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부실감사로 주식을 매수한 투자자의 손해액과 회계법인의 책임제한

핵심 결론 외부감사인이 분식회계를 발견하지 못한 채 허위 감사보고서를 작성했다면, 이를 신뢰해 주식을 매수한 투자자에게 주가 하락 손해를 배상해야 한다. 다만 다른 주가 하락 요인을 고려해 책임을 제한할 수 있다.
이 자료는 서권식 변호사가 실무를 처리하면서 참조한 판례를 바탕으로, 실무상 유의할 점에 주안점을 두고 법리적 쟁점을 정리한 것입니다. 본문의 판례는 국가법령정보센터에 원문이 실려 있으면 그 원문으로 연결됩니다. 공개되지 않은 하급심·환송심 판결은 판결문을 직접 확보하여 정리합니다.
주요 판례·법령 2014다11895, 2006다19603, 2016다266606, 2014다221517, 2013다85172

해당 판례

대법원 2020. 4. 29. 선고 2014다11895 판결 [손해배상(기)]
  • 원고: 제일저축은행 주식을 매수한 일반투자자
  • 피고: 제일저축은행의 외부감사를 담당한 신한회계법인
  • 결과: 신한회계법인의 상고 기각
  • 인정 손해액: 28,760,000원
  • 회계법인의 책임비율: 40%
  • 최종 배상액: 11,504,000원
하급심
제1심
서울중앙지방법원 2013. 7. 24. 선고 2013가합4437 판결
원고는 제일저축은행 경영진과 신한회계법인 등을 상대로 다음 청구를 선택적으로 제기하였다.
  • 구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에 따른 손해배상청구
  • 구 주식회사의 외부감사에 관한 법률에 따른 손해배상청구
  • 민법상 불법행위에 따른 손해배상청구
제1심은 구 자본시장법과 구 외부감사법에 따른 특별법상 청구는 제척기간이 지났다는 이유로 각하하였다. 민법상 불법행위청구에 대해서는 제일저축은행 경영진의 책임만 일부 인정하고 신한회계법인에 대한 청구는 기각하였다.
원심
서울고등법원 2014. 1. 16. 선고 2013나52358 판결
원심은 신한회계법인이 제일저축은행의 소액대출채권이 실제로 존재하는지를 적절한 방법으로 확인하지 않아 분식회계를 발견하지 못한 것은 외부감사인으로서의 주의의무 위반이라고 판단하였다.
원심은 원고의 주식거래 손해를 28,760,000원으로 산정하고, 제일저축은행의 경영성과와 시장상황 등 다른 주가 하락 요인을 고려하여 신한회계법인의 책임을 40%로 제한하였다.
이에 따라 제일저축은행 경영진과 신한회계법인이 각자 원고에게 11,504,000원을 배상하도록 판결하였다.
대법원은 이러한 원심의 결론을 유지하였다.

관련 판례

관련 법령

이 사건에 실제 적용된 법령
법제처 판례정보에 표시된 참조조문
법제처 판례정보에는 다음 현행 조문이 참조조문으로 표시되어 있다.
그러나 이 사건 감사보고서 작성과 주식매수는 2011년에 이루어졌다. 당시 법률의 정식 명칭은 「주식회사의 외부감사에 관한 법률」이었다.
위 법률은 2017년 10월 31일 법률 제15022호로 전부개정되면서 「주식회사 등의 외부감사에 관한 법률」로 제명이 변경되었고, 전부개정법은 2018년 11월 1일부터 시행되었다.
따라서 이 사건에서 외부감사인의 의무와 특별법상 책임을 설명할 때에는 구 「주식회사의 외부감사에 관한 법률」을 적용법령으로 표시해야 한다.

