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제약회사 PMS 연구비와 의사 접대의 배임수재죄 성립 여부

핵심 결론 의학적으로 필요한 PMS 연구를 실제 수행하고 적정 연구비를 받은 것은 무죄이나, 납품 유지 대가로 반복된 선물·골프접대를 받은 의사에게는 배임수재죄가 성립한다.
이 자료는 서권식 변호사가 실무를 처리하면서 참조한 판례를 바탕으로, 실무상 유의할 점에 주안점을 두고 법리적 쟁점을 정리한 것입니다. 본문의 판례는 국가법령정보센터에 원문이 실려 있으면 그 원문으로 연결됩니다. 공개되지 않은 하급심·환송심 판결은 판결문을 직접 확보하여 정리합니다.
주요 판례·법령 2010도10290, 2008도6987, 2010도7380, 2010도11784, 2005도10203

판결번호

대법원 2011. 8. 18. 선고 2010도10290 판결
사건명: 배임수재·뇌물공여·배임증재
원심: 서울고등법원 2010. 7. 16. 선고 2010노676 판결

관련판례

  • 대법원 2008. 12. 11. 선고 2008도6987 판결 배임수재죄의 ‘부정한 청탁’은 반드시 업무상배임에 이를 정도일 필요가 없고, 사회상규 또는 신의성실의 원칙에 반하는 내용이면 충분하다고 판시하였다.
  • 대법원 2010. 9. 9. 선고 2010도7380 판결 부정한 청탁의 의미와 그 판단에서 청탁의 내용, 대가의 액수와 형식 및 거래의 청렴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는 법리를 확인하였다.
  • 대법원 2011. 2. 24. 선고 2010도11784 판결 배임수재죄의 부정한 청탁은 명시적으로 이루어질 필요가 없으며 당사자 사이의 관계와 금품수수 경위 등으로 묵시적으로 인정될 수 있다고 판시하였다.
  • 대법원 2007. 7. 12. 선고 2005도10203 판결 배임수재죄의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는 대외적인 최종 결정권자에 한정되지 않고, 직접 또는 간접으로 사무처리에 관여하는 보조기관도 포함된다고 판시하였다.
  • 대법원 1996. 12. 6. 선고 96도144 판결 받은 이익이 단순한 사교적 의례에 해당하는지는 수재자와 증재자의 관계, 제공 동기와 경위, 횟수 등을 종합하여 판단해야 한다고 판시하였다.

관련법령

  • 형법 제357조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사람이 임무에 관하여 부정한 청탁을 받고 재물이나 재산상 이익을 취득한 경우 배임수재죄로 처벌한다. 부정한 청탁을 하면서 재물이나 재산상 이익을 제공한 사람에게는 배임증재죄가 성립한다.
  • 형사소송법 제325조 피고사건이 범죄로 되지 않거나 범죄사실의 증명이 없으면 무죄를 선고하도록 규정한다.

사실관계

대학병원 등의 의사들은 환자에게 사용할 조영제나 의료재료의 선정 및 계속 사용에 실질적인 영향력을 가지고 있었다.
제약회사 등은 의사들과 조영제에 관한 시판 후 조사, 이른바 PMS(Post Marketing Surveillance) 연구용역계약을 체결하였다. 의사들은 계약에 따라 환자에게 조영제를 투여한 후 유효성·안전성·이상반응 등에 관한 증례보고서를 작성하고 연구비를 지급받았다.
검사는 이 PMS 계약이 실제 연구를 위한 것이 아니라, 이미 사용한 조영제에 대한 대가 또는 앞으로도 해당 제약회사의 조영제를 계속 사용해 달라는 청탁의 수단이라고 보아 의사들을 배임수재죄로 기소하였다.
별도로 일부 의사는 제약회사와 의료재료 공급업체 관계자들로부터 명절 선물, 골프접대 및 회식비 지원 등을 여러 차례 제공받았다. 검사는 이러한 선물과 향응도 조영제·의료재료를 계속 사용하고 납품할 수 있도록 해달라는 부정한 청탁의 대가라고 보아 기소하였다.

