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당 판결
대법원 1997. 10. 24. 선고 96다12276 판결은 퇴직금 청구 사건에서 가분채권의 일부청구와 전부 승소한 원고의 항소이익을 판단한 판결입니다. 대법원은 피고의 상고를 기각하고 상고비용을 피고가 부담하도록 하였습니다.
판결의 핵심 쟁점
이 판결에서는 다음 쟁점이 문제 되었습니다.
1. 전부 승소한 원고가 항소할 수 있는지 여부
2. 가분채권의 일부청구에서 명시적 일부청구와 묵시적 일부청구를 구별하는 기준
3. 명시적 일부청구가 아닌 경우 확정판결의 기판력이 잔부에 미치는지 여부
4. 잔부 청구를 위하여 전부 승소한 원고에게 예외적으로 항소의 이익을 인정할 수 있는지 여부
하급심
원심은 원고가 피고 회사에서 퇴직할 당시 퇴직금 청구를 하면서, 피고 회사와 소외 공사에서의 근무기간을 통산하여 퇴직금을 산정하여야 한다고 보아 원고의 청구를 받아들였습니다.
원고는 제1심에서 퇴직금 청구에 관하여 전부 승소하였으나, 제1심판결 직후 관련 대법원판결이 선고되자 피고 회사에서의 근무기간뿐 아니라 소외 공사에서의 근무기간까지 통산하여 퇴직금을 다시 산정한 금액을 항소심에서 청구하였습니다. 원심은 원고의 항소와 청구확장을 적법한 것으로 보아 이를 심리하였습니다. 대법원은 원심의 결론이 정당하다고 보아, 원고가 제1심에서 전부 승소한 퇴직금 청구에 대해서도 잔부 청구를 확장하기 위한 항소의 이익이 있다고 판단하였습니다.
관련판례
전부 승소판결과 항소의 이익
대법원은 상소가 자기에게 불이익한 재판의 취소·변경을 구하는 제도이므로, 전부 승소한 판결에 대해서는 원칙적으로 항소의 이익이 없다고 봅니다. 또한 재판이 당사자에게 불이익한지 여부는 원칙적으로 판결의 주문을 기준으로 판단합니다. 따라서 단순히 판결 이유에 불만이 있거나 항소심에서 더 유리한 판단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는 사정만으로는 항소의 이익이 인정되지 않습니다.
명시적 일부청구와 묵시적 일부청구
가분채권의 일부만을 청구하면서 나머지 부분을 유보하고 일부만 청구한다는 취지를 명시하지 않은 경우에는, 이를 명시적 일부청구가 아닌 묵시적 일부청구로 볼 수 있습니다. 이 경우 확정판결의 기판력이 청구하지 않은 잔부에까지 미치므로, 원고는 별도의 소송으로 잔부를 다시 청구할 수 없습니다.
반대로 일부청구임을 명시한 경우에는 확정판결의 기판력이 청구한 일부에 한정되고 잔부에는 미치지 않으므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잔부를 별소로 청구할 수 있습니다. 일부청구를 명시하려면 반드시 전체 채권액을 특정할 필요는 없지만, 청구한 금액이 전체 채권의 일부로서 우선 청구되는 것임을 잔부와 구별할 수 있을 정도로 표시하여야 합니다. 대법원 2010. 11. 11. 선고 2010두14534 판결
명시적 일부청구의 표시 방법
대법원은 일부청구를 명시하는 방법에 관하여, 전체 채권액과 잔부 금액을 정확히 계산하여 기재할 것까지 요구하지는 않습니다. 청구금액의 범위를 잔부청구와 구별하고, 전체 채권 중 일부를 우선 청구한다는 취지가 표시되어 심리 범위를 특정할 수 있으면 충분합니다.
이 판결은 96다12276 판결의 법리를 행정소송상 보상금 증액청구에 적용하였습니다. 대법원은 가분채권의 일부청구에서 일부청구임을 명시하지 않은 경우, 잔부에 대한 기판력 때문에 별소 청구가 불가능하므로 전부 승소한 원고에게 잔부 청구확장을 위한 항소의 이익이 인정된다고 재확인하였습니다.
