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당판결
가. 대법원 판결
고유번호나 납세번호를 부여받지 않은 비법인 단체의 경우, 대표자의 실명으로 금융거래를 하더라도 금융기관과 단체를 계약당사자로 하는 의사가 일치하였다면 예금계약의 당사자는 대표자 개인이 아니라 단체라고 판단하였다.
대표자 개인을 예금주로 본 원심판결을 파기환송하였다.
나. 환송심 판결
부산지방법원 2021. 3. 17. 선고 2020나65661 판결〔제3자이의〕
예금채권이 동문회에 귀속된다고 인정하여, 대표자 개인에 대한 판결을 집행권원으로 한 강제집행을 불허한 제1심판결을 유지하고 피고의 항소를 기각하였다.
환송심 판결의 확정 여부는 확인되지 않았다.
하급심
가. 제1심
부산지방법원 동부지원 2019. 1. 31. 선고 2018가단8561 판결
동문회의 청구를 받아들여 이 사건 예금채권에 대한 피고의 강제집행을 불허하였다.
나. 환송 전 항소심
대표자 개인에 대한 실명확인으로 계좌가 개설되었고, 단체의 존재나 대표권을 확인하는 서류가 제출되었다고 볼 자료가 부족하다는 이유로 동문회의 청구를 배척하였다.
다. 심급별 판단 비교
관련판례
가. 계약당사자 확정의 일반 법리
계약당사자의 확정은 당사자의 의사해석 문제이다. 의사가 일치하면 그에 따르고, 일치하지 않으면 상대방의 관점에서 합리적인 사람이 누구를 계약당사자로 이해하였을지를 기준으로 판단한다.
이 사건 대법원과 환송심이 직접 인용한 판례이다.
나. 앞서 살펴본 예금명의자에 관한 전원합의체 판결
실명확인을 거친 예금명의자가 원칙적으로 예금계약의 당사자이며, 자금 출연이나 통장 관리 등 내부적 사정만으로 출연자를 예금주로 인정할 수 없다고 판단하였다.
이 사건은 위 전원합의체 법리를 변경한 판결이 아니다. 비법인 단체의 실명확인에 관한 별도 규정에 따라, 대표자의 실명을 사용한 거래가 처음부터 단체의 금융거래로 이루어진 것인지를 판단한 사례이다. 두 판결의 차이는 아래 법리에서 비교한다.
관련법령
판결문은 아래 금융실명거래 관련 규정에 별도의 ‘구법’ 표시나 개정 전 법률을 특정하는 괄호를 붙이지 않았다. 따라서 판결의 표기를 따르되, 금융실명거래 관련 링크는 대법원 판결 당시의 연혁법령으로 연결하였다.
가. 계약당사자의 확정
민법 제105조
예금계약의 당사자가 누구인지를 당사자의 의사에 따라 해석하는 근거가 된다.
나. 금융실명거래의 기본 규정
- 금융실명거래 및 비밀보장에 관한 법률 제2조 제4호: 실지명의의 정의
- 금융실명거래 및 비밀보장에 관한 법률 제3조 제1항·제3항·제7항: 실명거래 의무, 불법·탈법 목적의 타인 실명 거래 금지 및 실명확인 방법·절차의 위임
다. 비법인 단체의 실명과 확인 방법
금융실명거래 및 비밀보장에 관한 법률 시행령 제3조 제1호·제3호
판결이 해석한 비법인 단체의 실명 기준은 다음과 같다.
금융실명거래 및 비밀보장에 관한 법률 시행령 제4조의2 제1항 제1호·제3호
위 구분에 따라 대표자의 실명확인증표 또는 단체의 고유번호·납세번호 부여 문서 등으로 실명을 확인하도록 한다.
라. 강제집행을 배제하는 소송
민사집행법 제48조
제3자가 집행대상 재산에 대한 권리를 근거로 채권자를 상대로 강제집행의 배제를 구하는 제3자이의의 소에 관한 규정이다. 이 조항은 사건의 소송구조를 설명하기 위한 관련 규정이다.
사실관계
가. 동문회와 대표자, 개인 채권자의 관계
동문회는 E 개인의 채무자가 아니었다. 이 사건은 E의 개인 채권자가 동문회 자금이 예치된 계좌를 압류하면서 발생하였다.
