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대표이사가 개인채무를 면하기 위해 회사채권을 포기한 경우 그 효력

핵심 결론 대표권 남용행위도 원칙적으로 회사에 귀속되지만, 상대방이 그 남용 사실을 알았다면 권리 주장은 신의칙에 반한다. 회사채권과 대표이사의 개인채무를 맞바꾼 상대방은 약정의 유효를 주장할 수 없다.
이 자료는 서권식 변호사가 실무를 처리하면서 참조한 판례를 바탕으로, 실무상 유의할 점에 주안점을 두고 법리적 쟁점을 정리한 것입니다. 본문의 판례와 법령은 국가법령정보센터에 원문이 실려 있으면 그 원문으로 연결됩니다. 국가법령정보센터로 연결되지 않는 판례·법령은 공개되지 않은 하급심·환송심 판결 등을 판결문과 원문을 직접 확보·확인하여 정리한 것입니다.
주요 판례·법령 2016다222453

핵심정리

판결번호

대법원 2016. 8. 24. 선고 2016다222453 판결 — 추심금

관련 판례

대법원 1987. 10. 13. 선고 86다카1522 판결
대표이사가 대표권의 범위 안에서 한 행위는 자기 또는 제3자의 이익을 도모할 목적으로 대표권을 남용한 경우에도 원칙적으로 회사의 행위로서 유효하다.
다만 상대방이 대표이사의 진의를 알았거나 알 수 있었던 경우에는 민법 제107조 제1항 단서의 법리를 유추적용하여 회사에 대하여 그 행위의 효력을 주장할 수 없다고 판시한 종전 판례다.
이 사건 판결은 대표권 남용의 상대방이 남용 사실을 알았던 경우 그 권리 주장은 신의칙에 반하므로 회사가 상대방의 악의를 증명하여 행위의 효과를 부인할 수 있다고 판시하였다.

관련 법령

이 판결은 참조조문을 모두 ‘민법’과 ‘상법’으로 표시하였고, ‘구 민법’ 또는 ‘구 상법’이라는 명칭을 사용하지 않았다. 따라서 판결문과 동일하게 법령명과 조문만 표시한다.

민법 제2조

권리의 행사와 의무의 이행은 신의에 좇아 성실히 하여야 하며, 권리는 남용하지 못한다.

상법 제209조

회사를 대표하는 사원은 회사의 영업에 관하여 재판상 또는 재판 외의 모든 행위를 할 권한이 있다. 그 권한에 대한 제한은 선의의 제3자에게 대항하지 못한다.

상법 제389조

회사는 이사회의 결의로 회사를 대표할 이사를 선정하여야 한다. 대표이사의 대표권에 관하여 상법 제209조를 준용한다.
판결 이유에서는 다음 조문도 관련 법령으로 인용하였다.

상법 제382조의3

이사는 법령과 정관에 따라 회사를 위하여 그 직무를 충실하게 수행하여야 한다.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제172조
주권상장법인의 임원·직원 또는 주요주주가 6개월 이내에 그 법인의 주식 등을 매수한 후 매도하거나 매도한 후 매수하여 이익을 얻은 경우 그 이익을 법인에 반환하도록 규정한다.

