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당판례
원고의 광화문 모형에 새롭게 부가된 창작적 표현을 피고들의 숭례문 모형이 모방하였다고 인정한 사건이다. 대법원은 피고들의 상고를 모두 기각하여 침해금지·제품 폐기 및 손해배상을 명한 원심판결을 유지하였다.
하급심
서울서부지방법원 2015. 2. 12. 선고 2012가합32560 판결
원고가 불복한 저작권 침해에 따른 금지·폐기 및 손해배상 청구 부분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원고의 광화문 모형 중 완성된 외관에는 창작성을 인정하였으나, 개별 퍼즐조각의 형상과 그림에는 창작성을 인정하지 않았다. 피고들의 숭례문 모형에는 원고 모형의 창작적 표현이 나타나고, 피고들이 원고 회사에서 해당 제품을 개발·판매하였던 사정 등에 비추어 의거관계도 인정된다고 판단하였다.
이에 제1심판결 중 해당 원고 패소 부분을 취소하고, 피고들에게 침해 제품의 복제·전시·배포 금지, 보관 중인 제품의 폐기, 공동하여 3,000만 원 및 지연손해금의 지급을 명하였다. 대법원의 상고기각으로 위 판단이 확정되었다.
관련판례
- 대법원 2017. 11. 9. 선고 2014다49180 판결: 창작성에는 완전한 독창성까지 요구되지 않지만, 단순한 모방을 넘어 창작자 자신의 독자적인 표현이 있어야 한다.
- 대법원 2007. 3. 29. 선고 2005다44138 판결: 번역저작물의 침해 여부는 원저작물의 내용이 아니라 번역 과정에서 부가된 창작적 표현을 비교하여 판단한다. 이 사건은 같은 취지를 건축물 축소모형에 적용하였다.
- 대법원 2014. 7. 24. 선고 2013다8984 판결: 복제권·2차적저작물작성권 침해에는 기존 저작물에 의거하여 작성하였다는 관계가 필요하고, 접근가능성과 유사성 등을 통해 이를 추정할 수 있다.
관련법령
- 저작권법 제2조 제1호: 저작물의 정의와 창작성.
- 저작권법 제4조 제1항 제8호: 지도·도표·설계도·약도·모형 등 도형저작물의 예시.
- 저작권법 제16조: 복제권.
- 저작권법 제22조: 2차적저작물작성권.
- 저작권법 제123조 제1항·제2항: 침해의 정지·예방 청구와 침해물 폐기 등 필요한 조치.
- 저작권법 제125조: 손해배상액 산정에 관한 규정.
- 저작권법 제126조: 손해 발생은 인정되지만 제125조에 따라 산정하기 어려운 경우 상당한 손해액의 인정.
- 민법 제750조: 불법행위에 따른 손해배상책임.
사실관계
원고는 광화문·숭례문 등 건축물의 평면설계도를 우드락에 구현하여, 칼이나 풀 없이 조각을 뜯어 접거나 끼워 조립하는 입체퍼즐을 제조·판매하였다.
개인 피고들은 원고 회사의 유통·상품개발·교육사업·개발 업무를 담당하던 직원들이었다. 퇴사 후 일부는 피고 회사를 설립하고 나머지는 그 회사에 입사하여 숭례문 입체퍼즐을 제작·판매하였다.
원고는 피고들의 숭례문 모형이 자신의 광화문 모형에 표현된 독자적인 외관을 모방하였다고 주장하였다. 피고들은 역사적 건축물을 축소한 제품은 누구나 비슷하게 만들 수밖에 없어 창작성이 없고, 두 모형 사이에 실질적 유사성도 없다고 다투었다.
이 사건의 비교 대상은 원고의 광화문 모형과 피고들의 숭례문 모형이다. 명칭과 소재 건축물이 달랐음에도, 모형 제작 과정에서 부가된 표현을 모방하였는지가 문제 되었다.
법리
가. 단순한 축소를 넘어 독자적인 변형이 있어야 한다
실제 건축물을 충실하게 재현하면서 크기만 줄이거나 사소한 변형만 가한 경우에는 모형 자체의 창작성을 인정하기 어렵다.
반면 형상·비율·색채 등을 변형하여 실제 건축물과 구별되는 특징이나 개성을 표현하였다면 저작물로 보호받을 수 있다. 완전히 새로운 건축물을 창안할 필요는 없지만, 제작자의 독자적인 표현이 드러나야 한다.
나. 원고 모형은 비율·형상·색채의 변형에 창작성이 있었다
원고는 실제 광화문의 측면을 줄여 높이를 강조하고, 성벽에 비하여 지붕이 차지하는 비율을 크게 하였다. 처마 중간을 접어 상하 부분의 경사도를 달리하고, 실제보다 급한 경사를 주어 입체감을 표현하였다. 지붕 색채도 실물과 다르게 표현하였다.
