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미술작품 제작에 다른 사람이 참여한 사실을 알리지 않은 경우의 사기죄와 저작자 판단

핵심 결론 저작자는 창작적인 표현형식에 기여한 사람이다. 다만 다른 사람의 제작 참여를 알리지 않고 작품을 판매했다고 곧바로 사기죄가 되는 것은 아니며, 고지의무의 근거와 구매자의 착오 등이 증명되어야 한다. 이 판결은 저작권 귀속을 확정하지 않았다.
이 자료는 서권식 변호사가 실무를 처리하면서 참조한 판례를 바탕으로, 실무상 유의할 점에 주안점을 두고 법리적 쟁점을 정리한 것입니다. 본문의 판례는 국가법령정보센터에 원문이 실려 있으면 그 원문으로 연결됩니다. 공개되지 않은 하급심·환송심 판결은 판결문을 직접 확보하여 정리합니다.
주요 판례·법령 2018도13696, 2007도7181

해당판례

대법원 2020. 6. 25. 선고 2018도13696 판결〔사기〕
검사의 상고를 모두 기각하여 피고인들의 무죄가 확정되었다. 첨부 판결문과 주석서의 저작자·대작 관련 해설을 바탕으로 정리하였다.
하급심
제1심은 다른 사람이 주로 창작적 표현작업을 수행하였다는 사실이 작품 거래에서 설명할 가치가 있는 정보라고 보았다. 따라서 피고인들에게 신의칙상 고지의무가 있고, 이를 알리지 않은 채 판매한 행위는 부작위에 의한 기망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유죄를 인정하였다.
서울중앙지방법원 2018. 8. 17. 선고 2017노3965 판결은 제1심을 파기하고 무죄를 선고하였다. 원심은 제작 참여자들을 피고인의 아이디어를 구현하는 기술적 보조자로 평가하였으며, 보조자를 활용하였다는 사실을 알리지 않았다는 이유만으로 구매자들을 기망하여 대금을 편취하였다고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하였다.
대법원은 무죄 결론을 유지하였다. 다만 원심이 피고인을 저작자로 평가한 부분까지 실체적으로 확정한 것은 아니다.

관련판례

관련법령

  • 저작권법 제2조 제1호·제2호: 저작물과 저작자의 정의.
  • 저작권법 제4조 제1항 제4호: 회화·서예·조각·판화·공예·응용미술저작물 등 미술저작물.
  • 저작권법 제137조 제1항 제1호: 저작자 아닌 사람을 저작자로 표시하여 저작물을 공표하는 행위. 이 사건에서는 해당 위반죄로 기소되지 않았다.
  • 형법 제347조 제1항: 사람을 기망하여 재물을 교부받거나 재산상 이익을 취득하는 사기죄.

사실관계

피고인은 화투 등을 잘라 붙이는 콜라주 방식으로 작품활동을 하다가 다른 화가들에게 자신의 기존 작품을 회화로 옮기거나 자신이 제공한 아이디어를 그림으로 구현하는 작업 등을 맡겼다. 이후 전달받은 그림에 추가 작업과 서명을 하여 자신의 작품으로 판매하였다.
검사는 다른 화가들이 사실상 그림을 완성하고 피고인은 경미한 작업만 추가하였는데도, 이러한 제작 과정을 알리지 않고 마치 자신이 직접 그린 그림인 것처럼 판매하여 구매대금을 편취하였다고 기소하였다.
쟁점은 제작에 다른 사람이 참여하였다는 사실을 구매자에게 알릴 의무가 있는지, 이를 알리지 않은 행위로 구매자가 착오에 빠져 대금을 지급하였다고 인정할 수 있는지였다.

법리

가. 저작자는 창작적인 표현형식에 기여한 사람이다

여러 사람이 저작물 작성에 관여하더라도 저작자가 되는 사람은 창작적인 표현형식 자체에 기여한 사람이다. 아이디어나 소재, 필요한 자료를 제공하였다는 사실만으로는 저작자가 되지 않는다.
사상이나 감정은 머릿속에서 구상하는 데 그쳐서는 안 되고 어떤 형태로든 외부에 표현되어야 한다. 다만 그 표현의 형태나 방법에는 제한이 없다. 따라서 저작자 판단에서는 단순한 기획·자료 제공과 구체적인 표현의 창작을 구별해야 한다.