다만 명시적 일부청구의 경우에는 잔부에 대한 별소가 가능하므로, 원칙적으로 잔부 청구확장을 위한 항소의 이익이 인정되지 않는다고 구별하였습니다. 또한 일부청구임을 명시하여 제소기간 내 소를 제기한 경우에는, 제소기간이 지난 후에도 일정한 범위에서 잔부를 별소로 청구할 수 있다면 항소이익이 부정될 수 있다고 판단하였습니다.
관련법령
민사소송법 제216조
민사소송법 제216조는 확정판결의 기판력 범위를 정하는 기본 규정입니다. 판결의 기판력은 원칙적으로 주문에 포함된 사항에 미치므로, 판결 주문상 전부 승소한 당사자는 통상 항소의 이익이 없습니다.
이 사건에서는 일부청구에 관한 확정판결의 기판력이 잔부에까지 미치는지가 문제 되었습니다. 대법원은 명시적 일부청구가 아닌 경우 잔부에도 기판력이 미친다고 보아, 별소 청구가 차단되는 불이익을 항소이익 인정의 근거로 삼았습니다. 다만 명시적 일부청구라면 기판력이 잔부에 미치지 않는다는 법리가 적용됩니다.
민사소송법 제262조
민사소송법 제262조는 청구의 변경에 관한 규정입니다. 항소심에서도 청구의 기초에 변경이 없고 소송절차를 현저히 지연시키지 않는 등의 요건을 갖추면 청구취지를 확장하거나 변경할 수 있습니다. 민일영 편집대표 ≪주석 민사소송법≫
이 사건 원고는 항소를 제기하면서 퇴직금 청구금액을 확장하였습니다. 대법원은 원고에게 항소의 이익이 있다고 인정한 다음, 항소심에서 이루어진 청구확장이 적법하다는 원심의 결론을 유지하였습니다. 다만 항소이익이 인정된다고 하여 청구확장이 언제나 허용되는 것은 아니고, 민사소송법상 청구변경 요건을 별도로 충족하여야 합니다.
민사소송법 제408조
민사소송법 제408조는 항소심 절차에 관하여 제1심 소송절차에 관한 규정을 준용하는 근거 규정입니다. 이에 따라 항소심에서의 청구변경이나 청구확장은 민사소송법 제262조 등 관련 요건을 충족하는 범위에서 허용됩니다.
사실관계
근로관계
원고는 소외 국제관광공사에서 근무하다가 퇴직한 후 피고 회사에 입사하였습니다. 피고 회사와 소외 공사는 별개의 법인이었지만, 피고 회사는 소외 공사의 일부 부서를 물적 기반으로 설립된 회사였고, 소외 공사가 피고 회사의 인사권과 경영권을 실질적으로 행사하고 있었습니다.
원고의 전출과 피고 회사로의 입사는 원고의 자의에 따른 것이 아니라 소외 공사의 경영방침에 따라 장래 소외 공사로 복귀할 것을 전제로 형식적으로 이루어진 것이었습니다. 대법원은 원고의 소외 공사와 피고 회사에서의 근로관계가 실질적으로 계속되었다고 보아, 퇴직금 산정 시 소외 공사 입사일부터의 근속기간을 통산하여야 한다고 판단하였습니다.
일부청구와 항소
원고는 제1심에서 피고 회사를 상대로 퇴직금과 지연손해금의 지급을 청구하였습니다. 제1심은 퇴직금 청구를 전부 인용하였고, 지연손해금 청구는 일부만 인용하였습니다.
제1심판결 당시에는 피고 회사에서의 근속기간만을 전제로 퇴직금이 산정되었습니다. 그런데 제1심판결 선고 직후, 소외 공사와 피고 회사 양쪽에서 근무한 다른 근로자의 퇴직금 산정에서 양 회사의 근무기간을 통산하여야 한다는 대법원판결이 선고되었습니다.
이에 원고는 항소를 제기하면서 소외 공사와 피고 회사에서의 근무기간을 모두 통산하여 산정한 퇴직금의 지급을 구하도록 청구를 확장하였습니다. 원고는 퇴직금 청구 부분에서는 제1심에서 전부 승소하였지만, 일부청구임을 명시하지 않았기 때문에 잔부를 별소로 청구할 수 없었고, 이러한 사정이 항소이익 인정의 근거가 되었습니다.
