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대가를 약속받고 현금카드를 대여한 행위의 구법상 처벌 한계

핵심 결론 구 전자금융거래법상 ‘대가를 받고 접근매체를 대여하는 행위’에는 대가를 약속받았으나 실제 지급받지 못한 경우가 포함되지 않는다. 처벌 필요성만으로 구성요건을 피고인에게 불리하게 확장할 수 없다.
이 자료는 서권식 변호사가 실무를 처리하면서 참조한 판례를 바탕으로, 실무상 유의할 점에 주안점을 두고 법리적 쟁점을 정리한 것입니다. 본문의 판례는 국가법령정보센터에 원문이 실려 있으면 그 원문으로 연결됩니다. 공개되지 않은 하급심·환송심 판결은 판결문을 직접 확보하여 정리합니다.
주요 판례·법령 2015도354, 2012도4230

해당판례

대법원 2015. 2. 26. 선고 2015도354 판결
사건명: 전자금융거래법위반.
대법원은 검사의 상고를 기각하여 무죄를 선고한 원심판결을 유지하였다. 이 판결은 대가의 ‘약속’까지 처벌하도록 개정되기 전 법률의 해석에 관한 것이다.
하급심
제1심은 창원지방법원 마산지원 2014. 5. 27. 선고 2014고정235 판결이다.
제1심은 피고인이 통장과 현금카드를 다른 사람에게 ‘양도’하였다는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하여 벌금 200만 원을 선고하였다.
피고인은 이를 빌려주었을 뿐 양도하지 않았고, 대여의 대가도 실제로 받지 못하였다고 주장하며 항소하였다.
항소심인 창원지방법원 2014. 12. 18. 선고 2014노1229 판결에서는 검사가 공소사실을 변경하였다. 종전의 ‘접근매체 양도’에서 ‘월 200만 원을 받기로 하고 접근매체를 대여한 행위’로 변경하면서, 접근매체인 현금카드의 대여를 문제 삼았다.
항소심은 공소장 변경에 따라 제1심판결을 파기하고, 변경된 공소사실에 대하여 무죄를 선고하였다. 판단의 요지는 다음과 같다.
  • 피고인은 수사기관부터 항소심 법정까지 일관되게 대가를 받지 못하였다고 진술하였다.
  • 대가를 받기로 약정한 것만으로 구법의 ‘대가를 받고’라는 요건을 충족한다고 해석할 수 없다.
  • 검사가 제출한 증거만으로 실제 대가 지급 사실이 합리적 의심 없이 증명되지 않았다.
대법원도 같은 법리를 적용하여 검사의 상고를 기각하였다. 항소심 무죄판결이 확정되었으며, 파기환송심은 없다.

관련판례

대법원 2013. 11. 28. 선고 2012도4230 판결
대상판결과 항소심이 직접 인용한 선례이다. 형벌법규는 엄격하게 해석해야 하며, 명문의 의미를 피고인에게 불리하게 지나치게 확장하거나 유추해서는 안 된다는 원칙을 확인하였다.
대상판결은 이 원칙을 적용하여 ‘대가를 받고’라는 문언에 ‘대가를 약속받고’까지 포함시키는 해석을 금지하였다.

관련법령

개정법과의 구별
전자금융거래법(2015. 1. 20. 법률 제13069호로 개정된 것) 제6조 제3항 제2호는 금지행위를 ‘대가를 수수·요구 또는 약속하면서’ 접근매체를 대여받거나 대여하는 행위 등으로 확대하였다. 같은 개정법 제49조 제4항 제2호도 이에 맞추어 처벌대상을 변경하였다.
이 개정법은 2015. 1. 20. 시행되었다. 따라서 이 판결을 근거로 개정법 적용 사건에서도 실제 대가를 받지 않았으면 처벌할 수 없다고 해석해서는 안 된다. 법률 제13069호

사실관계

피고인은 2013. 11. 1.경 성명불상자로부터 자신 명의의 통장을 개설하여 임대해 주면 월 200만 원을 지급하겠다는 제안을 받고 이를 수락하였다.
피고인은 서울 구로구의 빨래방 앞 노상에서 퀵서비스 기사를 통해 본인 명의 우체국 계좌의 통장 1개와 현금카드 1장 및 비밀번호를 넘겨주었다.
피고인의 진술에 따르면, 이후 상대방과 연락이 끊겼으며 약속된 대가는 받지 못하였다. 항소심은 실제 대가가 지급되었다는 점을 인정할 증거가 부족하다고 판단하였다.
처음에는 통장과 현금카드를 양도하였다는 이유로 기소되어 유죄판결을 받았으나, 항소심에서는 대가를 받고 현금카드를 대여하였다는 공소사실로 변경되었다. 이에 따라 최종 쟁점은 대가를 지급받기로 약정하였을 뿐 실제로 받지 못한 행위를 당시의 유상대여 처벌규정으로 처벌할 수 있는지였다.

