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요청조달계약의 당사자와 입찰참가자격 제한 시 감경사유의 고려

핵심 결론 요청조달계약의 당사자는 대한민국이고 조달청장에게 입찰참가 제한 권한도 있다. 그러나 발주기관의 요구·관행 등 감경사유를 외면한 채 최고 제한기간을 적용하면 재량권 남용이 된다.
이 자료는 서권식 변호사가 실무를 처리하면서 참조한 판례를 바탕으로, 실무상 유의할 점에 주안점을 두고 법리적 쟁점을 정리한 것입니다. 본문의 판례는 국가법령정보센터에 원문이 실려 있으면 그 원문으로 연결됩니다. 공개되지 않은 하급심·환송심 판결은 판결문을 직접 확보하여 정리합니다.
주요 판례·법령 2017두48307, 2014두14389, 2016두40993, 2017두39433, 2002다74947, 2016다242228, 2010두7031, 2017두38874

해당 판례

대법원 2019. 12. 27. 선고 2017두48307 판결 [입찰참가자격제한처분취소]
  • 원고: 경남기업 주식회사
  • 피고: 조달청장
  • 결과: 원심판결 파기·환송
하급심 및 파기환송심
환송 전 원심은 다음과 같이 판단하였다.
  • 조달청장에게 입찰참가자격 제한 권한이 있다.
  • 경남기업이 과다 기성금을 청구한 것은 제재사유에 해당한다.
  • 1년의 입찰참가자격 제한은 재량권을 일탈·남용한 것이 아니다.
대법원은 조달청장의 처분 권한과 처분사유는 인정하면서도, 감경사유를 제대로 고려하지 않은 채 1년의 제한기간을 적용한 것은 재량권 일탈·남용에 해당할 수 있다고 보아 원심을 파기하였다.
파기환송심은 대법원의 판단에 따라 제1심판결을 취소하고 조달청장의 입찰참가자격 제한처분을 취소하였다.

관련 판례

관련 법령

대법원 판결의 공식 참조조문
처분에 적용된 법령
구 국가계약법 시행규칙 제76조 제4항은 위반행위의 동기·내용 및 횟수 등을 고려하여 [별표 2]가 정한 제한기간을 2분의 1 범위에서 감경할 수 있도록 규정하였다.

사실관계

조달청장은 국토교통부 대전지방국토관리청의 요청을 받아 2007년 11월 8일 경남기업과 대원건설산업이 구성한 공동수급체와 ‘청양-홍성 제2공구 도로건설공사’ 도급계약을 체결하였다.
공동수급체의 지분은 다음과 같았다.
  • 경남기업: 30%
  • 대원건설산업: 70%
이후 공사금액 등을 변경하는 계약이 9차례 체결되었다. 계약 체결은 조달청장이 담당했지만, 실제 공사관리와 계약내용 변경 등의 업무는 수요기관인 대전지방국토관리청이 수행하였다.
경남기업과 대원건설산업은 2015년 4월경 각각 회생절차개시결정을 받았다. 양사의 관리인은 계약을 더 이상 이행할 수 없다고 판단하여 2015년 5월경 계약해지를 통보하였다.
계약 중도해지 후인 2015년 6월 24일 수요기관·시공사·보증사가 참여한 물공량 확정검사가 실시되었다.
  • 실제 시공이 확인된 물공량: 49,155,000,000원
  • 공동수급체가 받은 누계 기성금: 52,453,000,000원
  • 전체 초과 기성금: 약 3,298,000,000원
  • 경남기업의 과다 청구액: 989,400,000원
  • 대원건설산업의 과다 청구액: 2,308,600,000원
그런데 과다 기성금 청구에는 수요기관 측의 요구와 과거 관행이라는 특수한 사정이 있었다.
대전지방국토관리청 공사관리관은 2014년 12월경 현장대리인과 책임감리원에게 해당 연도에 배정된 예산이 불용되지 않도록 예산을 모두 집행해 달라고 요구하였다.
공동수급체는 그 이전에도 연말에 실제 기성고를 초과하는 기성금을 지급받은 다음, 이듬해 1월과 2월의 동절기 공사를 통해 선지급된 금액에 해당하는 공사를 진행해 왔다.
구체적으로 공동수급체는 다음 금액을 연말에 집중적으로 청구하였다.
  • 2012년 12월: 그해 전체 집행금액의 약 38.9%
  • 2013년 12월: 그해 전체 집행금액의 약 44.2%
  • 2014년 12월: 그해 전체 집행금액의 약 41%
현장대리인은 수사기관에서 미기성 부분까지 포함해 기성금을 청구한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수요기관이 예산 불용 방지를 위해 잔여예산을 모두 집행하도록 반복적으로 요구했고 이전에도 같은 방식으로 처리해 왔으므로 이를 관행으로 생각했다고 진술하였다.
조달청장은 2016년 6월 2일 경남기업이 허위 기성금 989,400,000원을 청구하여 국가에 손해를 끼쳤다는 이유로 1년간 입찰참가자격을 제한하였다.

