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직무대행자가 있는데 새 대표이사를 선임해 회사를 운영할 수 있는가

핵심 결론 법원이 선임한 직무대행자가 있는 경우, 기존 가처분이 취소되기 전에는 후임 대표이사가 대표권을 행사할 수 없다. 대표이사 선임을 위한 이사회 소집도 상무 외 행위가 될 수 있으며, 대표이사 직무정지와 이사 직무정지는 별도로 판단한다.
이 자료는 서권식 변호사가 실무를 처리하면서 참조한 판례를 바탕으로, 실무상 유의할 점에 주안점을 두고 법리적 쟁점을 정리한 것입니다. 본문의 판례는 국가법령정보센터에 원문이 실려 있으면 그 원문으로 연결됩니다. 공개되지 않은 하급심·환송심 판결은 판결문을 직접 확보하여 정리합니다.

해당 결정

서울중앙지방법원 2009년 4월 13일 자 2009카합1138 결정〔직무집행정지가처분〕
  • 확정 여부: 미확인
  • 결정 결과: 일부 인용. 신청인이 1억 원을 공탁하거나 같은 금액의 지급보증위탁계약 체결문서를 제출하는 것을 조건으로, 본안판결 확정 시까지 B의 대표이사 직무집행을 정지하였다.
  • B와 C에 대한 이사 직무집행정지 신청 및 별도의 직무대행자 선임 신청은 기각하였다.
하급심 및 관련 절차
이 사건은 지방법원의 가처분 결정으로, 별도의 하급심 재판은 없다. 항고 여부와 후속 본안 결과는 확인되지 않았다.
다만, 선행 절차로 서울중앙지방법원은 2008년 12월 4일 기존 대표이사 E의 직무집행을 정지하고 변호사 F를 직무대행자로 선임하였다. 선행 가처분의 사건번호는 제공된 결정문에 기재되어 있지 않다.
B는 새 대표이사로 선임된 다음 날 E의 사임서를 제출하고, E의 사임을 사정변경 사유로 들어 선행 가처분의 취소를 신청하였다. 그러나 이 사건 결정 당시에는 선행 가처분의 효력이 유지되고 있었다.

관련 판례

대법원 1992년 5월 12일 선고 92다5638 판결
대표이사의 직무집행정지 및 직무대행자 선임 가처분이 내려진 후 기존 대표이사가 해임되고 새로운 대표이사가 선임되더라도, 가처분결정이 취소되지 않는 한 직무대행자의 권한은 존속하고 새 대표이사는 선임결의의 적법 여부와 관계없이 대표권을 갖지 못한다고 판시하였다.
이 사건 결정이 직접 인용한 판례이다. 이 사건에서는 새 대표이사를 먼저 선임하고 다음 날 기존 대표이사를 사임시키는 방식에도 위 법리를 적용하였다.

관련 법령

결정문은 아래 조항을 모두 ‘상법’으로 표시하고 있으며, ‘구 상법’ 또는 ‘○○ 법률로 개정되기 전의 것’이라는 표시는 없다. 따라서 원문에 없는 구법 명칭이나 개정 법률번호를 추가하지 않았다. 아래 설명은 결정 당시 법원이 적용한 내용을 정리한 것이며, 링크는 해당 조문 확인용이다.
  • 상법 제390조 제2항 단서 이사회 소집권자가 정당한 이유 없이 소집을 거절하는 경우, 다른 이사가 이사회를 소집할 수 있다는 규정이다. 이 사건에서는 직무대행자의 소집 거절에 정당한 이유가 있었는지가 문제 되었다.
  • 상법 제408조 직무대행자의 권한 범위에 관한 규정이다. 법원은 직무대행자가 법원의 허가 없이 회사의 상무에 속하지 않는 행위를 할 수 없다는 점을 이사회 소집 및 대표이사 선임 안건의 처리에 적용하였다.
  • 상법 제385조 이사의 해임에 관한 규정이다. 신청인은 B와 C에게 해임사유가 있다고 주장하면서 이사 직무집행정지를 구하였으나, 법원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사실관계

