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일본인이 우리 정부를 상대로 낸 국가배상청구, '상호보증'은 어떻게 판단하나

핵심 결론 국가배상법 제7조의 상호보증은 외국의 요건이 우리나라보다 전체로서 과중하지 않아 실질적으로 거의 차이가 없으면 인정된다. 조약 체결이나 실제 인정 사례가 없어도 무방하다. 일본은 이 요건을 갖추었으므로 일본인의 국가배상청구가 허용된다.
이 자료는 서권식 변호사가 실무를 처리하면서 참조한 판례를 바탕으로, 실무상 유의할 점에 주안점을 두고 법리적 쟁점을 정리한 것입니다. 본문의 판례는 국가법령정보센터에 원문이 실려 있으면 그 원문으로 연결됩니다. 공개되지 않은 하급심·환송심 판결은 판결문을 직접 확보하여 정리합니다.
주요 판례·법령 2013다208388, 2002다74213, 2012므66, 2012다202819

1. 해당 판례

  • 사건: 대법원 2015. 6. 11. 선고 2013다208388 판결 [손해배상(기)]
  • 주문: 상고를 모두 기각한다. 상고비용은 각자 부담한다.
  • 재판부: 대법관 조희대(재판장), 이상훈(주심), 김창석, 박상옥
  • 결론: 우리나라와 일본 사이에 국가배상법 제7조가 정하는 상호보증이 있다고 보고, 소멸시효 완성 주장을 권리남용으로 배척한 원심을 그대로 유지. 위자료 액수와 지연손해금 기산일에 관한 원고·피고 양측의 상고이유도 모두 배척

2. 하급심

  • 원심: 서울중앙지방법원 2013. 6. 13. 선고 2012나42689 판결
  • 원심은 우리나라와 일본 사이에 상호보증이 있다고 보아 원고의 국가배상청구를 받아들이고, 피고의 소멸시효 항변을 신의성실의 원칙에 반하는 권리남용으로 배척하였습니다. 지연손해금의 기산일은 사실심 변론종결일로 보았습니다.
  • 대법원은 원심의 판단을 모두 정당하다고 하였고, 판결문상 제1심 사건번호는 표시되어 있지 않습니다.

3. 관련 판례

참조판례

판결 이유에서 인용된 판례
  • 대법원 2013. 5. 16. 선고 2012다202819 전원합의체 판결 —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의 진실규명결정이 있은 경우 국가가 소멸시효 완성을 주장하는 것은 권리남용에 해당할 수 있고, 권리행사의 '상당한 기간'은 민법상 시효정지에 준하여 단기간으로 제한되나 특수한 사정이 있으면 3년까지 연장될 수 있다고 본 선례

4. 관련 법령

판결이 든 참조조문
판결 이유에서 원용된 법령
국가배상법 제7조는 외국인이 피해자인 경우 해당 국가와 상호보증이 있을 것을 국가배상청구권의 발생요건으로 요구하고 있습니다. 일본 국가배상법 제1조 제1항은 공권력을 행사하는 공무원이 직무를 행하면서 고의 또는 과실로 위법하게 타인에게 손해를 가한 때 국가와 공공단체가 배상책임을 진다고 규정하고, 일본 국가배상법 제6조는 외국인이 피해자인 경우 상호보증이 있을 때에만 적용한다고 규정합니다.

5. 사실관계

(1) 당사자와 피해

원고는 일본인으로, 중앙정보부가 원고를 장기간 불법구금하고 가혹행위를 하였습니다. 피고는 대한민국입니다.

(2) 진실규명결정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는 2010. 7. 23. 위와 같은 내용의 진실규명결정을 하였습니다.

(3) 소 제기

원고는 진실규명결정 이후 피고가 피해회복을 위한 입법 등 아무런 적극적 조치를 취하지 않자, 진실규명결정일부터 3년이 경과하기 전인 2011. 12. 6. 이 사건 손해배상청구의 소를 제기하였습니다.

(4) 쟁점

피고는 ① 일본과 사이에 상호보증이 없다는 점, ② 소멸시효 완성, ③ 위자료 액수를 다투었고, 원고는 위자료 액수와 지연손해금 기산일을 다투어 쌍방이 상고하였습니다.

6. 법리

(1) 상호보증 요건의 완화된 해석

국가배상법 제7조는 우리나라만이 입을 수 있는 불이익을 방지하고 국제관계에서 형평을 도모하기 위한 규정입니다. 대법원은 해당 국가의 요건이 우리나라와 동일하거나 오히려 관대할 것을 요구한다면, 외국인의 국가배상청구권을 지나치게 제한하여 국제교류가 빈번한 오늘날의 현실에 맞지 않고, 나아가 외국에서 우리 국민에 대한 보호를 거부하게 하는 불합리한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고 보았습니다.
따라서 우리나라와 외국 사이에 국가배상청구권의 발생요건이 현저히 균형을 잃지 않고, 외국에서 정한 요건이 우리나라에서 정한 것보다 전체로서 과중하지 아니하여 중요한 점에서 실질적으로 거의 차이가 없는 정도라면 국가배상법 제7조의 상호보증 요건을 갖춘 것으로 봅니다.

