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법정지상권이 지료 연체로 소멸하면, 대항력 있는 임차인도 퇴거청구에 대항할 수 없다

핵심 결론 건물소유자의 법정지상권이 소멸하여 토지소유자가 건물철거를 청구할 수 있게 되면, 대항력 있는 임차인도 그 대항력만으로 퇴거를 거절할 수 없다. 지료 연체에 따른 지상권소멸청구의 효력은 임차인이나 전세권자의 동의가 없었다는 이유로 제한되지 않는다.
이 자료는 서권식 변호사가 실무를 처리하면서 참조한 판례를 바탕으로, 실무상 유의할 점에 주안점을 두고 법리적 쟁점을 정리한 것입니다. 본문의 판례와 법령은 국가법령정보센터에 원문이 실려 있으면 그 원문으로 연결됩니다. 국가법령정보센터로 연결되지 않는 판례·법령은 공개되지 않은 하급심·환송심 판결 등을 판결문과 원문을 직접 확보·확인하여 정리한 것입니다.
주요 판례·법령 2010다43801, 2006다14684

해당판결

대법원 2010. 8. 19. 선고 2010다43801 판결〔건물퇴거〕
확정 여부: 확정
대법원은 임차인인 피고들의 상고를 모두 기각하였다. 이에 따라 피고들에게 각 점유 부분에서 퇴거할 것을 명한 판결이 확정되었다.
하급심

가. 제1심

서울동부지방법원 2009. 12. 7. 선고 2009가단38392 판결
토지소유자인 원고의 청구를 받아들여 피고들에게 각 점유 부분에서 퇴거할 것을 명하였다.

나. 항소심

서울동부지방법원 2010. 5. 7. 선고 2010나554 판결
제1심판결의 이유를 일부 수정하여 인용하고, 피고들의 항소를 모두 기각하였다.

다. 대법원

건물의 존립을 위한 토지사용권이 소멸한 이상, 건물임차권의 대항력만으로 토지소유자의 퇴거청구에 대항할 수 없다고 판단하였다.
또한 지료 연체에 따른 지상권소멸청구는 전세권설정자가 임의로 지상권을 포기하는 행위와 다르므로, 임차인 등의 동의가 없었다는 사정도 결론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보았다.

관련판례

가. 전세권자의 동의 없이 법정지상권 취득 지위를 포기한 경우

대법원 2007. 8. 24. 선고 2006다14684 판결
전세권이 설정된 건물의 양수인이 법정지상권을 취득할 지위를 가지면서 전세권관계도 이전받은 경우, 전세권자의 동의 없이 그 지위를 소멸시켰더라도 건물 양수인과 토지소유자는 그 사유로 전세권자에게 대항할 수 없다고 판단하였다.
이 사건 피고들이 원용한 판례이다. 그러나 대법원은 임의적인 권리 포기와 지료 연체에 따른 소멸청구는 구별된다는 이유로 이 사건에 적용하기 어렵다고 보았다.

나. 지료 연체에 따른 지상권소멸청구의 요건

대법원 2001. 3. 13. 선고 99다17142 판결
법정지상권의 지료에 관한 협의나 법원의 결정이 있었다는 입증이 없다면, 지료를 지급하지 않았다는 사실만으로 지급지체를 인정하여 지상권 소멸을 청구할 수 없다고 판단하였다.
또한 토지양수인은 종전 소유자에 대한 연체기간을 합산하여 지상권 소멸을 주장할 수 없다고 보았다. 이 사건의 전제가 된 법정지상권 소멸 여부를 검토할 때 함께 살펴볼 판례이다.

