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당 판례
대법원 2020. 1. 30. 선고 2015다49422 판결 [손해배상등] — 대법관 이동원(재판장), 조희대, 주심 김재형, 민유숙. 관여 대법관 일치된 의견
- 원고·피상고인 겸 상고인 가부시키가이샤 만요(주식회사 만양) / 피고·상고인 겸 피상고인 호성기계공업 주식회사
- 주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에 환송한다.
- 파기 이유: ⓐ 민사소송법 제203조의 처분권주의 위반, ⓑ(가정적 판단) 영업비밀의 비공지성·비밀관리성·금지기간 도과 여부에 관한 심리미진
환송 후 서울고등법원 2021. 8. 19. 선고 2020나12068 판결 — 제5민사부(재판장 설범식, 이준영, 박원철), 변론종결 2021. 6. 24.
- 주문: 확장 청구를 포함하여 제1심판결을 변경. ⓐ 피고는 별지1 기재 기계를 제작하여서는 아니 된다, ⓑ 피고는 원고에게 700,000,000원 및 2021. 1. 26.부터 2021. 8. 19.까지 연 5%, 그 다음날부터 연 12%의 지연손해금 지급, ⓒ 나머지 주위적 청구와 예비적 청구 기각. 소송총비용 중 30%는 원고, 나머지는 피고 부담. 가집행 가능
대법원 2022. 1. 27. 선고 2021다22343 판결 — 제1부(재판장 박정화, 주심 노태악, 김선수, 오경미)
- 주문: 상고를 모두 기각한다(원고·피고 쌍방 상고)
- 상고심절차에 관한 특례법 제4조 제1항, 제5조에 따른 심리불속행 기각 → 확정
심급 경과
이 사건은 선행 소송과 후행 소송이 이어진 구조이므로 두 단계로 나누어 보아야 한다.
선행 소송(기술제휴계약 위반)
후행 소송(선행판결·약정 위반)
후행 소송의 제소(2012. 4. 12.)부터 확정(2022. 1. 27.)까지 약 9년 9개월, 최초 선행 소송 제기(2000. 2. 1.)부터 따지면 약 22년에 걸친 분쟁이다.
관련 법령
처분권주의 및 손해액 산정
- 민사소송법 제203조(처분권주의) — "법원은 당사자가 신청하지 아니한 사항에 대하여는 판결하지 못한다"
- 민사소송법 제202조의2(손해배상 액수의 산정) — 손해 발생은 인정되나 구체적 액수 증명이 사안의 성질상 매우 어려운 경우 상당하다고 인정되는 금액을 손해액으로 정할 수 있음
- 민사소송법 제216조 제1항(기판력의 객관적 범위) — 확정판결은 주문에 포함된 것에 한하여 기판력을 가짐
영업비밀 정의조항의 연혁
대법원은 적용법조의 시적 기준을 명확히 했다. 손해배상청구에 대해서는 침해행위 시를 기준으로 구법이 적용되나, 금지청구에 대해서는 원심 변론종결 시에 시행 중인 법률이 적용된다. 하나의 사건에서 두 청구에 서로 다른 버전의 조문이 적용될 수 있다는 취지다.
그 밖의 조문
- 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보호에 관한 법률 제10조 제1항(금지청구), 제11조(손해배상), 제14조의2 제5항(상당한 손해액의 인정)
- 민법 제166조 제2항 — 부작위를 목적으로 하는 채권의 소멸시효는 위반행위를 한 때로부터 진행
- 민법 제398조(손해배상액의 예정)
- 소송촉진 등에 관한 특례법 제3조 제1항 — 연 12%
관련 판례
대법원 2015다49422가 원용한 판례
환송 후 원심이 원용한 판례
사실관계
당사자
원고는 일본 오사카에 본사를 두고 1953년부터 봉강절단기를 제조·판매해 온 회사로, 기번을 D형으로 붙인다. 원심은 원고를 "봉강절단기 제조 분야에서 국제적으로 독보적인 기술력을 확보한 회사"로 평가했다.
