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당판결
대법원은 새로운 약정이 기존 채무를 소멸시키는 경개에 해당할 여지가 있는데도, 단순한 지급시기와 지급방법의 변경으로 보아 연대보증인들의 책임을 인정한 원심판결을 파기환송하였다.
확정 여부: 미확인. 파기환송 후의 심리 결과와 최종 확정 여부는 확인되지 않았다. 따라서 경개의 성립이나 연대보증책임의 소멸이 최종적으로 인정된 사례로 단정해서는 안 된다.
하급심
가. 제1심
울산지방법원 2009. 9. 3. 선고 2008가합4809 판결
원고가 패소 부분에 대하여 항소하였다.
나. 원심
부산고등법원 2010. 9. 30. 선고 2009나15602 판결
원심은 후속 약정이 경개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보아 다음과 같이 지급을 명하였다.
대법원에서는 개인 연대보증인 2명이 상고인이었고, 시행회사는 원심 공동피고로 표시되어 있다. 대법원이 파기한 것은 이들 상고인인 연대보증인들의 패소 부분이다.
관련판례
가. 대법원 2004. 4. 27. 선고 2003다69119 판결
대상판결이 경개의 의미에 관하여 인용한 판결이다. 경개는 기존 채무의 중요한 부분을 변경하여 기존 채무를 소멸시키고, 그와 동일성이 없는 새로운 채무를 성립시키는 계약이다.
나. 대법원 2001. 5. 29. 선고 99다55601, 55618 판결
원심이 투자 유치 과정에서의 기망 여부를 판단하면서 인용한 판결이다. 대상판결의 핵심인 경개 여부와는 구별되는 부수적 쟁점에 관한 참조판례이다.
관련법령
가. 민법 제500조 — 경개의 요건, 효과
당사자가 채무의 중요한 부분을 변경하는 계약을 체결하면 종전 채무는 경개로 소멸한다. 대상판결의 직접적인 판단 근거이다.
나. 민법 제428조 제1항 — 보증채무의 내용
보증인은 주채무자가 이행하지 않는 채무를 이행할 의무를 부담한다. 이 사건에서는 기존 주채무가 경개로 소멸하였는지가 종전 연대보증책임의 존속과 연결된다.
대상판결은 민법 제500조를 ‘구 민법’으로 표시하지 않았으므로, 그 표기에 따라 정리한다.
사실관계
가. 시행회사에 대한 자금 제공과 개인들의 연대보증
에이치케이씨건설 주식회사는 진해시 용원동 일원에서 공동주택건설사업을 추진하던 시행회사였다. 원고는 이 회사에 사업자금을 제공한 사람이고, 대법원에서 상고한 피고 2명은 그 채무를 연대보증한 개인들이다.
원고의 자금 제공은 두 차례로 나뉜다.
이 두 차례의 약정을 합하여 ‘제1약정’이라 한다. 실제 제공한 자금은 총 4억 원이지만, 개인들의 보증이 붙은 것은 1차 대여 부분이었다.
1차 대여 당시 원고는 피고 1 소유 토지에 채권최고액 3억 원의 근저당권도 설정받았다.
나. 근저당권을 말소하고 약속어음을 받았다가 다시 반환한 경위
원고는 2007. 12. 5.경 시행회사의 실제 사주로부터 액면금 4억 원, 지급기일 2008. 4. 30.인 약속어음을 받고 기존 근저당권을 말소해 주었다.
이후 원고는 아래의 제2약정을 체결하면서 그 약속어음도 실제 사주에게 반환하였다.
원고는 소송에서 그 어음에 피고 1이 배서하였다고 주장하였다. 대법원은 이를 확정된 사실로 단정하지 않고, 배서 여부와 어음을 반환한 이유를 추가로 심리할 필요가 있다고 보았다.
다. 기존 자금을 사업투자금으로 전환하는 제2약정
원고와 시행회사는 2008. 4. 11.경 기존에 제공한 4억 원을 사업운영비로 투자하기로 하는 새로운 약정을 체결하였다.
주요 내용은 다음과 같다.
