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계약서에 토지 지번을 잘못 적었다면, 실제 합의한 토지가 매매목적물이다

핵심 결론 쌍방이 실제로 합의한 토지와 계약서의 지번이 다르면, 합의한 토지에 관하여 매매계약이 성립한다. 잘못 기재된 다른 토지에 이전등기를 마쳤더라도 그 등기는 원인무효이다. 계약 해석과 착오취소를 구분한 사례이다.
이 자료는 서권식 변호사가 실무를 처리하면서 참조한 판례를 바탕으로, 실무상 유의할 점에 주안점을 두고 법리적 쟁점을 정리한 것입니다. 본문의 판례와 법령은 국가법령정보센터에 원문이 실려 있으면 그 원문으로 연결됩니다. 국가법령정보센터로 연결되지 않는 판례·법령은 공개되지 않은 하급심·환송심 판결 등을 판결문과 원문을 직접 확보·확인하여 정리한 것입니다.
주요 판례·법령 2016다242334

해당판결

대법원 1993. 10. 26. 선고 93다2629, 2636(병합) 판결〔건물퇴거〕
대법원은 실제 매매목적물이 어느 토지였는지를 충분히 심리하지 않고 원고의 건물철거 및 토지인도 청구를 인용한 원심판결을 파기환송하였다.
계약서의 지번보다 당사자 쌍방의 합치된 의사를 우선하여 계약 내용을 확정한다는 ‘자연적 해석’ 또는 ‘오표시 무해의 원칙’을 보여주는 판결이다. 환송심의 결과와 최종 확정 여부는 제공된 자료에서 확인되지 않는다.
하급심
부산지방법원 1992. 12. 4. 선고 92나8924, 92나8931(병합) 판결
원심은 원고 명의의 토지 소유권이전등기와 피고의 토지 점유를 인정하여 원고의 건물철거 및 토지인도 청구를 인용하였다.
피고가 주장한 국유지 불하 과정의 착오에 대해서는 이를 인정할 증거가 부족하다고 보았다. 또한 국유재산 매각은 사법상 법률행위이고, 우선매수권에 관한 규정이 없는 이상 연고권자의 우선권이 인정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피고의 주장을 배척하였다.
대법원은 원심이 연고권자의 우선권 문제에 치우쳐, 애초에 어느 토지에 관하여 매매계약이 성립하였는지를 심리하지 않은 점을 지적하였다.

관련판례

가. 대법원 1992. 11. 24. 선고 92다31514 판결

이 사건 판결이 참조판례로 제시한 선행 판결이다. 매매목적물의 특정과 계약 해석에 관한 법리의 관련 판례로 함께 확인할 수 있다.

나. 대법원 1996. 8. 20. 선고 96다19581, 19598 판결

당사자들이 실제 점유·경작하던 토지를 매매하였으나 지번을 잘못 알아 다른 토지에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친 사안이다.
이 사건 판결을 인용하여 실제 합의한 토지가 매매목적물이고, 다른 토지에 관한 이전등기는 원인무효라고 판단하였다. 국가법령정보센터

다. 대법원 2018. 7. 26. 선고 2016다242334 판결

이 사건의 법리를 계약상 지위의 잘못된 표시에도 적용하였다.
변제기와 이율을 변경하는 합의서에서 연대보증인과 근질권설정자의 지위가 뒤바뀌어 기재되었더라도, 당사자 모두 종전 지위를 유지하기로 합의하였다면 그 합의에 따라 계약 내용을 해석하여야 한다고 보았다. 국가법령정보센터

관련법령

가. 민법 제105조 — 임의규정

당사자의 의사에 따른 법률행위의 내용 확정과 관련된 규정이다. 이 사건 판결이 직접 제시한 참조조문이다.

나. 민법 제563조 — 매매의 의의

매매계약의 성립에 관한 규정으로, 당사자들이 어떤 재산권을 이전하기로 합의하였는지를 판단하는 데 관련된다. 이 사건 판결이 직접 제시한 참조조문이다.

다. 민법 제186조 — 부동산물권변동의 효력

매매계약의 목적물이 아닌 토지에 이전등기가 이루어진 경우 그 등기의 효력을 이해하기 위한 관련 규정이다.

라. 민법 제109조 — 착오로 인한 의사표시

계약 내용의 해석과 착오취소를 구분하기 위한 비교 조문이다. 이 사건은 민법 제109조에 따라 매매계약을 취소한 판결이 아니다.
위 조문 중 판결에 직접 표시된 참조조문은 민법 제105조와 민법 제563조이며, 별도의 구법 표기는 없다.

