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실제 저작자의 동의를 받은 허위 공저자 표시와 재발행의 형사책임 — ‘표지갈이’ 사건

핵심 결론 실제 저작자가 동의했더라도 저작자 명의에 관한 사회적 신뢰를 해치는 허위 공저자 표시는 처벌된다. 이미 공표된 책의 재발행도 해당하며, 이를 연구실적으로 제출해 평가를 왜곡하면 업무방해죄가 성립한다.
이 자료는 서권식 변호사가 실무를 처리하면서 참조한 판례를 바탕으로, 실무상 유의할 점에 주안점을 두고 법리적 쟁점을 정리한 것입니다. 본문의 판례는 국가법령정보센터에 원문이 실려 있으면 그 원문으로 연결됩니다. 공개되지 않은 하급심·환송심 판결은 판결문을 직접 확보하여 정리합니다.
주요 판례·법령 2016도16031, 2017도10838, 2018도144

해당판례

대법원 2017. 10. 26. 선고 2016도16031 판결〔저작권법위반·업무방해·위계공무집행방해〕
피고인들의 상고를 모두 기각하여 각 벌금 1,500만 원을 선고한 원심판결이 확정되었다.
하급심
  • 제1심: 의정부지방법원 2016. 6. 15. 선고 2015고단4772 판결. ‘공표’를 최초 공개·발행으로 제한하여 해석하고, 이미 발행된 서적의 재발행에 관한 저작권법 위반 부분을 무죄로 판단하였다. 나머지 유죄 부분에 대해서는 피고인들에게 각 벌금 1,000만 원을 선고하였다.
  • 항소심: 의정부지방법원 2016. 9. 8. 선고 2016노1620 판결. 공표에는 최초 발행뿐 아니라 이후의 발행도 포함된다고 보아 제1심의 해당 무죄 판단을 뒤집었다. 제1심판결을 파기하고 피고인들에게 각 벌금 1,500만 원을 선고하였다.

관련판례

대법원 2017. 11. 9. 선고 2017도10838 판결
이 사건의 법리를 원용하여, 저작자를 허위로 표시한 저작물이 이미 공표된 적이 있더라도 저작권법 제137조 제1항 제1호 위반죄가 성립한다고 판단하였다.
대법원 2021. 7. 15. 선고 2018도144 판결
실제 저작자의 동의가 있어도 원칙적으로 범죄가 성립한다는 법리를 재확인하였다. 나아가 실제 저작자가 허위 저작자 표시·공표 범행에 가담한 경우에도 공범으로 처벌할 수 있다고 명시하였다.

관련법령

저작권법 제137조 제1항 제1호: 저작자 아닌 자를 저작자로 하여 실명·이명을 표시하여 저작물을 공표하는 행위의 처벌.
저작권법 제2조 제24호·제25호: 발행과 공표의 정의.
저작권법 제11조 제1항: 저작자가 저작물을 공표하거나 공표하지 않을 권리. 이 사건의 부정표시 공표죄와 구별하여 이해할 규정이다.
형법 제314조 제1항: 위계에 의한 업무방해죄.
형법 제137조: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죄.
형법 제30조: 공동정범.

사실관계

피고인들은 대학교수들로서 해당 서적을 실제로 집필하지 않았음에도 출판사 직원들의 제안을 받아 공저자로 이름을 올리는 데 동의하였다. 실제 저작자 역시 이들을 공저자로 추가하는 것을 승낙하였다.
출판사 직원들은 실제 저작자 외에 피고인들을 공저자로 표시하여 서적을 발행하고, 이후 같은 서적을 재발행하거나 공저자 명단을 일부 변경하여 다시 발행하였다. 이른바 ‘표지갈이’ 방식이었다.
피고인들은 자신이 공저자로 표시된 서적을 자신의 연구업적인 것처럼 소속 대학에 제출하였다. 피고인 1과 피고인 2는 교원업적평가 또는 재임용평가 자료로 제출하였고, 피고인 3은 국립대학교의 교원업적평가 자료로 제출하였다.
피고인 측은 실제 저작자의 동의가 있었고 이미 공표된 서적을 다시 발행한 것이므로 저작권법 위반죄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다투었다. 피고인 1은 허위 실적을 제외하더라도 재계약 기준 점수를 충분히 초과하였으며, 대학이 허위 실적을 발견하지 못한 것은 심사가 불충분했기 때문이라는 주장도 하였다.

