금의 약정은 손해배상액의 예정으로 추정한다.

민법 제546조

채무자의 책임 있는 사유로 이행이 불가능하게 된 경우 채권자는 계약을 해제할 수 있다.

사실관계

도급계약 및 보증계약의 체결
원고는 D 주식회사와 공사도급계약을 체결하였다.
계약금액은 17,262,520,000원, 공사기간은 착공일부터 20개월이었다. 계약이행보증금은 계약금액의 10%인 1,726,252,000원으로 정하였다.
피고 B공제조합은 D 주식회사와 계약이행보증계약을 체결하여 D 주식회사의 도급계약 이행을 보증하였다.
이 사건 도급계약 제33조 제1항 제6호는 다음과 같이 규정하였다.
수급인이 금융기관으로부터 거래정지 또는 수표의 부도, 제3자에 의한 압류, 가압류, 금치산, 한정치산, 파산선고 또는 회사정리절차의 개시 등으로 계약이행이 곤란한 경우 도급인은 계약의 전부 또는 일부를 해제 또는 해지할 수 있다.
수급인의 회생절차 신청
D 주식회사는 2022년 12월 2일 전주지방법원에 회생절차개시를 신청하였다.
당시 D 주식회사의 재정 및 공사 상황은 다음과 같았다.
  • 이 사건 공사의 공정률은 4.81%에 불과하였다.
  • 전체 공사비가 약 172억 원이고 공사기간이 20개월인 대규모 공사였다.
  • 협력업체에 지급할 자금을 조달하기 어려운 상황이었다.
  • 2022년 당기순이익률은 마이너스 50.45%였다.
  • 대표이사 등에 대한 가지급금이 16,382,000,000원에 이르렀고, 회수 가능성도 불확실하였다.
  • 회계법인은 계속기업으로서 존속 가능성에 의문이 있다는 등의 이유로 감사의견을 거절하였다.
계약해지 통보
원고는 2022년 12월 9일 D 주식회사에 이 사건 도급계약 제33조 제1항 제6호를 근거로 계약해지를 통보하였다.
D 주식회사는 2022년 12월 14일 원고에게 회생계획안이 인가될 때까지 자금집행과 경영활동이 제한되고 공사중지가 예상된다는 취지의 공문을 보냈다.
공사타절합의서 작성
원고와 D 주식회사는 2022년 12월 23일 공사타절합의서 또는 공사포기각서를 작성하였다.
법원은 이를 새로운 합의해지로 보지 않았다. 이미 2022년 12월 9일 계약이 해지된 후 공사중단과 기성금 정산을 처리하기 위한 후속조치로 판단하였다.
원고는 2022년 12월 29일까지 D 주식회사 또는 하수급인 등에게 정산대금 928,290,000원을 지급하였다.
회생절차의 폐지
D 주식회사가 제출한 회생계획안은 관계인집회에서 부결되었다. 전주지방법원은 2024년 4월 16일 D 주식회사에 대하여 회생절차폐지결정을 하였다.

법리

회생신청만으로 계약을 해지할 수는 없다
수급인이 회생절차개시를 신청했다는 사실만으로 공사도급계약의 이행불능을 인정할 수는 없다.
회생절차는 기업의 영업을 계속하면서 채무를 조정하는 절차이므로, 회생신청 이후에도 공사를 계속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계약을 해지할 수 있는지는 회생신청이라는 형식적 사실이 아니라, 해지통보 당시 수급인이 실제로 계약을 이행할 수 있었는지를 기준으로 판단하여야 한다.
이 사건 조항은 법정 해지사유를 구체화한 조항이다
전형적인 도산해지조항은 회생절차의 신청이나 개시 자체를 계약해지 사유 또는 당연 종료사유로 정한 조항이다.
반면 이 사건 도급계약 제33조 제1항 제6호는 회생절차의 신청이나 개시만으로 계약을 해지하도록 정한 것이 아니다. 그러한 사정으로 인하여 실제로 계약이행이 곤란해진 경우에 한하여 해지할 수 있도록 정하였다.
대법원은 이 조항을 수급인의 귀책사유에 따른 채무불이행의 경우 상대방에게 해제·해지권이 인정된다는 법정 해제·해지사유를 구체화한 조항으로 보았다.
계약이행 곤란 여부는 해지 당시를 기준으로 판단한다
계약이행이 곤란한지는 해지통보 당시를 기준으로 다음 사정을 종합하여 판단한다.
  • 공정률과 남은 공사량
  • 계약금액과 공사기간
  • 수급인의 재무상태
  • 공사자금 조달 가능성
  • 하수급인과 협력업체 확보 가능성
  • 회생신청 이후의 영업계속 여부
  • 다른 공사의 수행상황
  • 수급인의 공사계속 의사와 능력
이 사건에서는 공정률이 4.81%에 불과한 상태에서 D 주식회사의 재무상태가 극도로 악화되어 있었고, 공사자금과 협력업체를 확보하기도 어려웠다.
따라서 거래관념상 D 주식회사가 약정기간 내에 공사를 완성할 것을 기대하기 어려운 상태였으므로 원고의 계약해지는 적법하다.
공사타절합의는 계약해지 후의 후속조치이다
계약해지 후 공사포기각서나 타절합의서를 작성했다고 하여 기존 계약해지가 합의해지로 변경되는 것은 아니다.
이 사건 공사타절합의서는 이미 이루어진 계약해지를 전제로 공사중단과 기성대금 정산 등을 처리하기 위해 작성된 후속조치였다.
따라서 공사타절합의서에 부제소 내용이 포함되어 있더라도 원고가 계약이행보증금 청구권까지 포기했다고 볼 수 없다.
계약이행보증금은 감액되지 않는다
계약이행보증금은 위약금으로서 손해배상액의 예정으로 추정되므로, 부당하게 과다한 경우에는 감액할 수 있다.
그러나 이 사건 계약이행보증금은 계약금액의 10%로서 공사도급계약의 일반적인 거래관행에 부합하였다.
또한 실제 손해가 없거나 손해액이 예정액보다 적다는 사정만으로 손해배상 예정액을 감액할 수는 없다. 공사중단과 후속 시공사 선정 과정에서 원고가 상당한 노력과 비용을 지출했을 것으로 예상된다는 점도 고려되었다.
따라서 계약이행보증금 1,726,252,000원은 부당하게 과다하지 않으므로 감액되지 않는다.

결론

대법원은 원심판결에 도산해지조항의 효력, 계약의 이행불능, 계약해지 시점, 합의해지 및 부제소합의 등에 관한 법리오해가 없다고 판단하여 피고의 상고를 기각하였다.
결국 피고 B공제조합은 원고에게 계약이행보증금 1,726,252,000원 및 이에 대하여 2023년 2월 14일부터 2025년 5월 2일까지 연 6%, 2025년 5월 3일부터 다 갚는 날까지 연 12%의 비율로 계산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하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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