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당 판결
대법원 1997년 1월 10일자 95마837 결정〔직무집행정지가처분〕
재항고 기각. 직무집행정지가처분 신청을 기각한 결론이 유지되었다. 이는 가처분에 관한 판단이며, 이사해임 본안청구를 기각한 판결은 아니다.
하급심
항고심은 이사의 중대한 위법행위와 신청인의 주주 지위를 근거로 피보전권리의 소명을 인정하였으나, 이사 해임을 위한 주주총회 소집을 요구한 흔적이 없다는 이유로 보전의 필요성을 부정하였다.
대법원은 본안소송을 먼저 제기해야 한다는 취지의 원심 판단은 잘못이라고 지적하면서도, 절차 진행 및 횡령사실의 소명 부족을 이유로 기각 결론을 유지하였다.
관련 판례
대법원 결정문에 별도로 인용된 선행 판례는 없다. 이 사건에서는 원심과 대법원이 피보전권리 및 보전의 필요성을 어떻게 판단하였는지를 구분하는 것이 중요하다.
관련 법령
결정문은 법령명을 ‘상법’, ‘민사소송법’으로 표시하고 있으므로 이를 유지하되, 당시 규정과 현행 규정을 구분한다.
- 상법 제385조 제2항: 이사에게 중대한 부정행위나 법령·정관 위반이 있음에도 주주총회에서 해임이 부결된 경우 소수주주가 법원에 해임을 청구하는 근거. 결정 당시 지분요건은 5%였고, 현행 조문의 일반요건은 3%이다.
- 상법 제407조 제1항: 이사 직무집행정지 및 직무대행자 선임의 근거. 급박한 사정이 있으면 본안소송 제기 전에도 처분할 수 있다.
- 민사소송법 제714조 제2항: 결정 당시 임시의 지위를 정하는 가처분에 관한 규정.
- 민사집행법 제300조 제2항: 위 민사소송법 규정에 대응하는 현행 가처분 규정.
현행 상법 제385조 제2항의 지분요건과 제407조 제1항의 본안 제기 전 가처분 허용 규정은 위와 같다.
사실관계
당사자 관계
아래에서는 원심 결정문의 익명 표기를 사용한다.
회사 운영과 관련하여 원심이 소명되었다고 본 사정
B는 D와의 동업계약에 따라 1986년 9월 C회사를 설립하고 이사 및 대표이사로 선임되었다.
항고심은 다음 사실이 소명되었다고 보았다.
- 주주총회 미소집: 정관상 정기주주총회 소집의무가 있었음에도 1988년부터 정기주주총회를 개최하지 않았다.
- 독자적인 회사 운영: 이사회도 제대로 소집하지 않은 채 사실상 독자적으로 회사를 경영하였다.
- 허위 의사록 작성: 수사 중 도피하여 대표이사 직무를 수행하기 어렵게 되자, 실제 회의를 열지 않고 배우자 E가 1992년 6월 5일 주주총회와 이사회에서 이사 및 대표이사로 선임된 것처럼 의사록을 작성하고 등기하였다.
- 경업회사 운영: 1990년 4월 3일 같은 도내에서 동일한 사업을 하는 K회사를 설립하고 대표이사로 취임하였다.
- 형사재판: 회사 운영과 관련한 조세범처벌법·근로기준법 위반으로 1994년 10월 24일 징역 1년 6월을 선고받았다. 원심 결정 당시에는 상고심 계속 중이었다.
항고심은 이러한 행위를 중대한 직무상 부정행위 또는 법령·정관 위반으로 평가하였다.
신청 내용과 절차 진행의 문제
A는 B에 대한 이사 및 대표이사 해임청구의 본안판결이 확정될 때까지 B의 직무집행을 정지하고 직무대행자를 선임해 달라고 신청하였다.
