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산업기술 유출죄의 목적 요건과 증명책임

핵심 결론 판결 당시 구법은 해외 사용 목적과 비밀유지의무자의 부정한 이익·가해 목적을 별도로 증명하도록 하였다. 다만 부정취득 기술의 사용·공개는 이러한 목적 없이도 처벌될 수 있다. 목적 요건이 개정된 현행법과 구별해야 한다.
이 자료는 서권식 변호사가 실무를 처리하면서 참조한 판례를 바탕으로, 실무상 유의할 점에 주안점을 두고 법리적 쟁점을 정리한 것입니다. 본문의 판례는 국가법령정보센터에 원문이 실려 있으면 그 원문으로 연결됩니다. 공개되지 않은 하급심·환송심 판결은 판결문을 직접 확보하여 정리합니다.
주요 판례·법령 2015도464, 2009도5516, 2009도9624, 2010도12069, 2006도5080, 2014도8710, 2007도7060

해당 판례

대법원 2018. 7. 12. 선고 2015도464 판결
[산업기술의유출방지및보호에관한법률위반·업무상배임]
검사의 상고를 모두 기각하였다. 산업기술의 해외 사용 목적, 영업비밀 침해의 부정한 목적 등에 관한 증명이 부족하다고 본 원심의 무죄 판단이 유지되었다.
다만 피고인 1의 산업기술 부정사용·공개에 대한 벌금 1,000만 원도 유지되었다. 따라서 피고인들의 모든 행위가 무죄로 판단된 사건은 아니다.
하급심
제1심은 피고인 1의 산업기술 부정사용·공개 부분을 유죄로 판단하여 벌금 1,000만 원을 선고하였다. 나머지 쟁점 부분에 대해서는 해외 사용 목적 등의 증명 부족, 업무상배임죄의 주체성 부정 등을 이유로 무죄로 판단하였다.
항소심은 피고인 1과 검사의 항소를 모두 기각하였다.

관련 판례

관련 법령

대법원 판결문은 산업기술보호법에 관하여 개정 전 기준일을 괄호로 명시하지 않았다. 따라서 판결문에 없는 “○○법률로 개정되기 전의 것”을 임의로 붙이지 않고, 확인된 당시 연혁법의 공포번호와 시행일로 특정한다.
이 사건에서 2012년 1월 26일 이후 행위에 적용된 법률은 다음과 같다.
한편 원심은 2012년 1월 26일 전 일부 부정취득행위에 관한 공소사실이 헌법재판소 2013년 7월 25일 2011헌바39 결정에 따라 철회되었다고 명시하였다. 따라서 이 사건의 모든 행위에 법률 제10962호가 일률적으로 적용되었다고 설명해서는 안 된다.

사실관계

가. 검사장비 업체 직원들의 고객사 지원 업무

피고인 7 회사는 외국 검사장비 기업이 지분 전부를 보유한 국내 법인이었다. 피고인들은 국내 디스플레이 제조사에 납품한 검사장비의 설치·운용·유지보수 등을 담당하였다.
고객사들은 55인치 TV용 아몰레드 패널을 개발하고 있었다. 피고인들은 영상을 이용하여 패널의 결함을 찾아내는 광학검사장비와 전기신호로 회로 이상을 확인하는 전기검사장비를 지원하였다.
검사장비의 성능을 개선하려면 패널의 회로 구조와 결함 형태를 파악해야 했으므로, 국내 현장 엔지니어와 해외 본사 연구개발 담당자 사이에 자료를 공유할 업무상 필요가 있었다.
장비업체는 고객사와 비밀유지약정을 체결하였고, 현장 직원들도 정보보안서약서를 제출하였다.

나. 제공이 거절된 기술자료의 무단 반출

피고인 1은 고객사가 보안을 이유로 제공을 명시적으로 거절한 패널의 레이어별 이미지를 신용카드형 USB에 저장하여 반출하였다.
이후 그 이미지를 이용하여 검사장비의 현황과 결함 위치를 정확히 특정하지 못하는 문제를 다룬 보고서를 작성하고, 국내 동료와 이스라엘 본사의 관련 엔지니어들에게 전송하였다.
피고인 1은 검사장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업무상 행위였다고 주장하였으나, 법원은 해당 자료를 고객사의 의사와 보안규정에 반하여 취득한 사실을 인정하였다.

다. 다른 자료들의 취득·공유 경위

다른 피고인들이 사용하거나 공유한 자료에는 고객사가 직접 제공한 패널 이미지, 공개 논문, 인터넷 자료 및 적법하게 제공받은 실물 패널의 검사 결과 등이 포함되어 있었다.
고객사들은 해외 연구개발센터에 실물 패널을 제공하여 성능 평가를 의뢰하기도 하였다. 고객사 엔지니어가 현장 직원에게 자료를 직접 보내거나, 이를 이용한 보고서 작성을 요청한 경우도 있었다.
법원은 자료별 취득 경위와 수신자의 업무를 살펴, 기술자료가 고객사의 경쟁업체에 전달되거나 관련 업무를 벗어난 용도로 사용되었다는 점은 증명되지 않았다고 보았다.

