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무적 유의점
이미 공개된 위험과 별도로 숨겨진 위험을 특정해야 한다. 공사 중단이나 자금 부족을 알고 투자한 경우에는, 매도인이 추가로 알고도 알리지 않은 구체적 사정이 무엇인지와 그것이 기존 위험과 어떻게 다른지를 밝혀야 한다.
실사보고서의 정보 출처와 실제 검토 과정을 확인해야 한다. 보고서에 잘못된 수치가 기재되었다는 사실만으로 매도인의 허위고지가 증명되는 것은 아니다. 누가 수치를 제공하였고, 실사기관이 어떤 자료를 검토하였는지가 중요하다.
수치 오류와 거래가격의 관계를 입증해야 한다. 공정률·자산가치 등에 차이가 있다면, 그 차이가 가치평가 방식과 매매대금에 어떻게 반영되는지를 설명해야 한다. 전체 공사비에 공정률 차이를 곱한 금액이 곧 채권 매매가격의 차이가 되는 것은 아니다.
취소청구와 계약상 책임을 구별해야 한다. 특정 공정률, 임차권 유지, 자료의 정확성 등을 거래의 전제로 삼으려면 계약에 구체적으로 반영할 필요가 있다. 별도의 진술·보장이나 손해배상 약정이 있다면 그 위반에 따른 책임은 독립적으로 검토해야 한다.
이 사건의 확정 결과는 매수인의 전부 패소이다. 대법원의 파기환송 이후 사기취소, 착오취소 및 불법행위 손해배상 주장이 모두 배척되었고, 매매대금 일부 반환과 손해배상은 인정되지 않았다.
이 자료는 서권식 변호사가 실무를 처리하면서 참조한 판례를 바탕으로,
실무상 유의할 점에 주안점을 두고 법리적 쟁점을 정리한 것입니다.
본문의 판례와 법령은 국가법령정보센터에 원문이 실려 있으면 그 원문으로 연결됩니다.
국가법령정보센터로 연결되지 않는 판례·법령은 공개되지 않은 하급심·환송심 판결 등을
판결문과 원문을 직접 확보·확인하여 정리한 것입니다.
해당판결
서울고등법원 2015. 3. 13. 선고 2014나38137 판결 — 환송 후 판결, 확정
대법원은 PF 대출채권을 매도한 은행이 사업부지 임차권의 박탈 위험에 관한 고지의무를 위반하였다고 보기 어렵다는 이유로 원심판결을 파기환송하였다.
환송 후 법원은 은행의 기망행위와 매수인의 중요 부분 착오가 증명되지 않았다고 판단하여, 매수인이 제기한 사기·착오 취소에 따른 매매대금 반환청구와 불법행위에 따른 손해배상청구를 모두 기각하였다. 이 판결은 확정되었다.
하급심
환송 전 항소심은 임차권 박탈 위험이 채권 회수 가능성을 좌우하는 핵심 정보인데도 은행이 이를 알리지 않았다고 보았다.
대법원과 환송 후 법원은 매수인이 제공받은 계약서와 실사보고서를 통해 이미 파악한 위험의 범위, 은행이 추가적인 위험을 알고 있었는지 및 별도로 조사할 의무가 있었는지를 구체적으로 검토하여 결론을 달리하였다.
관련판례
주식양수인이 실사 과정에서 해약조항이 포함된 라이선스계약서를 제공받은 사안이다. 매도인에게 계약서를 전달하는 것 외에 그 법률적 의미와 위험을 직접 조사하여 알려야 할 의무까지 당연히 인정되는 것은 아니라고 판단하였다.
착오를 이유로 의사표시를 취소하려는 사람은 착오의 존재뿐 아니라, 그 착오가 의사결정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다는 점도 증명해야 한다. 환송 후 판결이 착오취소의 증명책임에 관하여 인용한 판례이다.
실사를 마쳤더라도 계약에서 매도인이 특정 부실자산·우발채무에 대한 책임을 부담하기로 정하였다면, 그 약정에 따른 책임이 문제 된다. 이 사건의 신의칙상 고지의무 판단과 계약에서 별도로 정한 진술·보장 책임은 구별해야 한다.
