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용역을 부실하게 수행한 연구원(이행보조자)도 개인적으로 손해배상책임을 질까?

핵심 결론 연구원의 과실로 용역이 부실해졌다면 연구기관은 채무불이행책임을 질 수 있다. 그러나 연구원 개인의 배상책임은 거래상대방에 대한 독자적인 불법행위가 인정되어야 한다. 환송심은 이를 인정할 증거가 부족하다고 보아 개인 책임을 부정하였다.
이 자료는 서권식 변호사가 실무를 처리하면서 참조한 판례를 바탕으로, 실무상 유의할 점에 주안점을 두고 법리적 쟁점을 정리한 것입니다. 본문의 판례는 국가법령정보센터에 원문이 실려 있으면 그 원문으로 연결됩니다. 공개되지 않은 하급심·환송심 판결은 판결문을 직접 확보하여 정리합니다.
주요 판례·법령 2024두39158, 2017두63467, 2017다53265, 2016다210474, 2014두8490

해당 판결

대법원 2025년 7월 16일 선고 2024두39158 판결 [주민소송]
한국교통연구원의 채무불이행책임을 인정한 원심 판단은 유지하면서, 연구원 등 개인 3명의 불법행위책임을 인정한 부분을 파기환송하였다.
파기환송심: 서울고등법원 2025년 12월 17일 선고 2025누7569 판결 [주민소송]
연구원 등 개인 3명의 독자적인 불법행위를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하여, 원고들의 항소와 제1차 환송 후 확장한 청구를 모두 기각하였다.
하급심
수원지방법원 2017년 1월 16일 선고 2013구합9299 판결
한국교통연구원과 연구원들에 대한 손해배상청구를 요구하는 주민소송 부분을 부적법하다고 보아 각하하였다.
서울고등법원 2017년 9월 14일 선고 2017누35082 판결
한국교통연구원과 연구원들에 관한 부분에서 제1심의 각하 판단을 유지하였다.
제1차 상고심: 대법원 2020년 7월 29일 선고 2017두63467 판결
수요예측 용역계약의 체결·이행은 주민소송의 대상인 재무회계행위에 해당하고, 오류가 있는 용역보고서 제출과 관련하여 손해배상청구를 요구하는 주민소송이 가능하다고 보아 해당 부분 등을 파기환송하였다.
제1차 환송심: 서울고등법원 2024년 2월 14일 선고 2020누50128 판결
한국교통연구원의 채무불이행책임과 연구원들 개인의 불법행위책임을 인정하였다. 용인시장에게 전임 시장과 연구원들을 상대로 연대하여 21,468,095,900원, 한국교통연구원을 상대로 이들과 연대하여 그중 4,293,619,180원을 용인시에 지급하도록 청구할 것을 명하였다. 연구원 개인에 관한 판단이 이번 대법원 판결에서 파기되었다.

관련 판례

  • 대법원 2019년 5월 30일 선고 2017다53265 판결 법인 대표자가 체결한 계약의 채무불이행책임은 원칙적으로 법인에 귀속된다. 대표자 개인에게 불법행위책임을 묻기 위해서는 거래상대방과의 관계에서 사회상규에 어긋나는 위법한 행위가 인정되어야 한다. 이번 판결은 이 법리를 이행보조자의 개인 책임을 판단하는 근거로 참조하였다.
  • 대법원 2021년 6월 24일 선고 2016다210474 판결 채무불이행에 따른 손해배상청구와 불법행위에 따른 손해배상청구는 별개의 소송물이다. 계약상 주의의무 위반이 인정된다는 사정만으로 불법행위책임까지 당연히 인정할 수 없고, 각 청구권의 성립요건을 따로 판단해야 한다.
  • 대법원 2016년 5월 27일 선고 2014두8490 판결 주민소송은 원칙적으로 지방자치단체의 재무회계에 관한 사항의 처리를 직접 목적으로 하는 행위를 대상으로 한다. 환송심이 용역계약의 체결·이행에 관한 주민소송의 적법성을 판단하면서 참조하였다.

관련 법령

민법 제391조 — 이행보조자의 고의, 과실

채무자의 법정대리인이 채무자를 위하여 이행하거나 채무자가 타인을 사용하여 이행하는 경우에는 법정대리인 또는 피용자의 고의나 과실은 채무자의 고의나 과실로 본다.
이행보조자의 고의·과실을 채무자에게 귀속시키는 규정이다. 이 규정 자체가 이행보조자 개인의 채권자에 대한 배상책임을 발생시키는 것은 아니다.

