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당판례
대법원은 피고 1 회사에 관한 원심판결 중 다음 두 부분을 파기환송하였다.
- 원고가 패소한 노래반주기·노래반주기용 DVD 타이틀 제조에 따른 저작재산권 침해 손해배상청구 부분.
- 피고 1 회사가 패소한 저작인격권 침해 손해배상청구 부분.
나머지 상고와 부대상고는 모두 기각하였다. 저작재산권에 관해서는 원고에게 유리하게, 미리듣기에 관한 동일성유지권 판단에서는 피고 1 회사에게 유리하게 원심을 바로잡은 판결이다.
하급심
원심은 피고 1 회사가 신탁관리단체로부터 받은 이용허락을 신탁 종료 후에도 원고에게 주장할 수 있다고 보아 노래반주기·DVD 타이틀 제조에 관한 원고의 청구를 배척하였다.
반면 인터넷상 이용에 관해서는 저작재산권 침해를 인정하고, 작곡가를 잘못 표시하거나 표시하지 않은 성명표시권 침해와 무허락 미리듣기에 따른 동일성유지권 침해를 인정하였다.
대법원은 신탁 종료 후 이용허락의 대항력과 미리듣기의 동일성유지권에 관한 판단을 파기하였다. 성명표시권 침해 판단은 정당하다고 보았지만, 원심이 두 저작인격권 침해의 위자료를 구분하지 않고 합계 50만 원으로 산정하여 해당 손해배상 부분 전체를 파기하였다.
관련판례
저작물 폐기로 인한 일반적 인격권 침해는 동일성유지권 침해 여부와 별도로 성립할 수 있다고 판단하였다. 이 사건과 함께 저작재산권, 저작인격권 및 일반적 인격권의 보호 범위를 구분하는 데 참고할 판례이다.
부대상고는 상고인의 상고이유서 제출기간 내에 제기하고 부대상고이유서도 제출하여야 한다는 법리이다. 이 사건에서 피고 3 회사의 부대상고이유서가 기간 경과 후 제출되어 부대상고가 기각된 근거로 인용되었다.
관련법령
저작권법 제46조: 저작물 이용허락과 허락받은 이용 방법·조건의 범위.
저작권법 제13조: 저작물의 내용·형식 및 제호에 관한 동일성유지권.
저작권법 제12조: 저작자의 성명표시권.
저작권법 제16조: 복제권.
저작권법 제18조: 공중송신권.
민법 제750조: 불법행위에 따른 손해배상책임.
민법 제763조: 불법행위 손해배상에 대한 과실상계 규정 등의 준용.
사실관계
원고는 음악저작물의 저작권을 한국음악저작권협회에 신탁하였다. 협회는 1998년과 2003년에 피고 1 회사에게 해당 음악저작물의 이용을 허락하였다.
이후 협회는 원고에게 신탁계약이 2004년 4월 6일자로 해지되었다고 통보하였다. 그러나 피고 1 회사는 종전의 이용허락을 근거로 음악저작물을 노래반주기와 노래반주기용 DVD 타이틀 제조에 계속 이용하였다.
인터넷상 이용도 문제되었다. 피고 1 회사는 약 30초 분량의 음원을 변경 없이 스트리밍으로 제공하는 무료 미리듣기 서비스를 운영하였다. 음악저작물을 이용하면서 원고가 아닌 사람을 작곡가로 표시하거나 작곡가를 표시하지 않은 경우도 있었다.
원고는 이러한 이용에 관하여 저작재산권과 저작인격권 침해에 따른 손해배상을 청구하였다. 인터넷상 녹음파일의 유통과 관련해서는 원고가 직접 노래연습장에서 녹음한 파일을 피고 1 회사의 사이트에 전송하였고, 그 파일이 다른 피고들의 사이트로 복제·전송된 사정도 인정되었다.
법리
가. 이용허락에 따른 이용권은 원칙적으로 채권적 권리이다
저작물 이용자가 이용허락계약으로 취득하는 이용권은 계약 상대방인 저작권자에 대하여 자신의 이용행위를 정당화할 수 있는 채권적 권리이다.
따라서 신탁 종료로 저작권이 원저작권자에게 이전되면, 원저작권자가 종전 이용허락을 승계하기로 약정한 등의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이용자는 종전 수탁자의 허락만으로 그 이후의 이용행위를 정당화할 수 없다.
이는 신탁 종료 전의 적법한 이용을 소급하여 침해로 바꾸는 법리가 아니다. 저작권 이전 후 새로 이루어지는 이용행위에 대한 대항력의 문제이다.