피고는 시흥시에 본사를 두고 1985년부터 프레스기계를, 1993년부터 봉강절단기도 제조·판매하는 회사로, 기번을 C형·X형으로 붙인다.
기술제휴계약 체결 경위
1995. 원고는 피고의 C400·C450 봉강절단기가 자사 D형을 모방한 것임이 분명하다며 공업소유권 침해 중단과 손해배상 청구를 통지했다. 피고는 한국중소기업진흥공단 직원에게 협조를 의뢰하여, 자사 C형이 원고의 모델을 정당하지 않은 방법으로 모방한 것임을 인정하고 1995. 8. 31. 원고와 기술제휴계약을 체결했다.
계약의 골자는 ⓐ 원고가 피고에게 봉강절단기 제작 기술을 이전하고, ⓑ 피고는 제작실시료로 판매가격의 15%를 지급하며, ⓒ 7년의 계약기간이 종료되거나 계약이 파기되면 피고는 이전받은 기술을 사용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제22조 제2항에는 중요조항 위반 시 일본 엔화 150,000,000엔을 즉시 무조건적으로 지불한다는 손해배상액 예정 조항이 있었다.
원고는 계약에 따라 피고에게 도면 2,100장을 제공했다. 원심은 이것이 "원고가 1953년 설립 이래 40년 동안 수많은 인력과 시간을 투입하여 끊임없는 연구와 시행착오를 거쳐 개발한 기술의 결과물"이라고 인정했다.
제1차 위반과 선행판결
피고는 계약 체결 무렵인 1995. 8. 24.부터 1999. 2. 24.까지 11개 업체에 C형 및 원고의 D형 봉강절단기를 제작·판매하고도 원고에게 보고하지 않았다. 원고가 2000. 2. 1. 소를 제기했고, 항소심에서 원고가 고유기술을 별지로 특정하여 청구취지를 변경한 결과 선행판결이 선고되었다.
선행판결 주문 중 문제된 부분은 "피고는 원고로부터 공여받은 별지 '원고회사(A)의 고유기술'을 사용하거나 타에 유포하여서는 아니된다"는 것이다.
2004. 3. 15.자 약정
선행판결 확정 후, 피고는 손해배상채무 중 일부를 면제받는 대가로 "선행판결문 제1항 나, 다, 라 각 목의 내용을 성실히 준수하기로 한다"고 약정했다.
제2차 위반
피고는 약정으로부터 불과 1년 6개월 만인 2005. 8. 22.부터 2019. 12. 6.까지 봉강절단기를 계속 제조·판매했다. 판매금액은 환송 후 확장된 기준으로 합계 7,848,249,987원에 이른다(환송 전 심리 대상은 17대, 5,824,487,048원이었다).
문제된 기술
환송 후 원심이 침해를 인정한 원고 고유기술은 별지2의 16개 항목 중 6개 항목이다.
절차의 결정적 분기점
환송 후 원심 각주 3에 따르면, 원고는 부정경쟁방지법 위반을 청구원인으로 주장했던 2015. 5. 19.자 참고서면을 부진술했고, 2020. 8. 18.자 청구원인 보충신청서를 통해 이 사건 청구원인이 선행판결·계약·약정 위반을 원인으로 하는 채무불이행책임이지 부정경쟁방지법 위반을 원인으로 하는 불법행위책임이 아님을 명확히 밝혔다. 환송 후 소송은 대법원의 지적에 따라 청구원인을 정돈한 상태에서 진행되었다.
또 원고는 환송심에서 종전에 청구하지 않았던 판매분에 대하여 청구를 확장하고 손해배상예정액 청구를 추가했다.
법리
가. 처분권주의 — 소송물의 별개성
민사소송법은 '처분권주의'라는 제목으로 "법원은 당사자가 신청하지 아니한 사항에 대하여는 판결하지 못한다."라고 정하고 있다. 민사소송에서 심판 대상은 원고의 의사에 따라 특정되고, 법원은 당사자가 신청한 사항에 대하여 신청 범위 내에서만 판단하여야 한다.
