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일부 지역에서 알려진 선사용상표와 수요자기만 상표의 등록무효

핵심 결론 선사용상표가 전국적으로 알려져 있지 않아도 등록결정 당시 거래실정상 특정인의 출처표시로 상당히 인식되었다면 보호될 수 있다. 이와 유사한 상표를 유사한 서비스에 사용하여 출처 혼동을 일으킬 염려가 있으면 등록무효 사유가 된다.
이 자료는 서권식 변호사가 실무를 처리하면서 참조한 판례를 바탕으로, 실무상 유의할 점에 주안점을 두고 법리적 쟁점을 정리한 것입니다. 본문의 판례는 국가법령정보센터에 원문이 실려 있으면 그 원문으로 연결됩니다. 공개되지 않은 하급심·환송심 판결은 판결문을 직접 확보하여 정리합니다.
주요 판례·법령 2019후11688, 2004후1304, 2006후3113

해당판례

대법원 2020. 9. 3. 선고 2019후11688 판결 [등록무효(상)]
대구·경북지역을 중심으로 사용된 ‘웨딩쿨’ 선사용표장들이 등록서비스표의 등록결정 당시 특정인의 출처표시로 인식될 정도로 알려져 있었다고 판단하였다. 전국적인 인지도를 요구하여 등록무효 사유를 부정한 원심판결을 파기환송하였다.
하급심
특허법원 2019. 9. 6. 선고 2018허8395 판결 — 파기환송 전 원심
선사용표장이 국내 전역의 수요자·거래자에게 특정인의 출처표시로 인식될 정도로 알려져야 한다고 보았다. 사용이 일부 지역에 한정된 경우에도 국내 수요자·거래자 전체를 기준으로 인지도가 인정되어야 한다는 전제에서, 피고 측 선사용표장의 인지도가 부족하다고 판단하였다.
이에 등록서비스표를 무효로 한 심결을 취소하여 원고인 등록권리자의 청구를 인용하였다.
특허법원 2020. 10. 29. 선고 2020허5962 판결 — 파기환송심
선사용표장의 사용기간, 박람회 개최, 광고·홍보, 매출 증가와 업계의 인식 등을 종합하여 인지도를 인정하였다. 나아가 등록서비스표와 선사용표장들의 호칭·관념 및 지정·사용서비스업이 동일하거나 유사하므로 출처의 오인·혼동을 일으킬 염려가 있다고 판단하였다.
이에 등록무효심결이 적법하다고 보아 원고의 심결취소청구를 기각하였다. 즉, 파기환송심에서는 선사용자인 피고가 승소하여 등록무효심결이 유지되었다.

관련판례

대법원 2006. 7. 28. 선고 2004후1304 판결
대법원 2007. 6. 28. 선고 2006후3113 판결
수요자기만 상표에 해당하기 위해서는 대비되는 선사용상표가 반드시 저명할 필요는 없으나, 적어도 일반거래에서 특정인의 상표나 상품으로 인식될 정도로 알려져 있어야 하고, 등록무효 여부는 등록상표의 등록결정 당시를 기준으로 판단한다는 법리이다. 이 사건 대법원이 직접 원용하였다. 이 사건 판결의 참조판례 및 이유

관련법령

구 상표법(2016. 2. 29. 법률 제14033호로 전부 개정되기 전의 것) 제7조 제1항 제11호 후단
수요자를 기만할 염려가 있는 상표의 등록을 배제하는 규정으로, 이 사건의 직접적인 등록무효 판단 근거이다. 현행 대응 규정은 상표법 제34조 제1항 제12호 후단이다.
구 상표법(2016. 2. 29. 법률 제14033호로 전부 개정되기 전의 것) 제2조 제3항
서비스표에 관하여 특별한 규정이 없는 한 상표에 관한 규정을 적용하도록 한 규정이다. 대법원은 선사용상표의 인지도와 수요자기만에 관한 법리가 서비스표에도 그대로 적용된다고 명시하였다. 현행법은 상표법 제2조 제1항 제1호에서 서비스와 관련된 표지도 상표에 포함한다.

상표법 제34조 제2항

현행 제34조 제1항 제12호의 수요자기만 사유는 등록 여부를 결정할 때를 기준으로 판단한다. 이 사건에서도 출원일이나 실제 등록일이 아닌 등록결정일이 기준이 되었다.

사실관계

피고 측은 ‘웨딩쿨’이라는 상호와 한글·영문 표장을 사용하여 웨딩컨설팅업과 웨딩드레스 대여업 등을 영위하였다. 사업은 대구·경북지역을 중심으로 이루어졌지만, 박람회 개최와 방송광고, 인터넷 홍보 등을 통하여 인지도를 축적하였다.
반면 원고는 결혼상담업·결혼정보제공업·결혼중개업·국제결혼중개업 등을 지정서비스업으로 하는 등록서비스표를 순차 양도를 통해 취득한 권리자였다. 해당 서비스표의 등록결정일은 2012. 1. 19.이었다.
피고는 원고의 등록서비스표가 자신의 선사용표장들과 유사하여 수요자를 기만할 염려가 있다는 등의 이유로 등록무효심판을 청구하였다.
  • 피고 측은 2005년 7월경부터 웨딩컨설팅업과 웨딩드레스 대여업 등을 본격적으로 운영하면서 선사용표장들을 사용하였다.
  • 피고 측은 등록결정일까지 약 6년 6개월 동안 대구지역에서 결혼·웨딩패션·혼수 등을 주제로 총 23회의 대규모 박람회를 개최하였다.
  • 피고 측은 2010년과 2011년 대구 MBC TV·라디오를 통해 광고하였고, 전체 광고비로 7,700만 원을 지출하였다.
  • 피고 측의 연 매출은 2006년 약 1억 7,652만 원에서 2011년 약 5억 9,859만 원으로 꾸준히 증가하였다.
  • 피고는 2018. 2. 14. 등록무효심판을 청구하였고, 특허심판원은 2018. 10. 19. 이를 인용하였다.
  • 환송 전 특허법원은 무효심결을 취소하였으나, 대법원이 이를 파기환송하였고 파기환송심은 원고의 청구를 기각하여 무효심결을 유지하였다.