사실관계

가. 서로 다른 두 토지의 지번과 점유가 엇갈린 사건

이 사건에서는 다음 두 토지를 구분하여야 한다.
구분이 사건 토지인접한 국유지
면적1필지 76㎡3필지 합계 73㎡
점유관계피고가 건물을 소유하며 점유최초 불하매수인인 소외 1이 점유하였다는 자료가 제시됨
등기관계소외 1을 거쳐 원고 명의로 순차 이전등기판결 당시까지 국가 소유로 남아 있었음
핵심 쟁점계약서와 등기에는 표시되었으나 실제 매매목적물이었는지 문제당사자들이 실제로 매매하려던 토지였는지 문제
서류상 소유권이 이전된 토지와 현실에서 점유가 승계된 토지가 서로 달랐을 가능성이 분쟁의 출발점이다.

나. 국유지 불하와 원고 명의의 이전등기

소외 1은 1965. 7. 30. 국가와 국유재산 매매계약을 체결하였다. 계약서에는 매매목적물이 이 사건 토지의 지번과 면적인 대 23평으로 표시되어 있었다.
이 사건 토지에는 1969. 7. 13. 소외 1 명의의 소유권이전등기가 이루어졌다. 이후 여러 사람을 거쳐 1982. 12. 28. 원고 명의로 소유권이전등기가 마쳐졌다.
원고는 이러한 등기를 근거로, 이 사건 토지를 점유하고 있던 피고에게 건물철거 및 토지인도를 청구하였다.

다. 피고의 주장 — 실제 불하받으려던 토지는 따로 있었다

피고는 소외 1이 실제로 점유하던 토지는 인접한 국유지 3필지였는데, 그 지번을 이 사건 토지의 지번으로 잘못 알고 불하를 신청하였다고 주장하였다.
피고 측 진정서에는 다음과 같은 내용이 기재되어 있었다.
  • 이 사건 토지는 피고의 선대부터 피고까지 40년 이상 점유해 온 토지였다.
  • 소외 1은 인접한 3필지 73㎡를 점유하면서 그 토지를 불하받으려 하였다.
  • 이후 순차 매매에서도 실제 점유는 계속 인접한 73㎡ 토지에 관하여 승계되었다.
  • 피고가 이 사건 토지를 불하받으려는 과정에서 지번과 등기의 불일치가 드러났고, 원고도 그때 이를 알게 되었다.
대법원은 이러한 내용을 모두 최종 확정한 것은 아니지만, 피고의 주장을 뒷받침하는 상당한 자료가 있다고 보았다.

라. 대법원이 추가 심리가 필요하다고 본 근거

대법원은 다음 사정에 주목하였다.
첫째, 주소 표시와 실제 점유가 달랐다.
소외 1의 국유재산 매매계약서와 원고의 소장에는 이 사건 토지의 지번이 주소로 기재되어 있었다. 그러나 제1심 검증·감정 결과에 따르면 이 사건 토지는 피고만 점유하고 있었다.
둘째, 실제 점유하였다는 인접 토지는 계속 국유로 남아 있었다.
이는 현실의 매매·점유 대상과 등기 대상이 엇갈렸다는 주장에 부합하는 사정이었다.
셋째, 국가의 매도의사도 확인할 필요가 있었다.
국가가 소외 1이 점유하던 토지를 두고 피고 측이 점유하던 다른 토지를 소외 1에게 매도하였다면, 그에 대한 특별한 사유가 있는지 살펴보아야 했다.

마. 국가가 제기한 별도의 등기말소 소송

국가는 원고 등을 상대로 이 사건 토지의 소유권이전등기가 원인무효라는 이유로 말소를 청구하는 별도 소송을 제기하였다.
그 사건에서 부산지방법원은 1992. 12. 2. 실제 매매목적물은 소외 1이 점유하던 토지이고 이 사건 토지가 아니라는 이유로 국가 승소판결을 선고하였다.
피고는 1992. 12. 3. 관련 판결문을 제출하기 위하여 변론재개를 신청하였으나, 이 사건 원심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고 다음 날 판결을 선고하였다.
대법원은 별도 소송의 경과까지 심리하여 실제 매매목적물과 원고 명의 등기의 효력을 판단하였어야 한다고 보았다. 다만 별도 소송의 사건번호와 그 판결의 확정 여부는 제공된 자료에서 확인되지 않는다.

법리

가. 계약서의 표시가 잘못되었더라도 쌍방의 합치된 의사에 따라 계약이 성립한다

계약 해석에서는 형식적인 문구에만 얽매이지 않고 당사자 쌍방의 진정한 의사를 확인하여야 한다.
당사자 모두 A토지를 매매하려고 하였는데 그 지번을 잘못 알아 계약서에 B토지를 기재하였다면, 계약은 A토지에 관하여 성립한다.
이를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구분법률효과
쌍방이 실제로 매매하기로 합의한 A토지매매계약 성립
지번 착오로 계약서에 기재된 B토지그 기재만으로 매매계약이 성립하지 않음
위 계약을 원인으로 마친 B토지의 이전등기원인무효
표시를 잘못하였다는 이유로 합의 자체가 사라지는 것도 아니고, 잘못된 표시가 합의 내용을 대신하는 것도 아니다.