핵심 판시
선행판결이나 2004. 3. 15.자 약정에 따른 의무 위반을 원인으로 하는 금지 및 손해배상청구는 부정경쟁방지법상 영업비밀 침해를 원인으로 하는 금지 및 손해배상청구와는 그 요건과 증명책임을 달리하는 전혀 별개의 소송물이다. 따라서 원고와 피고가 비록 영업비밀성에 관한 공방을 하였다고 하더라도 원고의 주위적 청구에 부정경쟁방지법상 영업비밀 침해를 원인으로 하는 청구가 포함되어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
여기서 결정적인 것은 공방의 맥락이다. 원고가 영업비밀성을 주장한 것은 청구원인으로서가 아니라, 피고의 "선행판결의 효력이 영업비밀에 한정되고, 영업비밀성이 소멸되어 더 이상 사용이 제한되지 않는다"는 항변에 대한 반박이었다. 반박을 위해 언급한 사항이 청구원인으로 전환되지는 않는다.
환송 전 원심은 이를 "선택적으로 추가한 것으로 선해"했는데, 대법원은 그 선해 자체가 원고가 신청하지도 않은 사항에 대한 판결이라고 보았다.
나. 선해의 불이익 — 증명책임의 전가
대법원은 가정적 판단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갔다.
원고는 원심 변론종결 당시까지 영업비밀 침해를 청구원인으로 주장한 적이 없고, 피고는 '선행판결의 효력이 영업비밀에 한정되고 영업비밀성이 소멸되어 더 이상 그 사용이 제한되지 않는다'는 맥락에서 영업비밀성을 다투었을 뿐이어서, 이에 관한 증명 부족을 피고의 책임이라고 하는 것은 부당하다.
법원이 주장하지 않은 청구원인을 임의로 추가하면, 그 청구원인의 요건사실에 관하여 당사자가 증명의 기회를 갖지 못한 상태에서 증명책임의 불이익만 지게 된다는 것이다. 처분권주의 위반이 단순한 절차적 흠에 그치지 않고 실체적 불공정으로 이어지는 구조를 지적한 부분이다.
다. 영업비밀성 판단의 실질적 지적
대법원은 파기 이유를 보강하면서 봉강절단기라는 물건의 성질에 주목했다.
- 원고는 선행판결 약 20년 전부터 봉강절단기를 국내 70여 개 업체에 수출했고, 원고와 피고가 구매자들과 비밀유지약정을 체결하는 등 비밀유지를 위해 어떠한 조치를 취했음을 알 수 있는 자료가 없다 → 비밀관리성 의문
- 봉강절단기는 부품 크기가 미세하지 않고, 유지보수를 위해 조립·분해가 가능하며, 분해·재조립을 거쳐도 기능이 손상되지 않는 공작기계여서, 실제 제품을 분해해 보는 것만으로 부품의 채부, 형태·수치 같은 형상 정보는 쉽게 알 수 있다 → 비공지성 의문
- 공차, 재질, 열처리 방법, 경도 지정, 표면 마무리 기호, 접속 부품의 감합 정밀도 등은 바로 알 수 있는 정도는 아니더라도 역설계가 용이하다고 판단될 가능성이 있는데, 역설계에 드는 기간·난이도에 관한 심리가 이루어지지 않았다
- 영업비밀 침해행위의 금지는 영업비밀 보호기간의 범위 내에서 이루어져야 하는데, 환송 전 원심은 "금지기간이 지났다거나 언제까지라고 합리적으로 단정할 수 없다"고만 판시했다
라. 환송 후 원심의 전환 — 계약책임으로의 회귀
환송 후 원심은 청구원인을 채무불이행책임으로 정돈하고 판단 구조를 전면 교체했다. 여기서 이 사건의 실질적 쟁점이 드러난다.