법리

가. 선사용상표에 전국적인 인지도를 요구할 수 없다

수요자기만 상표의 판단에서 선사용상표는 반드시 저명할 필요가 없다. 국내 일반거래에서 수요자나 거래자에게 특정인의 상표 또는 상품으로 인식될 정도로 알려져 있으면 된다.
여기서 ‘국내의 일반거래’라는 표현이 전국적인 인지도를 요구한다는 뜻은 아니다. 대법원은 사용이 일부 지역에 한정되었다는 이유만으로 보호를 배제하거나, 전국의 수요자·거래자 전체를 기준으로 인지도를 평가하는 접근을 배척하였다.
다만 특정 지역에서 사용했다는 사실만으로 인지도가 인정되는 것도 아니다. 사용기간·방법·태양·이용범위와 거래실정을 종합하여 객관적으로 상당한 정도의 출처 인식이 형성되었는지를 판단해야 한다.

나. 지역 내 실제 거래와 홍보 실적을 종합하여 인지도를 판단한다

이 사건에서 대법원이 중시한 것은 장기간의 영업과 반복적인 박람회 개최, 지역 방송광고, 매출 증가, 언론보도 및 동종 업계의 인식이었다.
인터넷에 게시된 수천 건의 블로그·카페 글에는 피고 측의 홍보자료뿐 아니라 서비스 이용자와 박람회 방문자의 후기도 포함되어 있었다. 이러한 자료는 단순히 표장이 사용되었다는 사실을 넘어, 거래사회에서 특정 업체의 출처표시로 인식되었음을 뒷받침하였다.
참고한 주석서에 의하면, 이 판결은 선사용상표가 반드시 국내 전역에 알려져 있어야 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명확히 한 사례이다. 지역적 사용 범위만으로 판단하기보다 해당 표장의 사용실적과 거래실정을 구체적으로 평가해야 한다.

다. 판단 기준은 등록결정 당시이다

이 사건에서 선사용표장의 인지도는 등록서비스표의 등록결정일인 2012. 1. 19.을 기준으로 판단하였다. 그 이후에 형성된 인지도를 그대로 소급하여 적용하는 것이 아니다.
또한 원고가 나중에 등록서비스표권을 양수하였더라도 판단 기준이 양수 시점으로 바뀌지 않는다. 문제 되는 것은 해당 서비스표가 등록결정 당시 수요자기만에 관한 등록배제 사유에 해당하였는지이다.

라. 인지도 외에 표장과 서비스의 관계 및 출처 혼동 가능성도 심리해야 한다

선사용표장의 인지도가 인정된다고 하여 곧바로 등록무효가 되는 것은 아니다. 등록서비스표의 사용으로 수요자가 출처를 오인·혼동할 염려가 있는지도 판단해야 한다.
파기환송심은 양 표장의 호칭·관념이 동일·유사하고, 영문·한글 구성도 유사하다고 보았다. 지정서비스업인 결혼상담업 등과 선사용표장의 사용서비스업인 웨딩컨설팅업 등도 결혼 관련 대행서비스업으로서 동일하거나 유사하다고 판단하였다.
이에 등록서비스표가 알려진 선사용표장들과 출처 혼동을 일으켜 수요자를 기만할 염려가 있다고 보아 무효사유를 인정하였다.

마. 부정한 목적이나 권리남용에 관한 판단 없이도 무효사유가 인정되었다

피고는 수요자기만 외에도 부정한 목적에 의한 출원과 권리남용 등을 주장하였다. 그러나 파기환송심은 구 상표법 제7조 제1항 제11호에 따른 무효사유가 인정되므로 나머지 주장을 더 판단할 필요가 없다고 보았다.
따라서 이 사건을 원고의 부정한 목적이나 권리남용이 인정되어 등록이 무효로 된 사례로 설명해서는 안 된다. 판결의 직접적인 근거는 선사용표장의 인지도와 표장·서비스업의 유사성에 따른 수요자기만의 염려이다.

실무적 유의점

지역을 기반으로 성장한 업체도 전국적인 인지도가 없다는 이유만으로 상표 보호를 포기할 필요는 없다. 지역 내 영업기간, 고객 규모, 매출, 광고, 행사 개최 및 거래자의 인식 등을 통해 특정 업체의 출처표시로 자리 잡았음을 입증하는 것이 중요하다.
입증자료는 상대방 상표의 등록결정일을 기준으로 정리해야 한다. 방송 송출내역, 광고비 지급자료, 박람회 안내문, 거래실적, 당시 작성된 후기와 언론기사 등 시점이 확인되는 자료가 유용하다.
등록무효 주장은 선사용표장의 인지도와 출처 혼동 가능성을 구분하여 구성해야 한다. 인지도 자료와 함께 양 표장의 유사성, 서비스 내용, 고객층 및 거래방식의 관련성을 제시할 필요가 있다.
이 판결은 미등록 선사용자에게 곧바로 전국적인 독점권을 부여한 판결은 아니다. 일부 지역에서 축적된 인지도도 타인의 등록상표에 대한 수요자기만 무효사유를 판단할 때 충분히 고려할 수 있음을 밝힌 판결이다.
이 글이 다룬 조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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