사실관계

제일저축은행 경영진은 국제결제은행 기준 자기자본비율인 BIS 비율을 유지하기 위해 거액의 부실대출채권을 정상채권으로 가장하였다. 이를 기초로 자산건전성을 허위로 분류하고 대손충당금을 과소 적립하여 재무제표와 사업보고서를 작성·공시하였다.
신한회계법인은 제일저축은행의 제42기 및 제43기 재무제표를 외부감사하고 감사보고서를 작성하였다.
금융감독원은 이미 회계법인들에 ‘상호저축은행 등의 소액대출 감사 시 유의사항’을 전달하여, 상호저축은행의 소액대출은 회계상 오류나 부정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으므로 감사 과정에서 특별히 유의하도록 요구하고 있었다.
그런데 신한회계법인은 제일저축은행이 계상한 소액대출채권이 실제로 존재하는지를 확인하는 데 적절하지 않은 표본감사 방법을 사용하였다. 그 결과 허위 소액대출채권을 이용한 분식회계를 발견하지 못한 채 사실과 다른 감사보고서를 작성하였다.
원고는 제일저축은행의 사업보고서와 감사보고서가 진실한 것으로 믿고 2011년 5월 20일부터 2011년 9월 8일까지 제일저축은행 주식을 매수하였다.
이후 제일저축은행의 분식회계와 불법대출이 드러나면서 다음과 같은 사태가 발생하였다.
  • 제일저축은행은 2011년 9월 18일 금융위원회로부터 영업정지처분을 받았다.
  • 신한회계법인은 2011년 9월 19일 제일저축은행의 계속기업 존속 불확실성과 내부통제의 중대한 취약점을 이유로 감사의견 거절을 공시하였다.
  • 한국거래소는 2011년 9월 28일 상장폐지를 예고하였다.
  • 제일저축은행 주식은 2011년 10월 14일 상장폐지되었다.
원고는 분식회계 사실을 알지 못한 채 정상가격보다 높게 형성된 가격으로 주식을 매수하였다가 주가가 급락하고 주식이 상장폐지됨으로써 손해를 입었다.

법리

외부감사인은 회계감사기준에 따른 주의의무를 부담함
외부감사인은 구 「주식회사의 외부감사에 관한 법률」 제5조에 따라 일반적으로 공정·타당하다고 인정되는 회계감사기준에 따라 감사를 실시해야 한다.
감사인은 이를 통해 피감사회사의 재무제표에 관하여 적정한 의견을 제시하고, 부실한 감사의견으로 투자자 등 이해관계인에게 손해가 발생하는 것을 방지해야 한다.
회계부정 위험이 높은 계정에 대하여 적절한 감사절차를 실시하지 않았다면 구 외부감사법상 주의의무 위반이자 민법상 과실로 평가할 수 있다.
신한회계법인은 상호저축은행의 소액대출에 회계부정 위험이 높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음에도 실재성 확인에 적절하지 않은 표본감사 방법을 사용하였다. 대법원은 이를 외부감사인에게 요구되는 주의의무 위반으로 인정하였다.
일반투자자는 감사보고서를 신뢰하고 거래한 것으로 봄
기업의 재무상태는 주가를 형성하는 핵심 요인이고, 감사보고서는 기업의 재무상태를 객관적으로 나타내는 대표적인 공시자료이다.
따라서 일반투자자가 감사보고서의 모든 내용을 직접 읽었는지 개별적으로 증명하지 않더라도, 특별한 사정이 없으면 다음과 같이 볼 수 있다.
  • 감사보고서가 정당하게 작성·공표되었다고 신뢰하였다.
  • 시장의 주가도 그 감사보고서를 기초로 정상적으로 형성되었다고 믿었다.
  • 이러한 신뢰 아래 해당 주식을 매수하였다.
따라서 신한회계법인의 부실감사와 원고의 주식매수 및 손해 사이에는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된다.
손해액은 부실감사로 상실된 주가 상당액임
부실감사로 인한 손해액은 투자자가 지급한 주식 매수가액 전부가 아니라, 부실감사로 주가가 정상가격보다 높게 형성됨으로써 투자자가 추가로 부담한 금액이다.
특별한 사정이 없으면 다음 주가의 차액을 기준으로 산정한다.
  • 부실감사가 밝혀져 거래가 정지되기 직전에 정상적으로 형성된 주가
  • 거래재개 후 연속된 하한가 상태를 벗어나 다시 정상적으로 형성된 주가
주가가 다시 정상적으로 형성되기 전에 투자자가 주식을 매도했고 그 매도가액이 이후의 정상 주가보다 높다면, 실제 매도가액을 기준으로 차액을 계산한다.
원심은 원고의 손해를 다음과 같이 산정하였다.
  • 22,300주 × 1,262원(1,340원-78원)
  • 490주 × 1,260원(1,340원-80원)
  • 총손해액: 28,760,000원
특별법상 청구와 민법상 불법행위청구는 구분됨
원고는 구 외부감사법 제17조에 따른 특별 손해배상청구와 민법 제750조에 따른 불법행위청구를 선택적으로 제기하였다.
구 외부감사법 제17조 제7항은 손해배상청구권자가 허위 기재 등의 사실을 안 날부터 1년 이내 또는 감사보고서 제출일부터 3년 이내에 청구권을 행사하지 않으면 특별법상 책임이 소멸한다고 규정하였다.
원고의 구 외부감사법상 청구는 이 제척기간이 지났다는 이유로 각하되었다.
그러나 특별법상 청구가 제척기간 경과로 소멸했다는 이유만으로 민법상 불법행위청구까지 당연히 소멸하는 것은 아니다. 원심과 대법원은 신한회계법인의 감사상 과실을 인정하여 민법 제750조에 따른 불법행위책임을 인정하였다.
회계법인과 분식회계 경영진의 책임은 성질이 다름
제일저축은행 경영진은 부실대출을 정상채권으로 가장하고 대손충당금을 과소 적립하는 분식회계를 고의로 실행하였다.
반면 신한회계법인은 분식회계를 직접 실행한 것이 아니라 외부감사 과정에서 이를 발견하지 못한 과실책임을 부담한다.
따라서 양자의 책임은 발생 근거와 성질이 다르다. 회계법인의 감사 이후에도 경영진의 횡령·부실대출 등이 계속되어 손해가 확대되었다면 그 부분까지 회계법인에게 모두 부담시키는 것은 손해의 공평한 분담이라는 원칙에 반할 수 있다.
대법원은 원심이 신한회계법인의 책임비율을 분식회계를 고의로 실행한 경영진과 동일하게 정한 이유는 적절하지 않다고 지적하였다.
책임제한 비율은 원칙적으로 사실심의 재량임
손해배상책임을 제한할 사유와 그 비율은 형평의 원칙에 비추어 현저히 불합리하지 않은 한 사실심법원의 재량에 속한다.
원심이 신한회계법인과 경영진의 책임을 모두 40%로 정한 논리는 적절하지 않았지만, 다음 사정에 비추어 회계법인의 책임을 40%로 정한 결론 자체는 현저히 불합리하지 않았다.
  • 신한회계법인은 소액대출의 회계부정 위험을 알고 있었다.
  • 채권의 실재성을 확인하기에 적절하지 않은 표본감사 방법을 사용하였다.
  • 이러한 감사상 허점은 제일저축은행이 분식회계를 계속할 수 있었던 원인 중 하나가 되었다.
  • 책임을 40%로 제한하면 원고가 손해의 60%를 스스로 부담하게 된다.
  • 신한회계법인의 최종 책임액은 11,504,000원이었다.
따라서 원심의 책임제한 이유에 일부 부적절한 점이 있더라도 판결 결과에 영향을 미친 위법은 없다고 판단하였다.

