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대리점에 대한 불필요한 상품 인수 강요와 계약기간 중 수수료 변경 — 형식적인 동의에도 대리점법 위반이 인정된 사례

핵심 결론 대리점의 의사에 반하여 기존 상품의 이용요금을 부담시키거나, 계약기간 중 충분한 협의 없이 수수료 기준을 불리하게 변경하면 대리점법 위반이 될 수 있다. 계약서 서명만으로 자발적 동의가 인정되지는 않는다.
이 자료는 서권식 변호사가 실무를 처리하면서 참조한 판례를 바탕으로, 실무상 유의할 점에 주안점을 두고 법리적 쟁점을 정리한 것입니다. 본문의 판례는 국가법령정보센터에 원문이 실려 있으면 그 원문으로 연결됩니다. 공개되지 않은 하급심·환송심 판결은 판결문을 직접 확보하여 정리합니다.
주요 판례·법령 2022두31433, 2004두3014, 2005두3561

해당 판결

대법원 2022년 5월 12일 선고 2022두31433 판결
하급심·환송·확정
  • 원심: 서울고등법원 2021년 12월 9일 선고 2020누62299 판결. 경제상 이익 제공 강요와 불이익 제공행위를 인정하고, 시정명령 사실의 통지 범위에 관한 일부 청구만 인용하였다.
  • 대법원: 원고들의 상고를 모두 기각하여 대리점법 위반행위에 관한 원심판단을 유지하였다. 공정위가 패소한 통지명령 일부 취소 부분만 파기환송하였다.
  • 환송심: 서울고등법원 2022누42855 사건.

관련 판례

  • 대법원 2006년 5월 26일 선고 2004두3014 판결 불이익 제공의 부당성은 행위의 목적과 경위, 상대방이 입는 불이익의 내용과 정도, 거래관행 등을 종합하여 판단한다는 법리로 원심이 인용하였다.
  • 대법원 2007년 3월 29일 선고 2005두3561 판결 한국도로공사가 고속도로휴게소 사업자들에게 지급하는 카드 판매수수료율을 인하한 사안이다. 새로운 계약이 체결되었더라도, 대등한 교섭력이 있었다면 쉽게 수용하지 않았을 불리한 조건을 거래상 지위를 이용하여 받아들이게 하였다면 불이익 제공행위가 될 수 있다고 판단하였다. 이 사건의 수수료 변경과 형식적 합의 문제에 직접 참고할 선례이다.

관련 법령

법령관련 쟁점
구 대리점거래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2018. 1. 16. 법률 제15361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7조 제1항거래상 지위를 부당하게 이용한 경제상 이익 제공 강요
구 대리점거래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2018. 1. 16. 법률 제15361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9조 제1항대리점에 불이익이 되도록 거래조건을 설정·변경하는 행위
구 대리점거래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2018. 1. 16. 법률 제15361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23조시정조치
구 대리점거래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2018. 1. 16. 법률 제15361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25조과징금
구 대리점거래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 시행령(2018. 6. 5. 대통령령 제28944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4조 제4호경제상 이익 제공 강요행위의 유형
구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2017. 4. 18. 법률 제14813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23조 제1항 제4호거래상 지위 남용
경제상 이익 제공 강요행위에는 판결상 구 공정거래법과 구 대리점법이 함께 적용되었고, 기본수수료 지급기준 변경에는 구 대리점법 제9조 제1항이 적용되었다.