나. ‘오표시 무해’는 계약 해석의 문제이며, 착오취소와 구분된다

이 사건에서 먼저 판단할 것은 “착오가 있으므로 계약을 취소할 수 있는가”가 아니라 “어느 토지에 관하여 계약이 성립하였는가”이다.
쌍방의 의사가 A토지에 관하여 일치하였다면 A토지가 계약의 목적물이다. B토지에 관하여 유효한 계약이 성립하였음을 전제로 이를 취소하는 구조가 아니다.
따라서 이 사건을 다음과 같이 정리하면 부정확하다.
  • 목적물에 착오가 있으므로 매매계약 전체가 무효라는 설명
  • B토지의 매매계약이 성립하였으나 착오를 이유로 취소되었다는 설명
정확한 법리는 A토지에 관한 계약은 성립하고, B토지에 관한 계약은 성립하지 않았으므로 B토지의 이전등기가 원인무효라는 것이다.

다. 일방의 생각만으로 계약서와 다른 목적물을 인정할 수는 없다

이 법리의 전제는 당사자 쌍방의 의사합치이다.
매수인만 A토지를 생각하였고 매도인은 B토지를 매도하려 하였다면, 곧바로 A토지에 관한 계약이 성립하였다고 볼 수 없다.
이 사건에서 대법원이 국가의 매도의사까지 심리하도록 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소외 1이 실제로 어느 토지를 점유하였는지만으로 결론을 내릴 수 없고, 국가도 그 토지를 매도하려 하였는지를 확인하여야 한다.

라. 계약의 목적물이 아닌 토지에 마친 등기는 원인무효이다

실제 계약의 목적물이 A토지라면 그 계약은 B토지의 소유권을 이전하는 원인이 될 수 없다.
따라서 B토지에 소유권이전등기가 이루어졌더라도, 해당 매매계약을 근거로 한 등기는 원인무효이다.
이 사건에서는 최초 불하매수인부터 원고까지 여러 차례 이전등기가 이루어졌지만, 대법원은 최초 계약의 목적물과 후속 등기의 효력을 함께 심리하여야 한다고 보았다. 등기가 순차로 이루어졌다는 사실만으로 최초 계약의 목적물이 바뀌는 것은 아니다.

마. 법원은 ‘착오로 무효’라는 주장에 포함된 목적물 불일치의 취지를 석명해야 한다

피고의 주장은 법률적으로 명확하게 정리되어 있지 않았다. 그러나 그 주장에는 다음 취지가 포함되어 있다고 볼 여지가 있었다.
이 사건 토지는 애초에 매매계약의 목적물이 아니므로, 이 사건 토지에 관한 매매계약은 성립하지 않았고 이전등기는 원인무효이다.
원심은 이러한 주장취지를 명확히 한 뒤 실제 점유관계, 거래 경위, 국가의 매도의사 및 별도 말소소송의 경과를 심리하였어야 한다.
대법원은 이를 하지 않은 원심에 대하여 계약 해석 및 목적물 특정에 관한 법리오해, 석명의무 위반과 심리미진을 인정하였다.

바. 파기환송은 피고의 소유권이나 우선매수권을 인정한 결론이 아니다

이 판결은 피고가 오랫동안 점유하였다는 이유로 소유권을 취득하였다거나 국유지를 우선매수할 권리가 있다고 판단한 것이 아니다.
또한 대법원이 직접 원고 명의 등기의 말소를 명한 것도 아니다.
원고가 철거·인도를 청구할 소유권을 갖는지 판단하려면, 먼저 최초 매매계약의 목적물과 등기의 유효성을 제대로 심리하여야 한다는 취지의 파기환송판결이다.

실무적 유의점

가. 목적물 불일치 사건에서는 계약 해석을 먼저 검토해야 한다

계약서의 표시가 현실의 거래 대상과 다르다면, 곧바로 착오취소만 주장하기보다 실제 합의된 목적물을 특정하는 주장을 먼저 검토할 필요가 있다.
소송상으로도 합의된 목적물, 잘못된 표시, 그 표시를 기초로 한 등기의 효력을 나누어 주장하는 것이 명확하다.

나. 쌍방의 공통된 의사를 객관적 자료로 입증해야 한다

매수인의 진술뿐 아니라 현장 안내, 계약 당시 도면, 점유·사용관계, 인도 대상, 매매대금 산정 근거, 불하신청 및 매각 관련 서류 등을 확보하여야 한다.
이 사건처럼 거래 후에도 특정 토지의 점유만 계속 승계되었다는 사정은 실제 거래 대상을 밝히는 중요한 자료가 될 수 있다.

다. 관련 소송의 진행 상황을 구체적으로 제출해야 한다

별도 등기말소 소송이 진행 중이라면 소송의 존재만 알리는 데 그치지 않고, 청구원인과 제출 증거, 판결 내용 등을 제시할 필요가 있다.
변론재개를 신청할 때에도 관련 판결이 현재 사건의 소유권 판단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구체적으로 설명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 글이 다룬 조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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