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화장품 원료에 상표를 사용한 경우 ‘스킨케어용 화장품’의 불사용취소를 면할 수 있는지

핵심 결론 불사용취소를 면하려면 지정상품 자체 또는 거래통념상 동일한 상품에 상표를 사용해야 한다. 화장품 원료는 완제품인 스킨케어용 화장품과 동일한 상품이 아니므로, 원료에 사용한 사실만으로는 등록취소를 면할 수 없다.
이 자료는 서권식 변호사가 실무를 처리하면서 참조한 판례를 바탕으로, 실무상 유의할 점에 주안점을 두고 법리적 쟁점을 정리한 것입니다. 본문의 판례는 국가법령정보센터에 원문이 실려 있으면 그 원문으로 연결됩니다. 공개되지 않은 하급심·환송심 판결은 판결문을 직접 확보하여 정리합니다.
주요 판례·법령 2019후12100, 2005후1905, 2006후2967, 2004후1410

해당판례

대법원 2020. 4. 29. 선고 2019후12100 판결〔등록취소(상)〕
대법원은 상표권자인 원고의 상고를 기각하였다. 화장품 원료에 대한 사용을 지정상품인 ‘스킨케어용 화장품’에 대한 사용으로 인정하지 않은 원심이 확정되었다.
하급심
특허법원 2019. 12. 13. 선고 2019허4512 판결
특허법원은 실제 사용상품이 화장품의 원료이고, 지정상품인 완제품 화장품과 거래통념상 동일하지 않다고 판단하였다. 이에 불사용을 이유로 상표등록을 취소한 특허심판원의 2019. 5. 9. 2019당668 심결을 유지하고, 원고의 심결취소청구를 기각하였다.

관련판례

  • 대법원 2007. 6. 14. 선고 2005후1905 판결: 불사용취소심판에서 지정상품은 상품의 기능·용도·재료와 구체적인 거래실정 등을 기초로 거래사회의 통념에 따라 해석한다는 법리이다.
  • 대법원 2008. 5. 29. 선고 2006후2967 판결: 지정상품과 유사한 상품에 사용한 것만으로는 불사용취소를 면할 수 없으며, 상품의 속성과 거래실정을 종합하여 거래통념상 동일성을 판단한다는 법리이다. ‘진주·산호’와 ‘진주 반지·산호 반지’의 동일성을 부정한 사례이다.
  • 대법원 2005. 4. 29. 선고 2004후1410 판결: 지정상품에 ‘화장용 첨가제’가 명시된 경우 화장품 제조에 사용되는 원료 제품에 대한 사용을 인정한 사례이다. 원심은 이 사건의 지정상품에는 원료명이나 첨가제가 포함되지 않았다는 점에서 구별하였다.

관련법령

이 사건 판결은 구 상표법이 아닌 상표법 제119조를 적용하였으므로, 판결문에 따라 다음과 같이 표기한다.
  • 상표법 제119조 제1항 제3호: 상표권자·전용사용권자·통상사용권자 중 누구도 정당한 이유 없이 지정상품에 관하여 취소심판청구일 전 계속하여 3년 이상 국내에서 등록상표를 사용하지 않은 경우의 등록취소사유를 규정한다.
  • 상표법 제119조 제3항: 피청구인이 심판청구와 관계되는 지정상품 중 하나 이상에 관하여 심판청구일 전 3년 이내의 국내 사용을 증명하거나, 불사용에 정당한 이유가 있음을 증명하도록 규정한다.
  • 상표법 시행규칙 제28조: 상품류 구분에 관한 규정으로, 원심이 지정상품의 의미를 해석하면서 참조하였다.
  • 화장품법 제2조 제1호: 화장품의 정의에 관한 규정으로, 원심이 완제품 화장품과 화장품 원료를 구별하면서 참조하였다.

사실관계

원고는 ‘스킨케어용 화장품’, 스킨크림, 로션, 향수 등 제3류 상품을 지정상품으로 하는 등록상표의 권리자이다. 피고 주식회사 코스몰은 지정상품 전부에 대하여 등록상표가 3년 이상 사용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불사용취소심판을 청구하였다.
원고는 전용사용권자인 회사를 통하여 ‘CosJEL OIL’, ‘CosJEL-OIL’ 등의 표장을 붙인 제품을 중국에 수출하고 국내에 공급하였으며, 광고자료에도 상표를 표시했다고 주장하였다. 해당 제품은 보습제 또는 화장용 겔이므로 지정상품인 ‘스킨케어용 화장품’과 거래통념상 동일하다는 주장이었다.
그러나 법원은 제품의 성분, 포장, 거래상대방 및 광고내용을 검토하여 실제 사용상품이 완제품 화장품이 아닌 화장품 제조용 원료라고 판단하였다.
주요 경과는 다음과 같다.
  • 피고는 2019. 2. 25. 지정상품 전부에 대한 불사용취소심판을 청구하였다.
  • 특허심판원은 2019. 5. 9. 취소심판청구를 인용하였다.
  • 특허법원은 2019. 12. 13. 원고의 심결취소청구를 기각하였다.
  • 대법원은 2020. 4. 29. 원고의 상고를 기각하였다.

