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당 판결
서울중앙지방법원 2018. 9. 13. 선고 2018고단1297 판결
〔업무상배임·업무방해〕
〔업무상배임·업무방해〕
피고인 A와 B에게 업무상배임죄와 업무방해죄를 모두 인정하여 각 벌금 500만 원을 선고한 확정 사례이다. 두 범죄를 경합범으로 처벌한 것으로, 범죄마다 각각 벌금 500만 원을 선고한 것은 아니다.
하급심
해당 판결은 제1심판결이며, 항소 없이 확정된 사례다.
관련 판례
판결문에서 명시적으로 인용한 관련 판례는 없다.
관련 법령
- 형법 제355조 제2항, 제356조: 업무상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가 임무에 위배하여 자신이나 제3자에게 재산상 이익을 주고 본인에게 손해를 가한 경우의 업무상배임.
- 형법 제314조 제1항: 위계에 의한 업무방해.
- 형법 제30조: 공동정범.
- 형법 제37조 전단, 제38조: 경합범과 그 처벌.
사실관계
가. 당사자와 고객정보 관리 관계
F는 피해회사인 보험대리점업체, E는 F와 업무협약을 맺고 보험방송을 하던 회사, K는 피고인들이 이직한 경쟁사이다.
A는 E의 방송본부장, B는 E의 지점장이었지만, 두 사람 모두 F와 보험설계사 위촉계약을 체결하였다. A는 보험방송을 보고 상담을 요청한 고객의 성명·전화번호 등을 수집하여 배분·관리하였고, B는 A의 위임을 받아 해당 정보를 지점장과 설계사들에게 배분·관리하였다.
F는 상당한 방송 협찬료를 부담하여 고객정보를 확보한 뒤 보험모집인들에게 무상으로 제공하였다. 모집인들은 이를 이용하여 보험계약을 체결하고 F로부터 수수료를 지급받았다.
피고인들과 모집인들은 고객정보를 회사 사업목적 외의 개인적 용도로 유용하거나 불법행위에 사용하지 않겠다는 서약서도 작성하였다.
나. 업무상배임으로 인정된 행위: 기존 고객정보의 반출·경쟁사 이용
피고인들은 2015년 9월경 고객정보 관리 등의 문제로 해고를 당하게 되자, 그때까지 관리하던 F의 고객 데이터베이스를 경쟁사 영업에 사용할 목적으로 가지고 나갔다.
이어 G·H·I·J 등 모집인들과 K로 이직하여 해당 정보를 계속 이용하기로 공모하였다. 피고인들의 지시를 받은 모집인들도 같은 해 9월부터 10월 사이 K로 이직하면서 F에서 제공받아 보유하던 고객정보를 그대로 가지고 나와 보험영업에 활용하였다.
법원은 이 행위로 F에 보험수수료 상당인 3,442만 6,165원의 손해가 발생하고 K가 같은 금액의 이익을 취득하였다고 인정하였다.
다. 업무방해로 인정된 행위: 퇴직 후 전송된 정보를 이용한 위장 상담
퇴직 후에도 F의 고객센터인 L 회사에서 B의 이메일로 CS 데이터베이스가 계속 전송되었다. 이는 기존 상담요청 고객 중 민원이 발생하여 수집된 고객정보였다.
피고인들은 이를 K의 설계사들에게 나누어 주었고, 설계사들은 2015년 10월부터 12월 사이 다음과 같이 영업하였다.
- 고객에게 F 측 보험방송에서 전화한 것처럼 행세하였다.
- F에서도 같은 고객에게 연락할 것을 예상하여, 고객에게 **“다른 곳에서 연락이 오면 이미 전화상담을 받았다고 말하라”**고 하였다.
- 그 결과 F의 모집인들이 해당 고객을 F의 다른 모집인에게 이미 정상적으로 상담받은 고객으로 오인하도록 하였다.
- 실제 보험계약은 경쟁사 K를 통해 체결하였다.
법원은 이처럼 위장 상담과 상담 완료에 관한 착오를 이용하여 F의 정상적인 보험영업을 방해한 행위를 업무방해로 인정하였다.
