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당판결
서울고등법원 2023. 5. 12. 선고 2022나2029875 판결〔해고무효확인등〕
원고의 항소를 기각하여 해고무효확인·임금 청구 및 특별퇴직금 추가 지급 청구를 모두 배척하였다.
첨부된 사건 진행내역에 따르면 대법원 2023다247429 사건에서 심리불속행 상고기각으로 확정되었다. 대법원 선고일은 제공된 자료에 표시되어 있지 않다. 이하 구체적인 판단은 제1심과 항소심의 판결 이유를 종합한 것이다.
하급심
서울중앙지방법원 2022. 7. 7. 선고 2021가합514014 판결〔해고무효확인등〕
근로관계가 합의해지로 종료되었고 특별퇴직금을 증액할 사정변경도 인정되지 않는다고 보아 원고의 청구를 모두 기각하였다. 항소심은 제1심의 이유를 인용하면서 부제소합의, 사직의 자발성 및 특별퇴직금 산정기준에 관한 판단을 추가하였다.
관련판례
가. 사직서 제출에 의한 합의퇴직과 실질적 해고의 구별
사직할 의사가 없는 근로자에게 어쩔 수 없이 사직서를 제출하게 하였다면 실질적으로 해고에 해당한다. 반면 근로자가 제반 사정을 고려하여 사직을 선택하고 사용자가 이를 수락하였다면 근로관계는 합의해지로 종료된다.
항소심은 대법원 2003. 4. 22. 선고 2002다65066 판결도 함께 인용하였다.
나. 법률행위의 조건과 단순한 동기의 구별
조건을 붙이려는 의사가 외부에 표시되지 않았다면 법률행위의 동기에 그칠 뿐, 법률행위의 효력을 좌우하는 조건이 되지 않는다.
법률행위에 조건이 붙어 있었다는 사실은 그 조건의 존재를 주장하는 사람이 증명하여야 한다.
다. 조기퇴직에 대한 보상금의 성격
제1심은 공무원 명예퇴직수당에 관한 위 판결의 취지를 참조하여, 이 사건 특별퇴직금을 조기퇴직으로 인한 수입 상실이나 전직 비용 등을 보상하는 위로금·사례금 성격의 금원으로 보았다.
관련법령
첨부 판결문에는 아래 법령에 관하여 별도의 ‘구법’ 표시가 없다. 판결에서 직접 언급한 조문과 쟁점 이해를 위한 관련 조문을 구분하면 다음과 같다.
가. 판결에서 직접 언급한 조문
- 보험업법 제139조: 보험회사의 해산결의에 대한 금융위원회의 인가.
- 민사소송법 제420조: 항소심의 제1심판결 이유 인용.
나. 법리 이해를 위한 관련 조문
- 민법 제105조: 당사자의 의사에 따른 계약 내용의 결정.
- 민법 제110조: 사기·강박에 의한 의사표시.
- 민법 제147조 제1항: 정지조건부 법률행위의 효력 발생.
- 근로기준법 제23조 제1항: 정당한 이유 없는 해고 등의 제한.
- 근로기준법 제93조: 취업규칙의 작성 사항.
사실관계
가. 보험회사의 사업 중단과 최초 조기퇴직 합의
피고 B회사는 법률비용보험업을 전문으로 하는 보험회사이고, 원고 A는 2014. 5. 15. 입사하여 손해사정팀에서 근무하였다.
피고는 2015. 3.경 사업 중단을 결정하고, 같은 해 4월 조기퇴직제도를 실시하였다. 원고는 이에 따라 2015. 12. 31. 퇴직하면서 법정퇴직금 외에 특별퇴직금 20,004,000원을 받기로 하였다.
원고는 2015. 4. 27. 사직신청서와 확인서를 제출하였고, 피고는 같은 해 5. 6. 이를 수락하였다.