사실관계

피고는 주권상장법인인 이 사건 회사의 대표이사였다.
소외인은 2009년 9월경 피고로부터 이 사건 회사의 경영권을 양수하기로 약정하였다. 이에 따라 2010년경 피고가 대표이사에서 사임하고 소외인이 새로운 대표이사로 취임하였다.
소외인은 이 사건 회사를 대표하여 2010년 10월 21일 피고를 상대로 자본시장법 제172조에 따른 단기매매차익 반환과 회사가 대신 납부한 소득세 등에 관한 구상금의 지급을 청구하였다.
제1심은 2012년 8월 14일 피고가 회사에 다음 금액을 지급하라고 판결하였다.
단기매매차익금 443,171,837원
회사가 피고를 대신하여 납부한 소득세 등에 관한 구상금 33,239,893원
합계 476,411,730원
피고는 제1심판결에 항소하였다.
한편 신용보증기금인 원고는 이 사건 회사의 연대보증 아래 소외 회사와 신용보증계약을 체결하였다. 소외 회사가 대출금채무의 기한의 이익을 상실하자 원고는 2013년 3월 27일과 4월 10일 금융기관에 합계 약 13억 원을 대위변제하였다.
그런데 원고가 최초 대위변제를 하기 하루 전인 2013년 3월 26일, 소외인은 이 사건 회사의 대표이사 자격으로 피고와 약정을 체결하였다.
약정의 주요 내용은 다음과 같았다.
피고가 회사에 지급해야 할 단기매매차익금은 소외인이 대신 변제할 의무가 있음을 회사가 인정한다.
단기매매차익금반환 소송에서 금액이 확정되면 소외인이 피고를 대신하여 회사에 지급한다.
소외인이 이를 지급하지 않으면 회사가 책임진다.
위 사항이 이행되면 피고의 소외인에 대한 경영권 양도대금채권은 소멸한다.
당사자들은 향후 민·형사상 이의를 제기하지 않는다.
단기매매차익금반환 소송의 항소심은 약정 이틀 뒤인 2013년 3월 28일 피고의 항소를 기각하였다. 피고가 상고하였으나 2013년 7월 5일 상고도 기각되어 회사의 승소판결이 확정되었다.
원고는 소외 회사와 연대보증인인 이 사건 회사를 상대로 구상금 청구소송을 제기하여 승소판결을 받았다.
이후 원고는 이 사건 회사가 피고에게 가지는 단기매매차익금 등 판결금채권에 관하여 압류 및 추심명령을 받아 피고를 상대로 이 사건 추심금 청구소송을 제기하였다.

원심의 판단

원고는 이 사건 약정이 대표이사인 소외인의 대표권 남용으로 체결된 것이므로 효력이 없다고 주장하였다.
그러나 원심은 다음과 같은 이유로 원고의 주장을 배척하였다.
소외인이 자기 또는 피고의 개인적 이익을 도모할 목적으로 약정을 체결하였다고 인정할 증거가 부족하다.
설령 소외인에게 그러한 목적이 있었다고 하더라도 피고가 이를 알았거나 알지 못한 데 중대한 과실이 있었다고 인정할 증거가 부족하다.
이에 원심은 이 사건 약정의 효력을 인정하고 원고의 추심금 청구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핵심쟁점

첫째, 대표이사가 대표권의 범위 안에서 회사의 이익이 아니라 자기 또는 제3자의 이익을 위하여 행위한 경우 그 행위가 당연히 무효인지가 문제 되었다.
둘째, 대표이사가 개인적으로 부담하는 경영권 양수대금채무를 면제받는 대신 회사가 보유한 판결금채권을 포기하거나 그 채무자를 면책하는 약정이 대표권 남용에 해당하는지가 쟁점이 되었다.
셋째, 상대방이 대표이사의 대표권 남용 사실을 알고 약정에 참여한 경우에도 회사에 그 약정의 효력을 주장할 수 있는지가 문제 되었다.
넷째, 회사채권을 압류한 추심채권자가 회사를 대신하여 대표권 남용을 이유로 약정의 효과를 부인할 수 있는지가 쟁점이 되었다.

법리

1. 대표권의 객관적 범위와 행사 목적은 구별된다

대표이사는 회사의 영업에 관하여 재판상 또는 재판 외의 모든 행위를 할 권한을 가진다.
대표이사가 체결한 계약이 객관적으로 회사의 영업과 관련하여 대표권의 범위에 속한다면, 그 행위는 원칙적으로 회사의 행위가 된다.
대표이사가 내심으로 회사의 이익이 아니라 자기 또는 제3자의 이익을 도모할 목적을 가지고 있었다고 하더라도 그 사정만으로 대표행위가 당연히 무효가 되는 것은 아니다.
거래 상대방은 대표이사의 내심이나 회사 내부의 이해관계를 쉽게 알 수 없으므로, 대표권 남용만으로 행위를 당연무효로 하면 거래의 안전을 해칠 수 있기 때문이다.

