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본인 사망 후 선임된 복대리인의 부동산 매각과 표현대리

핵심 결론 부동산 소유자의 사망으로 대리권이 소멸한 뒤 선임된 복대리인의 매매에도 표현대리가 성립할 수 있다. 환송심은 성업공사를 통한 공매의 경위 등을 고려하여 매수인의 선의·무과실을 인정하고 상속인들에게 소유권이전등기를 명하였다.
이 자료는 서권식 변호사가 실무를 처리하면서 참조한 판례를 바탕으로, 실무상 유의할 점에 주안점을 두고 법리적 쟁점을 정리한 것입니다. 본문의 판례와 법령은 국가법령정보센터에 원문이 실려 있으면 그 원문으로 연결됩니다. 국가법령정보센터로 연결되지 않는 판례·법령은 공개되지 않은 하급심·환송심 판결 등을 판결문과 원문을 직접 확보·확인하여 정리한 것입니다.

해당판결

가. 대법원 1997. 4. 22. 선고 96다56122 판결〔소유권이전등기〕

처분권한을 포괄적으로 부여하였다는 이유만으로 대리권과 별개인 특별한 권한을 인정하여 본인의 사망에 따른 대리권 소멸 문제를 배제할 수 없다고 보아 파기환송하였다.

나. 대법원 1998. 5. 29. 선고 97다55317 판결〔소유권이전등기〕

대리권 소멸 후 선임된 복대리인의 거래에도 민법 제129조의 표현대리가 성립할 수 있으므로, 매수인의 선의·무과실을 심리해야 한다고 보아 다시 파기환송하였다.

다. 서울고등법원 1998. 9. 23. 선고 98나30836 판결〔소유권이전등기〕

두 번째 환송심은 매수인의 선의·무과실을 인정하여 원고의 소유권이전등기청구를 인용하였다(확정).
하급심
재판판단 및 결과
서울지방법원 1995. 12. 8. 선고 95가합53619 판결원고 청구 기각
서울고등법원 1996. 11. 20. 선고 96나6440 판결소유자가 부여한 처분권한은 사망 후에도 존속한다고 보아 원고 청구 인용
대법원 1997. 4. 22. 선고 96다56122 판결대리권과 별개의 처분권한을 인정한 판단을 파기환송
서울고등법원 1997. 10. 28. 선고 97나19931 판결성업공사에는 처음부터 적법한 대리권이 없었다는 이유로 표현대리 주장 배척
대법원 1998. 5. 29. 선고 97다55317 판결대리권 소멸 후 선임된 복대리인의 거래에도 표현대리가 성립할 수 있다고 보아 파기환송
서울고등법원 1998. 9. 23. 선고 98나30836 판결매수인의 선의·무과실을 인정하여 상속인들에게 소유권이전등기 명령

관련판례

가. 대법원 1996. 1. 26. 선고 94다30690 판결

대리의 목적인 법률행위의 성질상 대리인 자신이 처리할 필요가 없다면, 본인이 복대리를 명시적으로 금지하지 않은 경우 복대리인 선임에 대한 묵시적 승낙을 인정할 수 있다고 보았다.
다만 해당 사건의 오피스텔 분양업무는 대리인의 능력과 활동이 중요하므로, 사무처리의 주체가 중요하지 않은 업무로 볼 수 없다고 판단하였다. 복대리를 금지하지 않았다는 사정만으로 언제나 묵시적 승낙이 인정되는 것은 아니다.

나. 대법원 1997. 3. 28. 선고 96다40219 판결

이 사건의 두 번째 환송심이 복대리인 선임에 관한 묵시적 승낙의 판단 근거로 함께 인용한 판결이다.

관련법령

가. 대리권의 수여와 복대리

  • 민법 제114조: 대리인이 권한 내에서 본인을 위하여 한 의사표시는 본인에게 직접 효력이 발생한다.
  • 민법 제120조: 임의대리인은 본인의 승낙이나 부득이한 사유가 있어야 복대리인을 선임할 수 있다.