법리

① 지정상품의 의미를 먼저 확정해야 한다.
불사용취소심판에서 지정상품은 그 명칭뿐 아니라 기능·용도·재료와 구체적인 거래실정을 기초로 해석한다.
이 사건에서는 제3류로 등록된 ‘스킨케어용 화장품’을 완제품인 화장품으로 해석하였다. 화장품 제조용 원료까지 당연히 포함하는 개념으로 보지 않았다.
다만 상품류가 다르다는 사정만으로 결론을 내린 것은 아니다. 지정상품의 구체적인 문언과 실제 상품의 성질 및 거래실정을 함께 고려하였다.
② 지정상품과 ‘유사한 상품’에 사용한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불사용취소를 면하기 위한 사용은 지정상품 자체 또는 거래사회의 통념상 그와 동일하게 볼 수 있는 상품에 대한 현실적인 사용이어야 한다.
거래통념상 동일성은 품질·용도·형상·사용방법·유통경로 및 공급자와 수요자 등을 종합하여 객관적으로 판단한다. 지정상품과 유사하거나 경제적으로 관련되어 있다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③ 화장품 원료와 완제품 화장품은 거래통념상 동일하지 않았다.
원심이 중시한 사정은 다음과 같다.
  • 사용상품은 글리세린 등의 혼합물로서, 다른 성분과 혼합하여 화장품을 제조하는 데 사용되었다.
  • 원료 도매업자와 화장품 제조업체에 공급되었고, 20㎏ 용기나 대량 포장 단위로 거래되었다.
  • 브로슈어에는 크림·로션·메이크업 제품 등에 일정 비율로 첨가하여 사용하는 것으로 설명되어 있었다.
  • 완제품 화장품은 다른 성분을 더하여 제조한 후 소량 포장하여 일반 소비자에게 판매되고, 신체에 직접 바르는 용도로 사용되었다.
법원은 이러한 차이로 양 상품을 원재료와 완성품의 관계로 보았다. 보습효과가 있다는 기능적 공통점만으로 상품의 동일성을 인정하지 않았다.
참고한 주석서에 의하면, 이 사건은 화장품 원료와 스킨케어용 화장품 사이에 품질·형상·용도·사용방법·유통경로 및 거래주체의 차이가 있어 동일성을 부정한 사례로 소개되어 있다.
④ 상표의 동일성과 상품의 동일성은 별개의 요건이다.
원심은 실제 사용된 ‘CosJEL OIL’, ‘CosJEL-OIL’ 등의 표장이 등록상표와 동일성이 있다는 점은 인정하였다.
그럼에도 그 표장이 사용된 상품이 지정상품과 동일하지 않으므로, 지정상품에 대한 사용은 인정하지 않았다. 따라서 이 사건은 상표를 전혀 표시하지 않았거나 표장을 다르게 사용해서 취소된 사건이 아니다. 실제 사용상품과 지정상품의 불일치가 결정적인 이유였다.
⑤ 원료도 지정상품에 포함되었다면 판단이 달라질 수 있다.
참고한 주석서에 의하면, 2004후1410 판결에서는 ‘화장용 첨가제’가 지정상품에 명시되어 있었고, 화장품 제조업계에서 독립적으로 유통되는 원료 제품을 그 지정상품에 해당한다고 보았다.
이 사건에서는 ‘원료’나 ‘첨가제’가 지정상품에 포함되지 않고 완제품 화장품이 지정되어 있었다. 따라서 원료 제품 자체가 독립적으로 판매되는 상품이라는 사실과, 그것이 해당 등록상표의 지정상품에 포함된다는 판단을 구별해야 한다.

실무적 유의점

① 실제 사업내용에 맞게 원료와 완제품을 구분하여 지정해야 한다.
화장품 원료를 제조·공급하는 사업자라면 완제품인 화장품만 지정해서는 실제 영업에 사용하면서도 불사용취소를 당할 수 있다. 원료·첨가제 등 실제 거래상품이 지정상품에 포함되는지 확인해야 한다.
② 사용증거는 판매사실뿐 아니라 상품의 성질까지 입증해야 한다.
세금계산서, 수출신고필증, 제품 라벨, 성분표, 브로슈어 및 거래처 자료를 통해 무엇을 누구에게 어떤 용도로 판매했는지 설명해야 한다. 거래량이 많더라도 지정상품에 대한 사용이 아니면 취소를 면하기 어렵다.
③ ‘보습제’ 같은 기능 중심의 명칭만으로 상품의 동일성을 판단해서는 안 된다.
같은 보습효과를 갖더라도 제조에 투입하는 원료와 소비자가 직접 사용하는 화장품은 다를 수 있다. 사용방법과 유통단계, 최종 수요자를 함께 살펴야 한다.
④ 상품류와 품목분류 코드는 다른 자료와 함께 검토해야 한다.
원심은 상품류 구분과 수출신고의 HS 코드를 참고했지만, 실제 성분·포장·광고·유통관계도 함께 고려하였다. 분류 코드 하나만으로 동일성 여부를 단정하는 것은 이 판결의 취지와 맞지 않는다.
⑤ 수출 여부보다 먼저 지정상품과 사용상품의 일치 여부를 확인해야 한다.
이 사건에서 수출자료가 제출되었음에도 취소가 유지된 이유는 원료에 대한 사용을 완제품 화장품에 대한 사용으로 볼 수 없었기 때문이다. 수출행위 자체는 상표 사용이 될 수 없다고 판단한 사건으로 이해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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