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당 판례
대법원 2017. 10. 26. 선고 2015다42599 판결 [손해배상(기)]
- 주위적 원고: 화물의 수하인인 알와하 페트로케미컬 컴퍼니
- 예비적 원고: 에이아이지 유럽 리미티드 외 6인
- 피보험자: 화물 운송인인 브라이트해운 주식회사
- 피고: 브라이트해운과 해상적하책임보험계약을 체결한 동부화재해상보험 주식회사
- 대법원 결과: 원심판결 전부 파기·환송
하급심 및 파기환송심
제1심
서울중앙지방법원 2012. 2. 24. 선고 2009가합119080 판결
제1심은 원고들의 피고 보험회사에 대한 청구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에 주위적 원고와 예비적 원고들이 항소하였다.
환송 전 원심
서울고등법원 2015. 6. 9. 선고 2012나29269 판결 [손해배상(기)]
환송 전 원심은 책임보험계약에 영국법 준거조항이 있으므로 피해자의 보험자에 대한 직접청구권에도 영국법이 적용된다고 판단하였다.
영국의 1930년 제정 제3자 권리법에 따르면, 피해자가 피보험자의 책임보험자에게 직접청구권을 행사하려면 피보험자에게 해산명령·해산결의·관리수탁자 선임 등 법률이 정한 지급불능 절차가 진행되어야 한다.
브라이트해운은 사실상 영업을 중단하고 무자력 상태에 있었지만 정식 파산·회생절차 등이 진행되고 있지 않았다. 원심은 영국법상 직접청구권 행사요건이 충족되지 않았다고 보아 원고들의 직접청구를 기각하였다.
그런데 원고들은 직접청구권뿐만 아니라 브라이트해운의 보험금청구권을 대위 행사하는 채권자대위청구도 선택적으로 제기하였다. 원심은 이 청구에 대해서는 판단하지 않은 채 원고들의 청구를 모두 기각하였다.
대법원
대법원 2017. 10. 26. 선고 2015다42599 판결 [손해배상(기)]
대법원은 피해자의 직접청구권에도 책임보험계약의 준거법인 영국법이 적용된다는 원심의 판단을 정당하다고 보았다.
브라이트해운이 사실상 파산 상태라는 사정만으로는 영국 제3자 권리법이 정한 직접청구권 행사요건을 충족하지 못하므로, 직접청구권을 부정한 원심판단도 정당하다고 판단하였다.
그러나 원심이 선택적으로 병합된 채권자대위에 의한 보험금청구를 전혀 판단하지 않은 것은 위법하다고 보았다. 선택적 청구들은 소송절차상 불가분적으로 결합되어 있으므로 대법원은 원심판결 전부를 파기·환송하였다.
파기환송심
서울고등법원 2018. 7. 23. 자 2017나28728 화해권고결정 [손해배상(기)]
파기환송심에서는 채권자대위에 의한 보험금청구의 성립 여부에 관한 본안판결이 선고되지 않고 다음과 같은 화해권고결정이 내려졌다.
- 피고는 주위적 원고에게 미화 450,000달러를 2018년 8월 31일까지 지급한다.
- 피고가 지급기한을 넘기면 2018년 9월 1일부터 미지급금액에 대하여 다 갚는 날까지 연 15%의 지연손해금을 지급한다.
- 주위적 원고는 미화 450,000달러를 초과하는 나머지 청구를 포기한다.
- 예비적 원고들은 피고에 대한 청구를 모두 포기한다.
- 소송 총비용은 각자 부담한다.
주위적 원고는 파기환송심에서 피고에게 미화 547,760.35달러와 지연손해금을 청구하고 있었다. 화해권고결정은 그중 미화 450,000달러를 지급하도록 정하였다.
다만 첨부된 화해권고결정서에는 당사자들의 이의신청 여부나 확정일이 표시되어 있지 않다. 따라서 화해권고결정이 내려졌다는 사실과 결정 내용은 확인되지만, 이의 없이 확정되어 재판상 화해와 같은 효력이 발생하였는지까지는 첨부자료만으로 확인되지 않는다.
