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당판결
대법원 2014. 11. 27. 선고 2013다49794 판결〔부당이득금반환〕
피고의 상고를 기각하였다. 착오 취소를 인정하여 피고에게 원고들에 대한 합계 6,881,700,000원과 지연손해금의 지급을 명한 원심판결이 확정되었다.
하급심
가. 항소심
원고 미래에셋증권의 중대한 과실을 인정하면서도 피고의 착오 인식·이용을 이유로 취소를 허용하였다. 피고의 항소를 기각하되, 항소심에서 이루어진 청구감축을 반영하여 반환금액을 정리하였다.
나. 제1심
원고들의 청구를 일부 인용하였다. 아래에서는 항소심에서 수정된 거래 범위와 최종 확정된 반환금액을 기준으로 설명한다.
관련판례
가. 중대한 과실이 있어도 상대방이 착오를 알고 이용한 경우
이 사건 대법원 판결이 인용한 선행판결이다. 중대한 과실을 이유로 취소를 제한하는 규정은 상대방을 보호하기 위한 것이므로, 상대방이 착오를 알고 이용하였다면 그 보호를 받을 수 없다는 법리와 관련된다.
나. 이례적인 가격만으로 착오 이용을 단정할 수 없다는 후속 판결
한맥투자증권의 코스피200 옵션 거래에 관한 사건이다. 이 사건의 법리를 유지하면서도, 시장가격과 다른 호가라는 사정만으로 착오 이용을 단정할 수 없고 거래방식과 호가 제출의 선후 등을 종합하여야 한다고 판단하였다.
미국 달러 선물스프레드를 거래한 이 사건과 코스피200 옵션을 거래한 후속 사건은 거래상품과 주문 경위가 다르다.
관련법령
가. 착오 취소와 불공정한 법률행위
나. 취소에 따른 반환관계
다. 판결이 검토한 당시 거래소 규정
- 한국거래소 파생상품시장 업무규정(2009. 12. 29. 규정 제567호로 개정된 것) 제70조, 제81조
- 당시 한국거래소 파생상품시장 업무규정 시행세칙 제60조, 제77조
- 한국거래소 파생상품시장 업무규정(2011. 12. 28. 규정 제800호로 개정된 것) 제81조의2
마지막 규정은 사건 발생 후 도입된 착오거래 구제제도에 관한 것이다. 법원은 당시의 업무규정과 별도 구제제도가 민법상 착오 취소의 적용을 배제하는지 검토하였다.
사실관계
가. 거래대상은 미국 달러 선물의 ‘결제월 간 가격 차이’였다
정확한 거래대상은 ‘2010년 2월~3월 미국 달러 선물스프레드’이다.
미국 달러 선물은 장래 정해진 시점에 미국 달러를 약정한 가격으로 거래하는 선물계약이다. 이 사건의 선물스프레드는 그중 만기가 다른 두 선물을 동시에 반대 방향으로 매매하여 두 가격의 차이를 거래하는 방식이다.
즉, 이 사건의 매수주문은 2월물과 3월물 달러 선물 사이의 가격 차이를 일정한 수준으로 정하여 거래하려는 주문이다. 콜옵션처럼 일정한 가격에 자산을 살 수 있는 권리를 매수하고 옵션 프리미엄을 지급하는 구조가 아니다. 선물거래의 특징과 유형
나. 0.80원은 달러 환율이나 옵션 프리미엄이 아니라 두 선물의 가격 차이이다
문제가 된 0.80원은 달러 자체의 가격이 아니라, 달러 1단위당 3월물과 2월물의 선물가격 차이를 뜻한다.
따라서 가격 차이 0.80원으로 스프레드 1계약을 거래하면, 거래단위 10,000달러에 대응하는 차액은 다음과 같다.
이 금액은 두 만기의 선물가격 차이에 대응하는 금액이며, 달러 원금 전체나 옵션 프리미엄을 의미하지 않는다.
‘80원’이라는 숫자가 작아 보여도, 계약당 10,000달러의 거래단위와 수천 계약의 수량이 결합되어 수십억 원의 차이가 발생한 사건이다.
다. 은행의 위탁주문 중 일부를 처리하다가 소수점을 빠뜨렸다
한 은행은 미래에셋증권에 2010. 2. 9. 개장 시 다음과 같이 해당 선물스프레드를 매수하도록 위탁하였다.
이 중 문제 된 것은 0.80원에 15,000계약을 매수하는 주문이었다.