나. 본인의 사망과 대리권·위임의 종료

  • 민법 제127조 제1호: 본인의 사망은 대리권 소멸사유이다.
  • 민법 제128조: 임의대리권은 그 원인인 법률관계의 종료에 의해서도 소멸한다.
  • 민법 제690조: 위임은 당사자 일방의 사망 등으로 종료한다.

다. 대리권 소멸 후의 표현대리

  • 민법 제129조: 대리권의 소멸은 선의의 제3자에게 대항하지 못한다. 다만 제3자가 과실로 대리권 소멸을 알지 못한 경우에는 보호되지 않는다.

라. 상행위에 관한 대리권의 존속

이 사건에서는 소유자 개인의 부동산 처분이 상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보아 그 적용을 부정하였다. 위 개정 전 표시는 당시 조문과 현행 조문을 구분하기 위해 법령 연혁에 따라 보완한 것이다.

마. 성업공사의 당시 설립 근거

  • 구 한국산업은행법(1997. 8. 22. 법률 제5371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53조의3: 이 사건 매매 당시 성업공사의 설립 근거가 된 규정이다.
환송심판결은 이를 ‘구 한국산업은행법 제53조의3’으로 표시하였다. 괄호 안 개정일과 법률번호는 해당 조문의 삭제 연혁을 확인하여 보완한 것이다.

사실관계

가. 당사자와 매각에 관여한 기관의 관계

이 사건 부동산은 정풍물산 주식회사의 대주주이자 회장이었던 F 개인 소유였다. 회사 소유 부동산은 아니었다.
당사자·기관지위와 역할
F부동산 소유자이자 처분권한을 부여한 본인
정풍물산 주식회사F으로부터 부동산 처분권한을 받은 회사
한국외환은행회사의 주거래은행으로서 매각업무를 위임받은 기관
성업공사은행으로부터 매각을 재위임받아 공매를 진행한 기관
원고 벽산건설 주식회사공매를 통해 부동산을 매수한 회사
피고 B·CF의 재산을 상속한 사람들로서 소유권이전등기청구의 상대방

나. 회사의 자금 확보를 위한 개인 부동산의 매각 위임

정부는 1980년 이른바 ‘9. 27. 특별조치’를 통해 기업과 기업인 소유의 비업무용 부동산을 처분하도록 하였다. 기업 소유 부동산의 처분대금은 대출금 상환에 사용하고, 기업인 개인 소유 부동산의 처분대금은 증자 등을 통해 기업자금으로 활용하도록 하는 취지였다.
이에 F은 1981. 12. 26. 회사에 자신의 부동산 처분권한을 부여하고, 은행에도 토지개발공사에 매입을 의뢰하여 처분하는 데 동의한다는 내용의 서면을 제출하였다.
그러나 토지개발공사는 면적이 기준에 미달한다는 이유로 매입하지 않았다. 은행은 다른 처분 방법으로 성업공사에 매각을 맡기는 방안을 검토하였다.

다. 소유자가 사망한 다음 성업공사에 매각이 재위임됨

이 사건에서 중요한 선후관계는 다음과 같다.
일자내용
1981. 12. 26.F이 회사에 부동산 처분권한을 부여하고 은행에 처분 동의서 제출
1983. 10. 26.F 사망
1984. 7. 25.은행이 성업공사에 매각 재위임
1989. 8. 25.성업공사가 일간신문에 공매공고
1989. 9. 11.일반경쟁입찰을 거쳐 원고 측과 매매계약 체결
1994. 9. 10.원고가 매매대금 전액 지급
따라서 성업공사가 적법하게 대리권을 받은 뒤 소유자가 사망한 경우가 아니었다. 소유자가 이미 사망하여 회사와 은행의 대리권이 소멸한 다음 성업공사가 매각을 재위임받은 경우였다.