특별퇴직금은 회사가 내부적으로 마련한 계산식을 참고하여 정하였다. 원고에게 계산식을 적용한 금액은 15,203,040원이었으나, 회사가 정한 최저 지급액인 월급여 6개월분보다 적었으므로 최종 약정액은 20,004,000원으로 정해졌다.
나. 기존 보험계약의 정리 업무로 계속된 근무
피고는 신규 보험계약 체결과 기존 계약의 갱신을 중단하였지만, 이미 체결한 보험계약을 처리할 필요는 남아 있었다. 이에 원고의 근무기간과 퇴직예정일을 여러 차례 연장하였다.
따라서 원고는 최초 퇴직예정일이 지나도록 계속 근무하였고, 그 과정에서 정규직 전환과 승진도 이루어졌다.
다. 부속합의서를 통한 퇴직일의 재확정
원고와 피고는 2017. 12. 8. 두 종류의 부속합의서를 작성하였다.
하나는 근로계약기간의 종기를 2018. 2. 28.로 변경하는 내용이었다. 다른 하나는 기존 조기퇴직 사직신청서의 사직유효일을 2018. 2. 28.로 변경하되, 나머지 조항은 그대로 유지한다는 내용이었다.
즉, 최종 합의는 2018. 2. 28. 퇴직하고, 특별퇴직금은 종전의 20,004,000원을 유지하는 것이었다.
원고는 실제로 위 날짜에 퇴직하였다. 피고는 2018. 3. 6. 법정퇴직금 18,449,217원, 미사용 연차수당 1,110,431원 및 특별퇴직금 20,004,000원을 정산하고 세금 등을 공제하여 지급하였다.
라. 원고의 청구와 회사의 후속 해산
원고는 퇴직 후 약 3년이 지난 2021. 2. 26. 소를 제기하였다.
주위적으로는 최초 퇴직합의가 계속 근무로 효력을 잃었고, 이후 부속합의서도 기망·강요 등에 의하여 작성되었으므로 실제로는 부당해고라고 주장하였다. 이에 해고무효확인과 복직 시까지 월 3,868,000원의 임금 지급을 청구하였다.
예비적으로는 퇴직일이 당초보다 늦어졌으므로 특별퇴직금을 실제 퇴직 당시의 급여·직급·근속기간 등에 맞추어 다시 계산하여야 한다면서, 추가 지급액 중 일부로 1억 원을 청구하였다.
피고는 이후 2021. 7. 6. 해산을 결의하고, 금융위원회의 인가를 거쳐 같은 해 9. 2. 해산등기를 마쳤다.
법리
가. 최초 퇴직합의의 효력 상실과 이후 새로운 퇴직합의는 구별된다
법원은 2015년의 최초 퇴직합의가 아무런 변화 없이 계속 유효하였다고 판단한 것이 아니다.
제1심은 반복적인 근로기간 연장, 정규직 전환 및 승진에 비추어, 당사자들이 최초 퇴직합의를 묵시적으로 실효시키거나 해제하기로 합의하였다고 보았다. 항소심은 이 판단을 인용하였다.
그러나 최초 합의가 효력을 잃었다고 하여 이후의 합의퇴직까지 불가능해지는 것은 아니다.
법원은 2017. 12. 8. 부속합의서 작성으로 종전 특별퇴직금을 지급받고 2018. 2. 28. 자발적으로 퇴직하기로 하는 새로운 합의가 성립하였다고 판단하였다.
따라서 이 사건 근로관계 종료의 직접적인 근거는 최초 사직신청서만이 아니라, 그 내용을 다시 채택하면서 퇴직일을 정한 후속 합의에 있다.
나. 사직을 선뜻 원하지 않았다는 사정만으로 실질적 해고가 되는 것은 아니다
사직서나 퇴직합의서가 존재하더라도, 근로자가 사직할 의사 없이 강요에 따라 작성하였다면 실질적으로 해고가 될 수 있다.
반면 근로자가 회사의 경영상황, 제시된 특별퇴직금, 계속 근무할 가능성 및 퇴직에 따른 이해관계를 고려하여 사직을 선택하였다면 합의퇴직이 성립할 수 있다.