피고의 핵심 항변 — 선행판결에 따라 사용이 금지되는 원고 고유기술에는 공지기술 및 영업비밀성을 상실한 기술은 제외되어야 한다. 근거는 ⓐ 기술제휴계약의 목적이 영업비밀 제공이었으므로 공지기술에까지 금지의무를 부과하기로 하는 합의는 없었고, ⓑ 시간 경과에 따라 금지 대상 범위가 축소된다고 보는 것이 당사자의 합리적 의사이며, ⓒ 특허 소멸 후 실시 제한이나 공지기술에 대한 영구적 사용금지는 불공정행위이고, ⓓ 법원은 영업비밀 침해금지에 보호기간 제한을 두고 있다는 것이다.
원심의 배척 논리
선행판결에서는 원고 고유기술을 별지2 기재와 같이 특정하고 있을 뿐, 공지 기술이 되었거나 영업비밀성을 상실한 경우에 피고가 사용금지의무를 부담하지 않는다는 내용을 찾을 수 없다. 설령 이 사건 기술제휴계약에 의해 발생하는 사용금지의무의 대상 범위가 특허권이나 영업비밀의 경우에 비추어 볼 때 과도하게 넓다고 하더라도, 피고의 사용금지의무의 발생원인이 특허권이나 영업비밀이 아닌 이상 그 이유만으로 공지기술이나 영업비밀성을 상실한 기술이 제외되어야 한다고 볼 수 없다.
이 판시의 의미가 실무상 가장 중요하다. 계약상 사용금지의무는 법정 권리(특허권·영업비밀)와 발생근거가 다르므로, 법정 권리의 존속기간이나 보호요건에 연동되지 않는다. 특허가 소멸했든 영업비밀성이 사라졌든, 약속한 이상 지켜야 한다는 것이다.
다만 원심은 사용금지의무의 대상을 무한정 넓히지도 않았다. 선행판결 주문이 "원고로부터 공여받은" 고유기술을 대상으로 하고 있으므로, 실제로 피고에게 공여된 2,100장의 도면상 정보로 한정된다고 전제하고, 그 안에서 세부적으로 침해 여부를 심리했다.
마. 권리남용·신의칙 항변의 배척
피고는 계약으로부터 20년 이상 경과하여 원고 고유기술이 공지기술이 되었으므로 피고에게만 영구적 사용금지의무를 부과하는 것은 신의칙 위반 또는 권리남용이라고 주장했다. 원심은 다섯 가지 근거로 배척했다.
- 확정판결에 기한 권리 — 법적 안정성을 위해 기판력을 인정한 취지와, 확정판결의 효력 배제는 재심의 소가 원칙적 방법인 점에 비추어, 확정판결에 따른 청구가 권리남용이라고 쉽게 인정해서는 안 된다
- 당사자의 인식 — 계약 체결 당시나 선행판결 변론종결 시점(2002. 8. 22.) 기준으로 별지2 고유기술 중 순번 15, 16 디자인권을 제외한 나머지 특허·실용신안은 국내에서 효력이 인정되지 않았거나 존속기간이 만료되어 누구나 이용할 수 있는 기술이었다. 원고와 피고는 이를 알면서도 계약을 체결했다
- 계약 체결 경위나 선행판결 내용에 비추어 공지기술 제외 합의를 인정할 수 없다
- 사정변경 부인 — 원고는 제3의 업체(대만·일본·국내)들도 고유기술을 사용한 봉강절단기를 제조한다고 주장했으나, 일부는 선행판결 이전부터 제조해 온 업체이고, 원고 고유기술 사용을 인정할 명백한 증거가 없다
- 위반의 반복성 — 피고는 약정으로부터 1년 6개월 만에 위반하고, 소송 진행 중에도 계속 제조·판매했다
원심은 괄호로 실질적 형평까지 덧붙였다. "피고는 원고의 고유기술을 바탕으로 자신의 고유기술을 개발하거나, 원고 또는 필요한 기술을 가진 업체와의 기술계약을 통하여 기존의 영업을 계속하는 것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영구적 금지가 피고의 영업 자체를 봉쇄하지는 않는다는 판단이다.
바. 소멸시효 항변의 배척
피고는 선행판결에서 확정된 금지청구권이 일반채권으로 소멸시효 10년인데 선행판결 사실심 변론종결일로부터 10년 경과 후 제소되었으므로 시효 소멸했다고 주장했다.