나. 대표자 교체에 따라 기존 예금을 해지하고 새 계좌에 옮겼다
전임 대표자 J는 자신의 명의로 개설된 신협 계좌에서 동문회 자금을 관리하고 있었다.
대표자가 E로 변경되자, J는 2018. 1. 3. 기존 계좌를 해지하고 다음 금액을 인출하여 E에게 지급하였다.
- 정기예탁금: 20,000,000원
- 자립예탁금: 2,645,349원
E는 같은 날 동일한 신협에 새 정기예탁금 계좌와 자립예탁금 계좌를 개설하고 위 금액을 각각 입금하였다.
이는 대표자 변경에 따른 동문회 자금 관리의 인계 과정이었다.
다. 대표자 개인의 실명을 사용하면서 동문회 거래임을 표시하였다
E는 조합거래신청서에 자신의 성명, 생년월일, 주소, 연락처 및 조합원 번호를 기재하고, 실명확인증표로 복지카드를 제출하였다.
동시에 다음과 같이 동문회를 위한 거래임을 표시하였다.
- 금융거래목적확인서에 **‘동문회 통장’**이라고 기재하였다.
- 조합거래신청서 등 서류에 동문회의 인감을 날인하였다.
- 발급된 통장에는 E의 이름과 함께 동문회 명칭이 부기되었다.
- 신협의 계좌 상세정보에도 동문회가 통장 부기명으로 입력되었다.
다만 신협 내부 전산망에서는 자립예탁금 계좌의 용도가 ‘개인용’으로 분류되어 있었다.
라. 대표자의 개인 채권자가 두 차례 압류·추심명령을 받았다
피고는 E를 상대로 양수금 지급을 청구하여 다음 확정판결을 받았다.
서울중앙지방법원 2015. 6. 19. 선고 2015가소5489782 판결
E에게 15,706,219원 및 지연손해금을 지급하라는 내용이었다.
피고는 이 판결을 집행권원으로 다음과 같이 E의 신협에 대한 채권을 압류하였다.
여기에서 확정된 것으로 확인되는 판결은 E 개인에 대한 양수금 판결이다. 이를 이 사건 환송심 판결의 확정과 혼동해서는 안 된다.
마. 동문회는 자신의 예금채권이라는 이유로 집행 배제를 청구하였다
동문회는 해당 예금이 회비 등 동문회 자금을 관리하기 위한 것이고, 신협도 이를 알고 계약하였으므로 예금채권은 동문회에 귀속된다고 주장하였다.
이에 피고를 상대로 제3자이의의 소를 제기하여, E 개인에 대한 집행권원으로 동문회의 예금채권에 강제집행하는 것을 불허해 달라고 청구하였다.
법리
가. 대표자의 실명으로 거래하였다는 사실만으로 대표자 개인의 예금이 되는 것은 아니다
이 사건에서 가장 중요한 점은 비법인 단체의 실명을 확인하는 방법 자체가 대표자의 실명을 사용하는 방식일 수 있다는 것이다.
고유번호나 납세번호가 없는 비법인 단체는 대표자의 실명을 단체의 실명으로 사용한다. 따라서 대표자의 신분증으로 실명확인을 하고 통장에 대표자 이름이 기재되었다는 사정은, 단체가 적법하게 실명거래를 하기 위한 절차일 수 있다.
그러므로 다음 두 경우를 구별해야 한다.
- 대표자가 자기 개인의 예금계약을 체결한 경우
- 대표자가 자신의 실명을 사용하여 단체의 예금계약을 체결한 경우
판결은 두 번째 경우에 해당한다고 보았다.
나. 단체가 예금계약의 당사자가 되려면 금융기관도 단체를 위한 거래임을 알고 받아들여야 한다
대법원은 다음 사정이 인정되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비법인 단체를 계약당사자로 보아야 한다고 판단하였다.
- 대표자가 단체를 계약당사자로 할 의사를 밝혔다.
- 금융기관이 그 사람이 단체의 대표자라는 사실을 확인하였다.
- 금융기관이 대표자의 실명을 확인하고 예금계약을 체결하였다.
단체와 대표자 사이에서만 “이 돈은 단체 돈”이라고 정한 것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금융기관과의 관계에서도 단체를 예금주로 하는 의사의 합치가 있어야 한다.
다. 이 사건에서는 계좌 개설 당시의 여러 사정이 단체와의 계약을 뒷받침하였다
법원은 다음 사정을 종합하여 신협이 동문회를 예금계약의 당사자로 받아들였다고 판단하였다.