(2) 증명의 방법 — 조약도, 선례도 필수가 아니다

상호보증은 외국의 법령, 판례 및 관례 등에 의하여 발생요건을 비교하여 인정되면 충분하고, 반드시 당사국과 조약이 체결되어 있을 필요는 없습니다. 나아가 해당 외국에서 구체적으로 우리나라 국민에게 국가배상청구를 인정한 사례가 없더라도 실제로 인정될 것이라고 기대할 수 있는 상태이면 충분합니다(대법원 2004. 10. 28. 선고 2002다74213 판결, 대법원 2013. 2. 15. 선고 2012므66, 73 판결).

(3) 일본에 대한 적용

일본 국가배상법 제1조 제1항과 일본 국가배상법 제6조가 국가배상청구권의 발생요건 및 상호보증에 관하여 우리나라 국가배상법과 동일한 내용을 규정하고 있으므로, 일본에서의 발생요건이 현저히 균형을 상실하지 않고 우리나라 국가배상법이 정한 것보다 전체로서 과중하지 않습니다. 또한 우리나라 국민이 일본에서 국가배상청구를 할 경우 인정될 것이 기대될 뿐만 아니라 실제로 일본에서 다수의 재판례를 통하여 우리나라 국민에 대한 국가배상청구가 인정되고 있으므로, 양국 사이에 상호보증이 있다고 판단하였습니다.

(4) 과거사 사건에서 소멸시효 항변의 제한

국가가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 기본법」의 적용대상인 피해자의 진실규명신청을 받아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에서 희생자로 확인 또는 추정하는 진실규명결정을 하였다면, 그 결정에 기초하여 피해자나 유족이 상당한 기간 내에 권리를 행사할 경우 국가가 소멸시효 완성을 들어 권리소멸을 주장하지 않을 것이라는 신뢰를 가지게 할 특별한 사정이 있다고 보아야 합니다. 그럼에도 국가가 소멸시효 완성을 주장하는 것은 신의성실의 원칙에 반하는 권리남용으로 허용되지 않습니다.
이때 '상당한 기간'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민법상 시효정지의 경우에 준하여 단기간으로 제한되나, 개별 사건에서 특수한 사정이 있어 부득이한 경우에는 3년까지 연장될 수 있습니다(대법원 2013. 5. 16. 선고 2012다202819 전원합의체 판결). 이 사건 원고는 진실규명결정일부터 3년이 경과하기 전에 소를 제기하였으므로 상당한 기간 내의 권리행사로 인정되었습니다.

(5) 위자료 액수와 지연손해금 기산일

대법원은 원심이 인정한 위자료 액수가 형평의 원칙에 현저히 반하여 사실심법원의 재량 한계를 일탈할 정도로 과소하거나 과대하지 않다고 보았고, 위자료배상채무의 지연손해금 기산일을 사실심 변론종결일로 본 원심의 판단도 정당하다고 하였습니다.

7. 실무상 시사점

  1. 외국인 의뢰인의 국가배상청구는 상호보증 심사를 먼저 통과해야 합니다. 다만 요건은 완화되어 있어, 해당 국가의 국가배상 관련 법령과 재판례를 비교 제출하는 것으로 충분합니다. 조약의 부존재나 선례의 부존재는 그 자체로 장애가 되지 않습니다.
  2. 입증자료는 '법령·판례·관례'입니다. 상대국 국가배상 근거 법령의 번역본, 외국인에 대한 적용 조항, 우리 국민이 원고가 된 재판례를 정리한 자료가 핵심 증거가 됩니다.
  3. 일본에 대해서는 상호보증이 확립된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이 판결로 일본 국적 피해자의 국가배상청구에서 상호보증은 더 이상 실질적 쟁점이 되기 어렵습니다.
  4. 과거사 사건의 제소 기한 관리가 중요합니다. 진실규명결정일이 사실상의 기산점으로 기능하고, 상당한 기간은 원칙적으로 단기간이되 특수한 사정이 있으면 최대 3년입니다. 결정 직후 신속히 소를 제기하는 것이 안전합니다.
  5. 지연손해금 기산일이 사실심 변론종결일이라는 점은 청구금액 산정과 화해 협상의 실익 계산에 직접 영향을 미칩니다.
본 게시물은 공개된 판결의 내용을 정리한 일반적인 법률정보로, 구체적 사건에 대한 법률자문이 아닙니다. 개별 사안은 사실관계에 따라 결론이 달라질 수 있으므로 별도의 상담을 받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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