관련 판례
- 대법원 1994. 5. 27. 선고 94다6819 판결 책임보험에서 피해자의 보험자에 대한 직접청구권은 보험자가 피보험자의 손해배상채무를 병존적으로 인수한 관계에 해당한다고 판단하였다.
- 대법원 2016. 12. 29. 선고 2013므4133 판결 국제사법에 해당 법률관계의 준거법을 정하는 직접적인 규정이 없다면, 그 법률관계와 가장 밀접한 관련이 있는 국가의 법을 적용해야 한다고 판단하였다.
- 대법원 1982. 7. 13. 선고 81다카1120 판결 선택적으로 병합된 청구는 하나의 소송절차에 불가분적으로 결합되어 있으므로 어느 청구도 인용하지 않는다면 모든 청구에 관하여 판단해야 한다고 보았다.
- 대법원 1998. 7. 24. 선고 96다99 판결 선택적 청구 중 하나만 판단하여 기각하고 나머지 청구를 판단하지 않은 것은 재판의 탈루가 아니라 판단 누락에 해당한다고 보았다.
- 대법원 2012. 1. 19. 선고 2010다95390 전원합의체 판결 선택적으로 병합된 청구 중 하나에 관한 상고가 이유 있으면 원심판결 전부를 파기해야 한다고 판단하였다.
관련 법령
이 사건에는 현행 국제사법이 아니라 구 국제사법이 적용된다.
구 국제사법 제7조
입법목적에 비추어 준거법과 관계없이 해당 법률관계에 적용되어야 하는 대한민국의 강행규정은 외국법이 준거법으로 지정된 경우에도 적용된다.
원고들은 상법 제724조 제2항을 이에 해당하는 국제적 강행규정이라고 주장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구 국제사법 제26조 제1항
당사자가 계약의 준거법을 선택하지 않았다면 계약은 그 계약과 가장 밀접한 관련이 있는 국가의 법에 의한다.
대법원은 이 조문의 가장 밀접한 관련 원칙을 책임보험상 직접청구권의 준거법을 정하는 데 참고하였다.
구 국제사법 제34조
채권의 양도가능성과 채무자 및 제3자에 대한 채권양도의 효력은 양도되는 채권의 준거법에 의하고, 이 기준은 채무인수에도 준용된다.
구 국제사법 제35조
법률에 의한 채권의 이전은 원칙적으로 그 이전의 원인이 된 구채권자와 신채권자 사이의 법률관계의 준거법에 의하고, 그러한 법률관계가 없다면 이전되는 채권의 준거법에 의한다.
상법 제724조 제2항
상법 제724조 제2항
제3자는 피보험자가 책임을 질 사고로 손해를 입은 경우 보험금액의 한도에서 보험자에게 직접 보상을 청구할 수 있다.
민법 제404조
민법 제404조
채권자는 자기의 채권을 보전하기 위하여 채무자에게 속하는 권리를 행사할 수 있다. 원고들은 이 규정에 따라 브라이트해운의 보험금청구권을 대위 행사하였다.
민사소송법 제253조
민사소송법 제253조
원고는 하나의 소로 여러 개의 청구를 병합할 수 있다.
민사소송법 제436조
민사소송법 제436조
상고법원이 원심판결을 파기하는 경우 사건을 원심법원 등에 환송할 수 있다.
사실관계
정유공장 설비의 국제해상운송
알와하 페트로케미컬 컴퍼니는 사우디아라비아 주베일에서 건설 중인 정유공장의 보일러 설치공사를 발주하였다.
브라이트해운은 2007년 6월 21일경 공사를 담당한 대림산업 주식회사와 공사에 필요한 설비와 자재 89패키지를 태국 램차방항에서 사우디아라비아 주베일항까지 운송하기로 계약하였다.
화물의 총중량은 543,013㎏, 용적은 2,961.20CBM이었다. 선하증권에는 대림산업이 송하인, 알와하 페트로케미컬 컴퍼니가 수하인으로 기재되었다.
갑판 적재와 화물손상 사고
이 사건 화물은 선박의 갑판에 적재되어 운송되었다. 선박은 운송 중 황천을 만났고, 그 과정에서 일부 화물이 바다에 떨어져 멸실되거나 손상되는 사고가 발생하였다.