기존 대표이사의 직무정지와 경영권 분쟁
D회사의 주주인 A회사는 대표이사 E가 법령 및 정관을 위반하여 회사에 손해를 끼쳤다는 이유로 직무집행정지 및 직무대행자 선임 가처분을 신청하였다. 법원은 2008년 12월 4일 이를 받아들여 E의 직무집행을 정지하고 변호사 F를 직무대행자로 선임하였다. E는 다음 날 해외로 도피하였다.
당시 A회사의 지분율은 44.95%, E와 그 우호세력의 지분율 합계는 55.05%였다. 이사회에는 A회사 측 이사 2명과 E 측 이사인 B·C가 있었다.
주식 추가 취득과 기준일에 따른 의결권 행사
A회사는 추가로 주식을 매입하여 2009년 3월 23일 정기주주총회 당시에는 50.70%의 지분을 보유하였다. 그러나 기준일인 2008년 12월 31일의 주주명부상으로는 E 측이 과반수 지분을 보유하고 있었다.
이에 따라 E 측이 주주총회에서 의결권을 행사하여 I와 J를 이사로 추가 선임하였다. 그 결과 이사회는 A회사 측 2명, E 측 4명으로 구성되었다.
직무대행자의 반대에도 이루어진 대표이사 선임
새로 선임된 이사 J는 선임 당일 직무대행자에게 이사회 소집을 요구하였다. 직무대행자는 안건을 알아야 법원의 허가가 필요한 상무 외 행위인지 판단할 수 있다는 이유로 안건의 명시를 요구하며 소집을 거절하였다.
그런데 J가 소집한 이사회가 다음 날인 2009년 3월 24일 개최되었고, 그 자리에서 B를 대표이사로 선임하는 결의가 이루어졌다.
B는 다음 날 해외에 있던 E의 위임을 받아 E의 대표이사 및 이사 사임서를 회사에 제출하고, E의 사임을 이유로 기존 가처분의 취소를 신청하였다.
직무대행자를 배제한 회사 운영
B는 직원들에게 직무대행체제가 끝났으므로 더 이상 직무대행자의 결재를 받지 말라고 지시하였다. 직무대행자와 협의 없이 인사명령을 내리고 사무실 배치를 변경하는 등 회사를 운영하였다.
이에 A회사는 B의 대표이사 및 이사 직무집행정지, C의 이사 직무집행정지와 직무대행자 선임을 신청하였다.