이 사건은 자금의 출처만으로 예금주를 정한 사례가 아니다. 자금 이전 경위와 계약 당시의 표시를 통해 금융기관까지 포함한 당사자들의 의사가 일치하였다고 판단한 사례이다.
라. 단체 확인서류의 미제출과 내부 전산상 ‘개인용’ 분류는 결정적인 사유가 아니다
환송 전 항소심은 단체의 존재와 대표권을 확인할 서류가 제출되지 않았다는 점 등을 중시하였다.
그러나 대법원은 신협이 거래 경위와 관계를 통하여 E가 동문회 대표자이고 동문회를 위하여 계좌를 개설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고 보았다.
따라서 다음 사정만으로 단체와의 계약을 부정할 수 없다고 판단하였다.
- 단체의 존재나 대표권을 확인하는 서류를 별도로 제출받지 않은 사정
- 신협이 내부 전산망에서 계좌 용도를 ‘개인용’으로 분류한 사정
이는 대표권 확인이 필요 없다는 의미가 아니다. 이 사건에서는 별도 서류가 없더라도 금융기관의 인식과 당사자의 합의를 인정할 다른 구체적인 사정이 있었다는 뜻이다.
마. 동문회의 예금채권에는 대표자 개인의 채무를 이유로 집행할 수 없다
예금계약의 당사자가 동문회라면 신협에 대한 예금채권도 동문회에 귀속된다.
피고의 집행권원은 E 개인에 대한 판결이므로, 이를 근거로 동문회의 예금채권에 강제집행할 수 없다.
환송심은 이에 따라 강제집행을 불허한 제1심판결을 유지하였다. 이는 E의 개인 채무나 피고의 확정판결을 부정한 것이 아니라, 해당 예금채권이 E의 책임재산에 속하지 않는다고 판단한 것이다.
바. 앞선 2008다45828 전원합의체 판결과의 차이
두 판결 모두 금융기관과 누구를 예금계약의 당사자로 정하였는지를 판단한다. 차이는 이 사건에서는 대표자의 실명 사용이 법령상 단체의 실명확인 방식에 해당할 수 있고, 단체와 거래한다는 점이 계약 당시 금융기관에도 드러나 있었다는 것이다.
따라서 이 사건을 “실제 돈을 낸 단체가 통장 명의자를 제치고 예금주가 된 사례”로 정리하면 핵심을 놓치게 된다.
실무적 유의점
가. 단체의 실명확인 방식과 예금계약의 당사자를 함께 확인해야 한다
비법인 단체의 계좌에서는 먼저 고유번호·납세번호의 유무와 적용되는 실명확인 방식을 확인해야 한다.
대표자 이름이 기재되어 있다는 이유만으로 개인계좌라고 단정하거나, 반대로 단체 자금이 입금되었다는 이유만으로 단체계좌라고 단정해서는 안 된다.
나. 단체와의 거래임을 계좌 개설 당시 자료에 남겨야 한다
분쟁 예방에 중요한 자료는 단체 규약, 대표자 선임자료, 거래 목적, 단체 인감 사용, 통장 명칭 및 금융기관과 주고받은 서류 등이다.
이 판결은 별도 확인서류가 없더라도 단체와의 계약을 인정하였지만, 이를 서류를 갖추지 않아도 된다는 실무 지침으로 이해해서는 안 된다.
다. 압류 대응에서는 자금 출처와 계약당사자에 관한 증거를 함께 제시해야 한다
“회비를 모은 돈이다”라는 주장에 더하여, 금융기관도 단체를 예금주로 받아들였다는 사실을 입증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 사건에서는 전·현직 대표자 사이의 자금 인계, 동문회 인감, 거래 목적 기재, 명칭 부기 및 신협과의 관계가 함께 작용하였다.
라. 비법인 단체와 주식회사의 계좌를 동일하게 취급해서는 안 된다
이 판결은 고유번호·납세번호가 없는 비법인 단체의 실명확인에 관한 규정을 전제로 한다.
따라서 주식회사 자금을 대표이사 개인 명의 계좌에 예치한 경우에 이 판결을 그대로 적용하여 회사가 예금주라고 단정할 수는 없다. 법인의 실명확인 방식과 해당 예금계약의 체결 경위를 별도로 검토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