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련판례
1. 대표이사의 근로자성 판단
대법원 2009. 8. 20. 선고 2009두1440 판결은 대표이사가 형식적·명목적인 지위에 불과하고 실제 경영자로부터 구체적·개별적인 지휘·감독을 받으며 근로를 제공한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만 근로기준법상 근로자가 될 수 있다고 판시하였다.
따라서 대주주나 모회사의 경영방침·승인절차에 따른다는 사정만으로는 부족하고, 업무수행의 독립성, 대표권과 인사권의 행사, 보수의 성격 등을 실질적으로 판단해야 한다.
2. 이사의 퇴직금과 주주총회 결의
대법원 2004. 12. 10. 선고 2004다25123 판결은 정관이 이사의 보수나 퇴직금을 주주총회 결의로 정하도록 한 경우, 주주총회 결의 없이 회사와 이사 사이의 약정만으로 보수나 퇴직금을 청구할 수 없다고 판시하였다.
대법원 2020. 4. 9. 선고 2018다290436 판결은 상법 제388조가 강행규정임을 재확인하면서, 정관 또는 주주총회 결의로 보수의 총액이나 한도를 정한 다음 개별 이사의 구체적인 보수액을 이사회에 위임하는 것은 가능하다고 판시하였다.
다만 주주총회가 보수의 기본적인 한도조차 정하지 않고 이사회에 포괄적으로 위임하는 것은 허용되지 않는다.
3. 이사 해임의 정당한 이유
대법원 2004. 10. 15. 선고 2004다25611 판결은 단순한 주관적 신뢰관계의 상실이나 주주와 이사 사이의 불화만으로는 임기 전 해임의 정당한 이유가 되지 않는다고 판시하였다.
법령·정관 위반, 심각한 건강상 문제, 중요한 사업계획의 수립이나 추진 실패 등으로 경영자로서 업무를 수행하기 어려운 객관적 상황이 발생해야 한다.
관련법령
근로기준법 제2조 제1항 제1호
근로기준법 제2조는 근로자를 직업의 종류와 관계없이 임금을 목적으로 사업이나 사업장에 근로를 제공하는 사람으로 정의한다.
임원이라는 형식적 명칭만으로 근로자성이 당연히 부정되는 것은 아니지만, 대표이사는 대외적으로 회사를 대표하고 대내적으로 업무를 집행하는 기관이므로 원칙적으로 근로자에 해당하지 않는다.
상법 제388조
상법 제388조는 이사의 보수액을 정관에서 정하지 않은 경우 주주총회 결의로 정하도록 규정한다.
이 규정은 이사가 자신의 보수를 자의적으로 결정하여 회사와 주주·채권자의 이익을 침해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강행규정이다.
상법 제385조 제1항
상법 제385조는 이사를 언제든지 주주총회 특별결의로 해임할 수 있도록 하되, 임기가 정해진 이사를 정당한 이유 없이 임기 전에 해임한 경우 그 이사가 회사에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도록 규정한다.
이사의 해임 자체는 정당한 이유가 없더라도 유효하고, 정당한 이유의 유무는 손해배상책임의 성립 여부에 영향을 미친다.
판결
사건명: 해고무효확인 등
원심: 서울고등법원 2012. 9. 7. 선고 2011나78691 판결
결과: 원고 상고기각
사실관계
1. 대표이사 임용계약
원고는 2007. 3. 19. 피고 회사의 최대주주인 다국적기업의 아시아·태평양 지역 인사담당책임자 및 홍콩·한국·중국·싱가포르 지사장과 대표이사 임용계약서를 작성하였다.
계약을 체결한 모회사 임원들은 당시 피고 회사 대표이사로부터 계약 체결에 관한 대리권을 받았다.
계약서에는 원고의 대표이사로서의 의무와 함께 다음과 같은 근무조건이 포함되어 있었다.
기본급 월 2,500만 원
주택수당 월 1,100만 원
회사 자산가치 증가에 연동하는 팬텀 셰어
근로기준법상 최저기준에 따른 퇴직금
연 23일의 유급휴가
취업규칙에 따른 계속근무연수 1년당 30일분 평균임금 상당의 퇴직금
원고는 2007. 5. 8. 임시주주총회에서 이사로 선임되고, 같은 날 이사회에서 대표이사로 선임되었다.
2. 피고 회사 정관의 보수 규정
피고 회사 정관 제29조는 다음과 같이 규정하였다.
이사와 감사의 보수·상여금·수당은 주주총회 결의에 따라 지급한다.