결론

신한회계법인은 구 「주식회사의 외부감사에 관한 법률」에 따른 외부감사인의 주의의무를 위반하여 제일저축은행의 분식회계를 발견하지 못하였다.
원고는 허위 감사보고서를 기초로 형성된 주가를 신뢰하여 제일저축은행 주식을 매수한 것으로 인정되므로, 부실감사와 주식거래 손해 사이의 인과관계도 인정되었다.
구 외부감사법 제17조에 따른 특별 손해배상청구는 제척기간 경과로 각하되었지만, 신한회계법인의 민법 제750조에 따른 일반 불법행위책임은 인정되었다.
대법원은 회계법인의 책임을 원고 손해액 28,760,000원의 40%인 11,504,000원으로 제한한 원심판결이 사실심의 합리적 재량 범위에 있다고 보아 신한회계법인의 상고를 기각하였다.

실무상 유의점

  • 감사보고서 작성과 주식거래 시점이 2011년이므로 구 「주식회사의 외부감사에 관한 법률」을 적용법령으로 표시해야 한다.
  • 특별법상 손해배상청구가 제척기간 경과로 소멸해도 민법상 불법행위청구의 성립 여부는 별도로 검토해야 한다.
  • 투자자가 감사보고서를 직접 읽었다는 사실을 반드시 증명할 필요는 없으며, 감사보고서에 기초해 형성된 시장가격을 신뢰했다는 인과관계를 주장할 수 있다.
  • 손해액은 원칙적으로 매수가액 전부가 아니라 부실감사로 부풀려진 주가 차액을 기준으로 산정한다.
  • 분식회계를 고의로 실행한 경영진과 이를 적발하지 못한 외부감사인의 책임비율은 행위의 성질과 손해 확대에 대한 기여도를 구분하여 판단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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