원심은 민법 제166조 제2항을 들어 배척했다. 부작위를 목적으로 하는 채권의 소멸시효는 위반행위를 한 때로부터 진행하는데, 원고가 특정한 위반행위는 2005. 8. 22.부터 2019. 12. 6.까지 이루어졌고 그 사이인 2012. 4. 12. 소가 제기되었으므로, 선행판결 변론종결일을 기산점으로 삼을 수 없다는 것이다.
사. 손해배상액 예정 조항의 1회성
원고는 계약 제22조 제2항의 150,000,000엔을 주위적으로 청구했다. 원심은 이 조항이 1회에 한하여 손해배상액을 정한 것이라고 보아 배척했다.
- 선행판결 과정에서 원고가 이미 이 조항을 근거로 손해배상을 청구했고, 부당하게 과다하다고 판단되어 5억 원으로 감액되었다
- 조항 문언이 "계약위반이 분명하게 되었을 때 계약의 종료(파기)와 동시에 손해배상액을 지급한다"는 의미로 읽힌다
- 계약의 종료(파기)는 성질상 1회만 발생 가능한데, 종료와 손해배상액 지급을 분리하여 지급만 수 회 가능하다고 해석되지 않는다
- 수 회 적용 가능하다는 별도 규정이 없고, 150,000,000엔이라는 거액에 비추어 위반할 때마다 매번 배상하기로 약정했다고 보기 어렵다
아. 손해액의 산정 — 민사소송법 제202조의2
원고는 판매대금의 15%인 1,177,237,497원을 구했다. 원심은 다음 이유로 정률 산정을 배척했다.
- 계약상 실시료 15%는 1995년에 책정된 것이고, 계약기간은 2002. 8. 31.까지였는데 문제된 판매는 2005. 8.부터 2019. 12.까지이므로 그 비율이 적절하다고 단정할 수 없다
- 침해된 고유기술은 16개 항목 중 6개에 불과하고, 그 비율을 정확히 산정할 자료가 없다
- 피고가 제시한 부품 원가 비율(12.90%~18.69%)은 단순 원가만으로 기여율을 산정할 수 없으므로 그대로 받아들일 수 없다. 침해 부분이 필수적 구성인지, 기술적 가치, 전체 구성에서 차지하는 비율을 종합해야 한다
- 통상 실시료에 관한 자료도 없다
따라서 민사소송법 제202조의2에 따라 상당하다고 인정되는 금액으로 7억 원을 정했다. 고려된 사정은 다음과 같다.
7억 원은 총판매금액 7,848,249,987원의 약 8.9%에 해당한다. 공교롭게도 환송 전 원심이 부정경쟁방지법에 따라 인정했던 10%와 크게 다르지 않다.
자. 지연손해금 기산점
원심은 원고가 각 판매일부터 구한 것을 배척하고, 2021. 1. 26.(판매내역 전부에 대한 청구취지 변경신청서 송달 다음날)을 기산점으로 삼았다. 근거는 ⓐ 이 청구가 채무불이행을 원인으로 한 손해배상청구임을 원고 스스로 밝혔고, ⓑ 채무불이행으로 인한 손해배상채무는 기한의 정함이 없는 채무로서 이행청구를 받은 때부터 지체책임이 발생하며(97다7868), ⓒ 판매내역 전부에 대하여 한꺼번에 손해액을 산정했기 때문이다.
실무적 유의점
청구원인 구성
- 계약상 금지의무 위반과 법정 침해행위는 별개의 소송물이다. 둘 다 주장하려면 처음부터 선택적 병합으로 명시해야 한다. 법원이 선해해 주기를 기대할 수 없고, 선해받더라도 상고심에서 처분권주의 위반으로 깨진다.
- 항변에 대한 반박으로 어떤 법적 개념을 언급하는 것과, 그것을 청구원인으로 삼는 것은 완전히 다르다. 이 사건 원고는 "선행판결의 효력이 영업비밀에 한정된다"는 피고 항변을 반박하기 위해 영업비밀성을 주장했을 뿐인데, 법원이 이를 청구원인 추가로 읽었다. 반박임을 서면에 명시하는 것이 안전하다.