그러나 A가 B의 해임을 위한 주주총회 소집을 회사에 요구하였다는 자료는 없었다. 원심은 A가 1987년경부터 여러 차례 유사한 가처분을 신청하면서도 해임을 위한 총회 소집을 요구한 흔적이 없어 신청들이 기각되거나 각하된 사정도 확인하였다.
법리
본안소송을 먼저 제기해야만 직무집행정지가처분을 신청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대법원은 상법 제407조가 급박한 경우 본안소송 제기 전의 가처분을 명시적으로 허용하고 있으며, 이 가처분 역시 임시의 지위를 정하는 가처분이라고 보았다.
따라서 이사해임 본안소송을 제기하였다는 소명자료가 없다는 이유만으로 신청요건이 갖추어지지 않았다고 볼 수는 없다.
다만 이는 본안 제기 전 신청이 가능하다는 뜻이지, 이사해임청구권과 보전의 필요성에 관한 소명까지 면제된다는 뜻은 아니다.
특별히 급박한 사정이 없다면 해임소송을 위한 절차 진행이 소명되어야 한다.
대법원이 설명한 소수주주의 해임청구 절차는 다음과 같다.
- 회의 목적과 소집 이유를 기재한 서면으로 이사회에 임시주주총회 소집을 요구한다.
- 회사가 소집에 응하지 않으면 법원의 허가를 받아 총회를 소집할 수 있다.
- 주주총회에서 해임이 부결되면 그 결의일부터 1개월 안에 법원에 해임을 청구한다.
대법원은 이사의 직무권한을 잠정적으로 박탈하는 가처분에는 신중한 판단이 필요하므로, 특별히 급박한 사정이 없는 한 해임소송을 제기할 수 있을 정도의 절차요건을 거친 흔적이 소명되어야 한다고 판시하였다.
그러므로 ‘본안소송 제기 전에도 신청 가능’과 ‘해임절차를 전혀 진행하지 않아도 인용 가능’은 구별된다.
해임 부결 전의 가처분 가능성도 일률적으로 배제하지 않았다.
원심도 해임 부결까지 기다리는 동안 회복하기 어려운 손해가 생길 수 있으므로, 반드시 해임 부결이 있어야만 가처분을 신청할 수 있다고 보지는 않았다.
대법원 역시 ‘특별히 급박한 사정’의 예외를 인정하였다. 다만 이 사건에서 그러한 예외를 적용하여 가처분을 인용하지는 않았다.
따라서 이 결정을 주주총회 해임 부결이 모든 직무집행정지가처분의 절대적인 선행요건이라고 판시한 사례로 정리해서는 안 된다.
원심의 위법행위 인정과 대법원의 횡령 소명 부족은 구별해야 한다.
대법원이 횡령사실의 소명 부족을 언급하였다고 해서 원심이 인정한 다른 위법행위까지 모두 부정한 것으로 해석할 수는 없다. 반대로 원심에서 일부 위법행위가 소명되었다고 하여 가처분 인용요건이 모두 충족되는 것도 아니다.
실무적 유의점
이사해임청구권을 근거로 직무집행정지가처분을 신청할 때에는 다음 사항을 구분하여 제시할 필요가 있다.
- 해임사유: 구체적인 부정행위와 중대한 법령·정관 위반 사실.
- 절차 진행: 해임안건을 명시한 총회 소집 요구, 회사의 거절·지연, 소집허가 신청 등 진행 자료.
- 긴급성: 통상적인 해임절차나 본안판결을 기다릴 수 없는 구체적인 손해와 위험.
이 결정의 핵심은 본안 선제기를 요구하지 않으면서도, 해임절차의 진행이나 이를 기다릴 수 없는 급박한 사정에 대한 소명을 엄격하게 요구한 것이다. 이는 이사해임청구권을 피보전권리로 한 사건의 판단이므로, 다른 피보전권리에 기초한 모든 직무집행정지가처분에 동일한 해임절차를 요구하는 것으로 확대해서는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