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당 판례
대법원 2023. 5. 18. 선고 2018다223665 판결 [상표권이전등록등]
대법원은 원고의 상고를 모두 기각하였다. 상표지분에 관한 명의신탁을 부정하고, 상표사용계약의 실질을 전략경영본부 운영비용 분담약정으로 판단한 원심이 유지되었다.
하급심
- 제1심: 서울중앙지방법원 2015. 7. 17. 선고 2013가합68127 판결
- 원심: 서울고등법원 2018. 2. 8. 선고 2015나2046032 판결
원심은 상표지분 이전등록청구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금전청구에 대해서는 상표사용료가 아닌 운영비용 분담금으로 지급의무를 인정한 다음, 당사자 사이의 다른 채권과 상계하여 잔액을 계산하였다.
피고 B에 대한 원고의 분담금채권은 상계로 모두 소멸하였고, 피고 D에 대해서는 20,234,851원과 지연손해금의 지급을 명하였다. 피고 C는 분담금을 모두 지급하였으므로 추가 지급의무가 없다고 판단하였다.
관련 판례
다음은 원심이 비진의 의사표시와 통정허위표시 여부를 판단하면서 인용한 판례이다.
- 대법원 2002. 12. 27. 선고 2000다47361 판결 비진의 의사표시에서 ‘진의’란 특정한 내용의 의사표시를 하려는 생각을 의미하며, 마음속에서 진정으로 바라는 결과를 의미하지는 않는다.
- 대법원 1998. 9. 4. 선고 98다17909 판결
- 대법원 2015. 2. 12. 선고 2014다41223 판결 통정허위표시가 성립하려면 표시와 진의가 일치하지 않을 뿐 아니라, 그 불일치에 관하여 상대방과 합의가 있어야 한다.
관련 법령
대법원 판결문은 판단의 근거가 된 조문 번호를 별도로 열거하지 않는다. 아래는 판결의 쟁점에 대응하는 관련 규정이다.
- 민법 제105조: 당사자의 의사에 따른 법률행위 내용의 확정
- 민법 제107조 제1항: 진의 아닌 의사표시
- 민법 제108조 제1항: 통정한 허위의 의사표시
- 민법 제492조 제1항, 제493조: 상계의 요건과 효과
- 민사소송법 제202조: 자유심증주의
- 민사소송법 제203조: 처분권주의
이 사건은 구 상표법의 특정 조문에 따른 등록무효나 침해 여부를 판단한 사건이 아니라, 상표지분의 귀속에 관한 약정과 상표사용계약의 실질을 해석한 사건이다. 따라서 판결문에 없는 구 상표법의 개정 기준일을 임의로 붙이지 않는다.
사실관계
- 그룹 상표가 여러 계열회사 명의로 등록되어 있었다.
원고와 피고들은 같은 기업집단에 속한 계열회사였다. 원고는 건설업·고속버스 운송업 등을, 피고 B는 합성고무 제조업 등을, 피고 C는 화학제품 제조업 등을, 피고 D는 무역업 등을 영위하였다.
그룹의 공통 명칭과 표장은 오랜 기간 사용되었지만, 관련 상표권이 처음부터 모두 원고에게만 귀속되어 있었던 것은 아니었다. 원고 단독명의 상표뿐 아니라 다른 계열회사 단독명의 또는 여러 계열회사 공동명의 상표도 존재하였다.
원고 소속 전략경영본부는 그룹 차원의 경영관리와 상표 개발·등록명의 조정 등을 주도하였다.
- 양대 지주회사 체제를 준비하면서 피고 B가 상표지분을 취득하였다.
그룹은 기업 인수 이후 지주회사 체제 전환을 준비하면서 2007년 1월경 원고와 피고 B를 각각 지주회사로 하는 체제를 추진하였다.
이에 따라 2007년 3월 14일부터 16일까지 상표권 양도, 지분 포기, 출원인 명의변경 등을 거쳐 주요 상표들이 원고와 피고 B의 공동명의로 정리되었다. 일부 상표는 다른 계열회사를 포함한 3개 회사의 공동명의로 등록되었다.