2. 대표권 남용행위도 원칙적으로 회사에 귀속된다

대표이사가 객관적인 대표권의 범위 안에서 한 행위라면 다음과 같은 경우에도 일단 회사의 행위로서 유효하다.
회사의 영리 목적과 무관하게 행위한 경우
대표이사 자신의 개인적 이익을 목적으로 한 경우
특정 주주나 제3자의 이익을 목적으로 한 경우
회사에 손실을 주는 결과가 발생한 경우
따라서 대표이사의 충실의무 위반이나 내부적인 임무위배가 존재한다는 사정과 외부 상대방에 대한 대표행위의 효력은 원칙적으로 구별된다.

3. 상대방이 대표권 남용 사실을 알았다면 회사는 효력을 부인할 수 있다

대표행위의 상대방이 대표이사가 회사의 이익이 아니라 자기 또는 제3자의 이익을 위하여 권한을 남용한다는 사실을 알았다면 거래의 안전을 보호할 필요가 없다.
그 상대방이 대표권 남용행위로 취득한 권리를 회사에 주장하는 것은 신의성실의 원칙에 반한다.
따라서 회사는 상대방이 대표권 남용 사실을 알고 있었다는 점을 증명하여 대표행위의 효과를 부인할 수 있다.
이 사건 판결은 판시사항과 판결요지에서 상대방의 악의, 즉 대표권 남용 사실을 실제로 알고 있었는지를 기준으로 제시하였다.

4. 대표권 남용과 충실의무 위반은 구별되지만 서로 관련된다

대표이사가 회사에 아무런 이익이 없는 상태에서 회사채권을 포기하거나 채무자를 면제하면서 자신이나 제3자가 개인적 이익을 취득하였다면 상법 제382조의3의 충실의무에 위배될 수 있다.
다만 충실의무 위반이 있다는 이유만으로 회사와 상대방 사이의 법률행위가 곧바로 무효가 되는 것은 아니다.
외부적 효력을 부인하려면 다음 사정까지 인정되어야 한다.
대표이사가 객관적인 대표권의 범위 안에서 권한을 남용하였을 것
상대방이 대표이사의 자기 또는 제3자 이익 추구 목적을 알았을 것
상대방이 그 행위로 취득한 권리를 회사에 주장하는 것이 신의칙에 반할 것

구체적 판단

1. 회사에 아무런 이익 없이 판결금채권을 포기한 행위였다

이 사건 회사는 피고를 상대로 단기매매차익금과 구상금 합계 약 4억 7,600만 원을 청구하여 제1심에서 전부 승소하였다.
그런데 대표이사인 소외인은 항소심판결 선고 직전에 피고와 약정을 체결하여 회사가 보유한 판결금채권을 사실상 면제하였다.
회사가 이러한 채권 포기의 대가로 취득하는 이익은 없었다.
오히려 소외인은 자신이 피고에게 개인적으로 부담하던 경영권 양수대금채무를 면제받게 되었다.
따라서 이 사건 약정은 회사에 손실을 주는 대신 대표이사인 소외인 또는 피고에게 개인적인 이익을 주는 행위였다.

2. 대표이사의 충실의무에 위배되었다

소외인은 회사가 단기매매차익금반환 소송에서 제1심 승소판결을 받은 상태에서, 항소심판결 선고를 앞두고 회사에 아무런 반대급부 없이 피고의 반환채무를 면제하는 취지의 약정을 체결하였다.
대법원은 이러한 행위가 상법 제382조의3에서 정한 이사의 충실의무에 위배된다고 판단하였다.

