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결번호
관련 판례
- 대법원 2007. 7. 26. 자 2006마334 결정 변호사의 직무는 공공성과 윤리성이 강조되는 전문직 활동으로서 상인의 영업활동과 본질적으로 다르므로, 변호사는 상법 제5조 제1항의 의제상인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 대법원 2022. 8. 25. 선고 2021다311111 판결 세무사는 상법상 상인이 아니며, 세무사의 직무에 관한 채권에는 상사채권의 소멸시효가 아닌 민법상 10년의 소멸시효가 적용된다고 판단했다.
- 대법원 2023. 7. 27. 선고 2021다291712 판결 변호사와 법무법인은 상법상 상인이 아니므로 변호사가 법무법인에 대하여 갖는 급여채권은 상사채권이 아니고, 그 지연손해금에도 상사 법정이율이 적용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관련 법령
- 상법 제4조 ― 자기 명의로 상행위를 하는 당연상인
- 상법 제5조 제1항 ― 상인적 방법으로 영업하는 의제상인
- 상법 제54조 ― 상행위로 인한 채무의 법정이율
- 민법 제379조 ― 금전채무의 민사 법정이율
- 민법 제492조 ― 상계의 요건
- 민법 제741조 ― 부당이득반환
- 근로기준법 제36조 ― 퇴직 후 14일 이내의 금품청산
- 근로기준법 제37조 ― 미지급 임금·퇴직금에 대한 지연이자
- 근로기준법 시행령 제17조 ― 연 20%의 지연이자율
- 근로자퇴직급여 보장법 제8조 ― 퇴직금제도의 설정
사실관계
의사인 원고 2명은 피고 의료법인이 운영하는 의료기관에서 근무하다가 2018년 2월 28일 퇴직했다.
원고들은 피고를 상대로 미지급 급여·수당·퇴직금 등을 청구했다. 구체적으로는 다음 항목이 문제됐다.
- 토요일 근무에 대한 시간외근로수당
- 연차휴가 미사용수당
- 위 수당을 평균임금에 포함하여 산정한 퇴직금
- 퇴직금 분할지급약정에 따라 매월 지급받은 선급 퇴직금
- 최종 인정된 급여·수당·퇴직금에 대한 지연손해금
피고는 매월 임금과 별도로 선급 퇴직금 명목의 돈을 지급했으므로 그 금액을 반환받거나 최종 퇴직금채권과 상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핵심쟁점
- 의사나 의료기관을 상법상 상인으로 볼 수 있는가
- 의사의 의료기관에 대한 급여·수당·퇴직금 채권이 상사채권에 해당하는가
- 위 채권에 민사 법정이율과 상사 법정이율 중 어느 이율을 적용해야 하는가
- 퇴직금 분할지급약정이 무효인 경우 이미 지급된 선급 퇴직금을 반환하거나 퇴직금과 상계할 수 있는가
원심의 판단
원심은 원고들의 토요일 근무에 대한 시간외근로수당과 2017년 3월 1일부터 2018년 2월 28일까지 발생했다는 연차휴가 미사용수당 청구를 기각했다.
또한 이들 수당이 퇴직금 산정의 기초가 되는 평균임금에 포함돼야 한다는 주장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반면 원고들과 피고 사이에 통상임금과 구별하여 선급 퇴직금을 지급하기로 한 약정이 존재한다고 인정했다. 다만 재직 중 퇴직금을 나누어 지급하기로 한 약정은 퇴직금제도의 취지에 반하여 무효이므로, 원고들이 선급 퇴직금 명목으로 받은 돈은 부당이득으로 반환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원심은 원고들의 퇴직금채권과 피고의 부당이득반환채권이 퇴직일인 2018년 2월 28일 모두 이행기에 도달하여 상계적상에 있었다고 보아 상계를 인정했다.
그러나 최종적으로 인정한 원고들의 수당 등 채권에 상법상 법정이율을 적용했다.
대법원의 법리
1. 의사와 의료기관은 상법상 상인이 아니다
상법상 당연상인은 자기 명의로 상행위를 하는 사람이고, 의제상인은 상인적 방법으로 영업하는 사람이다.
그러나 의사의 의료행위는 일반적인 상인의 영업활동과 다음과 같은 차이가 있다.
- 의사는 국민보건 향상과 국민의 건강한 생활 확보에 이바지할 법적 사명을 가진다.
- 의료인의 자격과 면허가 엄격하게 제한된다.
- 정당한 사유 없는 진료거부가 금지된다.
- 의료광고가 법률상 제한된다.
- 환자에 대한 최선의 의료서비스 제공 의무를 부담한다.
- 업무상 비밀누설과 경제적 이익 수수가 금지된다.