나. 제작 참여 사실과 저작자에 해당하는지는 구별하여 판단한다

누가 어떤 작업을 하였는지는 사실인정의 문제이다. 그 작업이 창작적인 표현에 대한 기여로서 저작자성을 인정할 정도인지는 법적 평가의 문제이다.
미술작품에 여러 사람이 관여한 경우에도 공동저작자인지, 작가와 조수인지, 명의인과 대작화가인지는 구체적인 기여 내용에 따라 판단해야 한다. 대법원은 예술적·윤리적 평가에 관한 논란은 예술계의 비평과 담론을 존중하고, 저작권이 법적 분쟁의 직접적인 쟁점이 된 경우 사법적으로 판단해야 한다고 보았다.

다. 이 사건에서는 저작권 귀속이 직접적인 심판대상이 아니었다

검사는 저작권법 위반죄로 기소하지 않았고, 공소사실에서도 누가 저작자인지를 특정하지 않았다. 기소의 초점은 다른 사람이 제작에 관여하였다는 사실을 알리지 않은 행위였다.
대법원은 이러한 공소사실을 전제로 상고심에서 저작자 판단의 오류를 주장하는 것은 불고불리 원칙에 반한다고 보았다. 따라서 이 판결을 “아이디어를 제공하고 서명한 사람이 저작자가 된다”거나 “피고인의 단독 저작권을 인정하였다”는 취지로 해석할 수 없다.
한편 대법원은 저작자가 아닌 사람이 저작자인 것처럼 행세하여 미술품을 판매한 경우에는 사기죄가 성립할 수 있다는 점도 명시하였다.

라. 부작위에 의한 사기는 법률상 고지의무를 전제로 한다

부작위에 의한 기망은 법률상 고지의무가 있는 사람이 상대방이 일정한 사실에 관하여 착오에 빠져 있음을 알면서도 이를 알리지 않는 것을 말한다.
고지의무는 법령·계약·관습·조리 등에 근거하여 구체적인 거래실정과 신의성실의 원칙에 따라 판단한다. 고지의무의 존재는 법률문제이지만, 그 판단의 기초가 되는 거래 내용이나 거래관행 등의 사실은 검사가 주장·증명해야 한다.

마. 제작 참여 사실을 알리지 않았다는 것만으로 기망과 착오를 인정할 수 없다

대법원은 이 사건에서 검사가 주장한 신의칙상 고지의무 위반과 대금 편취를 인정하려면, 다른 사람의 제작 참여를 알려주는 거래관행과 구매자가 이를 알았다면 거래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관계가 인정되어야 한다고 보았다.
친작 여부는 구매 판단의 한 요소가 될 수 있지만, 구매자는 작가의 인지도, 아이디어의 독창성, 작품의 완성도·희소성·가격 등 여러 사정을 서로 다른 비중으로 고려한다. 그러므로 친작 여부가 모든 구매자에게 반드시 중요하다고 단정할 수 없다.
대법원은 제출된 증거만으로 구매자들이 피고인의 친작이라고 착오하여 작품을 구매하였다고 단정하기 어렵다는 원심판단을 수긍하였다. 제작 과정이 구매자의 주관적인 기대와 달랐다는 사정만으로 기망과 착오를 인정하지 않은 것이다.

실무적 유의점

저작권 귀속을 다투는 경우에는 실제 제작자가 누구인지뿐 아니라, 각 참여자가 구도·형상·색채 등 구체적인 표현을 어떻게 결정하고 구현하였는지를 입증해야 한다. 주석서가 제시하는 계약 내용, 작업 지시, 수정 과정, 최종 결정권 등의 검토사항도 이러한 창작적 기여를 확인하는 자료로 활용할 수 있다.
사기죄를 검토할 때에는 “타인이 제작에 참여했다”는 사실에서 곧바로 결론을 도출하지 말고, 고지의무의 근거, 판매 당시의 설명, 구매자의 인식과 구매 동기, 대금 지급과의 인과관계를 구분하여 검토해야 한다. 판매자가 직접 전 과정을 제작하였다고 명시적으로 설명하거나 보증한 경우에는 이 사건과 기망행위의 판단 전제가 달라질 수 있다.
이 판결의 적용 범위는 해당 공소사실에 관한 사기죄의 성립 여부이다. 저작권 귀속, 허위 저작자 표시에 따른 책임, 매매계약상 보증 위반이나 취소·손해배상 여부는 각각 별도의 요건에 따라 판단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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