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토지대금 선지급 없이 소유권을 이전받은 경우의 사기죄 — 변경된 계약과 자금조달 구조에 따른 편취 범의 판단

핵심 결론 계약금만 지급하고 토지 소유권을 이전받았다는 사실만으로 사기죄가 성립하지 않는다. 변경된 대금 지급약정, 매도인이 양해한 분양·융자금 조달방식과 실제 이행 경과를 종합하여 판단해야 하며, 사후 미지급만으로 당초의 편취 범의를 추단할 수 없다.
이 자료는 서권식 변호사가 실무를 처리하면서 참조한 판례를 바탕으로, 실무상 유의할 점에 주안점을 두고 법리적 쟁점을 정리한 것입니다. 본문의 판례는 국가법령정보센터에 원문이 실려 있으면 그 원문으로 연결됩니다. 공개되지 않은 하급심·환송심 판결은 판결문을 직접 확보하여 정리합니다.
주요 판례·법령 2019도1477

해당 판결

대법원 1986. 3. 11. 선고 85도2815 판결〔사기〕
대법원은 피고인에게 대금 지급 의사·능력이 없었다고 보아 유죄를 인정한 원심판결을 파기환송하였다.
하급심
부산지방법원 1985. 11. 29. 선고 84노1306 판결
일정한 재산 없이 차용금으로 건축사업을 하던 피고인이 대금 지급 의사·능력을 가장하여 토지 소유권을 이전받았다고 본 제1심의 유죄판결을 유지하였다.

관련 판례

  • 서울고등법원 2015. 5. 14. 선고 2014노3025 판결: 담보제공 약정, 개발 후 대금 지급구조와 실제 사업 추진 경위를 고려하여 편취 범의의 증명이 부족하다고 판단한 무죄 확정사례이다.
  • 대법원 2019. 4. 11. 선고 2019도1477 판결: 최종 매수인의 대금으로 약정금을 지급하겠다고 하면서 실제로는 다른 용도에 사용할 의사로 등기 이전을 유도한 사안에서 유죄가 확정되었다. 구체적 기망과 편취 범의는 하급심에서 인정되었다.

관련 법령

형법 제347조 제1항 — 사기죄

쟁점은 토지 소유권 이전을 유도할 당시 대금 지급 의사·능력에 관한 기망과 편취의 범의가 있었는지이다. 판결문에는 해당 조문에 관한 법률번호·개정일을 특정한 구법 표기가 없다.

사실관계

피고인은 토지에 아파트를 건축·분양할 목적으로 매도인과 거래하였다. 당초에는 아파트 건설융자를 받아 매도인 측의 체납상속세를 납부하고 잔대금을 지급하는 약정이 있었다.
그러나 당사자들은 1983년 1월 5일 새로운 매매계약을 체결하여 대금 지급조건을 다음과 같이 정하였다.
구분변경된 약정
매매대금7억 원
계약금5,000만 원, 계약 당일 지급
중도금1억 5,000만 원, 1983년 6월 25일 지급
잔대금1983년 6월 30일 지급
피고인은 계약금 5,000만 원을 지급하고 소유권이전등기 서류를 받았다. 이후 중도금·잔금 지급기일 전인 1983년 6월 24일, 아파트 분양자들로 구성된 조합 명의로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쳤다.
매도인도 계약금 외의 대금을 아파트 분양대금이나 주택융자금으로 지급한다는 계획을 알고 양해하였다.
실제로 아파트가 건축되었고, 판결에 따르면 분양대금은 19억 원, 주택은행 융자금 총액은 25억 3,000만 원이었다. 피고인은 1983년 7월 18일 1차 융자금 9억 1,493만 6,000원을 받아 매도인에게 1억 원을 지급하였다.
원심 증인은 나머지 금액을 매도인의 양해 아래 다음 융자금으로 지급하기로 했으나, 자금사정 때문에 융자금을 아파트 공사에 투입하면서 잔금 지급용 약속어음이 부도났다고 증언하였다.