- 의료인의 명의대여나 타인 명의 의료기관 개설·운영이 금지된다.
- 보수교육과 행정기관의 감독을 받는다.
이처럼 의료법은 의사의 영리추구 활동을 제한하면서 의료행위의 공공성과 윤리성을 강조한다.
따라서 전문적인 의료지식을 활용하여 환자를 진료하는 의사의 활동은 간이·신속성과 거래의 외관을 중시하고 영업기반을 확충하여 이윤을 극대화하는 상인의 영업활동과 본질적으로 다르다.
2. 의사의 급여·수당·퇴직금은 상사채권이 아니다
의사가 의료기관에 대하여 갖는 급여·수당·퇴직금은 의료행위 또는 근로관계에서 발생한 채권으로서 상인의 영업활동으로 발생한 채권이 아니다.
따라서 이에 대해서는 상법 제54조의 상사 법정이율을 적용할 수 없다.
의료기관이 의료법인이라는 점이나 의사가 보수를 받고 근무했다는 사정만으로 해당 채권이 상사채권으로 바뀌지는 않는다.
3. 전문직의 영리성만으로 상인성을 인정할 수 없다
의사가 유상으로 의료행위를 하고 의료기관이 수입을 얻는다는 점은 부정할 수 없다. 그러나 보수를 받거나 수익을 추구한다는 사실만으로 그 직무가 곧바로 상행위가 되는 것은 아니다.
상인성은 단순한 경제적 이익의 유무가 아니라 다음 사항을 종합하여 판단해야 한다.
- 해당 전문직을 규율하는 법령의 목적
- 직무의 공공성과 윤리성
- 영리활동에 대한 법적 제한
- 자격·면허 및 감독체계
- 해당 법률관계에 상법을 적용할 사회경제적 필요성
4. 퇴직금 분할지급약정과 부당이득반환
퇴직금은 근로자가 퇴직할 때 비로소 발생하는 후불적 임금이므로, 재직 중 매월 일정액을 퇴직금으로 미리 나누어 지급하기로 하는 약정은 원칙적으로 무효다.
다만 사용자가 임금과 명확히 구별하여 실질적으로 선급 퇴직금 명목의 돈을 지급했다면, 근로자는 법률상 원인 없이 지급받은 돈을 부당이득으로 반환할 수 있다.
이 사건에서는 원고들의 퇴직금채권과 피고의 선급 퇴직금 상당 부당이득반환채권이 2018년 2월 28일 모두 이행기에 도달했으므로 상계가 가능하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이러한 원심의 판단을 유지했다.
5. 적용되는 지연손해금 이율
원고들은 2018년 2월 28일 퇴직했으므로 피고는 근로기준법 제36조에 따라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퇴직일부터 14일 이내에 임금·수당·퇴직금을 지급해야 한다.
따라서 퇴직일부터 14일이 지난 다음 날인 2018년 3월 15일부터 지연책임이 발생한다.
대법원은 피고가 지급의무의 존부와 범위를 다투는 것이 적절했다고 인정된 원심판결 선고일까지는 당시 민법상 법정이율인 연 5%를 적용하고, 그다음 날부터 완제일까지는 근로기준법상 연 20%를 적용했다.
상법상 상사이율은 적용하지 않았다.
결론
대법원은 원고들의 시간외근로수당·연차휴가 미사용수당 및 추가 퇴직금 청구를 배척하고, 퇴직금 분할지급약정의 무효와 선급 퇴직금 상당 부당이득반환채권에 의한 상계를 인정한 원심의 판단을 유지했다.
다만 의사와 의료기관을 상인으로 보아 원고들의 채권에 상사 법정이율을 적용한 원심 판단은 잘못이라고 보았다.
이에 지연손해금 부분을 일부 파기하고 직접 다음과 같이 판결했다.
- 원고 1: 112,485,212원
- 원고 2: 57,953,322원
- 각 금액에 대하여 2018년 3월 15일부터 2021년 12월 8일까지 연 5%
- 2021년 12월 9일부터 완제일까지 연 20%
원고들의 상고와 피고의 나머지 상고는 모두 기각했다.
판결의 의의
이 판결은 전문직 종사자가 보수를 받고 직무를 수행한다는 사정만으로 상법상 상인이 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명확히 했다.
특히 의사·의료기관의 상인성을 부정함으로써 의사의 급여·수당·퇴직금에 관하여 다음과 같은 기준을 확립했다.
- 상사채권이 아니므로 상사 법정이율 적용 배제
- 퇴직일부터 14일이 지날 때까지는 금품청산 기간
- 퇴직 후 지급의무를 다투는 것이 적절한 기간에는 민사 법정이율 적용
- 그 이후에는 근로기준법상 연 20%의 지연이율 적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