원고는 이 약정에 따라 2008. 4. 18. 시행회사의 이사로 등재되었다. 다만 판결문에서 확인되는 것은 주식 5%를 받기로 한 약정이며, 실제 주식 취득까지 완료되었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라. 사업 중단과 1억 원 지급
시행회사는 벽산건설과 일정한 요건이 갖추어지면 PF대출에 관하여 지급보증 또는 채무인수를 제공받는 사업약정을 체결해 두었다.
그러나 부지 확보가 지연되었고, 벽산건설은 2008. 11. 28. 사업약정의 해지를 통보하였다. 토지매입 업무를 담당하던 업체도 업무를 중단·포기하여 사업은 중단된 상태에 이르렀다.
한편 원고는 2008. 9. 초순경 피고 2로부터 1억 원을 지급받았다. 원고의 설명에 따르면 피고 2가 자신의 다른 토지를 매도하기 위해 그 토지에 대한 원고의 가압류를 해제할 필요가 있어 지급한 돈이었다.
대법원은 이 지급이 종전 보증책임을 인정한 변제인지, 토지 처분을 위한 가압류 해제와 관련된 지급인지 그 경위를 살펴야 한다고 보았다.
마. 원고와 연대보증인들의 대립
원고는 제2약정이 제1약정의 지급시기 등을 변경한 것에 불과하므로 기존 대여금채무와 연대보증책임이 유지된다고 주장하였다.
이에 대하여 피고들은 제2약정으로 기존 채무를 소멸시키고 새로운 투자약정상 채무를 성립시켰으므로 경개에 해당한다고 주장하였다.
결국 핵심은 새로운 약정 이후에도 종전 대여관계가 동일성을 유지하는지, 아니면 기존 채무가 소멸하고 별개의 투자관계가 성립하였는지였다.
법리
가. 경개와 단순한 계약조건 변경의 구별은 당사자의 의사에 따라 판단한다
기존 채무와 관련하여 새로운 약정을 체결하였다고 해서 언제나 경개가 되는 것은 아니다.
기존 채무를 유지하면서 변제기나 변제방법만 변경할 수도 있고, 기존 채무를 소멸시키고 동일성이 없는 새로운 채무를 성립시킬 수도 있다.
당사자의 의사가 명확하지 않다면 다음 사정을 종합하여 해석해야 한다.
- 새로운 약정을 체결한 동기와 경위
- 약정으로 달성하려는 목적과 진정한 의사
- 급부 내용과 위험 부담의 변화
- 담보의 반환이나 유지 여부
- 약정 전후 당사자들의 행동
따라서 약정의 제목이나 ‘투자’, ‘대여’, ‘배당’이라는 표현만으로 결론을 정해서는 안 된다.
나. 제1약정은 소비대차와 사업이익 분배가 결합된 무명계약이다
원심은 제1약정에도 이익배당이라는 표현이 있다는 점에서 제1약정과 제2약정을 모두 원금이 보장되는 투자약정으로 보았다.
그러나 대법원은 제1약정의 내용을 다르게 평가하였다.
제1약정에서는 원고가 돈을 빌려주고, 시행회사는 실제 사업이익이 발생하는지와 관계없이 확정된 금액을 확정된 기한까지 지급하기로 하였다.
따라서 제1약정은 소비대차약정과 사업이익 분배약정이 혼합된 무명계약으로 보아야 하고, 실제 사업수익의 일정 비율을 배당받는 제2약정과 동일한 성격이라고 단정하기 어렵다.
다. 확정 수익에서 실제 사업수익 배당으로의 변경은 채무의 중요부분 변경이 될 수 있다
두 약정의 차이는 단순히 지급일이 늦춰진 데 있지 않았다.
대법원은 이러한 차이를 종합하면 제2약정이 기존 채무의 중요한 부분을 변경하여 그 동일성을 상실시키는 경개계약으로 볼 여지가 있다고 판단하였다.
다만 원금 우선 지급 조항도 존재하므로, 이를 원금 회수 가능성까지 전적으로 사업 성패에 맡긴 순수한 위험투자로 단정한 것은 아니다.