이 사건에서는 다음 사정이 고려되었다.
- 회사의 사업 중단 계획이 이미 공식적으로 예정되어 있었다.
- 근무기간 연장과 승진은 사업 정리 절차의 지연에 따른 것이었고, 사업 중단 계획의 철회를 의미하지 않았다.
- 회사는 특별퇴직금을 지급하면서 단계적으로 인원을 감축하고 있었다.
- 대표이사가 원고를 기망하거나 강요하였다는 주장을 뒷받침할 증거가 없었다.
법원은 원고가 당시 상황에서 특별퇴직금을 받고 퇴직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판단하여 합의한 것으로 보았다.
다. 회사의 해산은 퇴직의 동기였을 뿐, 퇴직합의의 효력발생조건은 아니었다
원고는 회사가 해산하거나 손해사정팀의 업무가 완전히 소멸하여야 퇴직합의의 효력이 발생한다고 주장하였다.
그러나 퇴직을 결심하게 된 사정과 퇴직합의에 붙인 법적 조건은 다르다.
회사의 사업 중단을 예상하여 퇴직하기로 하였더라도, 회사의 실제 해산을 퇴직의 효력발생조건으로 삼았다는 의사가 표시되고 합의되어야 조건부 퇴직으로 볼 수 있다.
이 사건 사직신청서와 부속합의서에는 회사의 해산이나 담당 업무의 소멸을 정지조건으로 한다는 내용이 없었다. 오히려 사직신청서에는 사직에 다른 조건이 없다는 취지가 기재되어 있었다.
따라서 회사의 해산등기가 원고의 퇴직보다 약 3년 반 뒤에 이루어졌다는 사정만으로 퇴직합의가 무효가 되거나 효력 발생이 미루어지는 것은 아니다.
라. 특별퇴직금은 확정액으로 합의되었으므로 퇴직일 연기에 따라 자동 증액되지 않는다
이 사건 특별퇴직금은 법정퇴직금과 별도로 지급하는 조기퇴직 위로금이었다. 법원은 그 금액과 산정기준을 당사자의 합의로 정할 수 있다고 보았다.
사직신청서에는 특별퇴직금이 20,004,000원이라는 확정금액으로 기재되어 있었다. 예정일보다 일찍 퇴직하면 감액한다는 규정은 있었지만, 늦게 퇴직하면 증액한다는 규정은 없었다.
후속 부속합의서에서도 퇴직일만 변경하고 나머지 조항을 유지하였다.
따라서 조기퇴직 시 감액규정이 있다는 사정으로부터, 반대로 퇴직이 늦어지면 그 기간에 비례하여 증액한다는 합의까지 도출할 수는 없다고 판단하였다.
마. 특별퇴직금 산정에 사용한 내부 계산식이 곧 취업규칙이 되는 것은 아니다
원고는 회사의 특별퇴직금 계산식이 취업규칙이므로 실제 퇴직 당시의 월급여·직급·근속연수·퇴직까지 남은 개월 수를 대입하여 재산정하여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항소심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해당 계산식은 영구적인 사업 종료를 앞두고 일회적으로 도입한 조기퇴직제도의 내부 산정자료였다. 단체협약이나 취업규칙에 근거를 둔 것도 아니었고, 근로조건에 관한 준칙으로 공표·주지된 것도 아니었다.
또한 원고와 비교할 수 있는 다른 근로자에게 퇴직일 연기만을 이유로 특별퇴직금을 재산정하여 지급한 사례도 인정되지 않았다.
이에 법원은 회사가 금액을 정할 때 참고한 계산식과 근로자에게 재산정 청구권을 부여하는 규범은 구별된다고 보았다. 다만 이는 이 사건 계산식의 성격과 운영 실태에 따른 판단이므로, 모든 특별퇴직금 산정규정의 취업규칙성을 부정한 것으로 확대해서는 안 된다.