법리

직무대행자가 있는 회사에서는 이사회 소집 요구 시 안건을 밝힐 필요가 있다
법원은 일반적인 회사의 이사회 소집 요구와 법원이 선임한 직무대행자가 있는 경우를 구분하였다.
상법은 주주총회와 달리 이사회 소집통지에 회의의 목적사항을 기재하도록 규정하지 않으므로, 일반적인 경우에는 소집 요구 시 안건을 명시할 필요가 없다.
그러나 직무대행자는 법원의 허가 없이 상무 외 행위를 할 수 없다. 따라서 안건을 미리 파악하여 이사회 소집이나 의결권 행사에 법원의 허가가 필요한지 판단할 기회가 보장되어야 한다.
이 사건에서 안건이 명시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직무대행자가 소집을 거절한 것은 정당하였다. 따라서 다른 이사 J에게 독자적인 소집권한이 생기지 않았고, 무권한자가 소집한 이사회에서 이루어진 대표이사 선임결의는 효력을 인정받지 못하였다.
이사회 소집 자체도 안건에 따라 상무 외 행위가 될 수 있다
법원은 회사의 ‘상무’를 영업을 계속하면서 통상 수행하는 영업범위 내의 사무 또는 회사경영에 중요한 영향을 주지 않는 통상 업무로 보았다.
따라서 이사회 소집이라는 외형만으로 상무에 해당한다고 판단할 수 없다. 회사의 경영 및 지배에 영향을 미치는 안건이 포함되어 있다면, 그 안건의 범위에서는 이사회 소집도 상무 외 행위에 해당할 수 있다.
대표이사 선임은 회사경영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므로 통상 업무에 포함되지 않는다.
법원은 나아가 이사회 소집 자체를 통상 업무로 보더라도, 직무대행자가 대표이사 선임 안건에 관한 회의를 주재·관장하거나 의결권을 행사하려면 법원의 허가가 필요하다고 판단하였다. 허가를 받을 시간도 부여하지 않고 전격적으로 이루어진 이사회 결의는 부적법하다고 보았다.
기존 가처분이 유지되는 동안에는 후임 대표이사가 대표권을 행사할 수 없다
법원은 소집절차의 하자와 별개로, 기존 가처분의 효력만으로도 B의 대표권을 부정하였다.
대표이사의 직무집행을 정지하고 직무대행자를 선임한 가처분이 유효한 이상, 기존 대표이사의 사임이나 새로운 대표이사의 선임만으로 직무대행자의 권한이 소멸하지 않는다.
즉, 이 사건에는 다음과 같은 두 가지 독립된 판단 근거가 있었다.
  • J에게 소집권한이 없어 대표이사 선임결의 자체의 효력이 인정되지 않는다.
  • 설령 선임절차가 적법하더라도 기존 가처분이 취소되기 전에는 새 대표이사가 대표권을 행사할 수 없다.
‘각자 대표이사 추가 선임’이라는 형식으로 가처분의 효력을 피할 수 없다
B는 자신이 E의 후임자가 아니라 독립된 권한을 갖는 각자 대표이사로 추가 선임되었다고 주장하였다.
그러나 B가 선임된 바로 다음 날 E가 사임하였고, E의 위임을 받아 사임서를 작성한 사람도 B였다. 법원은 이러한 사정에 비추어 대표이사 선임과 사임의 순서만 바뀌었을 뿐, 실질적으로는 E의 후임 대표이사를 선임한 것과 같다고 판단하였다.
이는 모든 각자 대표이사 추가 선임을 일률적으로 금지한 판단이라기보다, 이 사건의 선임·사임 경위와 직무대행자 배제 행위를 토대로 기존 가처분을 우회하려는 시도를 배척한 것이다.
대표이사 직무정지와 이사 직무정지는 별도로 판단한다
법원은 B가 임직원을 자신의 지인들로 교체하고 대규모 자금이 투입되는 신규사업을 추진한 사정을 들어, 권한 행사를 방치하면 회복하기 어려운 손해가 발생할 우려가 있다고 보았다. 이에 대표이사 직무집행정지의 보전 필요성을 인정하였다.
반면 B의 이사 직무집행정지는 다음 이유로 기각하였다.
  • E와 공모하여 횡령 등 부정행위에 직접 관여하였다는 소명이 부족하였다.
  • 신규사업을 이사회 안건으로 상정하여 토의한 것 자체를 위법행위라고 볼 수 없었다.
  • 권한 없이 대표이사로 행동한 문제는 대표이사 직무집행정지로 대응할 수 있고, 이 사건에서는 이를 넘어 이사 해임사유가 있다고 보기 어려웠다.
C도 E와 B에게 우호적이고 이사회에서 그들에게 유리하게 의결권을 행사하였다는 사정만으로는 해임사유가 인정되지 않았다. 독자적인 위법행위를 소명할 자료도 없었다.
또한 기존 직무대행자 F가 대표이사 업무를 수행할 수 있으므로, B를 대신할 직무대행자를 별도로 선임할 필요도 없다고 판단하였다.

실무적 유의점

직무대행체제의 종료는 대표이사의 사임이나 후임자 선임만으로 처리할 수 없다. 기존 가처분이 실제로 취소되었는지를 확인해야 하며, 가처분 취소를 신청한 것만으로 직무대행자를 배제할 수는 없다.
직무대행자에게 이사회 소집을 요구할 때에는 구체적인 안건과 법원 허가에 필요한 시간을 고려해야 한다. 특히 대표이사 선임 등 지배구조에 영향을 미치는 안건에서는, 직무대행자의 안건 확인 요구를 곧바로 부당한 소집 거절로 취급하기 어렵다.
가처분의 대상 직위를 구분하고 그에 맞는 사유를 소명해야 한다. 대표권이 없다는 사정과 이사로서 해임될 사유가 있다는 사정은 동일하지 않다. 이사 직무까지 정지하려면 해당 이사의 구체적인 위법행위 등 별도의 근거가 필요하다.
현재의 지분율과 해당 주주총회에서 행사할 수 있는 의결권도 구분해야 한다. 이 사건에서는 신청인이 주주총회 당시 과반수 지분을 보유했지만, 기준일의 주주명부에 따라 상대방 측이 의결권을 행사하여 이사회를 장악하였다.
이 글이 다룬 조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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