나. 무기한·정액제 이용허락만으로 승계 동의를 추정할 수 없다
이 사건 이용허락에 기간 제한이 없고 이용료가 정액제였다고 하더라도, 그것만으로 원고가 협회의 계약상 지위나 의무를 승계하였다고 볼 수 없다.
대법원은 원고가 그러한 조건을 모두 알면서 이의 없이 이용료를 받았다는 자료가 없고, 달리 승계 동의를 인정할 증거도 없다고 보았다. 이에 따라 종전 이용허락의 효력을 원고에게 주장할 수 있다고 본 원심을 파기하였다.
다. 부분적 이용이 언제나 동일성유지권 침해가 되는 것은 아니다
대법원은 다음 사정을 갖춘 부분적 이용은 동일성유지권을 침해하지 않는다고 판단하였다.
- 발췌하여 이용하는 부분 자체에 변경이 없을 것.
- 통상적인 저작물 이용방법에 따를 것.
- 수요자가 전체 중 일부를 이용한 것임을 쉽게 알 수 있을 것.
- 일부를 전체로 오인하거나 저작자의 사상·감정, 저작물의 내용·형식을 왜곡·오인할 우려가 없을 것.
이 사건 미리듣기는 음원의 약 30초를 그대로 재생하는 통상적인 샘플 제공 방식이었다. 이용자가 이를 곡 전체로 오인하거나 원고의 사상·감정이 왜곡될 우려가 없으므로 동일성유지권 침해가 아니라고 보았다.
참고한 주석서에 의하면, 이 판결은 부분적 이용이라는 사정만으로 동일성유지권 침해를 인정해서는 안 되고 이용 형태와 왜곡·오인 가능성을 개별적으로 판단해야 한다는 취지를 밝힌 것이다(저작권법 주석서, 제13조, 부분적 이용에 관한 해설 및 각주 44 참조).
라. 무허락 이용과 동일성유지권 침해는 별도로 판단한다
부분적 이용에 저작재산권자의 허락이 없더라도 위 요건을 갖추면 동일성유지권 침해는 성립하지 않는다.
그러나 이는 복제권·공중송신권 침해까지 부정한다는 의미가 아니다. 대법원은 피고 1 회사의 인터넷상 이용이 종전 이용허락 범위를 벗어났다는 원심판단을 유지하면서도, 미리듣기에 관한 동일성유지권 침해는 부정하였다.
마. 다른 침해행위와 손해배상 범위도 구분하였다
대법원은 작곡가의 잘못된 표시·누락에 관한 성명표시권 침해 판단을 유지하였다. 반면 노래반주기용 반주곡 제작 과정에서의 일부 선율 변경, 코러스·랩·의성어 삽입은 이 사건에서 일반적으로 통용되는 범위를 초과하지 않았다고 보아 동일성유지권 침해를 부정하였다.
또한 원고가 직접 녹음파일을 업로드하여 인터넷상 복제·전송이 이루어진 사정은 손해의 발생·확대에 관한 피해자 측 과실로 참작할 수 있다고 보았다. 원고의 청구 자체를 권리남용으로 배척한 것은 아니다.
피고 2 회사에 대해서는 단순한 중개자가 아니라 자신의 이름으로 음악저작물의 복제·전송을 포함한 서비스를 제공한 주체라는 원심판단을 유지하였다.
실무적 유의점
가. 장기 이용계약에는 권리이전 후의 이용관계를 정할 필요가 있다.
신탁관리단체의 이용허락을 받는 경우 계약기간뿐 아니라 신탁 종료, 관리곡 제외, 저작권 이전 시의 처리도 확인해야 한다. 정액제나 기간 제한 없는 허락만으로 원저작권자에 대한 대항력이 확보되는 것은 아니다.
나. ‘30초 미리듣기는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다’고 해석해서는 안 된다.
이 판결은 특정 시간 이하의 이용을 일률적으로 허용한 것이 아니다. 변경 없는 발췌와 왜곡·오인 가능성 등을 근거로 동일성유지권 침해를 부정하였을 뿐, 저작재산권에 관한 이용허락 필요성은 별도로 남는다.
다. 재산권 침해와 인격권 침해의 청구를 나누어 구성해야 한다.
복제·전송의 허락 여부, 저작자 표시, 내용·형식의 변경을 각각 검토해야 한다. 위자료도 성명표시권 침해와 동일성유지권 침해를 구분하여 주장·산정하면 일부 청구가 배척되는 경우의 판단 범위를 명확히 할 수 있다.
라. 권리자가 유통에 관여한 사정은 손해액 판단에서 중요하다.
권리자가 직접 파일을 업로드하였다는 사실만으로 모든 권리행사가 배제되는 것은 아니다. 다만 그 행위와 침해 결과의 발생·확대 사이의 관계는 손해배상액을 정할 때 고려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