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당판결
가. 대법원 판결
대법원 2018. 7. 24. 선고 2017다2472 판결〔소유권이전등기〕
부동산 매도에 관한 표현대리를 인정한 원심판결 중 피고 패소 부분을 파기환송하였다. 핵심은 매매계약 체결 후 발생한 사정을 근거로 계약 당시 대리권을 믿을 만한 정당한 이유가 있었다고 판단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나. 파기환송심 판결
서울고등법원 2019. 1. 15. 선고 2018나9946 판결〔소유권이전등기〕
실제 매도대리권, 표현대리 및 무권대리행위의 추인을 모두 부정하고 원고의 항소를 기각하였다. 이에 따라 원고의 소유권이전등기청구를 기각한 제1심의 결론이 유지되었다.
환송심 판결의 확정 여부는 미확인이다.
하급심
관련판례
가. 계약 후 교부된 인감증명서·위임장과 표현대리
표현대리에서 정당한 이유가 있는지는 대리행위 당시를 기준으로 판단한다. 매매계약 후 이행단계에서 인감증명서와 위임장이 교부되었다는 사정만으로 계약 당시의 정당한 신뢰를 인정할 수 없다는 선행 판례이다. 이 사건 대법원은 그 법리를 그대로 적용하였다.
나. 대리권 범위를 확인하지 않은 거래와 묵시적 추인
표현대리의 정당한 이유는 대리행위 당시의 제반 사정을 객관적으로 관찰하여 판단한다. 또한 묵시적 추인은 본인이 자신의 법적 지위를 충분히 이해하면서 해당 행위의 효과가 자신에게 귀속되는 것을 승인하였는지를 신중하게 판단해야 한다는 법리를 제시하였다.
관련법령
가. 대리 및 무권대리
- 민법 제114조: 대리인이 권한 내에서 본인을 위하여 한 의사표시의 효력.
- 민법 제126조: 권한을 넘은 표현대리. 상대방에게 그 권한이 있다고 믿을 만한 정당한 이유가 있는 경우 본인의 책임 인정.
- 민법 제130조: 대리권 없는 자가 체결한 계약은 본인이 추인하지 않으면 본인에 대하여 효력이 없음.
- 민법 제133조: 무권대리행위에 대한 추인의 효력.
나. 재판상 자백
- 민사소송법 제288조: 재판상 자백과 그 취소. 진실에 어긋나는 자백이 착오로 말미암은 것임을 증명한 경우 취소 가능.
대법원 판결의 참조조문은 민법 제126조이며, 나머지는 환송심의 판단을 이해하기 위한 관련 규정이다. 해당 판결에는 위 규정에 관한 구법 표시가 없다.
사실관계
가. 소유자는 오빠, 임대·관리자는 여동생과 부동산중개업자
피고 C는 장남으로서 1981. 2. 5.자 협의분할에 따라 이 사건 부동산을 상속받았다.
피고는 가족 간 협의를 거쳐 여동생 E에게 부동산의 임대를 맡기고, 그 임대수입으로 어머니를 봉양하도록 하였다. E는 평소 알고 지내던 중학교 선배이자 부동산중개업자인 D와 함께 부동산을 임대·관리하였다. 피고도 D를 알고 있었고, E 등의 임대 및 임대수입 수령에 별다른 간섭이나 이의를 하지 않았다.
피고가 허용한 것은 부동산의 임대와 관리였고, 부동산 자체를 매각하는 권한을 주었는지가 분쟁의 출발점이었다.
나. 여동생 등이 소유자를 대리한다며 매매계약 체결
E와 D는 2006년 2월경 가계약을 거쳐, 2006. 5. 31. 피고를 대리한다는 형식으로 원고에게 부동산을 매도하는 계약을 체결하였다.
E는 원고에게 피고가 어머니의 뜻에 따라 부동산을 처분하고 그 대금을 자신을 포함한 동생들에게 분배하기로 하였다는 취지로 설명하였다.
그러나 계약 당시 E 등은 다음 서류를 소지하고 있지 않았다.
- 부동산의 등기권리증
- 피고 명의의 인감도장과 인감증명서
- 매도권한을 확인할 위임장
원고가 계약 당시 피고에게 직접 연락하여 매도의사를 확인하였다고 볼 객관적인 자료도 부족하였다.