법리

가. 저작자 명의에 관한 사회 일반의 신뢰도 보호한다

저작권법 제137조 제1항 제1호는 실제 저작자와 명의를 표시당한 사람의 인격적 권리뿐 아니라, 표시된 저작자가 실제 창작자라는 사회 일반의 신뢰도 보호한다.
따라서 실제 저작자와 허위로 이름을 올린 사람이 모두 동의하였더라도 그것만으로 범죄의 성립이 배제되지 않는다. 당사자 사이의 합의로 저작자 명의에 대한 사회적 신뢰까지 처분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다만 대법원은 사회통념상 사회 일반의 신뢰가 손상되지 않는다고 인정되는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를 예외로 남겨 두었다. 그러므로 이 판결의 법리는 “당사자의 동의가 있으면 허용된다”는 것도, “어떠한 사정에서도 예외 없이 처벌된다”는 것도 아니다.

나. 이미 공표된 저작물의 재발행도 처벌 대상이다

저작권법상 공표에는 저작물을 공중에게 공개하는 행위와 저작물을 발행하는 행위가 포함된다. 발행은 공중의 수요를 충족시키기 위한 복제·배포를 의미하며, 법은 이를 최초 발행으로 한정하지 않는다.
이에 따라 이미 발행된 책이라도 저작자가 아닌 사람을 저작자로 표시하여 다시 발행하면 이 죄가 성립할 수 있다. 기존 책의 내용에 실질적인 변경이 없다는 사정도 허위 저작자 표시를 정당화하지 않는다.

다. 공표권과 부정표시 공표죄의 ‘공표’를 구별해야 한다

저작인격권인 공표권은 저작자가 자신의 미공표 저작물을 공개할 것인지 결정하는 권리이다. 반면 부정표시 공표죄는 허위 저작자 표시가 붙은 저작물을 공중에게 제공함으로써 발생하는 신뢰 침해를 문제 삼는다.
따라서 최초 공개 여부가 공표권 행사에서 의미를 가진다는 이유로, 부정표시 공표죄의 공표까지 최초 공개로 제한할 수는 없다.
주석서도 이 사건을 공표권과 연결하여 설명하면서, 최초 공표는 저작권법 제137조의 성립요건이 아니므로 재발행에 대한 범죄 성립을 인정한 대법원의 결론이 타당하다고 평가한다(저작권법 주석서, 제11조, ‘2. 최초공개권으로서의 공표권’, 문단번호 2 참조).

라. 재계약 기준을 충족하더라도 평가를 왜곡하면 업무방해죄가 성립한다

교원업적평가는 재계약 여부뿐 아니라 재임용, 승진, 급여산정 등에 활용되는 독립적인 업무이다.
피고인 1이 재계약 기준 점수를 충분히 확보하고 있었더라도, 자신이 작성하지 않은 책을 연구업적으로 제출하여 평가 결과를 왜곡한 이상 업무방해죄가 성립한다. 최종적인 재계약 여부가 달라졌는지만으로 범죄 성립을 판단할 수는 없다.

마. 대학의 심사 부실이라는 주장은 구체적인 심사 구조에 비추어 판단한다

대학은 저서의 학술적 가치, 분량, 공동저술 여부 등에 관한 심사기준을 운영하고 연구윤리확약서도 제출받고 있었다. 그러나 방대한 연구실적의 실제 집필 여부까지 정상적인 심사 과정에서 모두 확인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려웠다.
대법원은 이러한 사정에 비추어 평가업무가 방해된 원인을 대학의 불충분한 심사에 돌릴 수 없다고 판단하였다. 허위 자료를 발견하지 못했다는 결과만으로 제출자의 업무방해책임이 부정되는 것은 아니다.

실무적 유의점

공저자 표시는 당사자들의 동의 여부에 앞서 실제 창작에 참여하였는지를 확인해야 한다. 출판사나 실제 저작자의 승낙을 받았다는 사정만으로 허위 공저자 표시의 형사책임을 피할 수 없다.
초판뿐 아니라 증쇄·재발행 단계에서도 저작자 표시의 진실성을 점검해야 한다. 기존에 사용하던 명단을 그대로 유지하거나 일부 명의만 바꾸어 다시 발행한 경우에도 문제가 될 수 있다. 다만 개별 피고인의 책임은 해당 발행에 대한 인식과 공모·가담 여부를 구체적으로 확인해야 한다.
허위 공저자 표시와 이를 연구실적으로 제출하는 행위는 각각 검토해야 한다. 이 사건에서는 전자에 대해 저작권법 위반죄가, 후자에 대해 피고인 1·2는 업무방해죄, 국립대학교 소속 피고인 3은 위계공무집행방해죄가 인정되었다.
평가업무 방해 사건에서는 허위 실적을 제외한 점수만 계산할 것이 아니라, 어떤 평가항목과 결과가 왜곡되었는지, 기관이 어떠한 심사절차를 운영하였는지, 정상적인 심사로 허위를 발견할 수 있었는지를 함께 검토해야 한다.
이 글이 다룬 조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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