핵심쟁점

첫째, 제약회사가 의사와 체결한 PMS 연구용역계약과 그에 따른 연구비가 실질적인 연구대가인지, 의약품 납품을 위한 리베이트인지가 문제 되었다.
둘째, 병원 의사가 조영제 등의 최종 구매계약 체결권자가 아니더라도 배임수재죄의 주체인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에 해당하는지가 문제 되었다.
셋째, 제약회사 등이 제공한 명절 선물·골프접대·회식비가 단순한 사교적 의례인지, 의약품의 계속 사용과 납품을 위한 부정한 청탁의 대가인지가 문제 되었다.
배임수재죄의 성립요건
배임수재죄가 성립하려면 다음 요건이 필요하다.
  • 행위자가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사람일 것
  • 그 임무에 관하여 부정한 청탁을 받을 것
  • 그 청탁과 관련하여 재물이나 재산상 이익을 취득할 것
  • 부정한 청탁과 이익 사이에 대가관계가 있을 것
단순히 거래관계에 있는 사람으로부터 금품이나 경제적 이익을 받았다는 사실만으로 곧바로 배임수재죄가 성립하지 않는다. 금품이나 이익의 수수에 ‘부정한 청탁’이 개재되어야 한다.
‘부정한 청탁’의 의미
부정한 청탁은 반드시 청탁받은 사람이 실제로 업무상배임을 저지르도록 요구하는 정도에 이를 필요가 없다.
청탁의 내용이 사회상규 또는 신의성실의 원칙에 반하고, 사적 거래관계의 공정성과 청렴성을 해치는 것이면 충분하다.
부정한 청탁인지는 다음 사정을 종합하여 판단한다.
  • 청탁의 구체적인 내용
  • 청탁과 금품 제공 사이의 관련성
  • 제공된 금품이나 이익의 액수
  • 현금·연구비·선물·접대 등 제공 형식
  • 제공 횟수와 계속성
  • 수재자와 증재자의 관계
  • 금품 제공 전후의 거래관계
  • 해당 거래에서 요구되는 공정성과 청렴성
청탁이 명시적인 말로 표현될 필요는 없다. 거래관계, 금품 제공의 경위와 시기 및 당사자의 행동 등에 따라 묵시적 청탁도 인정될 수 있다.
PMS 연구비의 판단 기준
PMS는 의약품의 시판 후 실제 임상현장에서 안전성과 유효성, 부작용 등을 조사하는 제도이다. PMS 계약이 존재하고 연구비가 지급되었다는 이유만으로 정당한 연구 또는 불법 리베이트라고 일률적으로 판단할 수 없다.
대법원은 PMS 연구비가 부정한 청탁의 대가인지 판단할 때 제약회사와 의사의 입장을 나누어 다음 사정을 검토해야 한다고 보았다.
제약회사 측 사정
  • 연구목적이 적정하고 실제 필요했는지
  • 조사할 증례 수가 연구목적에 부합하는지
  • 증례보고서의 내용이 연구목적에 적합한지
  • 조사기관과 의사의 선정방법이 적정한지
  • 연구결과의 신뢰성을 확보하기 위한 절차가 있었는지
  • 특정 의약품의 선택과 사용량에 영향을 주려는 의도가 있었는지
  • 연구 의뢰와 해당 의약품 판매 사이에 직접적인 관련이 있었는지
의사 측 사정
  • 의학적·임상적으로 연구할 필요가 있었는지
  • 실제로 계약에서 정한 연구를 수행했는지
  • 조사 방법과 연구과정이 적정했는지
  • 증례보고서와 연구결과가 충실하게 작성되었는지
  • 지급된 연구비가 수행한 연구의 내용과 업무량에 비추어 적정했는지
PMS 연구계약에 대한 판단
조영제는 짧은 시간에 다량이 인체에 주입되어 다른 의약품보다 이상반응의 발현 가능성이 높고, 시판허가 이후에도 다양한 체질과 위험요인을 가진 환자들에게 투여되므로 안전성과 부작용을 조사할 의학적 필요성이 있었다.
의사들도 임상에서 조영제의 유효성, 부작용 및 다른 약물과 병용할 때 발생하는 특이사항을 확인할 필요가 있었다.
이 사건 PMS 계약에서는 증례보고서가 실제로 작성되어 모두 수거되었다. 일부 의약품에서 확인된 부작용은 보건당국과 학계에 보고되기도 하였다.
연구비에 대해서는 소득세 등의 원천징수가 이루어졌고, 지급액도 당시 한국제약협회의 ‘보험용 의약품의 거래에 관한 공정경쟁규약’과 세부운용기준이 정한 범위 안에 있었다.
대법원은 이러한 사정을 종합하여 PMS 계약이 의학적 필요성에 따라 정당하게 체결되고 실제 수행되었다고 판단하였다.
따라서 PMS 계약과 연구비 지급이 조영제 납품에 관한 부정한 청탁 또는 그 대가 지급을 위한 수단이었다고 볼 수 없다는 원심 판단을 유지하였다.
의사가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인지 여부
배임수재죄의 주체인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는 타인과의 내부관계에서 신의성실의 원칙에 따라 그 사무를 성실하게 처리할 신임관계에 있는 사람을 의미한다.
반드시 대외적으로 계약을 체결하거나 최종 결정을 내릴 법적 권한이 있어야 하는 것은 아니다. 사무의 전부가 아니라 일부만 담당하는 사람이나 최종 결정권자를 보조하면서 직접·간접으로 의사결정에 관여하는 사람도 포함된다.
병원 의사가 조영제나 의료재료의 형식적인 구매계약 체결권자가 아니더라도, 어떤 제품을 사용할지 결정하고 그 계속 사용 여부에 실질적인 영향력을 행사한다면 병원의 의약품 선정·사용 사무를 처리하는 사람에 해당한다.
이 사건 의사는 조영제와 의료재료의 계속 사용 여부를 실질적으로 결정할 권한이 있었으므로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에 해당한다고 판단하였다.
명절 선물·골프접대 등의 판단
제약회사 등은 해당 의사와의 유대관계를 강화하고 병원에 조영제와 의료재료를 계속 납품하기 위해 여러 차례 명절 선물, 골프접대 및 회식비 등을 제공하였다.
의사가 받은 이익이 단순한 사교적 의례인지 여부는 한 번의 선물만을 따로 떼어 판단해서는 안 된다. 당사자의 거래관계, 제공 목적, 횟수, 계속성 및 의사가 납품 유지에 미칠 수 있는 영향력을 전체적으로 살펴야 한다.
이 사건에서는 다음 사정이 고려되었다.
  • 의사가 조영제 등의 계속 사용 여부를 실질적으로 결정할 수 있었다.
  • 선물과 접대가 일회성이 아니라 여러 차례 반복되었다.
  • 제공자는 병원에 해당 제품을 계속 납품할 경제적 이해관계가 있었다.
  • 제공 목적이 의사와의 유대 강화 및 계속적인 납품에 있었다.
  • 선물·골프접대·회식비가 통상적인 사교적 의례의 범위를 벗어났다.
대법원은 이를 의약품 등의 계속 사용과 납품을 위한 부정한 청탁의 대가로 판단하여 해당 의사에 대한 배임수재죄의 유죄 판단을 유지하였다.
무죄와 유죄의 구별 기준
이 판결은 제약회사로부터 경제적 이익을 받았다는 외형보다 그 이익에 상응하는 실질적인 업무가 있었는지를 중요하게 보았다.
PMS 연구비는 실제 연구의 필요성이 있었고, 연구가 계약대로 수행되었으며, 증례보고서와 연구결과가 작성되고 연구비도 적정하였다. 따라서 정당한 연구용역의 대가로 평가되었다.
반면 명절 선물과 골프접대 등은 이에 대응하는 독립적인 업무나 용역이 없었다. 의약품의 사용·납품을 결정할 수 있는 의사와의 관계를 강화하기 위해 반복적으로 제공되었으므로 부정한 청탁의 대가로 평가되었다.
결국 양자를 구분하는 핵심은 명목이 아니라 다음 사항이다.
  • 실제 업무나 연구가 존재했는지
  • 지급액이 업무에 상응하는지
  • 결과물이 실제 제출·활용되었는지
  • 지급과 의약품 판매 사이에 연계성이 있는지
  • 제공 목적이 연구 수행인지 납품 유지인지
  • 지급 방식과 횟수가 정상적인 거래관행에 부합하는지

