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당판결
대법원 1995. 3. 24. 선고 94다44620 판결〔토지소유권이전등기〕
매도인인 피고들의 상고를 모두 기각하였다. 중요부분의 착오를 부정한 원심의 이유는 적절하지 않지만, 착오 취소를 배척한 결론은 정당하다고 판단하였다.
하급심
광주고등법원 1994. 7. 13. 선고 91나1829 판결
원심은 매도인 측의 급박한 매도 사정, 매매가격, 주택건설사업자에게 토지를 양도하는 경우의 조세감면 규정 등을 고려하여 중요부분의 착오를 인정하지 않았다. 대법원은 이러한 판단 이유를 수정하면서도 매도인들의 취소 주장을 배척한 결론을 유지하였다.
관련판례
대법원 1993. 10. 12. 선고 93다9903,93다9910 판결〔건물명도,소유권이전등기〕
건물의 매수인 겸 임차인이 입주를 방해하는 공사수급인의 유치권 등을 소멸시키기 위해 매도인의 공사대금채무를 변제한 경우, 법률상 이해관계 있는 제3자의 변제로 인정하였다. 이 사건에서 매수인이 매도인의 담보채무를 대신 변제할 수 있는 근거로 인용되었다.
관련법령
가. 판결의 직접적인 참조조문
나. 함께 검토할 조문
다. 당시의 세법 관련 규정
판결은 계약 당시 시행되던 소득세법·소득세법 시행령, 조세감면규제법 제62조 제1항, 조세감면규제법 시행령 제50조 제3항 제2호, 주택건설촉진법 제6조를 검토하였다.
이는 당시의 양도소득세 산정 및 면제 제도에 관한 설명이다. 판결문에는 위 규정의 개정 법률번호 등을 특정한 구법 괄호 표시가 없으므로 이를 임의로 추가하지 않는다.
사실관계
가. 매도인과 매수인의 관계
이 사건 부동산은 실질적으로 소외 1의 소유였으나, 등기명의는 소외 1의 아내인 피고 1과 친구인 피고 2에게 각각 신탁되어 있었다. 매매계약서에는 등기명의자인 피고들이 매도인으로 기재되었다.
원고 대주주택 주식회사는 이 부동산과 인근 토지를 매수하여 아파트 건설용지로 사용할 계획이었다. 다만 이러한 계획이 알려지면 토지 소유자들이 가격 상승을 기대하여 매도를 거절할 수 있다고 보아, 계열회사 경리과장인 원고 2를 내세웠다.
나. 매수인을 ‘원고 2 외 1인’으로 표시한 계약
1988. 7. 6. 체결된 매매계약서에는 매수인이 ‘원고 2 외 1인’으로 표시되었다.
원고 2는 자신의 매수인 지위와 원고 회사의 대리인 지위를 함께 가지고 계약을 체결하였다. 그러나 매도인 측에는 ‘외 1인’이 원고 회사라는 사실을 알리지 않았다.
매도인 측은 다른 공동매수인도 개인이라고 생각하여, 개인에게 양도하는 경우를 전제로 양도소득세 부담을 예상하였다.
다. 매수인의 법인 여부에 따라 달라졌던 세금 부담
계약 당시에는 양도가액을 원칙적으로 기준시가에 따르되, 법인과 거래하면서 실지거래가액이 확인되면 실지거래가액을 적용하는 제도가 시행되고 있었다.
매도인들은 법인이 공동매수인인 사실을 알았다면 계약을 체결하지 않았거나, 적어도 양도소득세 부담에 관한 계약조건을 달리 정했을 것이라고 주장하였다.
원고 회사가 등록된 주택건설사업자라는 사정도 있었으나, 당시 양도소득세 면제는 일정한 요건과 매입자의 신청을 필요로 하였다. 따라서 주택건설사업자에게 매도했다는 이유만으로 면제가 당연히 보장되는 것은 아니었다.