- 청구원인을 명확히 하는 보충서면을 제출하라. 환송 후 원고는 2020. 8. 18.자 청구원인 보충신청서로 "채무불이행책임이지 불법행위책임이 아니다"라고 명시했고, 종전의 부정경쟁방지법 관련 참고서면을 부진술했다. 이 정리 작업이 환송심 승소의 전제였다.
- 선해가 항상 유리한 것은 아니다. 법원이 주장하지 않은 청구원인을 추가하면, 그 요건사실에 대한 증명 기회 없이 증명책임의 불이익만 지게 된다. 대법원이 "증명 부족을 피고의 책임이라고 하는 것은 부당하다"고 한 대목이다.
기술제휴·라이선스 계약 설계
- 계약상 사용금지의무는 법정 권리의 존속기간에 연동되지 않는다. 이것이 이 사건의 가장 실용적인 교훈이다. 특허가 만료되고 영업비밀성이 소멸해도, 계약으로 약정한 금지의무는 그대로 존속한다. 기술을 제공하는 쪽에서는 계약상 사후 사용금지 조항이 특허·영업비밀보다 강력한 무기가 될 수 있다.
- 기술을 제공받는 쪽은 사후 사용금지 조항의 기간과 범위를 반드시 협상하라. 이 사건 피고는 "공지기술은 제외된다", "시간 경과로 범위가 축소된다"는 해석론을 폈으나 모두 배척되었다. 계약서에 명시하지 않으면 그런 제한은 인정되지 않는다. 실무상 넣어야 할 문언은 ⓐ 금지기간의 상한, ⓑ 공지된 기술은 대상에서 제외한다는 명시, ⓒ 독자 개발 기술에 대한 예외다.
- 금지 대상 기술은 반드시 특정하라. 이 사건 선행 제1심은 금지청구를 청구취지 불특정으로 각하했고, 항소심에서 별지로 특정한 뒤에야 인용되었다. 다만 특정 방식에 주의해야 한다. 원고는 부득이 특허·실용신안 공보를 기준으로 16개 항목으로 특정했는데, 환송 후 원심은 실제 제공 기술이 이에 한정되지 않음을 인정하면서도 침해 인정 범위는 6개 항목으로 좁혔다. 특정이 좁으면 보호 범위도 좁아진다.
- 손해배상액 예정 조항은 반복 적용 가능함을 명시하라. 이 사건 조항은 "계약 위반 시 계약 파기와 동시에 150,000,000엔 지급"으로 되어 있어 1회성으로 해석되었다. 계속적·반복적 위반을 예상한다면 "위반행위마다", "각 위반행위에 대하여"라는 문언을 넣어야 한다.
- 예정액이 과다하면 감액된다는 점도 염두에 두라. 선행판결에서 150,000,000엔 예정액이 5억 원으로 감액되었고, 그 감액 전력 자체가 후행 소송에서 1회성 해석의 근거가 되었다.
소송 전략
- 부작위채권의 소멸시효는 위반행위 시부터 진행한다(민법 제166조 제2항). 확정판결로 인정된 금지청구권이라도 판결 확정일이나 변론종결일이 기산점이 아니다. 계속적 위반이 있는 한 시효 항변은 사실상 봉쇄된다.
- 확정판결에 기한 권리행사에 대한 권리남용 항변은 문턱이 높다. 원심은 "재심의 소에 의하여 취소를 구하는 것이 원칙적 방법"이라는 점을 들어 "쉽게 인정해서는 안 된다"고 판시했다. 사정변경을 주장하려면 제3자가 실제로 같은 기술을 사용하고 있음을 명백히 입증해야 하는데, 이 사건 피고는 카탈로그상 유사 외양만 제시해 배척되었다.
- 위반의 반복성은 권리남용 항변을 무력화한다. 약정 1년 6개월 만의 위반, 소송 중의 계속 위반이 모두 불리하게 작용했다.