선박은 2007년 7월 20일 사우디아라비아 주베일항에 도착하였다. 수하인은 손상된 화물을 대체하기 위하여 대림산업으로부터 2007년 9월 22일경 13패키지, 2007년 10월 5일경 14패키지를 다시 인도받았다.
브라이트해운의 책임보험
브라이트해운은 피고 보험회사와 해상적하책임보험계약을 체결하였다.
보험금액은 미화 1,200,000달러였고, 적용약관은 Shipowner’s Liability Clause (On Deck)였다.
보험계약이 담보하는 주된 위험은 화물을 선창에 적재하는 조건으로 선하증권을 발행하고도 실제로는 갑판에 적재하여 화물이 손상됨으로써 브라이트해운이 화물소유자에게 손해배상책임을 부담하는 경우였다.
보험증권에는 다음과 같은 영국법 준거조항이 있었다.
본 보험증권에 따라 발생하는 책임에 관한 모든 문제는 영국의 법과 관습에 따른다.
이에 따라 보험자의 책임에 관해서는 1906년 영국 해상보험법(Marine Insurance Act 1906)과 영국의 관련 관습이 적용되었다.
화물보험과 재보험
알와하 페트로케미컬 컴퍼니는 인사우디 인슈어런스 컴퍼니와 정유공장 건설현장에 투입될 설비 등에 관한 적하보험계약을 체결하였다.
인사우디는 인수한 위험의 90%에 관하여 에이아이지 유럽 리미티드 외 6개 재보험회사와 재보험계약을 체결하였다.
사고 후 주위적 원고인 알와하 페트로케미컬 컴퍼니와 보험자대위를 주장한 예비적 원고들은 브라이트해운의 책임보험자인 피고에게 손해배상을 청구하였다.
두 가지 선택적 청구
원고들은 피고 보험회사를 상대로 다음 두 청구를 선택적으로 제기하였다.
첫째, 주위적 원고인 피해자가 상법 제724조 제2항에 따라 책임보험자인 피고에게 직접 손해배상을 청구하였다.
둘째, 브라이트해운이 화물손상에 관한 손해배상책임을 부담하고도 무자력 상태에 있으므로, 원고들이 브라이트해운을 대위하여 브라이트해운의 피고에 대한 보험금청구권을 행사한다고 주장하였다.
법리
피해자의 직접청구권은 보험금청구권과 구별된다
피해자의 보험자에 대한 직접청구권은 피보험자의 보험금청구권을 양수하거나 대신 행사하는 권리가 아니다.
보험금청구권은 피보험자가 책임보험계약에 따라 보험자에게 가지는 계약상 권리이다. 반면 피해자의 직접청구권은 보험자가 피보험자의 피해자에 대한 손해배상채무를 법률에 따라 함께 부담하는 피해자 고유의 권리이다.
대법원은 직접청구권의 법적 성질을 보험자가 피보험자의 손해배상채무를 병존적으로 인수한 관계라고 보았다.
따라서 피해자는 피보험자와 보험자를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지만, 보험자가 부담하는 구체적인 책임범위는 책임보험계약에서 정한 보험금액과 담보범위에 따라 제한된다.
구 국제사법에는 직접청구권의 준거법을 정한 명문 규정이 없었다
구 국제사법에는 외국적 요소가 있는 책임보험에서 피해자의 직접청구권에 어떤 법을 적용할 것인지 직접 정한 규정이 없었다.
대법원은 직접청구권이 법률에 의한 병존적 채무인수라는 성질을 갖는다는 점에서 구 국제사법 제34조와 제35조가 정한 연결원칙을 참작하였다.
다만 직접청구권으로 보험자가 피해자에게 채무를 부담하는 근거는 보험자와 피보험자 사이의 책임보험계약이다. 보험자가 부담하는 책임의 범위와 내용 역시 책임보험계약에 따라 결정되고, 직접청구권의 인정은 보험자와 피보험자의 계약상 권리·의무에도 영향을 미친다.
따라서 외국적 요소가 있는 책임보험의 직접청구권은 기초가 되는 책임보험계약과 가장 밀접한 관련이 있으므로 책임보험계약의 준거법에 따라야 한다.