이후 법령 개정으로 피고 B가 지주회사 요건을 충족하지 못하게 되었지만, 이미 이전된 상표지분을 원고에게 돌려주는 등록은 이루어지지 않았다.
- 상표사용계약서에는 원고가 실제 권리자라는 문구가 들어갔다.
원고와 피고 B는 2007년 6월경 상표사용계약서를 작성하였다. 계약서에는 양사가 상표의 공동소유자이지만 실제 권리자는 원고라는 취지의 문구가 포함되어 있었다.
원고는 다른 계열회사들과도 유사한 상표사용계약을 체결하였다. 계열회사들은 매출액에 일정 비율을 적용한 돈을 ‘상표사용료’ 명목으로 지급하였다.
한편 전략경영본부는 2007년 5월 1일부터 원고의 독립적인 지주사업부 조직으로 운영되었고, 계열회사들이 낸 상표사용료 명목의 돈으로 소속 임직원의 급여 등 운영비용을 충당하였다.
- 구조조정과 사실상 계열분리 이후 지급이 중단되었다.
2009년 말 그룹의 유동성 위기로 구조조정이 시작되었다. 2010년 2월경에는 지배주주들과 채권단의 협의에 따라 원고 측 계열회사들과 피고 측 계열회사들의 경영이 사실상 분리되었다.
원심은 이 무렵 전략경영본부의 피고들에 대한 그룹 경영관리 업무가 종료되었다고 판단하였다.
피고들은 전후로 상표사용료 명목의 지급을 중단하였다. 원고가 지급을 요구하자 피고 B는 오히려 자신도 상표권자라며 다른 계열회사들에 상표사용료를 청구하였다.
- 원고는 상표지분 반환과 미지급 상표사용료를 청구하였다.
원고는 피고 B 명의의 상표지분이 실제로는 자신이 명의신탁한 것이라고 주장하였다.
구체적으로는 상표사용계약서를 작성한 2007년 6월경 명의신탁약정이 이루어졌다는 주장을 주위적으로, 상표지분이 이전된 2007년 3월경 명의신탁약정이 있었다는 주장을 예비적으로 제기하였다. 일부 다른 계열회사 상표에 대해서는 재명의신탁을 주장하였다.
원고는 2012년 10월경 명의신탁 해지를 통보하고, 피고 B에게 상표지분 이전등록을 청구하였다. 아울러 피고들에게 미지급 상표사용료를 청구하고, 그 채권으로 자신의 채무를 상계하였다는 이유로 채무부존재확인도 구하였다.
법리
- 상표를 관리했다는 사정만으로 모든 상표권의 실질적 소유자가 되는 것은 아니다.
원고는 전략경영본부가 그룹 상표를 개발하고 등록명의를 조정해 왔다는 점 등을 들어 자신이 실질적인 권리자라고 주장하였다.
그러나 원심은 상표의 관리 업무와 상표권의 귀속을 구분하였다. 다른 계열회사 명의나 공동명의로 등록된 상표가 상당수 존재하고, 당시 자료에서도 원고의 단독 권리를 전제로 하지 않았다는 점을 고려하였다.
따라서 원고가 그룹 상표관리를 주도했다는 사정만으로 피고 B가 취득한 상표지분을 명의상 권리로 볼 수는 없다고 판단하였다.
- 최초 지분 이전은 명의신탁보다 실질적인 공동소유를 위한 조치로 보았다.
원심은 2007년 3월경 상표지분 이전 당시의 자료를 검토하였다.
- 양대 지주회사 체제에 맞추어 두 회사가 상표권을 공동으로 보유하려는 계획이 있었다.
- 당시 법률자문도 두 회사가 권리를 갖는다는 방향이었다.
- 피고 B를 상표사용료 징수대상에서 제외한 계획안이 있었다.
- 피고 B가 상표 명의변경 비용을 부담하였다.
- 명의신탁이라는 내용을 담은 당시 문서는 없었다.
이에 따라 원심은 지분 이전을 그룹 차원의 권리조정으로 보았고, 명의신탁이나 재명의신탁약정이 증명되지 않았다고 판단하였다.
