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복권사이트의 프로그램 오류를 이용한 가상현금 취득과 컴퓨터등사용사기죄

핵심 결론 프로그램 오류를 알면서 이를 적극적으로 이용하여 부당한 재산상 이익을 취득하면, 정상적인 화면과 명령을 사용했더라도 컴퓨터등사용사기죄의 ‘부정한 명령의 입력’에 해당할 수 있다.
이 자료는 서권식 변호사가 실무를 처리하면서 참조한 판례를 바탕으로, 실무상 유의할 점에 주안점을 두고 법리적 쟁점을 정리한 것입니다. 본문의 판례는 국가법령정보센터에 원문이 실려 있으면 그 원문으로 연결됩니다. 공개되지 않은 하급심·환송심 판결은 판결문을 직접 확보하여 정리합니다.
주요 판례·법령 2011도4440, 2008도128

해당판례

대법원 2013. 11. 14. 선고 2011도4440 판결
사건명: 컴퓨터 등 사용 사기.
대법원은 정상적인 이용절차를 따랐다는 이유로 무죄를 유지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서울남부지방법원 합의부에 환송하였다.
하급심
제1심은 서울남부지방법원 2010. 12. 16. 선고 2010고단2814 판결이고, 환송 전 원심은 서울남부지방법원 2011. 4. 1. 선고 2010노2262 판결이다.
제1심은 무죄를 선고하였고, 환송 전 원심도 이를 유지하였다. 피고인이 사이트에서 허용하는 은행환불명령과 복권구매명령을 입력하였을 뿐이므로, 프로그램 오류를 이용했더라도 ‘허위의 정보 입력’이나 ‘부정한 명령 입력’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보았다.
대법원은 명령의 외형이나 프로그램상 실행 가능성만으로 판단해서는 안 된다고 보았다. 피고인이 오류 발생 조건을 일부러 만들고 구매명령을 입력하여 부당한 입금을 발생시켰다면, 시스템의 사무처리 목적에 반하는 ‘부정한 명령의 입력’에 해당한다고 판단하였다.
환송심인 서울남부지방법원 2014. 4. 10. 선고 2013노1964 판결에서는 검사가 공소사실을 ‘허위의 정보를 입력’한 행위에서 ‘부정한 명령을 입력’한 행위로 변경하였다.
환송심은 공소장 변경을 이유로 제1심판결을 파기한 뒤, 변경된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하여 벌금 500만 원을 선고하였다. 벌금 미납 시 5만 원을 1일로 환산한 노역장 유치와 벌금 상당액의 가납도 명하였다.
양형에서는 피고인에게 기소유예 처분 외에 처벌받은 전력이 없고, 피해회사와 합의하여 피해회사가 선처를 구한 사정 등을 고려하였다.

관련판례

대법원 2010. 9. 9. 선고 2008도128 판결
대상판결과 환송심이 직접 인용한 선례이다. ‘부정한 명령의 입력’은 해당 시스템에 예정된 사무처리 목적에 비추어 지시해서는 안 되는 명령을 입력하는 것을 의미한다는 판단 기준을 제시하였다.
대상판결은 이 기준을 프로그램 오류의 적극적 이용에 적용하였다. 프로그램을 직접 변조하지 않았고 명령 자체가 화면에서 제공되더라도, 의도적으로 부당한 재산처리를 발생시키는 경우에는 구성요건에 해당할 수 있다고 구체화하였다.

관련법령

  • 형법 제347조의2 컴퓨터 등 정보처리장치에 허위의 정보나 부정한 명령을 입력하거나 권한 없이 정보를 입력·변경하여 재산상 이익을 취득하는 행위를 처벌한다. 대상판결은 그중 ‘부정한 명령의 입력’을 적용하였다.
  • 형사소송법 제298조 제1항 공소사실의 동일성을 해치지 않는 범위에서 공소사실이나 적용법조를 변경할 수 있도록 하는 규정이다. 환송심에서는 같은 오류 이용행위에 관하여 입력행위의 법적 유형을 변경하였다.
  • 형사소송법 제364조 제2항 판결에 영향을 미친 사유에 대한 항소심의 직권심판 근거이다. 환송심은 공소장 변경으로 심판대상이 달라졌다는 이유로 제1심판결을 파기하였다.
  • 형사소송법 제334조 제1항 벌금 등에 상당하는 금액의 가납을 명할 수 있도록 하는 규정이다. 환송심의 벌금 가납명령에 적용되었다.