다. 대금은 소유자가 아닌 여동생 등에게 지급
원고는 2006. 9. 30.경까지 E 등에게 합계 324,000,000원을 지급하였다. 계약 당시에도 피고 명의가 아닌 E 명의 계좌로 대금을 입금해 달라는 요구를 받았다.
매매대금에 관하여 원고는 소송에서 다음과 같이 주장하였다.
대법원은 매매대금 12억 원을 전제로 판단하면서, 계약 당시 부동산의 공시지가가 이미 17억 원을 초과하였다는 사정도 지적하였다. 환송심도 원고가 주장하는 9억 원 내지 12억 원의 가격이 공시지가보다 상당히 낮다는 점을 고려하였다.
라. 인감증명서와 위임장은 계약 후에 교부
원고는 매매계약을 체결한 다음에야 E 등으로부터 피고 본인이 발급받은 인감증명서와 피고의 인감이 날인된 토지거래허가신청 관련 위임장을 받았다.
다만 법원은 이 서류들이 이 사건 부동산을 위한 것이 아니라, 2006년에 매도된 별도의 화성시 임야 거래를 위하여 마련된 것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보았다.
따라서 이를 피고가 이 사건 부동산의 매각을 승인하여 발급한 서류라고 단정하지 않았다.
마. 수년 후 소유자의 발언과 소송 중 협의가 문제 됨
원고는 2013년 9월경 피고의 집을 방문하여 계약 진행상황을 이야기하였다. 당시 피고는 원고에게 “D과 얘기하라”는 취지로 말하였다.
원고는 이 발언뿐 아니라 피고의 답변서, 가족들과의 대화 및 조정기일에서 잔금 지급과 이전등기 방법을 논의한 사정 등을 들어 피고가 계약을 추인하였다고 주장하였다.
그러나 피고는 매도권한을 준 적이 없으며, 위 발언도 D에게 책임을 물으라는 취지였다고 다투었다.
법리
가. 임대·관리 권한과 매도권한은 구별된다
임대차계약을 체결하고 임대료를 받도록 맡겼다는 사정만으로 부동산 소유권을 처분할 권한까지 부여한 것으로 볼 수는 없다.
환송심은 E 등이 피고로부터 임대 권한만 받았을 뿐 매매계약 체결권한은 받지 않았다고 판단하였다. 매도권한을 위임받았다는 취지의 증언 등도 진술 번복, 객관적 뒷받침의 부족 등을 이유로 받아들이지 않았다.
따라서 이 사건은 대리권이 전혀 없는 사람이 거래한 경우와 달리, 임대 등에 관한 권한이 있는 사람이 그 범위를 넘어 매매계약을 체결한 경우에 해당한다. 쟁점은 그 권한 초과에 관하여 원고의 신뢰를 보호할 수 있는지였다.
나. 표현대리의 정당한 이유는 계약 당시를 기준으로 판단한다
민법 제126조의 표현대리가 성립하려면 상대방이 대리인에게 해당 행위를 할 권한이 있다고 믿었고, 그렇게 믿을 만한 정당한 이유가 있어야 한다.
그 판단 기준시점은 대리행위가 이루어진 때, 이 사건에서는 매매계약 체결 당시이다.
환송 전 항소심은 장기간의 관리, 계약 후 받은 인감증명서·위임장, 2013년 피고의 발언 등을 종합하여 표현대리를 인정하였다. 대법원은 그중 계약 후 발생한 사정을 계약 당시의 정당한 신뢰를 뒷받침하는 근거로 사용한 것이 잘못이라고 보았다.
나중에 서류를 받았다는 이유로 계약할 때 확인하지 않은 매도권한에 대한 신뢰가 소급하여 정당화되는 것은 아니다.
다. 가족관계와 장기간의 관리만으로 매도권한을 믿기 어려웠다
법원은 다음 사정을 종합하여 원고에게 정당한 이유가 없다고 판단하였다.
- E 등이 매도권한을 확인할 서류를 전혀 갖추지 않았다.
- 원고가 소유자인 피고에게 매도의사를 확인하였다는 객관적 자료가 부족하였다.
- 매매대금을 피고가 아닌 E 등에게 지급하였다.
- 매매가격이 공시지가보다 상당히 낮았다.
- 원고 자신이 공인중개사로서 부동산거래 경험이 상당하였다.
따라서 소유자의 여동생이라는 관계, 오랫동안 부동산을 관리하였다는 사실, 가족 간 대금 분배에 관한 설명만으로는 매도권한에 대한 신뢰를 보호하기 부족하였다.