법리

조달청장에게 입찰참가자격 제한 권한이 있음
입찰참가자격 제한은 국민에게 불이익을 주는 행정처분이므로 조달청장이 단순히 계약 체결을 대신했다는 이유만으로 당연히 행사할 수 있는 권한은 아니다. 법률상 수권의 근거나 수권 취지가 포함된 업무위탁 규정이 필요하다.
구 국가계약법 제6조 제3항은 중앙관서의 장이 소관 계약사무를 다른 관서에 위탁할 수 있도록 규정하였다.
국토교통부장관은 원래 소관 계약에 관한 입찰참가자격 제한 권한을 가지고 있었고, 조달청장에게 요청조달계약에 관한 계약사무를 전적으로 위탁하였다.
대법원은 다음 사정을 근거로 계약사무 위탁에 입찰참가자격 제한 권한의 수권도 포함된다고 판단하였다.
  • 전문적·체계적인 조달시스템을 완전하게 이용하려는 위탁제도의 취지
  • 위탁기관인 국토교통부장관에게 원래 제재 권한이 있었던 점
  • 조달청장이 국가계약법상 제반 절차에 따라 계약 관련 사무를 처리해야 하는 점
따라서 조달청장은 구 국가계약법 제27조 제1항에 따라 경남기업의 입찰참가자격을 제한할 권한이 있었다.
요청조달계약의 당사자는 대한민국임
요청조달계약은 조달청장이 수요기관을 위하여 체결하는 제3자를 위한 계약이다.
그 당사자는 다음과 같이 구분된다.
  • 계약당사자: 대한민국을 대표한 조달청장
  • 계약상 수익자: 대전지방국토관리청
  • 계약상대방: 경남기업과 대원건설산업 공동수급체
수요기관이 공사집행, 현장관리 및 계약내용 변경 등 실질적인 업무를 담당했더라도 계약당사자가 수요기관으로 변경되는 것은 아니다. 대한민국과 조달청장은 계약당사자의 지위를 계속 유지한다.
과다 기성금 청구는 입찰참가 제한사유에 해당함
경남기업은 과다 기성금을 대원건설산업이 청구했을 뿐 자신이 청구한 금액은 모두 실제 기성금이라고 주장하였다.
또한 초과 지급액은 허위 기성금이 아니라 이듬해 공사를 위해 미리 지급받은 선금이라고 주장하였다.
그러나 법원은 경남기업도 자신의 지분에 해당하는 과다 기성금을 직접 청구하여 지급받았다고 판단하였다.
실제 기성고를 초과한 사실을 알면서 이를 기성금으로 청구했다면, 수요기관이 지급에 관여했더라도 구 국가계약법 시행령 제76조 제1항 제17호의 ‘사기, 그 밖의 부정한 행위로 계약의 이행과정에서 국가에 손해를 끼친 자’에 해당한다.
따라서 제재사유 자체는 인정되었다.
임의적 감경규정도 반드시 고려해야 함
구 국가계약법 시행규칙 제76조 제4항은 위반행위의 동기·내용 및 횟수 등을 고려하여 제한기간을 2분의 1 범위에서 감경할 수 있도록 규정하였다.
이는 임의적 감경규정이므로 감경사유가 있다고 해서 행정청이 반드시 감경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행정청이 감경사유를 충분히 검토한 후에도 감경하지 않기로 결정했다면 그 사정만으로 위법하다고 할 수 없다.
그러나 다음의 경우에는 재량권 불행사로서 위법하다.
  • 객관적인 감경사유가 존재함에도 행정청이 이를 전혀 고려하지 않은 경우
  • 감경사유에 해당하는 사정을 감경사유가 아니라고 잘못 판단한 경우
  • 감경 여부에 관한 실질적인 재량 판단 없이 처분기준의 상한을 기계적으로 적용한 경우
즉, 임의적 감경규정은 행정청에 감경 여부에 관한 선택권을 부여하지만 감경사유를 심사하지 않을 자유까지 부여하는 것은 아니다.
발주기관의 요구와 반복된 관행은 중요한 감경사유임
경남기업이 실제 기성고보다 많은 금액을 청구한 것은 위법하지만, 다음 사정은 위반행위의 동기와 내용에 참작할 만한 사유였다.
  • 수요기관 공사관리관이 예산 불용을 막기 위해 연말까지 예산을 모두 집행하도록 적극적으로 요구하였다.
  • 공동수급체는 2012년과 2013년에도 연말에 초과 기성금을 받은 후 이듬해 동절기 공사로 이를 집행하였다.
  • 수요기관도 공사현장을 계속 확인하고 있어 이러한 처리방식을 알고 있었던 것으로 볼 여지가 있었다.
  • 경남기업의 과다 청구액은 989,400,000원으로, 대표 공동수급체 구성원인 대원건설산업의 2,308,600,000원보다 적었다.
이러한 사정은 위반행위 자체를 적법하게 만들지는 않지만 제재기간을 정할 때 반드시 고려해야 하는 감경사유에 해당한다.
1년의 제한기간은 비례·형평원칙에 위배됨
구 국가계약법 시행규칙 [별표 2]는 국가에 10억 원 미만의 손해를 끼친 경우 1년의 입찰참가자격 제한기간을 정하고 있었다.
경남기업의 과다 청구액은 989,400,000원으로 10억 원보다 불과 10,600,000원 적었다. 형식적으로는 1년의 기준이 적용될 수 있었다.
그러나 경남기업보다 훨씬 많은 2,308,600,000원을 과다 청구한 대원건설산업에 대해서도 감경을 거쳐 최종적으로 1년의 제한처분이 내려졌다.
그렇다면 경남기업에도 똑같이 1년을 적용하는 것은 다음과 같은 불균형을 가져온다.
  • 대원건설산업: 2,308,600,000원 과다 청구 → 최종 1년
  • 경남기업: 989,400,000원 과다 청구 → 감경 없이 1년
대법원은 경남기업의 과다 청구액, 수요기관의 요구, 반복된 업무관행과 대원건설산업에 대한 제재 결과를 고려하면 경남기업에 1년의 제한기간을 그대로 적용한 것은 비례원칙과 형평원칙에 위배된다고 판단하였다.