법리

형벌법규의 엄격해석
일반적인 판단 기준
죄형법정주의는 범죄와 형벌을 법률로 정하도록 요구한다. 따라서 사회적으로 비난할 만하거나 처벌할 필요성이 있는 행위라도 법률이 정한 구성요건을 벗어나 처벌할 수 없다.
해당 사건에 대한 적용
구법은 ‘대가를 받고’ 접근매체를 대여한 행위를 처벌하였다. 대가를 받을 권리나 기대가 생겼다는 것만으로 실제 대가를 받은 것과 동일하게 취급할 수는 없다.
대법원은 대가의 약속만으로 이를 처벌하면 피고인에게 불리한 확장해석 또는 유추해석이 된다고 판단하였다.
대가 수령에 관한 증명
일반적인 판단 기준
구법상 유상대여죄로 처벌하려면 접근매체를 대여한 사실뿐 아니라 실제 대가를 받았다는 사실도 증명되어야 한다. 대가를 약속한 사실과 실제 지급한 사실은 구별된다.
해당 사건에 대한 적용
월 200만 원을 지급하기로 한 제안과 피고인의 수락은 있었지만, 실제 지급 사실은 증명되지 않았다. 항소심은 범죄사실의 증명이 없다고 보아 무죄를 선고하였고, 대법원은 이를 유지하였다.
양도와 대여의 구별 및 공소장 변경
일반적인 판단 기준
접근매체의 양도와 대여는 구별되는 행위유형이다. 법원은 적용되는 구성요건과 심판대상인 공소사실에 따라 판단해야 한다.
해당 사건에 대한 적용
항소심에서 공소사실이 양도에서 유상대여로 변경되었으므로, 최종적으로 판단한 것은 변경된 유상대여죄의 성립 여부였다.
따라서 이 판결은 대가를 받지 않은 접근매체 양도까지 처벌할 수 없다고 판단한 것이 아니다. 또한 피고인이 주장한 통장 자체의 접근매체 해당성도 공소사실 변경 후 별도로 판단하지 않았다.
개정법의 의미
일반적인 판단 기준
개정법이 대가의 수수 외에 요구·약속을 명시적으로 추가하였다면, 개정 전 행위를 판단하면서 그 확대된 문언을 소급하여 적용할 수 없다.
해당 사건에 대한 적용
대법원 판결 당시에는 이미 개정법이 시행되고 있었지만, 문제 된 행위는 2013년에 이루어졌다. 대법원은 행위에 적용되는 구법을 기준으로 판단하면서, 개정법과의 문언 차이도 함께 검토하였다.

실무적 유의점

  • 먼저 행위일과 적용 법률을 확정해야 한다. 이 판결의 무죄 법리는 2015년 개정 전의 ‘대가를 받고’라는 문언에 관한 것이다.
  • 양도인지 대여인지, 대가의 수수인지 약속인지 구별하여 공소사실과 증거를 검토해야 한다. 통장이나 카드가 제3자에게 넘어갔다는 사실만으로 행위유형을 단정해서는 안 된다.
  • 구법 적용 사건에서는 대가 지급 내역, 계좌거래, 현금 전달 자료 및 당사자 진술을 통해 실제 수령 여부를 확인해야 한다.
  • 개정법 적용 사건에서는 대가를 받지 못하였다는 주장만으로 충분하지 않다. 대가의 요구·약속 자체가 있었는지를 따로 검토해야 한다.
  • 공소장 변경이 있으면 변경 전 유죄판단과 변경 후 무죄판단의 대상을 구분해야 한다. 이 사건은 같은 양도 공소사실에 대해 단순히 결론만 뒤집힌 사건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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