라. 세법 개정과 잔금 청산으로 세금상 불이익이 소멸
계약 체결 후 세법이 개정되어, 1989. 8. 1. 이후 양도한 것으로 보는 거래는 투기거래를 제외하면 법인과의 거래도 기준시가에 따라 양도가액을 산정하게 되었다.
원고들은 부동산의 담보권자 등에 대한 피고들의 채무를 대신 변제하고, 그에 따라 취득한 구상금채권 등으로 1991. 9. 4. 매매잔금과 상계하였다.
대법원은 이때 잔금이 청산되어 세법상 양도시기가 도래한 것으로 보았다. 이에 따라 매도인들은 처음 예상했던 것처럼 기준시가에 따른 양도소득세만 부담하면 되는 것으로 확정되었다.
마. 불이익 소멸 후 이루어진 취소 주장
그런데도 피고들은 그 후 1992. 1. 30.자 준비서면의 송달로 사기 또는 착오를 이유로 매매계약을 취소한다고 주장하였다.
핵심은 계약 당시에는 착오가 문제 될 수 있었지만, 취소 의사표시 당시에는 그 착오로 인한 세금상 불이익이 이미 사라져 있었다는 점이다.
법리
가. 세금 부담에 관한 오인이 언제 계약의 중요부분에 관한 착오가 되는가
양도소득세는 원칙적으로 양도인이 부담하는 세금이다. 따라서 당사자 사이에 세금 부담에 관한 특별한 논의가 없었다면, 매도인이 혼자 예상한 세액이 당연히 매매계약의 내용이 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이 사건에서는 매수인 측이 공동매수인이 법인이라는 사실을 알리지 않았고, 그로 인해 매도인들이 개인과의 거래라고 생각하여 세금 부담을 계산하였다.
대법원은 이러한 경위를 고려하면 기준시가에 따른 세금 부담을 전제로 계약을 체결한 것이 계약 내용에 포함되었다고 볼 여지가 있다고 보았다. 또한 매수인이 개인인지 법인인지, 주택건설사업자인지, 면제신청을 할 것인지가 실제 세액에 중대한 영향을 미친다는 점을 지적하였다.
따라서 이 판결은 세금에 관한 모든 예상 착오를 취소사유로 인정한 것이 아니라, 상대방의 행위로 형성된 세금 부담의 전제가 계약 내용에 편입되었는지를 구체적으로 검토한 사례이다.
나. 계약 당시의 착오와 취소권 행사의 허용 여부는 구분된다
이 사건의 가장 중요한 법리이다.
대법원은 원심처럼 중요부분의 착오를 단순히 부정하지 않았다. 대신 그러한 착오가 있었다고 하더라도, 취소 전에 불이익이 소멸한 이상 취소권 행사가 신의칙에 반한다고 판단하였다.
착오가 처음부터 없었던 것으로 보는 것이 아니라, 불이익이 해소된 뒤의 취소권 행사를 제한한 것이다.
또한 취소 후 사정이 바뀌어 이미 이루어진 취소의 효력을 뒤집은 사건이 아니다. 불이익이 먼저 소멸하고, 그 뒤 취소 의사표시가 이루어졌다는 시간적 순서가 중요하다.
다. 원심의 판단 이유가 잘못되었더라도 결론은 유지될 수 있다
원심은 매도인 측이 급히 부동산을 처분해야 했고, 매매가격도 낮지 않았으며, 조세감면 가능성도 있다는 이유로 중요부분의 착오를 부정하였다.
대법원은 이러한 사정만으로 착오의 중요성을 부정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보았다. 특히 조세감면을 받을 가능성과 실제로 감면이 보장되는 것은 다르다는 점을 짚었다.
다만 실제 잔금 청산 시점에는 개정 세법이 적용되어 불이익이 사라졌으므로, 취소를 허용하지 않은 결론은 유지하였다.
따라서 이 판결을 “양도소득세 부담에 관한 착오는 중요부분의 착오가 아니다”라는 근거로 인용해서는 안 된다.