결론

대법원은 요청조달계약의 당사자는 대한민국이고, 국토교통부장관으로부터 계약사무를 위탁받은 조달청장에게 구 국가계약법상 입찰참가자격 제한 권한이 있다고 판단하였다.
또한 경남기업이 실제 기성고를 초과하는 금액을 청구하여 지급받은 것은 입찰참가자격 제한사유에 해당한다고 보았다.
그러나 수요기관이 예산 불용을 막기 위해 초과 기성금 청구를 적극적으로 요구했고 같은 방식이 수년간 반복되었다는 사정은 중요한 감경사유였다. 조달청장이 이를 제대로 고려하지 않은 채 법령상 기준기간인 1년을 그대로 적용했다면 재량권 불행사이자 비례·형평원칙에 위반되는 재량권 일탈·남용에 해당한다.
대법원은 원심판결을 파기·환송하였고, 파기환송심은 1년간의 입찰참가자격 제한처분을 취소하였다.

실무상 유의점

  • 요청조달계약에서 실제 공사를 관리한 기관과 법률상 계약당사자를 구분해야 한다. 원칙적으로 계약당사자는 대한민국을 대표한 조달청장이고 수요기관은 수익자이다.
  • 입찰참가자격 제한 권한은 침익적 행정처분이므로 법률상 수권 근거가 필요하다. 중앙관서의 장이 국가계약법에 따라 계약사무를 위탁한 경우에는 제재 권한의 수권도 포함될 수 있다.
  • 발주기관 담당자의 요구가 있었더라도 허위 또는 과다 기성금 청구라는 제재사유 자체가 부정되는 것은 아니다. 다만 위반행위의 동기와 제재수위를 판단하는 핵심 감경사유가 된다.
  • 임의적 감경규정도 행정청이 감경사유를 실제로 검토할 것을 요구한다. 감경하지 않은 결과보다 감경사유를 전혀 심사하지 않은 재량권 불행사가 주요 취소사유가 된다.
  • 공동수급체 구성원별 과다 청구액, 지분, 관여 정도 및 다른 구성원에 대한 제재 결과를 비교하여 비례·형평원칙 위반을 주장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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