민법 제750조 — 불법행위의 내용

고의 또는 과실로 인한 위법행위로 타인에게 손해를 가한 자는 그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
연구원 개인에게 직접 손해배상책임을 묻기 위해 별도로 충족되어야 하는 책임 근거이다.
구 지방자치법(2014. 1. 21. 법률 제12280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16조: 주민감사청구의 근거.
구 지방자치법(2014. 1. 21. 법률 제12280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17조 제1항: 감사청구한 사항과 관련된 위법한 행위나 업무를 게을리 한 사실에 대한 주민소송의 근거.
위 구법 명칭과 개정법률 표시는 첨부된 파기환송심 판결문에 표시된 방식 그대로 기재하였다.

행정소송법 제8조 제2항

행정소송에 관하여 특별한 규정이 없는 사항에 민사소송법 등을 준용하는 근거이다.

민사소송법 제202조의2

손해 발생은 인정되지만 구체적인 손해액을 증명하기 매우 어려운 경우, 법원이 변론 전체의 취지와 증거조사 결과에 따라 상당한 손해액을 인정하는 근거이다.

민사소송법 제267조 제2항

본안에 대한 종국판결 후 소를 취하한 경우의 재소금지 규정이다. 환송심은 앞선 판결이 소각하 판결이므로, 그 후 청구를 감축하였다가 확장한 부분에 이 규정을 적용할 수 없다고 판단하였다.

사실관계

용역계약과 과도한 수요예측
용인시는 한국교통연구원에 경전철 건설사업의 타당성 분석과 실행플랜 수립을 의뢰하였다. 2000년 9월 6일 체결한 해당 용역계약의 대금은 3억 1,450만 원이었고, 연구원은 2001년 9월 5일 실행플랜을 제출하였다.
이후 한국교통연구원은 민간사업자가 제출한 사업계획서의 평가와 실시협약 체결을 위한 협상에도 관여하였다. 용인시는 이러한 수요예측과 협상 결과를 바탕으로 2004년 7월 27일 민간사업자와 실시협약을 체결하였다.
그러나 실제 이용수요는 예측에 크게 미치지 못하였다. 환송심 판결에 따르면 2013년부터 2022년까지 실제 이용수요는 실시협약의 최종 협상 수요 대비 5~13% 수준이었다.
주민들이 제기한 소송
주민들은 과도한 수요예측과 실시협약 체결로 용인시에 막대한 재정부담이 발생하였다고 주장하였다. 이에 용인시장을 상대로 전임 시장, 한국교통연구원 및 연구원 등에게 손해배상을 청구할 것을 요구하는 주민소송을 제기하였다.
따라서 이 소송은 주민들이 자신의 손해를 배상받기 위한 소송이 아니라, 용인시가 입은 손해의 회복을 위해 시장에게 손해배상청구를 하도록 요구하는 소송이었다.
연구원별 관여 내용
파기환송심은 개인별 업무를 다음과 같이 구별하였다. 아래 기호는 파기환송심 판결문 기준이다.
  • M: 실행플랜 작성에는 참여하지 않았고, 사업계획서 평가와 협상단 활동에 참여하였다. 협상단장으로서 협상 전체를 담당하였다.
  • N: 실행플랜 작성, 사업계획서 평가 및 협상단 활동에 모두 참여하였다. 실행플랜의 연구책임자로 기재되어 있었다.
  • O: 실행플랜 작성과 사업계획서 평가에는 참여하지 않았고, 협상단 활동에 참여하였다.
법원은 이들이 연구기관 소속 연구원 또는 외부 전문가로서 한국교통연구원의 계약상 용역 수행을 보조한 이행보조자라고 판단하였다.