결론

대법원은 검사의 상고와 유죄판결을 받은 의사의 상고를 모두 기각하였다.
이에 따라 실제적·의학적 필요에 따라 체결되고 정상적으로 수행된 PMS 연구계약에 따른 연구비 수수 부분은 배임수재죄가 성립하지 않는다는 판단이 유지되었다.
반면 의약품과 의료재료를 계속 사용·납품하도록 해달라는 취지에서 반복적으로 제공된 명절 선물·골프접대·회식비 수수 부분은 배임수재죄가 성립한다는 판단이 확정되었다.

판결의 의의

이 판결은 의약품 거래에서 정당한 연구용역비와 불법적인 리베이트를 구분하는 구체적인 판단 기준을 제시하였다.
PMS라는 형식을 갖추었다는 이유만으로 적법한 것은 아니지만, 제약회사의 판매 목적이 일부 존재한다는 이유만으로 곧바로 부정한 청탁의 대가가 되는 것도 아니다. 연구의 필요성·수행과정·결과물·연구비의 적정성을 실질적으로 심사해야 한다.
반면 병원 의사가 형식적인 구매계약권자는 아니더라도 제품 선정과 계속 사용에 실질적인 영향력을 가진다면 배임수재죄의 주체가 될 수 있다. 반복적인 선물과 접대는 거래의 목적과 관계에 따라 사교적 의례가 아니라 부정한 청탁의 대가로 평가될 수 있다.
이 글이 다룬 조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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