또한 누각의 창문과 처마 밑 구조물을 평면면 이미지로 단순화하고, 문지기의 크기를 키우며 중문의 너비를 줄여 길쭉하게 표현하였다.
대법원은 이러한 여러 변형이 사소한 수준을 넘어 제작자의 특징이나 개성을 드러낸다는 원심판단을 수긍하였다.
다. 완성된 외관과 개별 퍼즐조각의 보호 여부는 구별된다
원심은 완성된 모형의 외관에는 창작성을 인정하였지만, 개별 퍼즐조각에는 이를 부정하였다.
조각에 인쇄된 문지기·벽돌·기와·문 등의 그림은 기존에 널리 사용되던 것이었고, 조각의 형상과 끼움 홈은 지붕·성벽을 구현하는 기능 때문에 상당한 제약을 받았다. 다른 업체들도 유사한 형상의 조각을 사용하고 있었다.
따라서 이 판결은 입체퍼즐의 모든 조각이나 조립방식에 독점권을 인정한 것이 아니다. 주석서 역시 완성된 외관의 창작성과 기능적 제약을 받는 개별 조각의 창작성 부정을 구분하여 설명한다(저작권법 주석서, 제4조, ‘8. 도형저작물’ 중 ‘라. 모형저작물’, 문단번호 29 참조).
라. 유사성은 모형에 새롭게 부가된 창작적 표현을 비교한다
원고가 보호받는 것은 광화문이라는 건축물 자체의 모습이 아니라, 이를 모형으로 구현하면서 새롭게 부가한 창작적 표현이다.
따라서 전통 건축물에 공통되는 모습이나 원건축물에서 그대로 가져온 특징만으로 침해를 인정할 수 없다. 원고가 변형한 지붕과 성벽의 비율, 처마 경사, 창문과 구조물의 단순화, 문지기와 중문의 표현 등이 피고 제품에도 나타나는지를 비교해야 한다.
원심은 이러한 창작적 표현이 피고들의 숭례문 모형에도 나타난다고 보았고, 대법원은 이를 유지하였다. 소재 건축물이 다르다는 사정만으로 실질적 유사성이 부정되지는 않은 것이다.
마. 접근가능성과 유사성을 통해 의거관계가 인정되었다
저작권 침해가 성립하려면 피고 제품이 원고 제품을 바탕으로 작성되었다는 의거관계가 필요하다. 단순히 두 제품이 비슷하다는 사실만으로 판단을 마칠 수 없다.
이 사건 개인 피고들은 원고 회사에서 해당 모형을 개발하거나 판매하였으므로 원고 제품에 대한 접근가능성이 인정되었다. 이러한 사정과 두 모형의 유사성을 종합하여, 법원은 피고 제품이 원고 모형에 의거하여 작성되었다고 판단하였다.
바. 손해액을 정확히 산정하기 어려워도 상당한 금액을 인정할 수 있다
원심은 손해 발생은 인정되지만 제출된 증거만으로 저작권법 제125조에 따른 손해액을 산정하기 어렵다고 보아 저작권법 제126조를 적용하였다.
과세정보 회신 등을 통해 확인한 판매수량, 평균 판매단가, 원고 제품의 원가, 별도 지사 매출 등을 종합하여 손해배상액을 3,000만 원으로 정하였다. 대법원도 이러한 산정에 법리오해가 없다고 판단하였다.
실무적 유의점
실제 사물이나 건축물을 소재로 한 제품의 저작권을 주장하려면, 원래 대상의 모습과 제작자가 새롭게 부가한 표현을 구분하여 제시해야 한다. 실물 사진, 초기 설계도, 수정 이력, 완성품을 대조하면 창작적 변형을 구체적으로 설명할 수 있다.
침해 비교에서도 제품 전체의 막연한 인상보다 보호받는 표현이 어디에서 어떻게 재현되었는지를 밝혀야 한다. 반대로 공통 부분이 원래 건축물의 특징이나 기능상 불가피한 형상에 불과하다면 이를 구분하여 다툴 수 있다.
퇴직 직원이 경쟁 제품을 개발한 경우에는 기존 제품에 대한 접근가능성이 중요하게 작용한다. 다만 퇴직 후 동종 사업을 하였다는 사실만으로 침해가 되는 것은 아니므로, 창작적 표현의 유사성과 독자적인 개발 경위를 함께 검토해야 한다.
손해액 산정이 어렵더라도 판매수량·단가·원가·거래처 매출 등 객관적인 자료를 확보해야 한다. 저작권법 제126조에 따른 상당한 손해액의 인정도 이러한 간접사실을 기초로 이루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