피해자와 운송인 사이의 준거법이 아니라 보험계약의 준거법이 적용된다
화물손상에 관하여 운송인이 수하인에게 손해배상책임을 부담하는지는 선하증권과 해상운송계약의 준거법에 따라 판단할 수 있다.
그러나 피해자가 운송인의 책임보험자에게 직접청구권을 행사할 수 있는지는 별개의 문제이다. 이 문제에는 운송인과 피해자 사이의 법률관계가 아니라 보험자와 피보험자 사이의 책임보험계약의 준거법이 적용된다.
이 사건 보험계약은 보험자의 책임에 관한 모든 문제에 영국의 법과 관습을 적용하도록 정하였다. 따라서 주위적 원고가 피고 보험회사에 행사한 직접청구권에도 영국법이 적용된다.
상법상 직접청구권이 있다는 이유만으로 대한민국법이 적용되지는 않는다
상법 제724조 제2항은 책임보험 피해자에게 보험자에 대한 직접청구권을 인정한다.
그러나 외국적 요소가 있는 법률관계에서는 대한민국 법원에 소송이 제기되었다는 이유만으로 대한민국 상법이 당연히 적용되는 것은 아니다. 먼저 구 국제사법에 따라 준거법을 결정해야 한다.
원고들은 상법 제724조 제2항이 구 국제사법 제7조에서 정한 국제적 강행규정이므로 영국법이 준거법이더라도 적용되어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대법원은 책임보험계약의 준거법인 영국법을 적용한 원심판단에 구 국제사법 제7조의 강행규정에 관한 법리오해가 없다고 판단하였다. 결과적으로 이 사건에서는 상법 제724조 제2항이 영국법의 적용을 배제하는 국제적 강행규정으로 인정되지 않았다.
사실상의 파산만으로는 영국법상 직접청구권을 행사할 수 없다
1930년 제정된 영국 제3자 권리법[Third Parties (Rights against Insurers) Act 1930]은 피해자가 피보험자의 책임보험자에게 직접청구권을 행사할 수 있는 경우를 제한적으로 열거하였다.
피보험자가 법인이라면 다음과 같은 법정 지급불능절차가 진행되어야 했다.
- 법인에 대한 해산명령이 내려진 경우
- 자발적인 해산결의가 이루어진 경우
- 법인의 영업이나 재산에 관하여 관리수탁자가 선임된 경우
- 회사재산 전체에 대한 유동담보권자가 회사재산을 점유한 경우
브라이트해운은 폐업하여 사실상 파산한 상태였지만 법률에서 정한 정식 지급불능절차가 진행되지 않았다. 따라서 영국법상 직접청구권의 행사요건을 충족하지 못하였다.
브라이트해운이 상법 제520조의2에 따라 해산간주되었다는 주장은 상고심에서 새로 제기되어 적법하지 않았고, 그 사정을 고려하더라도 영국법상 요건을 충족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되었다.
직접청구권이 부정되어도 채권자대위청구는 별도로 성립할 수 있다
직접청구권과 채권자대위에 의한 보험금청구는 법적 구조가 다르다.
직접청구권에서는 피해자가 자신의 고유한 손해배상채권을 보험자에게 행사한다. 반면 채권자대위청구에서는 피해자가 피보험자인 브라이트해운의 보험자에 대한 보험금청구권을 대신 행사한다.
따라서 영국 제3자 권리법상 직접청구권이 인정되지 않더라도 다음 요건이 충족되면 채권자대위청구가 인정될 가능성이 있다.
- 브라이트해운이 원고에게 화물손상에 관한 손해배상채무를 부담할 것
- 브라이트해운이 무자력 상태에 있을 것
- 브라이트해운이 피고에 대하여 유효한 보험금청구권을 가질 것
- 브라이트해운이 보험금청구권을 행사하지 않고 있을 것
- 보험금청구권의 대위 행사가 원고의 손해배상채권을 보전하는 데 필요할 것
이 경우 보험자는 브라이트해운에게 대항할 수 있는 보험계약상의 면책·담보범위 제한 등의 항변을 대위채권자인 원고에게도 주장할 수 있다.