미래에셋증권 직원은 개장 전 주문을 준비하면서 가격란에 0.80을 입력하려다가 소수점을 빠뜨려 80을 입력하였다. 전날 해당 스프레드의 종가는 0.90원이었고, 통상적인 가격변동도 크지 않았다.
따라서 이 사건은 환율 전망이나 투자판단이 빗나간 경우가 아니라, 정상적으로 결정한 주문가격을 전산에 잘못 표시한 경우이다.
라. 상대방 증권사는 최초 체결 후 80원의 호가를 확인하고 추가 매도하였다
피고는 항소심에서 동양증권, 대법원 공개 판결문에서 유안타증권으로 표시된 증권회사이다.
피고 직원은 개장 전에 1.1원의 매도주문을 제출하였다. 그런데 그 주문이 개장 직후 80원에 체결되자, 화면에 표시된 80원의 매수호가를 확인하였다.
이후 피고 직원은 가격을 80원, 수량을 300계약으로 정하여 추가 매도주문을 반복하였다.
이 추가 거래는 300계약씩 29회, 합계 8,700계약이다.
항소심과 대법원에서 문제 된 거래 범위는 이 8,700계약이다. 최초 체결분이나 원고의 전체 착오주문 15,000계약을 모두 동일하게 취소 대상으로 판단한 것은 아니다.
마. 익명거래였지만 착오를 알아차릴 수 있는 주문정보는 공개되었다
거래시스템에는 주문자의 이름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가격과 주문수량은 공개되었다. 피고는 누군가가 80원에 15,000계약을 매수하겠다는 주문을 냈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다.
피고 직원은 파생상품 거래 경험이 오래되었고, 해당 스프레드가 80원에 거래되는 것은 정상적인 상황에서 본 적이 없었다. 또한 평소 하루 1,000계약 이상 주문한 적이 없었는데 사건 당일에는 약 10,000계약을 주문하였다.
법원은 가격의 비정상성뿐 아니라 최초 체결 후 호가를 확인하고 단시간에 대량의 추가 주문을 반복한 행동을 함께 고려하여 착오의 인식·이용을 인정하였다.
바. 거래 청산과 보험금 지급 후 부당이득반환을 청구하였다
미래에셋증권은 매수한 8,700계약을 같은 날인 2010. 2. 9. 제3자에게 0.90원에 매도하였다.
현대해상화재보험은 보험계약에 따라 2010. 7. 19. 미래에셋증권에 50억 원의 보험금을 지급하였다. 이후 미래에셋증권과 현대해상은 피고를 상대로 부당이득반환을 청구하였다.
현대해상은 선물스프레드 거래당사자가 아니라, 보험금을 지급하고 미래에셋증권의 권리를 대위하여 청구한 보험회사이다.
사. 최종 반환금은 8,700계약의 거래금액에서 반환할 가액을 공제하여 산정하였다
최종 지급 상대방별 금액은 다음과 같다.
- 미래에셋증권: 2,375,284,000원
- 현대해상화재보험: 4,506,416,000원
현대해상이 지급한 보험금 50억 원과 항소심에서 최종 인정된 대위청구액은 서로 구분하여야 한다.
법리
가. 장내 파생상품 거래에도 원칙적으로 민법상 착오 취소가 적용된다
대법원은 거래소를 통하여 이루어지는 증권·파생상품 거래에도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민법 제109조가 적용된다고 판단하였다.
대규모·신속·익명 거래이므로 거래의 안전을 보호할 필요가 크다는 사정만으로 착오 취소를 전면적으로 배제할 수는 없다.
민법 제109조 자체가 중요부분의 착오, 중대한 과실에 따른 제한, 선의의 제3자 보호를 통하여 표의자 보호와 거래 안전을 조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나. 0.80원을 80원으로 입력한 것은 중요부분의 표시상 착오이다
원고 직원은 0.80원에 매수하기로 의사를 결정하였지만 실제로는 80원이라는 다른 가격을 표시하였다.
가격은 거래의 핵심 조건이고, 의도한 가격과 표시한 가격 사이에 100배의 차이가 있었다. 따라서 법률행위 내용의 중요부분에 관한 착오가 인정되었다.
이 사건은 장래 수익이나 환율에 관한 기대가 어긋난 동기의 착오가 아니라, 매수주문의 가격 자체를 잘못 표시한 착오이다.