관련법령
- 민법 제2조 제1항: 거래관계에서 신의칙상 고지의무를 인정하는 근거이다.
- 민법 제110조 제1항: 사기에 의한 의사표시의 취소를 규정한다.
- 민법 제109조 제1항: 법률행위 내용의 중요 부분에 관한 착오를 이유로 하는 취소를 규정한다.
- 민법 제141조 본문, 제741조: 취소의 소급효와 그에 따른 매매대금의 부당이득반환 문제에 관련된다.
- 민법 제750조: 기망행위 등을 이유로 한 불법행위 손해배상청구의 근거이다.
사실관계
가. 해외 개발사업의 대출채권 매매
시행사는 필리핀 수빅만 지역 토지의 임차권을 확보하여 아파트와 상가를 건축·분양하는 사업을 추진하였다. 한일건설은 시공사 겸 채무인수인으로, 하나은행은 대주로 참여하였다.
하나은행은 2008. 4. 23. 시행사에 사업자금 292억 5,000만 원을 대출하였다.
원고는 삼일회계법인과 안진회계법인의 실사를 거쳐 2011. 6. 29. 하나은행으로부터 미상환 원금 29,249,521,914원의 대출채권, 가지급금 및 담보권 등 관련 자산을 6,537,341,413원에 매수하고 대금을 지급하였다.
나. 실사보고서에 드러난 사업 위험
매매계약 체결 전 은행은 토지 임대차계약서와 임차권양도계약서 등을 매수인 및 회계법인들에 제공하였다. 임대차계약서에는 의무 위반 시 임대인이 계약을 조기에 해지하거나 취소할 수 있다는 내용이 있었다.
회계법인들의 실사보고서에는 다음 사정도 기재되어 있었다.
- 시행사의 채무불이행과 공사비 미지급 등으로 2010년 5월경부터 장기간 공사가 중단되어 있었다.
- 시공사도 워크아웃 상태여서 사업권을 인수할 의향이 없었다.
- 사업을 계속하려면 500억 원 내지 520억 원의 추가 자금이 필요하였다.
- 시행사는 완전 자본잠식 상태이고, 추가 자금지원 없이는 사업을 진행하기 어려웠다.
법원은 원고가 이러한 위험을 파악하면서도 신규자금을 투입하여 사업을 계속하고, 그 수익으로 대출채권을 회수하려는 의도에서 매매계약을 체결한 것으로 보았다.
다. 매수인의 취소 및 손해배상 주장
원고는 은행이 임차권 박탈 위험 등을 알리지 않았고, 실제 공정률이 약 19%대인데도 약 26%라고 잘못 알려주었다고 주장하였다.
원고가 청구한 금액은 매매대금 전액이 아니라, 그중 일부인 5억 원과 지연손해금이었다.
| 청구 | 법적 근거 |
|---|
| 제1 주위적 청구 | 기망에 의한 계약취소에 따른 부당이득반환 |
| 제2 주위적 청구 | 중요 부분의 착오에 의한 계약취소에 따른 부당이득반환 |
| 예비적 청구 | 기망행위를 이유로 한 불법행위 손해배상 |
법리
가. 중요한 정보라도 매수인이 이미 알고 있었다면 고지의무 위반이 부정될 수 있다
계약의 효력이나 상대방의 권리 확보에 위험을 가져올 구체적 사정이 있고, 이를 알았다면 상대방이 계약을 체결하지 않거나 같은 조건으로 체결하지 않았을 것이 명백한 경우에는 신의칙상 고지의무가 인정된다.
다만 상대방이 그 사실을 이미 알고 있거나 스스로 확인할 의무가 있는 경우, 거래 관행상 당연히 알고 있을 것으로 예상되는 경우 등에는 별도로 알리지 않았다는 이유만으로 고지의무 위반이 성립하지 않는다.
이 사건에서는 임차권 박탈 위험의 중요성뿐 아니라, 매수인이 계약서와 실사보고서를 통해 그 위험을 이미 파악하고 있었는지가 핵심이었다.