바. 근무기간 연장만으로 특별퇴직금을 증액할 사정변경이 인정되지는 않는다
원고는 최초 예상과 달리 장기간 더 근무하였으므로 계약의 기초가 되는 사정이 변경되었다고 주장하였다.
법원은 다음 이유로 증액청구를 배척하였다.
첫째, 특별퇴직금은 최초 합의가 아니라 실제 퇴직일을 정한 2017년의 새로운 합의에서도 종전 금액으로 유지되었다.
둘째, 원고는 연장된 근무기간 동안 임금을 받았고, 급여 인상도 있었으며, 최종 퇴직일을 기준으로 계산한 법정퇴직금도 지급받았다.
셋째, 특별퇴직금은 조기퇴직으로 상실하는 수입 등을 보상하는 성격인데, 원고는 계속 근무하면서 그에 대한 대가를 지급받았다.
따라서 추가 근무 사실만으로 합의된 특별퇴직금을 증액하여야 할 사정변경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하였다.
이 판결은 사정변경에 따른 계약 내용의 변경이 언제나 불가능하다고 선언한 것이 아니라, 이 사건에서는 증액을 정당화할 사정변경이 인정되지 않는다고 판단한 것이다.
사. 사직신청서의 포괄적 권리포기·부제소 문구만으로 소송이 차단되지는 않는다
사직신청서에는 퇴직금을 수령하면 회사 등에 대한 모든 권리를 포기하고 민형사상 소송이나 이의제기를 하지 않는다는 문구가 있었다.
그러나 항소심은 해당 문구가 회사가 일률적으로 작성한 문서 중간에 인쇄되어 있었고, 별도의 설명이나 동의를 받았다는 증거가 없으며, 최종 부속합의서에도 부제소특약에 관한 별도 언급이 없다는 점을 고려하였다.
그 결과 해당 문구를 단순한 예문으로 보아 유효한 권리포기 또는 부제소합의로 인정하지 않았다.
따라서 원고가 패소한 이유는 소송을 제기할 권리를 포기하였기 때문이 아니라, 본안 판단에서 합의퇴직의 효력과 약정된 특별퇴직금이 인정되었기 때문이다.
실무적 유의점
가. 퇴직예정일이 변경되면 퇴직 의사와 금전 조건을 함께 확인해야 한다
계속 근무, 정규직 전환 및 승진은 종전 퇴직합의가 철회되거나 효력을 잃었다고 평가할 근거가 될 수 있다. 이후 퇴직을 확정하려면 새로운 퇴직일뿐 아니라 종전 특별퇴직금 약정의 유지 여부도 명확히 정할 필요가 있다.
나. ‘회사가 문을 닫으므로 퇴직한다’는 설명만으로 조건부 퇴직이 되는 것은 아니다
실제 해산이나 특정 업무의 완전한 종료를 퇴직의 조건으로 삼으려면 이를 합의 내용으로 명확히 표시해야 한다. 사업 중단에 관한 설명, 퇴직의 동기, 법적 효력발생조건을 구별해야 한다.
다. 특별퇴직금은 확정액 약정인지 재산정 약정인지 구별해야 한다
퇴직일 변경에 따른 분쟁을 줄이려면 특별퇴직금을 확정액으로 지급하는지, 실제 퇴직일의 급여와 근속기간으로 다시 계산하는지, 조기 퇴직과 지연 퇴직에 각각 어떤 기준을 적용하는지 정해야 한다.
이 사건에서는 확정액 약정과 후속 합의가 인정되었고, 별도의 증액 약정이나 규범적 산정기준이 인정되지 않았다는 점이 결정적이었다.
라. 심리불속행 확정과 대법원의 구체적 법리 설시는 구별해야 한다
이 사건은 심리불속행 상고기각으로 확정되었다. 홈페이지에는 확정사례라는 점을 표시하되, 구체적인 판단은 “서울고등법원은 …라고 판단하였고, 그 판결이 대법원의 심리불속행 상고기각으로 확정되었다”고 서술하는 것이 정확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