다. 전문 증권사의 주문 확인 소홀은 중대한 과실로 인정되었다
항소심은 원고가 전문 금융투자업자라는 점, 담당 직원의 거래 경험, 개장 전 확인할 시간적 여유, 주문내용을 확인하면서도 오류를 발견하지 못한 점 및 착오주문 방지체계의 미비 등을 근거로 중대한 과실을 인정하였다.
따라서 이 사건은 단순 입력 실수이므로 중대한 과실이 없다고 판단한 사례가 아니다.
라. 상대방이 착오를 알고 이용했다면 중대한 과실에 따른 취소 제한이 적용되지 않는다
민법 제109조 제1항 단서는 표의자의 중대한 과실로 인한 착오라면 취소할 수 없다고 정한다. 그러나 그 취지는 거래 상대방의 정당한 이익과 신뢰를 보호하는 데 있다.
상대방이 착오를 알고 차익을 얻기 위하여 이를 이용하였다면 그러한 보호를 받을 수 없다.
이 사건에서는 피고가 최초 체결 후 비정상적인 호가를 확인하고, 그 가격에 맞추어 추가 주문을 반복한 것이 인정되었다. 이에 따라 원고의 중대한 과실에도 불구하고 취소가 허용되었다.
마. 주문자의 신원을 몰라도 착오의 인식·이용은 인정될 수 있다
익명거래라는 이유로 착오의 인식 가능성이 당연히 배제되는 것은 아니다.
주문자가 누구인지는 몰라도, 상품의 성격과 정상적인 가격 범위, 공개된 호가 및 거래 경위를 통하여 주문이 착오임을 알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가격이 이례적이라는 사실만으로 충분한 것은 아니다. 이 사건에서는 피고 직원의 경험, 가격 확인 이후의 행동, 반복 주문 및 거래량의 급증이 함께 판단 근거가 되었다.
바. 불공정한 법률행위의 무효 주장은 배척되었다
항소심은 원고가 0.80원에 매수하기로 한 의사결정 자체는 정상적이었다고 보았다. 잘못은 그 의사를 전산에 입력하는 과정에서 발생하였다.
따라서 이를 경솔한 의사결정에 따른 불공정한 법률행위로 보지 않고, 의사결정 이후 표시 과정에서 발생한 착오로 판단하였다.
사. 반환가액에 관한 대법원의 판단 범위는 제한적이다
피고는 상고심에서 스프레드의 객관적 가액을 다시 산정하고, 원고가 악의의 수익자로서 이자도 반환하여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대법원은 사실심에서 하지 않았던 새로운 주장이라는 이유로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따라서 이 판결을 근거로 모든 파생상품 취소 사건에서 반환가액이 실제 재매도 가격으로 확정된다고 일반화할 수는 없다.
실무적 유의점
가. 상품의 종류와 호가 단위를 먼저 특정해야 한다
이 사건은 미국 달러 선물의 결제월 간 스프레드 거래이다. 옵션 거래로 설명하거나 80원을 달러 환율 또는 옵션 프리미엄으로 설명하면 사실관계와 손해 규모를 잘못 이해하게 된다.
호가의 의미, 계약당 거래단위 및 계약 수량을 함께 제시하여야 거래금액과 반환금액을 정확히 설명할 수 있다.
나. 가격의 비정상성뿐 아니라 그 이후의 행동을 입증해야 한다
착오 이용 여부를 판단하려면 최초 주문과 체결, 비정상적인 가격을 확인한 시점, 이후 주문가격·수량의 변경 및 반복 주문을 시간순으로 분석해야 한다.
이 사건에서도 착오를 인식하기 전의 최초 체결과 그 이후의 추가 거래를 구분한 점이 중요하다.
다. 전문기관의 중대한 과실과 상대방의 착오 이용은 별개의 판단 단계이다
주문자의 중대한 과실이 인정되더라도 상대방이 그 착오를 알고 이용했는지를 추가로 살펴야 한다. 반대로 비정상적으로 유리한 거래라는 사정만으로 상대방의 착오 이용을 단정해서도 안 된다.
라. 옵션 관련 선행·후속 사건과 거래방식을 구별해야 한다
항소심은 피고가 제시한 주가지수옵션 관련 하급심 사례가 단일가격에 의한 거래에 관한 것이어서, 이 사건의 복수가격에 의한 선물스프레드 거래에 그대로 적용할 수 없다고 보았다.
이는 옵션에는 착오 취소가 불가능하고 선물스프레드에는 가능하다는 구분이 아니다. 구체적인 거래방식과 주문 경위에 따라 거래 안전 및 착오 이용 여부를 판단해야 한다는 의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