3. 약정 내용만으로도 대표권 남용이 분명하였다

이 사건 약정은 다음 두 채무를 교환하는 구조였다.
피고가 회사에 부담하는 단기매매차익금 등 판결금채무
대표이사 소외인이 피고에게 개인적으로 부담하는 경영권 양수대금채무
회사는 자신의 채권을 잃는 반면 대표이사인 소외인은 개인채무를 면제받았다.
따라서 약정의 내용 자체만 보더라도 회사에 손실을 주고 대표이사 또는 제3자에게 이익을 주기 위한 대표권 남용행위임이 명백하였다.

4. 피고는 대표권 남용 사실을 알고 약정에 가담하였다

피고는 이 사건 회사의 전 대표이사였고 단기매매차익금반환 소송의 피고였다. 동시에 소외인과 경영권 양도계약을 체결한 당사자이자 이 사건 약정의 직접 당사자였다.
피고는 회사가 자신에 대하여 판결금채권을 보유하고 있다는 사실과 그 채권을 포기하는 대가로 소외인의 개인채무가 면제된다는 사실을 모두 알고 있었다.
따라서 피고는 단순히 대표권 남용 사실을 알지 못한 외부의 거래 상대방이 아니라 대표이사의 남용행위에 가담한 지위에 있었다.
대법원은 이러한 피고가 회사에 대하여 이 사건 약정이 유효하다고 주장하는 것은 신의칙상 허용되지 않는다고 판단하였다.

결론

대법원은 대표이사가 대표권의 범위 안에서 한 행위는 자기 또는 제3자의 이익을 도모할 목적으로 권한을 남용한 경우에도 원칙적으로 회사의 행위로서 유효하다고 보았다.
그러나 상대방이 대표권 남용 사실을 알고 있었다면 그 행위로 취득한 권리를 회사에 주장하는 것은 신의칙에 반하므로 회사는 상대방의 악의를 증명하여 그 행위의 효과를 부인할 수 있다고 판단하였다.
이 사건 약정은 회사의 판결금채권을 포기하는 대신 대표이사의 개인적인 경영권 양수대금채무를 면제하는 내용이었다. 피고는 그 약정의 직접 당사자로서 대표권 남용 사실을 알고 있었을 뿐 아니라 이에 가담하였다.
이에 대법원은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대구고등법원에 환송하였다.

판결의 의미

이 판결은 대표권 남용행위의 내부적 책임과 외부적 효력을 구분하면서도, 대표권 남용에 가담한 상대방까지 거래안전의 이름으로 보호할 수 없다는 점을 명확히 하였다.
대표이사가 회사에 손실을 주고 자기 또는 제3자에게 이익을 주는 계약을 체결하였다고 해서 그 계약이 언제나 당연무효가 되는 것은 아니다. 상대방이 대표권 남용 사실을 몰랐다면 거래안전상 회사에 그 효과가 귀속될 수 있다.
그러나 계약의 내용 자체가 회사채권과 대표이사의 개인채무를 교환하는 구조이고 상대방도 이를 알고 있었다면, 상대방은 대표권 남용으로 취득한 권리를 회사에 주장할 수 없다.
특히 경영권 양수도 과정에서 신임 대표이사가 회사 자산이나 채권을 이용하여 자신의 경영권 양수대금을 지급하거나 면제받는 약정은 다음과 같은 위험이 있다.
대표이사의 충실의무 및 선관주의의무 위반
대표권 남용에 따른 계약효력 부인
이사의 회사에 대한 손해배상책임
거래 상대방의 악의 또는 공모가 인정될 경우 회사에 대한 권리행사 제한
회사채권자에 의한 압류·추심 및 약정효력 다툼
따라서 회사채권의 포기·상계·면제 등이 대표이사나 지배주주의 개인채무와 연계되어 있다면 형식적인 대표권의 존재만으로 충분하지 않고, 회사가 실질적인 대가를 취득하는지와 상대방이 이해충돌 구조를 알고 있었는지를 중점적으로 심사해야 한다.
이 글이 다룬 조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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