- ‘실제 권리자는 원고’라는 문구만으로 후발적인 명의신탁도 인정하지 않았다.
피고 B가 이미 실질적인 상표지분을 취득하였다면, 이후 그 권리를 원고에게 귀속시키고 피고 B는 명의만 보유하기로 하였다는 의사의 합치가 확인되어야 한다.
원심은 계약서의 해당 문구뿐 아니라 작성 경위와 목적을 함께 살폈다. 그 결과 상표지분의 실질적 귀속을 바꾸려는 의사결정이나 협의 자료가 부족하다고 보았다.
오히려 해당 문구는 공동권리자인 피고 B에게서도 상표사용료 명목의 돈을 받기 위한 법률자문 과정에서 삽입된 것으로 판단하였다.
대법원은 이러한 판단에 처분문서의 해석과 증명력에 관한 법리오해가 없다고 보았다. 계약서 문구를 임의로 무시해도 된다는 의미가 아니라, 이 사건의 구체적인 자료를 종합한 해석을 인정한 것이다.
- 상표사용계약의 실질은 전략경영본부 운영비용 분담약정이었다.
원심이 중시한 사정은 다음과 같다.
- 계약의 적용 시점이 전략경영본부의 독립적인 조직 운영 개시 시점과 맞물렸다.
- 수입이 전략경영본부 임직원의 급여 등 운영비용에 사용되었다.
- 전략경영본부가 직접 계약의 목적을 발생비용 충당이라고 설명한 자료가 있었다.
- 인원 감축에 따른 운영비 감소에 맞추어 상표사용료율을 낮추는 계획이 수립되었다.
이에 따라 피고들의 의무는 상표를 사용하는 동안 계속 사용료를 내는 의무가 아니라, 전략경영본부가 피고들을 위한 그룹 경영관리 업무를 수행하는 동안 운영비를 분담하는 의무라고 보았다.
따라서 그 업무가 종료된 2010년 2월경까지의 미지급 분담금만 지급대상이 되었다.
- 계약 형식과 실질이 다르더라도 비용분담약정까지 무효가 되는 것은 아니다.
피고들은 비진의 의사표시나 통정허위표시를 이유로 계약이 무효라고 주장하였다.
원심은 당사자들이 상표사용계약의 형식을 이용하였더라도, 실제로 운영비를 분담하고 지급하려는 의사는 서로 일치하였다고 보았다. 따라서 비용분담약정의 효력을 부정하지 않았다.
이는 상표사용계약이라는 명칭을 그대로 인정한 것이 아니라, 당사자들이 실제로 합의한 비용분담의 효력을 인정한 판단이다.
- 원고에게 유리한 판단을 이유로 원고가 불복할 수는 없다.
원고는 원심이 상표사용료 청구에 대하여 운영비용 분담금 지급의무를 인정한 것이 처분권주의에 반한다는 취지로도 다투었다.
대법원은 설령 처분권주의에 반한다고 하더라도 분담금 지급의무를 인정한 부분은 원고에게 이익이 되므로, 원고가 그 점을 이유로 불복할 수 없다고 판단하였다.
대법원이 처분권주의 위반을 확정적으로 인정한 것은 아니다.
실무상 유의점
- 상표관리 업무의 담당, 등록명의, 실질적인 권리 귀속을 구분하여 문서화해야 한다. 관리비용 부담이나 그룹 내 역할만으로 명의신탁이 증명되는 것은 아니다.
- 이미 이전한 상표지분을 명의신탁 관계로 바꾸려면 대상 지분, 실질적 권리자, 반환의무와 당사자의 합의를 구체적으로 남겨야 한다.
- 상표사용료와 공동조직 운영비는 지급 목적, 산정 기준, 종료 사유를 구분해야 한다. 계약의 명칭과 실제 운영이 다르면 법원이 그 실질에 따라 지급범위를 달리 판단할 수 있다.
- 그룹 분리 시에는 상표권의 귀속과 사용관계뿐 아니라 기존 비용분담약정의 종료 및 미지급금 정산도 함께 정리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