이사와 감사의 퇴직금은 주주총회 결의로 채택된 회사 규정에 따라 지급한다.
피고 회사는 매년 주주총회에서 이사·감사의 보수 총액을 정했지만, 취업규칙의 퇴직금 규정을 이사에게 적용하는 퇴직금지급규정으로 채택하지 않았다.
퇴직금과 연차휴가근로수당의 금액·지급방법·지급시기에 관한 별도의 주주총회 결의도 없었다.
3. 원고의 대표이사 업무수행
원고는 대표이사로서 대외적으로 피고 회사를 대표하고 대내적으로 회사 업무를 집행하였다.
일부 업무에 관하여 최대주주인 다국적기업의 지역책임자나 아시아 운영위원회에 보고하고 승인을 받았지만, 이는 해외 모회사가 여러 현지법인을 효율적으로 관리하기 위한 일반적·간접적 통제에 해당하였다.
원고가 일상적인 업무수행 과정에서 모회사로부터 근로자와 같은 구체적·개별적인 지휘·감독을 받았다고 볼 만한 사정은 인정되지 않았다.
4. 재임 중 회사의 경영실적
원고 재임 중 피고 회사의 매출액은 이전보다 약 40% 감소하였다. 같은 기간 모회사의 다른 아시아·태평양 지역 매출은 대체로 종전 수준을 유지하였다.
이에 따라 아시아·태평양 지역 전체 매출에서 피고 회사가 차지하는 비중은 약 31%에서 20%로 하락하였다.
원고는 재임 중 19개의 신규 소매펀드를 출시했지만 전체 판매목표액 대비 실제 판매액은 약 61%에 그쳤다.
목표달성률이 100%를 넘은 펀드: 2개
목표달성률이 10%에도 미치지 못한 펀드: 14개
원고 재임 첫해에는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도 급격하게 감소하였다.
재임 둘째 해에는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이 증가했지만, 이는 주로 인력감축 등 비용절감으로 인건비가 약 50억 원 감소한 데 따른 것이었다. 매출과 순매출 실적은 여전히 부진하였다.
5. 대표이사 및 이사 해임
피고 회사는 원고를 임기 만료 전에 대표이사와 이사에서 해임하였다.
원고는 자신이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라고 주장하면서 해고무효 확인 및 임금 등을 청구하였다. 아울러 임용계약에 따른 퇴직금과 연차휴가근로수당, 정당한 이유 없는 임기 전 해임에 따른 손해배상을 청구하였다.
쟁점
이 사건의 주요 쟁점은 다음과 같다.
다국적기업의 현지법인 대표이사가 모회사의 보고·승인 체계 아래 업무를 수행한 경우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인가
대표이사 임용계약서에 퇴직금과 연차휴가수당이 정해져 있으면 주주총회 결의 없이도 이를 청구할 수 있는가
재임 중의 현저한 경영실적 악화가 임기 전 이사 해임의 정당한 이유가 되는가
대법원의 판단
1. 대표이사는 원칙적으로 근로자가 아니다
주식회사의 대표이사는 대외적으로 회사를 대표하고 대내적으로 업무를 집행할 권한을 가진다.
따라서 대표이사라는 지위가 형식적·명목적인 것에 불과하고 실제 경영자로부터 구체적·개별적인 지휘·감독을 받아 근로를 제공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해당하지 않는다.
원고가 모회사 지역책임자나 아시아 운영위원회에 일부 업무를 보고하고 승인을 받았더라도 이는 계열회사 관리 차원의 추상적·간접적 통제였다.
원고는 실제로 피고 회사를 대표하고 업무를 집행했으므로 종속적인 근로자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하였다.
2. 임용계약은 원고가 이사·대표이사로 선임됨으로써 효력이 발생하였다
대법원은 원고가 이사와 대표이사로 선임되기 전에 임용계약서가 작성되었다는 사정만으로 계약 전체가 무효가 되는 것은 아니라고 보았다.
계약을 체결한 모회사 임원들은 당시 피고 회사 대표이사의 대리권을 받아 계약을 체결했고, 이후 원고가 적법한 주주총회와 이사회 결의를 거쳐 이사 및 대표이사로 선임되었으므로 임용계약은 효력을 갖게 되었다.
다만 임용계약 중 보수에 관한 부분은 상법 제388조의 요건을 갖춘 범위에서만 효력이 인정된다.
3. 퇴직금과 연차휴가근로수당도 이사의 보수에 해당한다
상법 제388조의 이사 보수에는 월급과 상여금뿐 아니라 명칭과 관계없이 직무수행에 대한 대가로 지급되는 모든 급여가 포함된다.