법리
가. 두 범죄에 해당하는 행위의 구별
고객정보를 이용했다는 공통점은 있지만, 판결은 ‘반출·유용’과 ‘위장 상담을 통한 영업방해’를 각각 별도의 범죄행위로 구성하였다.
나. 업무상배임: 근로계약이 없어도 고객정보를 위탁받아 관리하면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에 해당할 수 있다
피고인들은 자신들이 E의 직원이거나 F와 위촉관계에 있었을 뿐이므로 F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가 아니라고 주장하였다.
법원은 다음 사정을 근거로 이를 배척하였다.
- F의 보험설계사로 영업하고 F로부터 수수료를 지급받았다.
- 고객정보는 원칙적으로 F의 인트라넷에서 관리되었다.
- F에 고객정보의 사적 유용을 금지하는 서약서를 제출하였다.
- 실제로 F의 고객정보를 배분·관리하는 업무를 수행하였다.
따라서 고용계약의 형식보다 F를 위하여 담당한 구체적인 사무와 신임관계를 중시하여, 피고인들을 F의 보험사무를 처리하는 자로 인정하였다.
다. 업무상배임: 무상으로 받은 고객정보도 경쟁사에서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F는 비용을 들여 고객정보를 확보하였고, 이를 기초로 보험계약과 수수료 수익을 창출하였다. 법원은 해당 정보를 F의 중요한 영업자산으로 평가하였다.
모집인들에게 무상으로 제공한 것은 F의 영업에 사용하도록 한 것이므로, 피고인들에게는 외부 유출을 금지하고 퇴직 시 반환·삭제할 의무가 있었다.
그럼에도 경쟁사 영업에 사용할 목적으로 정보를 가지고 나가 실제 활용하고, 그 결과 경쟁사에 수수료 상당의 이익을 준 행위가 업무상배임으로 인정되었다. 이 판결에서 문제 된 것은 단순 이직이나 통상적인 경쟁영업 자체가 아니다.
라. 업무방해: 정보 수신 자체보다 이를 이용한 ‘위장 상담과 착오 유발’이 핵심이다
업무방해죄는 퇴직 후 이메일을 받았다는 사정이나 그 정보를 다른 설계사에게 전달했다는 사정만으로 인정된 것이 아니다.
피고인들과 설계사들은 F 측 상담인 것처럼 가장한 뒤, 고객이 이미 상담받았다고 답하게 하여 F의 모집인까지 착오에 빠뜨리는 방식을 사용하였다. 이로써 F의 후속 상담과 보험영업을 방해하였다.
따라서 이 부분의 위계는 상담 주체를 속이는 행위와 정상적인 상담 완료로 오인시키는 행위가 결합된 것이다. 실제 계약은 K에서 체결되었으므로, F의 정상 업무를 경쟁사 영업으로 돌리는 결과까지 발생하였다.
마. 두 범죄를 각각 인정하여 경합범으로 처벌하였다
법원은 기존 고객정보의 반출·경쟁사 이용에 대해 업무상배임죄를, 퇴직 후 전송된 CS 정보를 이용한 위장 상담에 대해 업무방해죄를 인정하고 형법 제37조 전단의 경합범으로 처리하였다.
3,442만 6,165원은 업무상배임 부분에서 인정된 손해액이다. 업무방해 부분에 별도로 같은 금액의 손해를 산정한 것은 아니다.
실무적 유의점
- 배임은 정보관리의 위탁관계와 반출·이용을 입증해야 한다. 위촉계약, 준법서약서, 정보의 취득비용·관리체계, 반출 자료와 경쟁사 계약체결 내역이 주요 증거이다.
- 업무방해는 구체적인 위계와 업무 지장을 입증해야 한다. 종전 회사로 가장한 통화내용, 고객에게 한 답변 지시, 피해회사 모집인의 오인 및 상담 중단 경위를 확인해야 한다.
- 고소사실도 두 행위를 나누어 구성할 필요가 있다. ‘고객을 빼앗았다’는 포괄적 주장보다 정보 반출·유용 행위와 위장 상담·영업방해 행위를 각각 특정하는 것이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