법리
전부 승소한 원고의 항소는 원칙적으로 불허
항소는 자기에게 불이익한 재판을 유리하게 변경하기 위한 절차입니다. 따라서 원고의 청구가 전부 인용된 경우, 원고는 원칙적으로 항소할 이익이 없습니다. 항소심에서 청구금액을 늘리고 싶다는 사정만으로 전부 승소한 원고에게 당연히 항소이익이 인정되는 것은 아닙니다.
예외적 항소이익의 인정
그러나 가분채권의 일부만 청구하였고, 그 일부가 전체 채권 중 일부라는 점을 명시하지 않았다면 예외가 인정됩니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습니다.
1. 확정판결의 기판력이 잔부에까지 미칩니다.
2. 잔부에 대한 별소 제기가 불가능해집니다.
3. 전부 승소한 원고가 항소할 수 없으면 잔부 청구의 기회를 영구히 상실합니다.
4. 이는 실질적으로 원고에게 불이익한 결과입니다.
5. 따라서 잔부 청구확장을 위한 항소의 이익을 예외적으로 인정하여야 합니다. 이것이 96다12276 판결의 핵심 법리입니다. 대법원 1997. 10. 24. 선고 96다12276 판결
2. 잔부에 대한 별소 제기가 불가능해집니다.
3. 전부 승소한 원고가 항소할 수 없으면 잔부 청구의 기회를 영구히 상실합니다.
4. 이는 실질적으로 원고에게 불이익한 결과입니다.
5. 따라서 잔부 청구확장을 위한 항소의 이익을 예외적으로 인정하여야 합니다. 이것이 96다12276 판결의 핵심 법리입니다. 대법원 1997. 10. 24. 선고 96다12276 판결
명시적 일부청구인 경우의 반대 결론
일부청구임을 명시한 경우에는 결론이 달라집니다. 명시적 일부청구에 대한 확정판결은 청구된 일부에만 기판력이 미치고, 청구하지 않은 잔부에는 기판력이 미치지 않습니다. 대법원 2004. 3. 26. 선고 2002다45178 판결
따라서 원고는 잔부에 관하여 별도의 소를 제기할 수 있습니다. 이 경우 전부 승소한 원고가 청구확장을 위하여 항소하지 않더라도 잔부 청구의 기회를 상실하지 않으므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항소의 이익이 인정되지 않습니다. 명시적 일부청구인지 여부는 소장, 준비서면, 청구취지의 기재뿐 아니라 사실심 변론종결시까지의 소송 경과를 종합하여 판단합니다. 대법원 2010. 11. 11. 선고 2010두14534 판결
이 사건에 대한 적용
원고는 제1심에서 퇴직금 청구에 관하여 전부 승소하였습니다. 따라서 원칙만 적용하면 원고의 항소는 항소이익이 없어 부적법합니다.
그러나 원고가 청구한 퇴직금이 전체 퇴직금채권 중 일부에 불과하다는 점을 명시하지 않았고, 확정판결이 이루어지면 잔부에 대하여 별소를 제기할 수 없게 됩니다. 따라서 항소를 허용하지 않으면 원고는 양 회사의 근속기간을 통산한 잔여 퇴직금을 청구할 기회를 상실하게 되므로, 대법원은 예외적으로 항소이익을 인정하였습니다. 대법원 1997. 10. 24. 선고 96다12276 판결
대법원은 원고가 제1심에서 일부 패소한 지연손해금 청구에 대해서는 당연히 항소이익이 있고, 퇴직금 청구에 대해서도 잔부 청구확장을 위한 항소이익이 있다고 보았습니다. 이에 따라 원고의 항소 및 항소심에서의 퇴직금 청구확장이 적법하다고 판단하였습니다.
실무상유의점
일부청구 여부를 소장에 명확히 표시해야 함
가분채권 중 일부만 청구할 경우에는 다음과 같이 일부청구임을 명확히 표시하는 것이 안전합니다.
