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당판례
대법원 2022. 8. 25. 선고 2017두41313 판결〔법인세부과처분취소〕
원고는 합병법인인 주식회사 장미트레이딩이고, 피고는 역삼세무서장이다. 대법원은 원고의 상고를 기각하여 법인세 부과처분이 적법하다는 원심판결을 확정하였다.
하급심
제1심인 서울행정법원 2016. 6. 8. 선고 2014구합75292 판결은 원고의 청구를 일부 받아들였다.
그러나 서울고등법원 2017. 3. 29. 선고 2016누53076 판결은 제1심의 피고 패소 부분을 취소하고 원고의 청구를 모두 기각하였다. 분할·합병에 법인세 회피 외의 합리적인 사업상 이유가 없다고 보아, 가산세를 포함한 2008 사업연도 법인세 11,500,239,690원의 부과처분 전부를 적법하다고 판단하였다.
대법원은 거래의 목적, 사업상 필요, 거래 사이의 시간적 간격, 손실과 위험부담 등을 종합하여 판단해야 한다는 기준을 제시하고 원심의 결론을 유지하였다. 원심과 대법원 사이에 결론의 차이는 없으며, 상고기각으로 확정되었으므로 파기환송심은 없다.
관련판례
대법원 2017. 12. 22. 선고 2017두57516 판결은 여러 단계의 거래를 거쳤다는 이유만으로 이를 하나의 거래로 재구성할 수는 없다고 보았다. 사업상 목적과 각 단계의 독립적인 의미 등을 살펴야 하며, 최종적인 경제적 결과만을 기준으로 거래형식을 부인해서는 안 된다는 취지이다. 이 사건과 대비하여 실질과세에 따른 거래 재구성의 한계를 보여준다.
대법원 2025. 3. 27. 선고 2023두37865 판결은 이 사건 판결을 인용하면서, 거래가 사법상 유효하더라도 실질과세에 따라 세법상 거래를 재구성할 수 있다고 판시하였다. 또한 강행법규나 사회질서에 위반되는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사업상 필요는 조세회피 목적을 부정하는 합리적 이유로 쉽게 인정할 수 없다고 보아 판단 기준을 구체화하였다.
관련법령
사건에 적용된 구법
제3자를 거치거나 여러 단계의 거래를 이용하여 세법상 혜택을 부당하게 받는 경우, 경제적 실질에 따라 직접 거래 또는 연속된 하나의 거래로 보아 과세할 수 있도록 한 규정이다. 이 사건에서 거래 재구성의 직접적인 근거가 되었다.
당시 합병차익의 익금불산입과 그 예외인 합병평가차익의 과세를 정한 규정이다. 당시 법령 체계에서는 합병평가차익 중 익금에 산입하는 금액이 합병차익을 한도로 제한되었다. 원고가 분할을 통해 피합병법인의 순자산을 줄인 이유가 여기에 있다.
매입하거나 직접 제작·건설한 자산 외의 자산에 대한 취득가액을 대통령령으로 정하도록 한 규정으로, 합병으로 승계한 자산의 취득가액과 관련된다.
합병·분할 또는 현물출자로 취득한 자산의 취득가액을 정한 규정이다. 이 사건에서는 합병으로 높아진 부동산 장부가액을 양도 시 손금으로 인정할 수 있는지가 문제 되었다.
현행법과의 구별
현행 국세기본법 제14조 제3항은 부당한 우회거래·다단계 거래를 경제적 실질에 따라 과세하는 기본 내용을 유지하고 있다. 따라서 이 판결이 제시한 거래 재구성의 판단 기준은 현행법 아래에서도 의미가 있다.
현행 법인세법 제17조 제1항 제5호가 합병차익의 익금불산입에 관한 규정이다. 이 사건에 적용된 구법의 제17조 제1항 제3호와 현행 조문 번호를 구별해야 한다. 현행 법인세법 제17조 제1항 제3호는 주식의 포괄적 이전차익에 관한 규정이다.
다만 합병 과세제도는 조문 번호만 달라진 것이 아니다. 현행법은 다음과 같이 과세구조를 정하고 있다.