사실관계

방송·통신서비스 공급업자에게 매출을 의존하는 대리점 구조
티브로드는 대리점을 통해 케이블방송·초고속인터넷 등의 가입자를 모집하고 설치·유지보수 업무를 수행하였다. 영업전문점은 주로 신규 가입자를 유치하고, 그 대가로 공급업자로부터 기본수수료와 유치수수료 등을 받았다.
원심은 영업전문점들이 특정 방송권역에서 위탁업무를 수행하고, 매출이 오직 공급업자로부터 발생하는 전속 대리점 형태여서 거래 의존도가 매우 높았다는 점을 중시하였다. 거래가 종료되거나 재계약이 거절되면 사업 유지에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 구조였다.
문제 된 행위는 합병 전 티브로드가 주도하였다. 티브로드는 2020년 5월 6일 SK브로드밴드에 흡수합병되었고, 공정위 처분과 취소소송에서는 SK브로드밴드가 당사자가 되었다. 브로드밴드노원방송도 수수료 변경에 관한 처분의 상대방이었으나, 그 변경을 직접 기획·실행한 주체는 티브로드였다.
새 대리점 운영자에게 종전 운영자의 방송·인터넷 상품을 인수시킨 경위
종전 대리점 운영자는 자신의 명의로 디지털방송 30대와 초고속인터넷 35회선을 가입하였다. 이후 2014년 4월 30일 업무위탁계약을 종료하였고, 새로운 운영자가 법인을 설립하여 같은 영업전문점을 운영하게 되었다.
새 운영자는 종전 운영자 명의의 상품을 인수할 의사가 없다고 여러 차례 밝혔다. 원심이 인정한 구체적인 사정은 다음과 같다.
  • 새 운영자는 전화·구두 및 주간회의에서 상품 인수를 거부하거나 해지를 요청하였다.
  • 티브로드 사업부는 가입자 실적을 유지하기 위해 상품을 해지하지 않고 새 운영자에게 명의를 넘기려 하였다.
  • 티브로드 직원도 새 운영자가 명의변경을 원하지 않는다는 의사를 몇 차례 들었다고 진술하였다.
  • 그럼에도 티브로드는 2014년 8월 6일 고객관리시스템에서 가입자 명의를 새 운영자 법인으로 변경하고, 같은 달 8일 납부계좌도 변경하였다.
  • 이후 대리점은 2017년 2월까지 방송·인터넷 이용요금 합계 15,765,840원을 납부하였다.
특히 2016년 4월 26일에는 대리점 직원이 전임 운영자가 실적을 맞추려고 허위로 개통한 디지털방송 30대를 사용하지 않으므로 해지해 달라는 이메일을 보냈지만, 티브로드는 조치하지 않았다.
티브로드는 사업양수도에 따른 자발적 인수라고 주장하였다. 그러나 원심은 명의변경신청서에 새 운영자 법인의 서명·기명날인이 없고, 운영자 사이의 양수도계약서나 인수인계서도 작성되지 않았다는 점 등을 근거로 그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계약기간 중 기본수수료를 성과 중심으로 변경한 경위
영업전문점들과 체결한 업무위탁계약의 기간은 2016년 2월 1일부터 2017년 12월 31일까지였다.
종전 기본수수료는 일정 수준의 목표를 달성하면 지급하는 영업활동비와 유치실적에 따른 실적비례비로 구성되었다. 티브로드는 이 구조를 실적에 더욱 연동하는 방식으로 바꾸려 하였다.
구분변경 전변경 후
활동비월별 목표의 50%를 달성하면 2013년 연평균 영업활동비의 50% 지급환산점수에 단가를 적용하는 방식으로 변경
실적비례비종전 구간별 기준 적용환산점수 구간 세분화 등 지급기준 변경
시행 시점기존 계약에 따른 기준계약기간 중인 2017년 2월 1일부터 시행
회사 내부 자료에는 변경 목적과 예상 영향이 구체적으로 드러나 있었다.
  • 비용 효율화와 수수료 절감을 목표로 하였다.
  • 대리점당 월 약 250만 원의 수입 감소와 그에 따른 인력 감축·급여조정 가능성을 예상하였다.
  • 대리점이 종전과 같은 수수료를 받으려면 약 20%의 물량 실적을 더 거두어야 한다고 분석하였다.
  • 법무팀은 당초 예정한 2017년 1월 1일 시행을 전제로 상호 합의 기간이 충분하지 않다고 지적하였다.
  • 회사는 한때 기존 계약이 끝난 후인 2018년 신규 계약 때 변경하는 방안도 검토하였다.
그럼에도 회사는 계약기간 중 변경을 추진하였다. 원심은 이 자료들을 통해 대리점의 수익 감소를 예상하면서 공급업자의 비용을 절감하려 한 경위를 확인하였다. 서울고등법원-2020누62299 (1)
설명회와 서명은 있었지만 실질적인 협의가 부족했던 사정
티브로드는 2016년 12월과 2017년 1월 두 차례 설명회를 개최하였다. 다만 구체적인 자료를 서면으로 제공하지 않고 화면이나 구두로 설명하였다.
대리점들은 수수료 감소에 따른 운영상 어려움을 호소하면서 시행 연기, 기존 기준 유지, 충분한 협의, 고정비 지원 등을 요구하였다. 1차 설명회 이후 26개 업체 중 17개가 공문으로, 3개가 구두로 의견을 제기하였다.
회사는 일부 인센티브 구간 등을 조정했지만, 핵심적인 수익 감소 문제에 관하여 충분하고 구체적인 협의를 거치지 않았다. 이후 2017년 1월 25일부터 31일까지 7일 동안 추가 부속계약을 체결하고, 바로 다음 날인 2월 1일부터 변경 기준을 시행하였다.
기존 계약에는 지급기준 변경 전에 충분히 설명하고, 이의가 제기되면 협의를 통해 조정할 수 있다는 조항도 있었다. 원심은 실제 변경 과정이 이러한 협의 절차를 충분히 거친 것으로 보기 어렵다고 판단하였다.
회사 측은 대리점들이 계약서와 설명 확인서에 서명했다고 주장하였다. 그러나 원심은 다음 사정을 중시하였다.
  • 확인서는 작성일과 내용이 거의 동일한 정형적인 문서였다.
  • 법무팀은 합의가 불가능할 경우 확인서를 받아 두라는 의견을 제시하였다.
  • 대리점들은 계약 해지나 재계약 거절을 우려하여 추가 계약서에 날인한 것으로 보였다.
이에 따라 확인서만으로 대리점들이 수수료 변경에 자발적으로 동의했다고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하였다.
수수료 감소는 같은 실적에 두 기준을 적용하여 확인하였다
2017년 2월부터 12월까지 20개 영업전문점에 지급된 기본수수료는, 같은 기간의 실제 영업실적에 종전 기준을 적용했을 때보다 합계 1,837,264,000원 감소하였다. 업체당 평균 약 9,186만 원이었다.
이는 단순히 전년도 수수료와 다음 연도 수수료를 비교한 수치가 아니다. 같은 실적을 전제로 지급기준 변경 자체가 가져온 불이익을 비교한 것이다.
전체 26개 영업전문점 중 변경 기준에 따라 수수료가 증가한 6개는 불이익 제공행위의 대상에서 제외되었다. 따라서 모든 대리점에 손해가 발생했다고 전제한 판단도 아니었다.