관련법령

조문주요 내용 및 이 사건과의 관계
민법 제214조소유권에 기한 방해제거·방해예방청구권. 토지소유자가 건물점유자의 퇴거를 구하는 근거가 된다.
민법 제287조지상권자가 2년 이상의 지료를 지급하지 않은 경우 지상권설정자가 지상권의 소멸을 청구할 수 있도록 정한다.
민법 제304조건물전세권의 효력이 건물 소유를 위한 지상권·토지임차권에도 미치며, 전세권설정자의 임의적인 권리 소멸행위를 제한한다.
민법 제305조 제1항동일인 소유의 토지와 건물 중 건물에 전세권을 설정한 뒤 대지소유권이 특별승계된 경우의 법정지상권을 규정한다. 비교판례인 2006다14684 사건과 관련된다.
민법 제622조 제1항건물 소유를 목적으로 하는 토지임대차에서 지상건물의 등기에 따른 대항력을 규정한다. 건물임차인의 지위와 토지사용권자의 지위를 구별할 필요가 있다.
주택임대차보호법 제3조 제1항주택의 인도와 주민등록을 마친 임차인은 그 다음 날부터 제3자에 대한 대항력을 취득한다. 이 사건에서는 그 대항력의 상대방과 범위가 문제 되었다.

사실관계

가. 토지가 경매로 매각되면서 건물소유자는 법정지상권을 취득하였다

이 사건 건물의 소유자는 그 대지인 토지도 소유하고 있었다.
이후 토지가 임의경매절차에서 원고에게 매각되면서 토지와 건물의 소유자가 달라졌다. 원고는 토지소유자가 되었고, 종전 소유자는 건물을 계속 소유하면서 그 존립을 위한 법정지상권을 취득하였다.
따라서 토지가 매각된 당시에는 건물소유자에게 건물을 유지하면서 토지를 사용할 권리가 있었다.

나. 건물소유자는 판결로 확정된 지료를 24개월 이상 연체하였다

원고는 건물소유자를 상대로 여러 차례 지료청구소송을 제기하였다. 그 소송에서 지급해야 할 지료가 판결로 확정되었다.
그런데도 건물소유자는 지료 지급을 24개월 이상 연체하였다. 원고의 지상권소멸청구에 따라 건물소유자의 법정지상권은 소멸하였다.
건물소유자는 그 결과 원고에게 대항할 수 있는 토지사용권을 상실하였다.

다. 토지소유자는 건물철거 판결을 받았지만 건물에는 임차인들이 있었다

원고는 건물소유자를 상대로 건물철거와 대지인도를 청구하여 승소하였고, 그 판결은 확정되었다.
그러나 건물의 일부는 건물소유자가 아닌 임차인들이 점유하고 있었다. 이 사건 피고들의 점유 부분은 다음과 같다.
피고점유 부분
피고 1건물 3층 301호
피고 2건물 3층 302호
피고 3건물 4층 401호
원고는 건물철거를 실행하기 위하여 이들을 상대로 각 점유 부분에서 퇴거할 것을 청구하였다.
원고의 지위는 건물의 새로운 소유자가 아니라 건물의 부지를 소유한 토지소유자였다.

라. 임차인들은 대항력과 동의 없는 지상권 소멸을 문제 삼았다

피고들은 자신들이 주택임대차보호법상 대항요건을 갖춘 임차인이므로 적법하게 건물을 점유하고 있다고 주장하였다.
건물소유자가 철거소송에서 패소하였더라도 자신들의 임차권으로 원고에게 대항할 수 있다는 취지였다.
또한 건물소유자의 법정지상권이 자신들의 동의 없이 소멸하였다는 점과, 전세권자 보호에 관한 민법 제304조 및 관련 판례를 근거로 퇴거청구를 다투었다.

마. 법원은 임차인들의 퇴거의무를 인정하였다

제1심과 항소심은 피고들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대법원도 건물소유자에게 토지소유자에 대항할 수 있는 토지사용권이 없는 이상, 임차인들이 건물임차권의 대항력을 갖추었다는 이유만으로 토지소유자의 권리행사를 막을 수 없다고 판단하였다.
법정지상권이 지료 연체로 피고들의 동의 없이 소멸하였다는 사정도 같은 결론을 바꾸지 못하였다. 피고들의 상고가 모두 기각되어 각 호실에서의 퇴거의무가 확정되었다.