- 현행 법인세법 제44조 제1항·제2항: 피합병법인이 자산을 합병법인에 양도한 것으로 보아 양도손익을 계산하되, 적격합병 요건 등을 충족하면 양도손익을 없는 것으로 하여 과세를 이연할 수 있다.
- 현행 법인세법 제44조의2 제1항: 합병법인이 승계한 자산은 원칙적으로 합병등기일 현재의 시가로 양도받은 것으로 본다.
- 현행 법인세법 제44조의3 제1항: 적격합병에 대한 특례를 적용하면 합병법인은 피합병법인의 장부가액을 기준으로 자산을 승계한다.
이러한 합병 과세체계의 개편은 구 법인세법(2009. 12. 31. 법률 제9898호) 부칙 제1조 및 제6조에 따라 2010. 7. 1. 이후 최초로 합병하거나 분할하는 분부터 적용되었다.
따라서 이 사건의 2008년 거래에 적용된 합병평가차익 계산방식을 현재의 합병에 그대로 적용해서는 안 된다.
사실관계
부동산을 매각하기로 한 기존회사
기존회사인 용명기업은 부동산임대업과 대부업을 영위하였다. 용명기업은 2008. 8. 19. 보유 부동산을 390억 원에 매각하기로 하고, 계약금과 중도금으로 합계 269억 원을 받았다.
부동산의 기존 장부가액은 약 43억 7,126만 원이었다. 따라서 그대로 매각하면 상당한 양도차익이 발생하여 법인세를 부담하게 되는 상황이었다.
현금은 분할신설회사로 보내고 부채는 기존회사에 남긴 분할
용명기업은 2008. 8. 28. 대부업 부문을 인적분할하여 행복파트너스를 설립하였다. 부동산 계약금·중도금 269억 원을 포함한 약 281억 5,500만 원의 자산을 행복파트너스에 이전하였다.
반면 부동산과 약 341억 7,700만 원의 부채 전부는 용명기업에 남겼다. 현금성 자산은 다른 회사로 이전하면서 부채는 남겨, 용명기업의 순자산을 크게 줄인 것이다.
합병을 통해 부동산 장부가액을 높인 원고
용명기업의 주주들은 경영컨설팅업을 하는 원고 회사의 주식을 전부 인수한 뒤, 용명기업을 원고에 흡수합병하였다. 합병등기는 2008. 10. 8. 이루어졌다.
원고는 부동산을 약 339억 447만 원으로 평가하여 승계하였다. 기존 장부가액과의 차이인 합병평가차익은 약 295억 3,321만 원이었다.
그런데 분할 과정에서 용명기업의 순자산을 크게 줄였기 때문에, 승계 순자산가액과 합병신주 액면가액 등의 차액인 합병차익은 약 1억 681만 원에 불과하였다. 원고는 당시 과세방식에 따라 합병평가차익 중 약 1억 681만 원만 익금에 산입하였다.
높아진 장부가액을 공제한 법인세 신고
원고는 2008. 10. 28. 매수인에게 부동산을 이전하고 잔금 121억 원을 받았다. 이후 매각대금 390억 원을 익금에 산입하고, 합병으로 높아진 장부가액 약 339억 원을 손금에 산입하였다.
숫자를 단순화하면, 종전 장부가액을 기준으로 한 매각차익은 ‘390억 원-약 43.7억 원=약 346.3억 원’이다. 원고가 신고한 장부가액을 기준으로 하면 ‘390억 원-약 339억 원=약 51억 원’으로 줄어든다. 이는 다른 비용이나 결손금 등을 반영하기 전의 차익 비교이며, 세액 자체를 뜻하지 않는다.
과세관청은 이러한 분할·합병을 조세회피를 위한 거래로 보고 종전 장부가액을 기준으로 원고의 2008 사업연도 법인세를 다시 계산하였다.
법리
일반적인 판단 기준
납세자가 여러 법률관계 중 세금 부담이 적은 방식을 선택하였다는 사정만으로 거래를 부인할 수는 없다.