- 손해액 산정에서 정률 주장은 근거가 약하면 배척된다. 원고의 15%(계약상 실시료)도, 피고의 원가비율(12.9~18.69%)도 모두 배척되고 제202조의2에 따른 재량 산정으로 갔다. 정률을 관철하려면 ⓐ 당해 시점의 통상 실시료 자료, ⓑ 기여율 감정, ⓒ 침해 부분이 필수적 구성인지에 관한 기술적 소명이 필요하다.
- 제202조의2 재량 산정에서는 침해의 악성이 크게 작용한다. 이 사건에서 원심이 든 사정 중 절반 가까이가 피고의 반복적·고의적 위반 태양이었다. 반대로 피고 측은 권리자가 제공하지 않은 부분(전기조작반·제어장치)을 지적해 감액 요소를 만들어냈다.
- 채무불이행 손해배상의 지연손해금 기산점은 이행청구 시다. 각 침해행위일이 아니다(97다7868). 이 사건에서는 청구취지 변경신청서 송달 다음날이 기산점이 되어, 2005년부터의 침해임에도 지연손해금은 2021년부터만 인정되었다. 조기에 명확한 이행청구를 해 두는 것이 중요하다.
- 청구 확장은 환송심에서도 가능하다. 원고는 환송심에서 종전에 청구하지 않았던 판매분으로 청구를 확장하고 손해배상예정액 청구를 추가했다. 다만 확장한 예정액 청구는 배척되었고 소송비용 30% 부담으로 이어졌다.
영업비밀 주장 시
- 기계 제품의 영업비밀성 주장에는 역설계 가능성이라는 벽이 있다. 대법원이 지적했듯 분해·재조립이 가능한 공작기계는 형상 정보가 쉽게 파악된다. 영업비밀로 보호받으려면 공차·재질·열처리·경도·감합 정밀도 등 형상만으로 알 수 없는 정보에 초점을 맞추고, 역설계에 드는 기간과 난이도를 구체적으로 입증해야 한다.
- 구매자와의 비밀유지약정이 비밀관리성의 출발점이다. 대법원은 "구매자들과 비밀유지약정을 체결하는 등 어떠한 조치를 취했음을 알 수 있는 자료가 없다"고 지적했다. 70여 개 업체에 수출한 제품이라면 더욱 그렇다.
- 금지청구와 손해배상청구에 적용되는 조문의 버전이 다르다. 손해배상은 침해행위 시 법, 금지청구는 변론종결 시 시행 중인 법이다. 비밀관리성 요건이 완화되어 온 만큼, 금지청구 쪽이 유리한 기준을 적용받는다.
- 영업비밀 침해금지는 보호기간 내에서만 가능하다. "금지기간이 지났다거나 언제까지라고 합리적으로 단정할 수 없다"는 식의 판시는 심리미진으로 파기된다. 보호기간의 종기를 적극적으로 특정해야 한다. 이 점이 계약상 금지의무와의 결정적 차이다.
인용상
- 세 판결의 역할을 구분하라. 법리의 출처는 대법원 2015다49422(공보 게재)이고, 계약상 금지의무의 범위와 손해액 산정에 관한 실질적 판단은 환송 후 서울고등법원 2020나12068에 있으며, 대법원 2021다22343은 심리불속행 기각으로 법리 판시가 없다. 확정 사실만 부기하면 된다.
- 선행판결과 이 사건 판결을 혼동하지 말라. 선행판결은 서울고등법원 2002. 9. 25. 선고 2001나40024 판결(대법원 2002다59658로 확정)이고, 이 사건은 그 선행판결의 의무 위반을 원인으로 한 별소다. 22년에 걸쳐 판결이 다섯 개 이상 나온 사건이므로 인용 시 사건번호를 정확히 특정해야 한다.
- 구법 표기 — 영업비밀 정의규정은 구 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보호에 관한 법률(2015. 1. 28. 법률 제13081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2조 제2호다. 대법원이 금지청구와 손해배상청구에 서로 다른 시점의 법을 적용한다고 판시했으므로, 인용할 때 어느 청구에 관한 것인지를 함께 밝혀야 정확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