라. 매매계약과 대금 지급

성업공사는 원고 회사의 전신인 회사와 매매대금을 8억 7,200만 원으로 정하여 계약하였다.
계약 당일 계약보증금 1억 원을 지급받고, 나머지 7억 7,200만 원은 1990. 3. 10.부터 1994. 9. 10.까지 6개월마다 7,720만 원씩 10회에 걸쳐 지급받기로 하였다. 원고는 약정에 따라 대금을 모두 지급하였다.
매매 당시 부동산에는 상속등기가 이루어지지 않아, 등기부상 소유자는 여전히 사망한 F으로 남아 있었다.

마. 상속인들의 계약 효력 부인과 소송

일부 유족의 상속포기로 피고 B와 C가 판결에서 인정한 각 3/5, 2/5 지분의 상속인이 되었다.
원고는 매매대금을 모두 지급하였으므로 피고들에게 소유권이전등기를 청구하였다. 피고들은 F의 사망으로 대리권이 소멸하였고 성업공사는 적법한 매각권한이 없었으므로, 매매계약의 효력이 자신들에게 미치지 않는다고 다투었다.
두 번째 환송심은 표현대리를 인정하여 피고들에게 각 상속지분에 관한 소유권이전등기를 명하였다.

법리

가. 포괄적인 처분 위임만으로 사망 후에도 존속하는 특별한 권한이 생기는 것은 아니다

최초 항소심은 F이 회사에 부여한 권한을 일반적인 대리권과 구별되는 ‘처분수권’으로 보았다. 이러한 권한은 포괄적인 처분권한이므로 복위임을 포함하고, F의 사망 후에도 존속한다고 판단하였다.
첫 번째 대법원판결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원고가 대리권을 근거로 계약의 효력을 주장하는 상황에서, 법원이 별개의 특별한 권한을 상정하여 대리권 소멸에 관한 피고들의 항변을 배척할 수는 없다는 것이다. 대리권의 소멸사유를 완화하거나 배제하는 약정도 대리권의 내용으로 설명할 수 있으므로, 그러한 약정이 실제로 있었는지를 심리해야 한다.
따라서 ‘처분을 전부 맡겼다’는 사실과 ‘본인이 사망해도 권한이 존속하도록 약정했다’는 사실은 구분해야 한다.

나. 복대리인 선임에 대한 승낙과 사망 후 대리권 존속은 별개의 문제이다

두 번째 환송심은 F이 복대리인 선임에 묵시적으로 동의하였다고 보았다.
부동산 처분의 성질상 회사가 반드시 직접 처리해야 하는 것은 아니었고, F이 은행을 통해 토지개발공사에 처분하는 데 동의하는 서면까지 제출하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복대리를 허용하였다는 사정이 본인 사망 후에도 대리권을 존속시키는 것은 아니다. 사망 후 존속 특약을 인정할 자료가 없었으므로 회사와 은행의 대리권은 F의 사망으로 소멸하였고, 이후 선임된 성업공사의 복대리권도 적법하게 성립하지 않았다.

다. 회사에 도움을 주기 위한 개인 재산 처분이 곧바로 상행위가 되는 것은 아니다

원고는 F이 회사의 영업을 위하여 부동산을 처분한 것이므로, 상행위의 대리권에 관한 규정에 따라 사망 후에도 대리권이 존속한다고 주장하였다.
환송심은 다음 사정을 들어 이를 배척하였다.
  • 처분 대상은 회사 재산이 아니라 F의 개인 재산이었다.
  • F은 회사를 대표하여 회사 재산을 처분한 것이 아니었다.
  • F이 부동산 매매를 영업으로 하는 상인이라는 자료도 없었다.
회사의 자금 확보에 기여하려는 목적만으로 개인 소유 부동산의 처분을 상행위로 평가할 수는 없다고 본 것이다.