라. 매수인의 정체를 알리지 않은 행위가 곧바로 사기는 아니다
대법원은 원고 회사가 매수인이라는 사실을 알리지 않았다는 사정만으로 사기에 의한 취소를 인정하지 않았다.
원고 측이 그 사실을 알리지 않은 이유는 아파트 건설계획이 알려져 토지 매입이 어려워지는 것을 피하기 위한 것이었고, 매매가격도 당시 시세보다 낮지 않았다. 이러한 사정에서 기망의 고의와 위법한 기망행위를 인정하기 어렵다고 보았다.
다만 이는 이 사건의 목적과 거래 경위를 고려한 판단이다. 매수인의 신원이나 거래 목적을 숨기는 행위가 언제나 허용된다는 일반원칙으로 확대할 수는 없다.
마. 공동매수인의 구체적인 신원을 몰랐다는 이유만으로 계약이 불성립·무효가 되지는 않는다
매도인들은 계약서에 표시된 ‘외 1인’이 누구인지 구체적으로 알지 못했지만, 원고 2 외에 다른 공동매수인이 있다는 사실은 알고 계약하였다.
원고 2는 자신과 원고 회사를 위하여 계약을 체결하였으므로, 대법원은 원고 회사도 처음부터 매수당사자라고 보았다.
즉, 공동매수인의 구체적인 신원을 몰랐다는 문제와 계약의 성립 여부는 구별된다. 그 신원에 관한 오인이 계약에 미치는 영향은 착오나 사기에 의한 취소의 문제로 별도로 검토해야 한다.
바. 부동산 매수인은 매도인의 담보채무를 변제할 법률상 이해관계가 있다
매수인은 담보권이 실행되면 매매계약에 따른 권리실현에 지장을 받을 수 있다. 따라서 해당 부동산의 담보권 등을 소멸시키기 위해 매도인의 채무를 대신 변제할 법률상 이해관계가 있다.
이 사건에서는 원고들의 매수인 지위와 계약의 존속이 인정되었으므로, 대위변제의 이해관계도 인정되었다. 원고들이 변제로 취득한 구상금채권 등으로 잔금과 상계한 사실은 세법상 양도시기를 판단하는 기초가 되었다.
다만 대위변제를 했다는 사실만으로 잔금이 자동 소멸하는 것은 아니다. 구상금채권의 성립과 범위, 상계 요건 및 상계 의사표시를 구별하여 검토해야 한다.
실무적 유의점
가. 착오의 발생과 취소 시점의 사정을 나누어 주장·입증해야 한다
착오 취소를 검토할 때에는 계약 당시의 잘못된 인식뿐 아니라, 취소 의사표시가 상대방에게 도달할 당시에도 그 착오로 인한 불이익이 남아 있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
상대방은 계약 이후의 법령 개정, 계약 이행 또는 불이익 해소를 근거로 취소권 행사가 신의칙에 반한다고 다툴 수 있다.
나. 세금 부담이 중요하다면 계약조건으로 명시하는 것이 중요하다
매수인의 법적 성격이나 감면신청 여부에 따라 세금이 달라지는 거래라면, 매수인의 신원, 감면신청 의무, 감면이 이루어지지 않을 경우의 부담 주체 등을 계약서에 구체적으로 정할 필요가 있다.
이 사건에서도 단순한 세액 예상과 계약 내용으로 편입된 세금 부담의 전제를 구분하는 것이 핵심이었다.
다. 당시의 과세제도를 현재 거래에 그대로 적용해서는 안 된다
개인과 법인 중 누구에게 양도하는지에 따라 기준시가와 실지거래가액의 적용이 달라졌다는 설명은 이 사건에 적용된 당시 제도에 관한 것이다.
현재의 거래에 활용할 핵심은 당시의 세액 산정 방식 자체보다, 중요부분의 착오가 문제 되더라도 취소 전에 그 불이익이 소멸하면 신의칙에 따라 취소권 행사가 제한될 수 있다는 법리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