사실관계

피고인은 피해회사인 엔젤로또 주식회사가 운영하는 인터넷 복권사이트의 이용자였다. 자신의 아이디와 비밀번호로 로그인하여 사이트 내부 가상계좌를 이용하고 있었다.
이 사이트에는 일정한 조건에서 복권 구매명령을 입력하면 구매요청금과 같은 액수의 가상현금이 오히려 이용자 계정에 입금되는 프로그램 오류가 있었다. 판결에서 말하는 가상현금은 사이트 내부에서 복권 구매나 은행계좌 환불에 사용할 수 있는 금액이다.
피고인은 가상계좌 잔액이 1,000원 이하일 때 위 오류가 발생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이후 은행환불명령으로 잔액을 1,000원 이하로 낮추고 다시 복권 구매명령을 입력하는 방식으로 오류를 반복하여 이용하였다.
환송심은 피고인이 2009. 1. 4.부터 같은 해 3. 6.까지 프로그램 오류를 총 45,926회 유발하여 가상계좌에 합계 18,123,800원이 입금되게 하였다고 인정하였다.
피고인은 그중 9,828,650원을 자신의 기업은행 계좌로 환불받았고, 나머지 8,295,150원은 복권 구매에 사용하였다. 환송심은 현금으로 환불받은 부분뿐 아니라 복권 구매에 사용한 부분까지 합한 18,123,800원 전액을 취득한 재산상 이익으로 인정하였다.
피고인은 오류를 이용하여 부당한 이득을 취한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사이트가 제공한 명령을 이용했으므로 컴퓨터에 부정한 명령을 입력한 것은 아니라고 다투었다.

법리

부정한 명령의 판단 기준
일반적인 판단 기준
‘부정한 명령’인지는 시스템이 기술적으로 그 명령을 받아들이는지에 따라 결정되지 않는다. 해당 시스템이 수행하도록 예정된 사무의 목적에 비추어 허용되는 명령인지를 판단해야 한다.
프로그램을 구성하는 명령을 직접 변경·삭제하는 경우뿐 아니라, 프로그램 자체의 오류를 적극적으로 이용하여 정당하지 않은 사무처리를 일으키는 행위도 특별한 사정이 없으면 포함된다.
해당 사건에 대한 적용
피고인은 복권을 정상적으로 구매하려는 과정에서 우연히 이익을 얻은 것이 아니었다. 오류 발생 조건을 알고 잔액을 의도적으로 조절한 뒤 구매명령을 반복하여 가상현금이 입금되도록 하였다.
따라서 외형은 복권구매명령이지만, 실제로는 시스템의 정상적인 재산처리 목적에 반하는 입금을 유발한 행위라고 판단하였다.
허위 정보와 부정한 명령의 구별
일반적인 판단 기준
형법 제347조의2는 ‘허위의 정보 입력’과 ‘부정한 명령 입력’을 구별하여 규정한다. 입력한 정보가 허위가 아니더라도 부정한 명령을 통한 정보처리로 재산상 이익을 취득하면 범죄가 성립할 수 있다.
해당 사건에 대한 적용
대법원은 피고인의 행위가 허위 정보 입력에 해당하지 않더라도 부정한 명령 입력에는 해당한다고 판단하였다.
환송심에서는 검사가 이를 반영하여 공소사실을 변경하였고, 법원은 부정한 명령 입력에 의한 컴퓨터등사용사기죄를 인정하였다.
오류의 인식과 적극적인 이용
일반적인 판단 기준
시스템 오류로 이익이 발생했다는 사실만으로 범죄가 성립하는 것은 아니다. 오류를 인식하고 부당한 이익을 얻을 의도로 이를 적극적으로 이용하였는지가 중요하다.
해당 사건에 대한 적용
피고인은 잔액 1,000원 이하라는 조건을 의도적으로 만들고 같은 명령을 반복하였다. 오류 발생 횟수, 은행계좌로의 환불 및 복권 구매에 사용한 경위는 부당한 이익 취득 의도를 뒷받침하였다.
재산상 이익의 범위
일반적인 판단 기준
취득한 이익이 반드시 현금 인출액에 한정되는 것은 아니다. 해당 계정의 금액이 어떤 경제적 기능을 가지고 실제로 이용될 수 있는지를 살펴야 한다.
해당 사건에 대한 적용
이 사건 가상현금은 은행계좌로 환불받거나 복권을 구매하는 데 사용할 수 있었다. 환송심은 실제 현금 환불액과 복권 구매 사용액을 모두 재산상 이익에 포함하였다.

실무적 유의점

  • 정상적인 로그인과 화면 조작만으로 이루어진 행위라도 오류를 의도적으로 이용하였다면 형사책임이 문제될 수 있다. 프로그램 해킹이나 소스코드 변조가 반드시 필요한 것은 아니다.
  • 오류의 존재, 이용자의 오류 인식 시점, 오류 조건을 의도적으로 만든 행위와 반복 이용을 구별하여 입증해야 한다.
  • 서버 로그, 오류코드, 거래 전후 잔액, 구매·환불 기록과 실제 은행계좌 입금내역을 연결하여 부당한 이익의 발생 경로를 밝혀야 한다.
  • 피해금액을 산정할 때에는 현금 환불액과 서비스 구매 사용액을 확인하고, 같은 금액을 중복 계산하지 않아야 한다.
  • ‘허위 정보’와 ‘부정한 명령’ 중 어떤 유형에 해당하는지 공소사실과 증거를 구체적으로 대응시켜야 한다. 이 사건 환송심에서는 그 구별이 공소장 변경으로 반영되었다.
  • 피해회사의 프로그램 오류와 이용자의 고의적인 이용은 함께 존재할 수 있다. 시스템의 결함이 있다는 사정만으로 이용행위의 정당성이 인정되지는 않는다.
  • 피해 회복과 합의는 양형에 영향을 줄 수 있지만 범죄 성립과는 구별된다. 환송심도 합의를 고려하면서 유죄와 벌금형을 선고하였다.
이 글이 다룬 조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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