퇴직금이나 퇴직위로금도 재직 중 직무집행의 대가로 지급되는 것이므로 이사의 보수에 해당한다.
대표이사가 근로자가 아닌 이상 근로기준법상 퇴직금이나 연차휴가근로수당을 당연히 청구할 수 없고, 이러한 급여를 이사 보수로 청구하려면 정관 또는 주주총회 결의라는 상법상 요건을 갖추어야 한다.
4. 주주총회 결의 없는 보수약정은 청구권의 근거가 되지 못한다
피고 회사 정관은 퇴직금을 주주총회 결의로 채택한 규정에 따라 지급하도록 정하였다.
그러나 취업규칙의 퇴직금 조항을 이사에게 적용한다는 주주총회 결의가 없었고, 별도의 이사 퇴직금지급규정도 채택되지 않았다. 연차휴가근로수당에 관한 주주총회 결의도 없었다.
따라서 임용계약서에 퇴직금과 연차휴가에 관한 조항이 있더라도 원고는 이를 근거로 회사에 퇴직금이나 연차휴가근로수당을 청구할 수 없다.
5. 경영능력에 대한 근본적인 신뢰 상실은 해임의 정당한 이유가 된다
상법 제385조 제1항의 정당한 이유는 단순히 주주와 이사 사이의 불화나 주관적 신뢰 상실만으로는 인정되지 않는다.
다음과 같이 이사가 경영자로서 직무를 수행하는 데 장해가 될 객관적인 상황이 발생해야 한다.
법령이나 정관을 위반한 행위
정신적·육체적으로 직무수행이 현저히 곤란한 상태
중요한 사업계획의 수립 또는 추진 실패
현저한 경영실적 악화
경영능력에 대한 근본적인 신뢰가 상실된 경우
원고 재임 중 피고 회사의 실적은 다른 아시아·태평양 지역 현지법인들과 비교해도 현저하게 악화되었다. 세계금융위기를 고려하더라도 피고 회사의 상대적 부진이 뚜렷하였고, 신규 펀드 판매실적도 대부분 목표에 크게 미달하였다.
대법원은 이러한 사정으로 원고의 경영능력에 대한 근본적인 신뢰가 상실되어 이사로서 업무를 집행하는 데 장해가 될 객관적 상황이 발생했다고 판단하였다.
따라서 원고의 임기 전 해임에는 정당한 이유가 있었다.
결론
대법원은 다음과 같이 판단하여 원고의 상고를 기각하였다.
원고는 실질적인 대표이사로서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해당하지 않는다.
대표이사 임용계약 자체는 원고가 이사와 대표이사로 선임됨으로써 효력이 발생하였다.
그러나 퇴직금과 연차휴가근로수당은 이사의 보수이므로 주주총회 결의 없이 청구할 수 없다.
재임 중 현저한 영업실적 악화로 경영능력에 대한 근본적인 신뢰가 상실되었으므로 임기 전 해임에는 정당한 이유가 있다.
따라서 해고무효 확인, 퇴직금·연차휴가근로수당 및 해임에 따른 손해배상청구는 인정되지 않는다.
판결의 의의
이 판결은 대표이사와 회사 사이의 법률관계를 근로계약이 아닌 위임관계로 보는 원칙을 재확인하였다.
대표이사가 모회사나 대주주의 지시·승인 체계 아래 있다고 하더라도 그것이 계열회사 관리에 필요한 일반적 경영통제라면 근로자성이 인정되지 않는다. 실제 경영권이 없고 구체적·개별적인 업무지시를 받아 종속적으로 근로했다는 특별한 사정이 증명되어야 한다.
또한 대표이사 임용계약서에 보수·퇴직금·성과급 등이 구체적으로 기재되어 있더라도 상법 제388조의 주주총회 결의를 대체할 수 없다는 점을 명확히 하였다.
실무적으로 대표이사의 보수체계를 정할 때에는 다음 절차가 필요하다.
정관에 구체적인 보수액이나 산정기준을 정한다.
또는 주주총회에서 보수 총액·한도와 주요 지급기준을 정한다.
개별 지급액을 이사회에 위임하려면 주주총회 결의에 위임 범위와 한도를 명확히 한다.
퇴직금·퇴직위로금·성과급·팬텀 셰어 등도 이사 보수에 포함되는지 검토한다.
임용계약 체결과 별도로 상법 제388조의 주주총회 승인절차를 갖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