법리

가. 구법상 해외 사용 목적은 별도로 증명해야 한다

판결 당시 제36조 제1항은 ‘외국에서 사용하거나 사용되게 할 목적’을 추가적인 범죄성립요건으로 요구하였다.
따라서 산업기술임을 알면서 자료를 전송하였거나 수신자가 외국에 있었다는 사실만으로 그 목적을 추정할 수 없다. 검사는 해외 사용 목적까지 증명해야 한다.
직접증거가 없다면 피고인의 직업과 경력, 행위 동기, 자료의 내용, 수신자와 기술 보유기업의 관계, 해외 전송 경위 등을 종합하여 판단한다.

나. 구법상 제14조 제2호의 부정한 목적도 별도 요건이다

판결 당시 제14조 제2호는 비밀유지의무자의 유출행위에 관하여 ‘부정한 이익을 얻거나 대상기관에 손해를 가할 목적’을 요구하였다.
자료 취득이나 전송 과정에 문제가 있었다고 하여 이러한 목적까지 당연히 인정되는 것은 아니다. 업무상 공유 필요성, 고객사의 승인, 자료의 사용 범위와 실제 전달 대상 등을 함께 살펴야 한다.
이 사건에서는 관련 엔지니어들이 검사장비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자료를 공유한 사정 등을 고려하여, 해당 목적에 관한 증명이 부족하다고 판단하였다.

다. 현행법에 구법의 목적 요건을 그대로 적용할 수 없다

법률 제20694호 개정은 제14조 제2호의 부정한 이익·가해 목적 문구를 삭제하였고, 해당 개정법은 2025년 7월 22일 시행되었다. 그러므로 그 삭제된 목적의 증명이 부족하다는 이유만으로 개정 후 제14조 제2호 위반을 부정할 수는 없다. 산업기술의 유출방지 및 보호에 관한 법률(법률 제20694호)
이 판결은 당시 법률에 따른 목적범의 증명책임을 설명하는 선례로 소개해야 한다. 행위 시점에 따른 적용 법률을 확인하지 않은 채 현행법상 범죄성립요건으로 옮겨 적어서는 안 된다.

라. 특별한 목적이 없어도 부정취득 기술의 사용·공개는 처벌될 수 있다

판결 당시 제14조 제1호와 제36조 제2항에 따른 부정취득 산업기술의 사용·공개에는 제14조 제2호의 부정한 이익·가해 목적이나 제36조 제1항의 해외 사용 목적이 요구되지 않았다.
피고인 1은 제공이 거절된 자료를 무단 반출한 뒤 보고서 작성에 사용하고 관련 직원에게 공개하였다. 원심은 업무용 보고서 작성도 산업기술의 ‘사용’이 될 수 있고, 업무 관련 직원에게 전달하는 행위도 ‘공개’가 될 수 있다고 판단하였다.
따라서 업무상 필요가 있었다는 주장만으로 이 부분의 위법성이 없어지는 것은 아니다.

마. 비밀유지의무와 업무상배임죄의 주체성은 구별된다

업무상배임죄가 성립하려면 타인의 재산을 보호·관리하는 사무를 처리하는 지위에 있어야 한다.
이 사건 직원들의 비밀유지의무는 자신들이 수행하는 검사장비 설치·보수 업무에 부수하는 계약상 의무였다. 정보보안서약서를 작성하였다는 사정만으로 고객사의 재산을 관리·보전하는 사무를 맡았다고 볼 수는 없었다.
이에 따라 해당 피고인들의 업무상배임죄는 부정되었다.

바. 법인의 양벌규정 책임에는 감독상 과실이 필요하다

직원의 위반행위가 있다고 하여 법인이 자동으로 처벌되는 것은 아니다. 해당 업무에 관하여 상당한 주의·감독을 게을리한 과실이 인정되어야 한다.
이 사건 회사가 실시한 보안교육, 이동식 저장장치 사용 지침, 고객사 보안규정 전달 등의 조치와 실제 감독가능성을 종합한 결과, 회사의 감독상 과실에 관한 증명이 부족하다고 판단하였다.

결론

대법원은 구법상 해외 사용 목적과 부정한 이익·가해 목적을 단순한 자료 전송 사실만으로 추정할 수 없다고 판단하였다. 그 목적 등의 증명이 부족한 부분은 무죄가 유지되었다.
그러나 피고인 1의 부정취득 산업기술 사용·공개는 별도로 유죄가 인정되었다. 이 판결의 의미는 업무상 기술 공유를 일률적으로 허용한 데 있지 않고, 취득·사용·공개 행위와 각 처벌규정의 목적 요건을 구분하여 판단한 데 있다.

실무상 유의점

  • 행위 시점별 적용 법률을 먼저 확정하고, 구법의 목적 요건을 개정 후 행위에 그대로 적용하지 않아야 한다.
  • 국내 유출도 처벌 대상이 될 수 있으며, 해외 사용 관련 가중처벌 요건과 구별해야 한다.
  • 자료의 제공·반출 승인, 공유 대상자의 업무, 실제 사용 범위를 자료별로 확인해야 한다.
  • 업무상 필요가 있더라도 명시적으로 제공이 거절된 기술자료의 무단 취득·사용이 정당화되는 것은 아니다.
이 글이 다룬 조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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