법리

가. 토지소유자는 소유권에 기한 방해배제로 건물점유자의 퇴거를 구할 수 있다

건물에 적법한 토지사용권이 없어 토지소유자가 건물철거를 청구할 수 있더라도, 제3자가 건물을 점유하고 있으면 그 점유를 제거하지 않은 채 철거를 실행하기 어렵다.
대법원은 이러한 건물점유가 토지소유권의 원만한 실현을 방해한다고 보았다.
따라서 토지소유자는 건물소유자에 대한 철거청구와 함께, 건물점유자에 대해서는 토지소유권에 기한 방해배제청구로서 퇴거를 구할 수 있다.
이 사건에서 임차인들의 퇴거의무가 인정된 근거도 원고와 피고들 사이의 임대차관계가 아니라 원고의 토지소유권이었다.

나. 건물임차권의 대항력은 건물을 유지할 토지사용권까지 만들어 주지 않는다

주택임대차보호법상 대항력은 건물에 관한 임차권을 보호하는 제도이다. 건물소유자가 가지지 못한 지상권이나 토지임차권을 임차인에게 새로 부여하는 제도는 아니다.
대법원은 건물임차권의 대항력 발생 후 토지소유권을 취득한 사람이라도, 그 이유만으로 건물임차권의 대항을 받는 제3자가 되는 것은 아니라고 설명하였다.
따라서 다음 두 문제를 구별해야 한다.
구분판단 내용
건물에 대한 임차권의 대항력건물의 권리변동에도 임차권을 주장할 수 있는지
건물을 존립시킬 토지사용권토지소유자에게 건물의 존속과 토지 사용을 주장할 수 있는지
임차권이 대항력을 갖추었다고 하여 두 번째 문제까지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다. 민법 제304조의 보호는 건물소유자에게 토지사용권이 있음을 전제로 한다

민법 제304조 제1항은 건물에 설정된 전세권의 효력이 그 건물의 소유를 목적으로 하는 지상권이나 토지임차권에도 미친다고 정한다.
이는 건물전세권자가 전세권설정자인 건물소유자의 토지사용권을 원용할 수 있도록 보호하는 규정이다.
그 전제는 건물소유자에게 건물의 존립에 필요한 토지사용권이 있다는 것이다. 그 권리가 소멸하여 건물소유자 자신도 토지소유자의 철거청구에 대항할 수 없다면, 민법 제304조만으로 전세권자나 대항력 있는 임차인에게 독립적인 토지사용권이 생기는 것은 아니다.

라. 임의적인 권리 포기와 지료 연체에 따른 소멸청구는 다르다

민법 제304조 제2항은 전세권설정자가 전세권자의 동의 없이 지상권이나 토지임차권을 소멸하게 하는 행위를 제한한다.
대법원은 그 대상이 지상권의 포기나 존속기간 단축약정처럼, 전세권자의 지위에 불이익을 주는 전세권설정자의 임의적인 행위라고 보았다.
반면 지료 미지급은 법률이 정한 지상권소멸청구권의 발생 원인이고, 소멸청구권을 행사하는 사람도 토지소유자이다. 이를 전세권설정자의 임의적인 권리 포기와 동일하게 취급할 수는 없다.
구분전세권자 동의와의 관계
건물소유자가 지상권을 임의로 포기하거나 존속기간을 단축하는 행위민법 제304조 제2항에 따른 제한이 문제 됨
지료 연체를 이유로 토지소유자가 지상권소멸청구권을 행사하는 경우전세권자나 임차인의 동의가 없다는 이유로 소멸 효과가 제한되지 않음
이 때문에 대법원은 임의적인 권리 포기를 다룬 2006다14684 판결을 이 사건에 원용할 수 없다고 판단하였다.