선택적 청구 중 하나를 기각했다면 나머지를 판단해야 한다
선택적 병합이란 동일한 급부를 얻기 위하여 여러 청구권을 함께 주장하되, 그중 하나가 인용되면 나머지 청구에 관해서는 판단할 필요가 없도록 하는 병합 형태이다.
그러나 먼저 판단한 청구를 기각한다면 법원은 나머지 선택적 청구를 반드시 심리해야 한다.
원심은 직접청구권을 기각하면서 채권자대위에 의한 보험금청구를 전혀 판단하지 않았다. 이는 선택적 청구에 관한 판단을 누락한 것이다.
선택적 청구들은 하나의 소송절차에 불가분적으로 결합되어 있으므로, 채권자대위청구에 관한 판단 누락이 확인되면 직접청구권 부분을 포함한 원심판결 전부를 파기해야 한다.
파기환송은 직접청구권을 인정하라는 취지가 아니었다
대법원이 원심판결 전부를 파기했다고 해서 피해자의 직접청구권을 인정한 것은 아니다.
대법원은 오히려 다음 원심판단을 모두 유지하였다.
- 직접청구권에는 책임보험계약의 준거법인 영국법이 적용된다.
- 영국법상 직접청구권 행사요건이 충족되지 않았다.
- 대한민국 상법에 따라 직접청구권을 인정할 수 없다.
원심판결이 파기된 이유는 오직 선택적으로 병합된 채권자대위에 의한 보험금청구를 판단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파기환송심의 화해권고결정은 채권자대위 법리의 본안판단이 아니다
파기환송심에서는 브라이트해운이 피고에 대하여 보험금청구권을 가지는지, 원고들이 이를 대위 행사할 수 있는지가 주된 심판대상이 되었다.
구체적으로는 다음 사항을 심리할 필요가 있었다.
- 화물을 갑판에 적재한 것이 보험계약상 담보위험에 해당하는지
- 선하증권이 선창 적재를 전제로 발행되었는지
- 브라이트해운이 보험계약상 고지의무를 위반했는지
- 사고가 해상 고유의 위험이나 불가항력에 해당하여 보험자가 면책되는지
- 브라이트해운의 보험금청구권이 존재하는지
- 브라이트해운의 무자력과 채권보전의 필요성이 인정되는지
그러나 파기환송심은 이 쟁점들에 관한 본안판결을 선고하지 않고, 피고가 주위적 원고에게 미화 450,000달러를 지급하는 내용의 화해권고결정을 하였다.
따라서 화해권고결정은 보험자의 책임을 법리적으로 확정한 판결이 아니며, 채권자대위청구의 각 성립요건이 충족되었다는 선례로 원용할 수도 없다.
결론
책임보험 피해자의 보험자에 대한 직접청구권은 보험자가 피보험자의 피해자에 대한 손해배상채무를 법률상 병존적으로 인수한 관계이다.
외국적 요소가 있는 책임보험에서 직접청구권의 준거법을 정한 명문 규정은 없지만, 직접청구권의 발생원인과 보험자의 구체적인 책임범위가 책임보험계약에 의해 결정되므로 책임보험계약의 준거법이 적용된다.
이 사건 책임보험계약은 영국법을 준거법으로 정하였다. 브라이트해운이 사실상 파산한 상태라는 사정만으로는 영국 제3자 권리법이 요구하는 법정 지급불능요건을 충족하지 못하였으므로 피해자의 직접청구권은 인정되지 않았다.
그러나 직접청구권이 부정되더라도 원고들이 무자력인 브라이트해운의 보험금청구권을 대위 행사할 수 있는지는 별도로 판단해야 한다. 원심이 이 선택적 청구를 판단하지 않았으므로 대법원은 원심판결 전부를 파기·환송하였다.
파기환송심인 서울고등법원은 채권자대위에 의한 보험금청구의 성립 여부를 본안판결로 확정하지 않고, 2018년 7월 23일 피고가 주위적 원고에게 미화 450,000달러를 지급하는 내용의 화해권고결정을 하였다.
결국 이 사건에서 판례로 확립된 핵심 법리는 책임보험상 직접청구권의 준거법과 선택적 병합에 관한 부분이다. 반면 채권자대위에 의한 보험금청구의 구체적인 성립 여부는 화해권고결정으로 종결되어 판결 법리로 확정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