나. 일반적인 위험 경고와 새로 발생한 구체적인 위험을 구별하였다
원고가 제시한 현지 관리청의 2011. 6. 9.자 문서는 시행사가 약정한 의무를 이행하지 않으면 임차권 양도승인 취소 등의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는 경고였다.
법원은 이를 기존 임대차계약상의 의무와 불이행 효과를 다시 강조한 것으로 보았다. 그 문서만으로 원고가 이미 인식한 것 이상의 새로운 임차권 박탈 위험이 발생했다고 단정하지 않았다. 은행이 해당 문서와 그 문서에 언급된 이행증서의 존재를 알고 있었다는 증거도 없었다.
은행이 시공사에 보낸 2011. 6. 24.자 문서에 임차권 박탈 가능성이 언급된 점도 마찬가지였다. 법원은 공사현장 직원의 철수를 막기 위해 위험을 강조한 사정을 고려하였고, 새로운 위험 원인이나 구체적인 실현 가능성을 은행이 알고 있었다고 인정하지 않았다.
다. 자료 제공을 넘어 위험을 직접 조사·탐지할 의무까지 인정하지 않았다
은행은 임차권 관련 계약서를 제공하여 매수인이 위험요소를 검토할 기회를 부여하였다.
대법원은 이 사건의 계약 내용과 실사 경위에 비추어, 은행이 현지 관리청과 시행사 사이의 별도 의무이행약정 체결 여부, 그 내용과 이행 가능성까지 직접 조사하여 매수인에게 알려야 할 의무를 부담한다고 보지 않았다.
이는 이 사건에서 인정된 고지의무의 범위에 관한 판단이다. 실사를 실시했다는 사실만으로 모든 거래에서 매도인의 고지의무가 소멸한다는 의미는 아니다.
라. 공정률 차이만으로 은행의 기망행위나 가격 왜곡을 인정하지 않았다
환송 후 법원은 회계법인들의 실사보고서에 공정률이 각각 약 26%, 26.2%로 기재된 사실을 확인하였다. 다른 자료에는 감리업체 평가 19.48%, 관할 관청 평가 19%, 감리 승인을 받은 누적 기성률 19.63%가 나타나 있었다.
그러나 이러한 차이만으로 은행이 공정률을 허위로 알려주었다고 인정하지 않았다. 회계법인들은 은행 자료 외에도 시행사·시공사 등에 대한 인터뷰와 독자적인 자료 수집을 통해 실사를 진행하였다.
또한 채권가치는 사업을 계속하여 회수할 수 있는 금액의 현재가치를 중심으로 평가되었다. 공정률이 채권가치 평가에 결정적이었다거나, 공정률 1% 차이가 곧바로 원고 주장과 같은 매매가격 차이로 이어진다는 점도 증명되지 않았다.
마. 착오의 존재와 계약 체결에 미친 결정적 영향을 모두 증명해야 한다
환송 후 법원은 원고가 사업 위험을 이미 파악한 상태에서 계약하였으므로, 임차권 박탈 가능성에 관한 착오가 있었다고 인정하기 어렵다고 보았다.
공정률 26%를 전제로 매매대금에 합의하였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이를 동기의 착오로 보았다. 동기의 착오를 이유로 취소하려면 그 동기가 상대방에게 표시되어 의사표시의 해석상 계약 내용으로 편입되었고, 착오가 중요한 부분에 관한 것임이 인정되어야 한다.
법원은 이러한 요건과 함께, 원고가 실제 공정률을 알았다면 계약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점도 증명되지 않았다고 판단하였다.
바. 계약 후 위험이 현실화되었다는 주장만으로 계약 당시의 기망이 증명되지는 않는다
원고는 환송 후 심리에서 2014. 5. 22. 실제로 임차권이 박탈되었다고 주장하였다.
법원은 설령 그때 임차권이 박탈되었더라도, 약 2년 11개월 전 체결된 매매계약 당시 은행이 원고를 기망하였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 판단하였다.
계약 후 발생한 결과와 계약 당시 매도인의 인식·설명 내용은 구별하여 판단해야 한다는 취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