라. 담보를 포기할 이유가 없었다는 추측만으로 경개를 부정할 수 없다
원심은 원고가 자력이 충분하지 않은 시행회사만을 믿고 개인들의 보증을 포기했을 가능성이 낮다고 보았다.
그러나 원고는 제2약정 체결 무렵 실제 사주로부터 받은 약속어음을 반환하였다. 그 어음에 연대보증인인 피고 1의 배서까지 있었다면, 원고가 종전 채권의 담보를 포기하고 새로운 약정을 체결한 것으로 볼 여지가 있었다.
따라서 어음을 반환한 경위와 이유, 배서의 존재 여부를 심리하지 않은 채 종전 담보와 보증을 유지하려는 의사였다고 단정할 수 없다.
마. 일부 지급만으로 종전 채무와 보증책임의 존속을 단정할 수 없다
원심은 피고 2가 1억 원을 지급한 사실을 기존 관계가 유지되었다는 근거로 삼았다.
그러나 그 지급이 자신의 토지를 매도하기 위해 가압류를 해제받으려는 목적에서 이루어졌다면, 그것만으로 제2약정의 법적 성격을 확정하기 어렵다.
대법원의 취지는 일부 지급이라는 외형보다 지급의 원인과 목적을 확인해야 한다는 것이다. 가압류 해제를 위한 지급이라는 이유만으로 채무와 무관한 돈이라고 확정한 것도 아니다.
바. 회사의 원금 반환의무와 개인들의 종전 보증책임은 별개의 문제이다
시행회사가 제2약정에 따라 원금을 반환할 의무를 부담하는지와, 개인들이 제1약정에 따라 부담하던 보증책임이 계속되는지는 구별해야 한다.
제2약정이 경개라면 종전 주채무가 소멸하므로, 종전 채무에 대한 보증이 있다는 사정만으로 새롭게 성립한 채무까지 당연히 보증한다고 볼 수 없다.
따라서 제2약정에도 원금 우선 지급 조항이 있다는 이유만으로 기존 연대보증인들의 책임을 그대로 인정할 수는 없다. 이것이 이 사건에서 경개 여부를 정확하게 판단해야 하는 실무상 핵심이다.
사. 대법원은 경개 성립을 확정하지 않고 추가 심리를 명하였다
대법원은 다음 사항을 구체적으로 심리한 후 경개 여부를 판단하도록 하였다.
- 원고가 약속어음을 반환한 경위와 이유
- 약속어음에 피고 1이 배서하였는지
- 피고 2가 원고에게 1억 원을 지급한 이유
따라서 이 판결은 “대여금을 투자금으로 전환하면 보증책임이 소멸한다”는 일반명제를 선언한 판결이 아니다. 거래의 실질과 담보 처리 경위를 살피지 않은 채 단순한 변제조건 변경으로 판단해서는 안 된다는 취지의 파기환송 판결이다.
실무적 유의점
가. 투자 전환 시 기존 채무와 보증의 처리 내용을 명시해야 한다
대여금을 사업투자로 전환할 때에는 기존 채무를 유지하는지, 소멸시키는지와 함께 기존 보증이 새로운 채무에도 적용되는지를 구체적으로 정해야 한다.
기존 보증인에게 새로운 투자약정상 책임까지 부담시키려면 보증인의 의사와 보증 범위를 별도로 확인할 필요가 있다.
나. 확정금액 지급과 실제 수익 배당을 구분해야 한다
‘이익배당’이라는 명칭을 사용하더라도 실제 이익 발생과 관계없이 일정 금액을 지급하기로 했다면, 실제 수익을 전제로 한 배당약정과는 법적 성격이 달라질 수 있다.
약정서에는 원금 반환, 확정수익 지급, 실제 수익 배분을 구분하여 기재해야 한다.
다. 담보 반환과 일부 지급의 목적을 증거로 남겨야 한다
어음 반환이나 근저당권 말소가 단순한 담보 교체인지, 기존 채권관계의 종료를 의미하는지에 따라 결론이 달라질 수 있다.
일부 금원을 지급하는 경우에도 기존 채무의 변제인지, 가압류 해제를 위한 합의금인지, 다른 정산금인지 그 원인과 충당 대상을 문서에 표시하는 것이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