법리

변경된 계약을 기준으로 기망 여부를 판단해야 한다
대법원은 당초의 지급약정이 1983년 1월 5일자 매매계약에 의해 변경·실효되었다고 보았다.
따라서 종전 약정대로 상속세를 납부하거나 잔금을 지급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그대로 들어 편취 범의를 인정할 수 없다. 소유권이전등기 서류를 교부받고 등기를 마친 행위가 당시 유효한 지급약정과 어떤 관계에 있었는지를 먼저 살펴야 한다.
이 사건에서는 소유권이전등기일이 변경된 중도금·잔금 지급기일보다 앞섰다. 계약금만 지급한 상태에서 등기를 이전받았다는 사실 자체가 곧 대금 지급의무 위반이나 기망을 의미하지는 않았다.
지급능력은 자기자금 보유 여부만으로 판단하지 않는다
하급심은 피고인이 일정한 재산 없이 차용금으로 건축사업을 한다는 점을 중시하였다.
그러나 대법원은 다음 사정을 함께 보았다.
  • 분양대금과 주택융자금으로 토지대금을 지급할 계획이었다.
  • 매도인도 이러한 지급방식을 양해하였다.
  • 아파트가 실제 건축되었고 분양대금과 융자금이 발생하였다.
  • 융자금 수령 후 매도인에게 추가 대금을 지급하였다.
이를 종합하면 차입에 의존하는 사업자라는 이유만으로 잔대금 지급능력이 없었다고 볼 수 없다는 것이다. 지급능력은 계약에서 예정한 자금조달 구조와 실제 실행 가능성을 포함하여 판단해야 한다.
대금 미지급이라는 결과만으로 당초의 편취 범의를 추단할 수 없다
피해자의 진술은 피고인이 약속한 대금을 지급하지 않고 상속세도 납부하지 않았으므로 처음부터 지급 의사가 없었던 것으로 생각한다는 취지였다.
대법원은 이를 객관적 근거가 없는 추측적 진술로 평가하였다. 나머지 증거에서도 대금 지급 의사·능력을 가장했다는 사실을 인정할 자료를 찾기 어렵다고 보았다.
사후 불이행은 편취 범의를 판단하는 자료가 될 수 있지만, 불이행 사실과 거래 당시의 기망 사이에는 별도의 증명 과정이 필요하다.
자금조달 계획의 차질과 처음부터의 지급 의사 부재를 구별해야 한다
대법원은 실제 건축·분양·융자, 일부 대금 지급과 지급 연기 경위 등을 종합하여, 이 사건을 지급 의사가 있었으나 아파트 건설에 필요한 자금조달 계획에 차질이 생겨 약속을 이행하지 못한 경우로 볼 수 있다고 판단하였다.
판결요지의 ‘그 후 중도금과 잔대금을 지급할 의사와 능력’이라는 표현은, 이후의 사정만으로 사기 여부를 결정한다는 뜻이 아니다. 선이전을 받을 당시, 약정된 후속 대금을 지급할 의사·능력이 있었는지를 전체 거래 경과에 비추어 판단한다는 의미이다.
융자금의 용도 제한만으로 사기의 범의를 단정할 수 없다
원심은 주택은행 융자금의 용도가 주택건설 공사대금 지급으로 제한되어 있다는 점도 문제 삼았다.
대법원은 그 사정만으로 사기의 범의를 단정할 수 없다고 보았다. 분양대금 등 다른 지급재원과 거래 당사자의 양해, 실제 이행행위를 함께 고려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는 용도 제한을 위반해도 된다는 판단이 아니라, 융자금의 용도 제한과 토지 편취의 고의는 별도로 판단할 문제라는 취지이다.
앞선 두 사건과의 관계
구분법리상 핵심
85도2815 판결변경된 지급약정과 매도인이 양해한 분양·융자금 지급구조, 실제 이행을 고려하면 편취 범의를 인정하기 어려움
2014노3025 판결담보제공·개발 후 정산 약정과 사업 추진·중단 경위를 고려하여 편취 범의의 증명이 부족하다고 판단
2019도1477 판결특정 매각대금으로 지급하겠다고 약속하면서 이미 다른 용도로 사용할 의사였다는 기망이 인정됨
세 사건 모두 거래 당시의 구체적인 약속과 지급 의사에 관한 증거가 중요하다. 차입에 의존했다거나 결과적으로 지급하지 못했다는 공통점만으로 결론을 같게 볼 수 없다.

실무적 유의점

  • 최종적으로 유효한 계약조건부터 확정해야 한다. 변경 전 약정의 불이행을 기망의 근거로 삼고 있지는 않은지 확인해야 한다.
  • 선이전과 대금 지급기일을 구분해야 한다. 잔금 지급 전 소유권 이전이 예정된 거래라면 선이전 자체로 편취를 인정할 수 없다.
  • 자금조달 방식에 대한 매도인의 인식을 확인해야 한다. 차입·분양수익을 통한 지급을 양해했는지, 자기자금 지급을 전제로 했는지가 중요하다.
  • 당시의 지급 의사를 보여주는 객관적 자료가 필요하다. 인허가·공사·분양·대출 실행, 일부 지급 및 지급기일 변경 자료를 함께 검토해야 한다.
  • 사기죄 부정과 민사상 책임은 구별된다. 자금조달 실패로 사기의 고의가 부정되더라도 잔대금 지급이나 채무불이행 책임이 없어지는 것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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