법리

원하지 않는 상품의 이용요금을 부담시킨 행위는 경제상 이익 제공 강요에 해당한다
이 사건에서 공급업자는 새 운영자의 거부 의사를 알면서도 상품을 인수시키고 해지 요청을 묵살하여 이용요금을 받았다.
원심은 상품 이용요금이라는 형식만으로 부당한 경제상 이익이 아니라고 볼 수 없다고 판단하였다. 대리점이 상품 인수를 원하지 않았고, 인수로 얻는 이익도 이용요금의 약 4~6%에 해당하는 관리수수료에 불과하다는 사정 등을 고려하여 이용요금 전체를 경제상 이익 제공 강요의 대상으로 인정하였다.
명의변경이나 요금 납부라는 외형보다 대리점의 실제 의사와 이를 거부하기 어려운 거래관계가 판단의 핵심이었다.
불이익 제공 여부는 변경의 목적·필요성·협의 과정·경제적 효과를 종합하여 판단한다
원심은 공정거래법상 불이익 제공에 관한 판단 법리가 대리점법 제9조 제1항에도 적용된다고 보았다.
이 사건에서는 다음 사정이 결합하여 부당성이 인정되었다.
판단 요소원심이 중시한 사정
거래상 지위공급업자에 대한 높은 매출 의존도와 전속 거래구조
변경 목적대리점 수수료 감소를 통한 회사 비용 절감
변경 필요성계약기간 중 변경해야 할 급격한 영업환경 변화 등 합리적 이유 부족
협의 과정구체적인 서면자료와 충분한 협의 부족, 주요 이의사항 미해소
동의의 실질거래 종료를 우려한 서명, 정형적인 확인서
경제적 효과같은 실적에 대한 수수료 감소와 별도 보상 부재
따라서 성과에 연동한 수수료 제도라는 이유만으로 위법한 것이 아니라, 이 사건의 거래관계와 변경 과정에서 거래상 지위를 부당하게 이용하였기 때문에 위법하다고 판단한 것이다. 대법원도 이 판단을 유지하였다.
대등한 교섭력이 있었다면 합의했을 조건인지가 중요하다
원심은 대리점들이 공급업자와 대등한 교섭력을 가지고 있었다면, 계약기간 중 수수료를 불리하게 바꾸는 추가 계약에 쉽게 합의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보았다.
계약서나 확인서는 동의 여부에 관한 증거이지만, 그 작성 경위와 거부 가능성까지 검토해야 한다. 이 사건에서는 형식적인 서명보다 내부 문서, 대리점의 반대 의사, 실제 협의 과정이 더 중요한 판단자료가 되었다.
제재 결과
공정위는 경제상 이익 제공 강요와 불이익 제공행위 등에 대해 재발방지명령 및 통지명령을 하였다. SK브로드밴드에 부과한 과징금은 총 351,000,000원으로, 그중 350,000,000원이 수수료 변경에 따른 불이익 제공행위에 관한 것이었다.
경제상 이익 제공 강요행위는 관련 대리점이 1개라는 점 등을 고려하여 과징금을 부과하지 않았다. 나머지 1,000,000원은 별도로 인정된 업무용 알뜰폰 구입강제행위에 관한 것으로, 해당 행위에는 구 공정거래법이 적용되었다. 원심은 과징금납부명령을 유지하였다. 서울고등법원-2020누62299 (1)

실무적 유의점

  • 수수료 변경의 합리적 사유와 대리점별 영향을 함께 검토해야 한다. 같은 실적을 기준으로 종전·변경 기준을 비교하면 변경 자체가 초래하는 불이익을 확인할 수 있다.
  • 동의서는 협의를 대체하지 못한다. 구체적인 자료 제공, 검토기간, 이의에 대한 답변, 수정·보완 및 보상 여부가 실질적인 합의를 뒷받침한다.
  • 대리점 운영자 교체와 기존 상품계약 인수는 구분해야 한다. 새 운영자가 기존 상품과 요금 부담까지 자발적으로 인수했는지 확인해야 한다.
  • 내부 검토자료도 중요한 증거가 된다. 비용 절감 목표, 예상 수익 감소, 법무팀의 우려, 대리점 반발에 대한 대응방침은 변경의 실제 목적과 강제성을 판단하는 자료가 될 수 있다.
  • 수수료 감소액과 과징금, 민사상 손해배상액은 구별해야 한다. 이 사건에서 확인된 약 18억 원의 감소액 자체에 대해 대리점에 지급하라는 명령이 내려진 것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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