법리

이행보조자의 과실은 채무자의 계약책임을 발생시킬 수 있다
한국교통연구원은 용역계약의 당사자이고, 연구원 등은 그 용역을 수행하는 이행보조자이다. 연구원 등의 과실로 용역이 불완전하게 이행되었다면 민법 제391조에 따라 그 과실은 한국교통연구원의 과실로 평가된다.
따라서 연구기관은 담당자 개인이 업무를 수행하였다는 이유로 계약상 책임을 면할 수 없다. 실제로 대법원은 과도한 수요예측에 기초한 실행플랜 제출에 관하여 한국교통연구원의 채무불이행책임을 인정한 원심 결론을 유지하였다.
계약상 의무를 제대로 수행하지 않았다는 사정만으로 개인의 불법행위책임이 성립하지는 않는다
이행보조자 개인에게 직접 책임을 묻기 위해서는 그의 행위가 채무자의 불완전이행을 초래하였다는 것만으로 부족하다.
그 행위가 채무자와 이행보조자 사이의 내부관계를 넘어, 거래상대방과의 관계에서 사회상규에 어긋나는 위법한 행위라고 평가될 정도에 이르러야 한다. 법원은 침해행위의 태양, 침해의 고의 유무, 침해받은 권리의 내용 등을 종합하여 개별적·구체적으로 판단해야 한다.
이는 이행보조자에게 일반적인 면책을 인정하거나 고의가 있는 경우에만 책임을 인정한다는 뜻이 아니다. 계약의 불완전이행과 구별하여 개인의 불법행위 성립요건을 심사해야 한다는 취지이다.
대법원은 개인별 주의의무와 위반행위에 대한 심리를 요구하였다
원심은 과도한 수요예측을 방지하기 위한 노력이 부족하였다는 점 등을 근거로 연구원들 개인의 책임을 인정하였다.
대법원은 이러한 사정이 연구기관의 채무불이행을 판단하는 근거는 될 수 있지만, 개인의 독자적인 불법행위까지 인정하는 근거로는 부족하다고 보았다. 특히 다음 사항을 심리해야 한다고 지적하였다.
  • 각 개인의 법적·사회적 지위와 업무상 역할에 따라 용인시에 어떠한 주의의무를 부담하는지.
  • 구체적으로 어떠한 행위가 그 주의의무를 위반하였는지.
  • 그 행위가 사회상규에 어긋나는지.
  • 그 행위로 용인시에 직접적인 손해를 가하였는지.
환송심은 과실을 인정하면서도 개인의 독자적인 불법행위는 부정하였다
환송심은 실행플랜 작성에 직접 참여한 N에게 수요예측 오류 발생에 관한 과실이 있음을 인정하였다. 이에 따라 한국교통연구원의 불완전이행과 용인시의 손해가 발생하였다고 평가할 수 있다고 보았다.
그러나 제출된 증거만으로는 N의 행위가 용인시와의 관계에서 사회상규에 어긋나는 위법한 행위라고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하였다. 나머지 참가인들에 대해서도 사업계획서 평가·협상 과정에서 수요예측의 오류를 알 수 있었다거나 독자적인 위법행위를 하였다고 인정할 증거가 부족하다고 보았다.
따라서 “담당 연구원에게 과실이 없었다”는 판결이 아니라, “과실에 따른 연구기관의 계약책임과 개인의 불법행위책임은 별개”라는 판결이다.
사업자와의 유착 주장도 개인별 증명이 부족하였다
원고들은 연구원들이 사업시행자 측과 유착하고 수요예측 자료를 사적으로 제공하였다고 주장하였다.
그러나 환송심은 수사결과에 출장자, 자료 제공자 및 선물 수령자가 구체적으로 특정되지 않아, 해당 행위에 참가인들이 관여하였는지 확인할 수 없다고 보았다. N이 자료를 사적으로 제공하였다고 인정할 증거도 없었다.
결국 연구기관 관계자들에 관한 포괄적인 의혹만으로 소송상 책임을 추궁하는 특정 개인의 유착이나 위법행위를 인정할 수 없다고 판단하였다.
연구원 개인의 책임이 부정되어도 연구기관의 계약책임은 유지된다
대법원은 연구원들의 불법행위를 전제로 한 한국교통연구원의 사용자책임 판단에는 문제가 있을 수 있다고 지적하였다.
그러나 이와 선택적으로 병합된 채무불이행책임이 동일한 금액으로 인정되므로, 사용자책임 판단의 잘못은 판결 결과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보았다.

실무적 유의점

기관과 담당자에게 청구하는 법적 근거를 구별해야 한다. 계약 당사자인 기관에는 약정한 업무의 내용, 불완전이행, 손해 및 인과관계를 중심으로 주장하되, 담당자 개인에게는 거래상대방에 대한 독자적인 주의의무와 구체적인 위법행위를 별도로 특정해야 한다.
개인별 관여 내용과 증거를 연결해야 한다. 보고서 작성자, 검토자, 협상 담당자의 역할을 구분하고, 자료 제공·허위 설명·유착 등을 주장한다면 실제 행위자와 행위 시점, 상대방, 손해와의 관련성을 입증할 자료가 필요하다.
청구권의 선택에도 주의해야 한다. 계약책임이 성립할 만한 사실이 있다고 하더라도, 불법행위책임만을 청구하면서 그 성립요건을 증명하지 못하면 청구가 배척될 수 있다.
판결의 효력과 범위를 정확히 표시해야 한다. 이 사건은 연구원 개인 부분만 파기환송되었고, 한국교통연구원과 전임 시장에 관한 원심 판단은 유지되었다. 또한 주민소송에서 손해배상을 청구하도록 명한 판결을, 상대방에게 직접 금전 지급을 명한 이행판결과 동일하게 서술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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