공시지가보다 낮은 매매가격이나 대리인 계좌로의 지급이 각각 독립적인 무효사유라는 의미는 아니다. 이 사건에서는 대리권 확인의 필요성을 높이는 사정으로 함께 고려되었다.
라. 계약 후의 사정은 추인 여부에서 별도로 검토해야 한다
계약 후 발생한 사정이 계약 당시 표현대리의 근거가 되지 않는다고 하여, 법적으로 아무 의미도 없는 것은 아니다. 본인이 무권대리행위의 효과를 자신에게 귀속시키기로 승인하였는지, 즉 추인 여부는 별도로 판단해야 한다.
환송심은 원고가 제시한 사후 사정을 검토하였지만 다음과 같이 추인을 부정하였다.
특히 분쟁 해결을 위해 이행방법을 협의하였다는 사실과 기존 계약의 법적 효력을 확정적으로 승인하였다는 사실은 구별하였다.
마. 계약 체결 사실의 언급이 대리권 수여에 관한 자백은 아니다
원고는 피고가 답변서에서 매매계약을 언급한 점도 근거로 삼았다.
환송심은 답변서 전체 취지상 E 등이 원고와 계약을 체결하였다는 사실을 설명한 것이지, 피고가 E 등에게 매도권한을 주었다고 인정한 것은 아니라고 판단하였다.
나아가 이를 계약 체결 사실에 관한 자백으로 보더라도, 진실에 반하고 종전 소송대리인의 사실 확인 과정에서 발생한 착오에 기인한 것으로 보아 민사소송법 제288조 단서에 따른 취소를 인정하였다.
타인이 계약서를 작성한 사실을 인정하는 것과 그 계약의 효과가 자신에게 귀속됨을 인정하는 것은 다르다.
바. 상환금액만 달리한 주장은 별개의 예비적 청구가 아니다
원고는 576,000,000원을 지급하는 것과 동시에 이전등기를 구하면서, 예비적으로 876,000,000원을 지급하는 것과 동시에 이전등기를 구하였다.
대법원은 두 주장이 목적물과 청구원인이 같고, 후자는 원고가 더 많은 돈을 지급하는 조건을 붙여 이전등기청구를 양적으로 감축한 것에 불과하므로 소송상 별개의 예비적 청구가 아니라고 판단하였다.
환송심도 이를 별도의 예비적 청구로 표시하지 않았다. 다만 실제 매도권한·표현대리·추인이 모두 부정되었으므로 어느 잔금액을 전제로 하더라도 피고에게 이전등기를 청구할 수 없었다.
실무적 유의점
가. 임대관리 위임과 매각 위임을 구분하여 확인해야 한다
가족이나 관리인이 오랫동안 임대업무를 처리하였더라도 매각권한은 별도로 확인해야 한다. 위임장에는 대상 부동산, 매매가격 결정권, 계약체결권 및 대금 수령권의 범위가 드러나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나. 대리권 확인자료는 확보한 시점까지 증거로 남겨야 한다
위임장이나 인감증명서를 갖고 있다는 사실만으로 충분하지 않다. 계약 전에 무엇을 확인하였는지, 해당 서류가 바로 그 부동산과 거래를 위한 것인지를 입증할 수 있어야 한다.
다. 표현대리와 추인을 분리하여 주장·입증해야 한다
표현대리는 계약 당시 상대방의 정당한 신뢰가 문제이고, 추인은 계약 후 본인이 계약의 효과를 받아들였는지가 문제이다. 사후 발언이나 협의자료를 제출할 때에는 어느 법률요건을 입증하려는 것인지 구분해야 한다.
또한 이 판결이 계약 후 확보한 모든 증거를 배척한다는 의미는 아니다. 계약 후에 수집한 자료로 계약 당시 존재했던 권한이나 사정을 증명하는 문제와, 계약 후 새로 발생한 사정으로 과거의 신뢰를 정당화하는 문제는 구별해야 한다.
라. 조정 과정의 협의를 곧바로 책임 인정으로 해석해서는 안 된다
잔금 지급이나 이전등기 방법을 논의하였더라도 분쟁을 끝내기 위한 협상일 수 있다. 추인 여부는 발언의 전체 맥락과 조건, 본인이 종전의 무권대리 주장을 유지하였는지 등을 함께 살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