마. 지료를 지급하지 않았다는 사정만으로 법정지상권이 자동 소멸하는 것은 아니다

이 사건은 판결로 확정된 지료의 지급을 24개월 이상 연체하고, 토지소유자의 소멸청구에 따라 법정지상권이 소멸한 사안이다.
일반적으로는 지료가 적법하게 정해졌는지, 해당 토지소유자에 대한 연체액이 소멸청구 요건을 충족하는지, 소멸청구권이 행사되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
따라서 이 판결을 근거로 토지사용료를 지급하지 않은 기간이 길다는 이유만으로 곧바로 지상권이 소멸하였다고 판단해서는 안 된다.

바. 기존 ChatByun 칼럼과의 연결

ChatByun의 「토지와 밀린 지료채권을 함께 넘겨받아도, 종전 연체기간을 합산해 지상권을 없앨 수는 없다」와 함께 살펴볼 수 있다.
해당 칼럼은 지료의 결정과 연체기간 등 지상권소멸청구의 요건을 다룬다. 이 사건은 그 요건에 따라 지상권이 소멸한 뒤, 건물임차인이 대항력을 내세워 퇴거를 거절할 수 있는지를 다룬다. 지상권이 적법하게 소멸하였는지가 먼저이고, 임차인의 퇴거 문제는 그다음 단계라는 점에서 연결된다.
ChatByun의 「경매로 토지를 취득했어도, 상속인들의 미등기 건물을 철거할 수 없었던 사례」와도 대비된다.
해당 칼럼에서는 법정지상권이 인정되어 토지소유자의 철거청구가 배척되었다. 이 사건에서는 처음에 인정되었던 법정지상권이 이후 지료 연체로 소멸하였다. 경매로 토지를 취득했다는 사정만으로 결론이 정해지는 것이 아니라, 건물의 토지사용권이 성립하고 계속 존속하는지를 살펴야 한다.

실무상 유의점

가. 임차인은 건물등기뿐 아니라 토지의 권리관계도 확인해야 한다

토지와 건물의 소유자가 다르다면 건물소유자가 어떤 권원으로 토지를 사용하는지 확인해야 한다. 법정지상권, 약정지상권, 토지임대차 등의 존재와 존속 여부가 건물의 유지에 영향을 미친다.
특히 법정지상권이 있는 건물에서는 임차인이 지급하는 차임과 건물소유자가 토지소유자에게 지급하는 지료가 별개의 채무라는 점에 유의해야 한다. 임차권의 대항요건을 갖추는 것만으로 건물소유자의 지료 연체에 따른 위험까지 해소되지는 않는다.

나. 토지소유자는 지상권 소멸의 요건과 근거를 구체적으로 확보해야 한다

지료를 정한 약정이나 판결, 실제 지급 내역, 미납액, 토지소유권의 변동 및 소멸청구 의사표시의 도달 여부를 확인해야 한다.
특히 토지소유자가 변경된 사건에서는 종전 소유자에 대한 미납분과 새 소유자에 대한 미납분을 구별해야 한다.

다. 건물소유자에 대한 철거청구와 점유자에 대한 퇴거청구를 구별해야 한다

철거의무를 부담하는 건물소유자와 실제 점유자가 다를 수 있다.
이 사건에서도 원고는 건물소유자에 대한 철거·대지인도 확정판결을 받은 뒤, 각 호실을 점유하는 임차인들을 상대로 퇴거를 청구하였다. 소송과 집행을 준비할 때에는 실제 점유자, 점유 부분, 필요한 집행권원을 구체적으로 확인해야 한다.

라. 임차인의 보증금 회수 문제는 퇴거청구와 별도로 검토해야 한다

이 사건에서 인정된 것은 토지소유자의 방해배제청구에 따른 임차인들의 퇴거의무이다.
임차인의 임대인에 대한 보증금반환채권이나 손해배상청구 가능성은 별도로 검토해야 한다. 임대차계약의 상대방, 건물소유자 및 토지소유자를 구분하고, 각각에 대하여 어떤 권리를 행사할 수 있는지 판단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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