라. 대리권 소멸 후 선임된 복대리인의 거래에도 민법 제129조가 적용될 수 있다

이 사건의 중심 법리이다.
첫 번째 환송심은 성업공사에 처음부터 적법한 대리권이 없었으므로, ‘대리권이 있다가 소멸한 경우’를 보호하는 민법 제129조는 적용할 수 없다고 판단하였다.
두 번째 대법원판결은 회사와 은행에 당초 적법한 대리권이 있었다는 점에 주목하였다. 적법한 대리권을 가졌던 사람이 그 권한을 잃은 뒤 직접 거래한 경우뿐 아니라, 권한 소멸 후 복대리인을 선임하여 거래하게 한 경우에도 표현대리가 성립할 수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거래를 직접 수행한 성업공사 자신에게 과거 유효한 대리권이 있었어야만 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상대방이 대리권 소멸을 알지 못하였고, 적법한 복대리권이 있다고 믿은 데 과실이 없어야 한다.

마. 환송심은 공매에 이른 구체적인 경위를 근거로 선의·무과실을 인정하였다

두 번째 대법원판결은 표현대리의 성립 가능성을 인정하면서 선의·무과실을 심리하도록 하였고, 그 요건을 실제로 인정한 것은 두 번째 환송심이었다.
환송심이 고려한 사정은 다음과 같다.
  • 정부의 기업체질 강화조치에 따라 매각 대상으로 신고된 부동산이었다.
  • 소유자의 처분 동의서와 회사의 매각 의뢰를 토대로 은행이 성업공사에 매각을 맡겼다.
  • 성업공사가 일간신문에 공고하고 일반경쟁입찰을 거쳐 매매계약을 체결하였다.
  • 상속등기가 이루어지지 않아 등기부상 소유자가 여전히 F이었다.
  • 성업공사는 금융기관 등이 위임한 재산의 처분을 업무로 하는 법률상 공법인이었으며 정부의 감독을 받았다.
이러한 사정을 종합하여 원고가 성업공사에 적법한 처분권한이 있다고 믿은 데 과실이 없다고 판단하였다.

바. 표현대리의 효과로 상속인들이 매매계약상 의무를 부담한다

환송심은 성업공사에 실제 대리권이 존속하였다고 인정한 것이 아니다. 실제 대리권은 없었지만, 표현대리의 요건이 충족되어 매매계약의 효력이 상속인들에게 미친다고 판단하였다.
이에 따라 피고들은 원고에게 각 상속지분에 관하여 1989. 9. 11. 매매를 원인으로 하는 소유권이전등기절차를 이행할 의무를 부담하였다.

실무적 유의점

가. 권한 수여·소멸·복대리인 선임·계약 체결의 시점을 구분해야 한다

이 사건에서는 특히 본인의 사망이 성업공사에 대한 재위임보다 먼저였다는 점이 중요하였다. 위임장이나 매각 동의서의 존재뿐 아니라, 거래 당시까지 권한이 존속하였는지를 확인해야 한다.

나. 실제 대리권과 표현대리의 주장을 나누어 구성해야 한다

실제 대리권에 관해서는 수여 범위, 복임권, 사망 후 존속 특약 등을 검토한다. 실제 권한이 부정될 경우에는 종전 대리권의 존재와 권한에 관한 외관, 상대방의 선의·무과실을 별도로 검토해야 한다.

다. 공매라는 명칭만으로 처분권한의 문제가 해소되지는 않는다

이 사건 공매는 은행의 매각 위임을 받은 성업공사가 진행한 매매였다. 따라서 매각권한의 유무가 계약 효력의 중요한 전제가 되었다.
공법인이 공매를 진행하였다는 점은 선의·무과실의 판단 요소였지만, 그것만으로 모든 매수인이 당연히 보호된다는 판결은 아니다.

라. 두 차례 대법원판결과 환송심판결의 판단 범위를 구분해야 한다

첫 번째 대법원판결은 포괄적 처분권한을 이유로 사망에 따른 대리권 소멸 문제를 건너뛴 판단을 시정하였다. 두 번째 대법원판결은 실제 대리권이 없다는 이유만으로 표현대리까지 배제한 판단을 시정하였다. 이후 환송심이 구체적인 거래 경위를 심리하여 매수인을 보호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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