전체 채권액은 ○○원이나, 그중 우선 ○○원만을 청구하고 나머지 금액은 유보합니다.
다만 전체 채권액을 정확히 특정하지 않더라도, 청구금액이 전체 채권 중 일부로서 우선 청구되는 것임을 밝히고 잔부와 구별하여 심리 범위를 특정할 수 있으면 명시적 일부청구로 인정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우선 일부금으로 청구한다”, “나머지 부분은 추후 청구한다” 또는 이에 준하는 표현을 소장이나 준비서면에 기재할 필요가 있습니다. 대법원 2004. 3. 26. 선고 2002다45178 판결
명시적 일부청구 여부는 소송 진행 중에도 판단됨
명시적 일부청구인지 여부는 소장 문구만으로 확정되는 것은 아닙니다. 소장과 준비서면의 기재, 청구취지의 변경 여부, 변론기일에서의 진술, 감정 신청 및 소송 진행 경과 등을 사실심 변론종결시까지 종합하여 판단합니다. 대법원 2017. 10. 26. 선고 2015다212923 판결
따라서 소장에 일부청구임을 명시하지 않았더라도, 이후 준비서면이나 법정 진술을 통해 잔부를 유보하고 일부만 우선 청구한다는 취지를 명확히 표시하면 명시적 일부청구로 평가될 수 있습니다.
명시적 일부청구와 항소이익의 관계
다음과 같이 구별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전부 승소한 원고가 항소할 수 있는지는 단순히 주문상 전부 승소했는지만이 아니라, 잔부 청구가 별소로 가능한지까지 함께 검토하여 판단하여야 합니다. 대법원 1997. 10. 24. 선고 96다12276 판결
항소장에 청구확장 의사를 명시해야 함
전부 승소한 원고가 96다12276 판결의 예외를 주장하려면, 항소장 또는 항소심의 청구취지 변경신청서에서 다음 사항을 구체적으로 밝혀야 합니다.
- 제1심에서 청구한 금액
- 전체 가분채권의 존재 및 잔부
- 제1심 청구가 명시적 일부청구가 아니었다는 사정
- 확정판결 후 잔부에 대한 별소가 불가능하다는 사정
- 항소심에서 추가로 청구하는 금액
단순히 “청구금액을 다시 산정해 달라”거나 “청구를 확장한다”고만 기재하면 항소이익과 청구확장의 범위가 불명확해질 수 있습니다.
항소이익과 청구확장 요건은 구별해야 함
96다12276 판결은 항소이익을 인정한 판결이지, 항소심에서의 청구확장을 무조건 허용한 판결은 아닙니다. 항소심에서 청구를 확장하려면 청구의 기초가 동일하고 소송절차를 현저히 지연시키지 않는 등 민사소송법 제262조의 요건도 충족하여야 합니다. 민일영 편집대표 ≪주석 민사소송법≫
따라서 다음 사항을 별도로 검토하여야 합니다.
- 확장된 청구가 기존 청구와 동일한 법률관계에 기초하는지
- 새로운 청구로 인해 심리가 현저히 지연되는지
- 항소심에서 충분한 심급의 이익이 보장되는지
- 청구확장의 시기가 적절한지
명시적 일부청구를 하였으면 별소 제기 가능성을 고려해야 함
명시적 일부청구를 한 원고는 잔부에 대한 별소 제기가 가능하므로, 잔부 청구를 항소심에서 확장하는 방식보다 별소 제기가 절차상 적절할 수 있습니다. 다만 별소 제기에는 소멸시효, 제소기간, 전속관할, 중복소송 및 소송경제상 문제가 따를 수 있으므로, 일부청구를 제기할 당시 잔부 청구의 절차와 기간을 함께 검토할 필요가 있습니다.
관련 판례의 적용범위를 주의해야 함
96다12276 판결은 가분채권의 일부청구에서 잔부에 기판력이 미치는 경우를 전제로 한 판결입니다. 반대채권의 존재나 액수에 기판력이 미치지 않는 동시이행판결 등에서는 잔부를 별소로 청구할 수 있는지 여부가 달라질 수 있으므로, 해당 판결의 법리를 모든 전부 승소판결에 일반화해서는 안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