실질과세에 따라 거래를 재구성하려면, 선택한 형식이나 과정이 처음부터 조세회피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수단에 불과하고, 경제적 실질이 직접 거래 또는 연속된 하나의 거래와 같다고 평가할 수 있어야 한다.
이를 판단할 때에는 다음 사정을 종합한다.
- 해당 거래형식을 선택한 목적
- 제3자를 개입시키거나 여러 단계를 거친 경위
- 조세 부담의 경감 외에 사업상 필요 등 합리적 이유가 있는지
- 각 거래 사이의 시간적 간격
- 거래 과정에서 실제로 부담하는 손실과 위험의 가능성
이 사건에 대한 적용
법원은 부동산 매각에 따른 법인세를 줄이기 위해 사업 목적이 다른 원고를 인수하고, 분할과 합병을 연이어 실행하였다는 점을 중시하였다.
특히 부동산 매각이 완료되면 용명기업에는 사실상 대부업만 남게 되므로, 매각 직전에 대부업 부문을 별도 회사로 분할해야 할 사업상 필요가 인정되기 어려웠다. 현금은 분할신설회사로 이전하고 부채는 기존회사에 남긴 자산·부채 배분도 합병 시 과세금액을 줄이는 구조와 연결되었다.
대법원은 이러한 사정과 거래 사이의 시간적 간격 등을 종합하여, 과세관청이 거래를 재구성하고 종전 부동산 장부가액을 기준으로 과세한 것이 적법하다고 판단하였다.
납세의무자와 과세기간
이 사건에서 법인세를 부담하는 주체는 합병 후 부동산을 양도한 원고 장미트레이딩이다.
계약금·중도금을 이전받은 행복파트너스가 납세의무자라는 원고의 주장은 상고심에서 처음 제기되어 적법한 상고이유로 인정되지 않았다. 대법원은 실체적으로 살펴보더라도 원고를 납세의무자로 본 원심판단에 잘못이 없다고 덧붙였다.
과세기간도 원고의 2008 사업연도이고, 과세권은 원고의 본점 소재지를 관할하는 역삼세무서장에게 있다고 판단하였다.
거래 재구성은 세법을 적용하는 데 필요한 범위에서 이루어진다. 분할·합병의 사법상 효력 자체를 무효로 만든다는 뜻은 아니다.
실무적 유의점
사업상 필요는 거래 당시 자료로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 분할·합병의 목적, 독립적인 사업 운영의 필요성, 인력·시설의 배치, 자금조달 계획, 예상 손익과 위험을 이사회 자료와 사업계획 등에 구체적으로 남길 필요가 있다. 거래 후 실제 사업 운영도 이러한 설명과 부합해야 한다.
개별 계약뿐 아니라 전체 거래의 연결관계를 검토해야 한다. 매각계약이 이미 체결된 뒤 분할·합병을 진행하였는지, 현금과 부채를 특정 회사에 편중시킨 이유가 무엇인지, 각 단계가 독립적인 경제적 의미를 가지는지가 중요하다.
자산의 평가액이 적정하다는 사정과 그 평가액을 세법상 취득가액으로 인정받는 문제는 구별해야 한다. 감정평가가 적정하더라도 전체 거래가 조세회피 수단으로 판단되면, 높아진 가액을 양도 시 손금으로 인정받지 못할 수 있다.
현재의 거래를 검토할 때에는 적격합병 요건, 자산의 세무상 승계가액, 과세이연 및 사후관리 요건을 함께 확인해야 한다. 이 판결의 일반적인 실질과세 법리는 참고하되, 당시의 합병평가차익 과세방식을 현행법에 그대로 대입해서는 안 된다.
분쟁에서는 거래 재구성의 요건뿐 아니라 납세의무자, 귀속 사업연도, 관할 및 세액 계산을 각각 검토해야 한다. 특히 자금 귀속과 사업상 필요에 관한 사실관계는 사실심 단계에서 충분히 주장·입증해야 한다. 계약에는 추징세액·가산세의 부담, 세무조사 대응 협조, 자료 보존 및 손해배상 범위도 구체적으로 정해 두는 것이 바람직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